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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동시간 단축의 함의

현장에서 미래를  제50호
노대명


노 대 명

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

       프랑스 노동시간 단축의 함의











1. 들어가며


20세기 말, 세계는 비전의 결여로 고통받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경쟁, 효율성, 수익성의 논리에 맞서 현실에 존재하는 대중적 열망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대안의 결여가 현재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특징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시간단축은 몇 안되는 비젼과 대안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이미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이러한 실험에 돌입하였으며, 전 세계의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진영은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사회의 사회운동세력과 연구자들은 얼마나 진지하게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에의 적용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가?

외환위기이후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단축은 분명 중대하고도 민감한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긴급하거나, 중요한 현안의 자리에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이른 퇴조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였다. 혹자에 따르면, 이는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외환위기라는 사회적 위기국면에 떠돌던 급진적인 발상이 필요성을 잃고 퇴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다른 이들에 따르면, 시민사회의 보수성과 사회운동진영의 노력부재에 따라 그를 둘러싼 논의가 적기에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잠수하였음을 의미한다.

먼저 지난 30년간 노동자들에게 긴 노동시간과 저임금을 강제하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던 집단들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한다는 것이 기존의 축적구조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느꼈을 법하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던 해외의 몇몇 잡지나 국제기구(OECD)의 비판적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이미 예상되었던 바다. 이 논리의 골자는 - 매우 부당하게도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한 초보적인 조사에 의존하여 - 노동시간의 길이와 실업률이 반비례한다는 것이었다. 짧은 노동시간과 높은 실업률 사이에는 밀접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의거하여 특정 집단은 노동시간단축이 함축하고 있는 많은 긍정적인 의미는 제쳐두고, 그 부정적인 결과를 부각시키기에 주력하여 왔다. 더욱이 이것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상식의 세계를 파고들며, 어떻게 적게 일하고 많이 받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을 조장하였다.

이에 대해 사회운동진영의 의지와 노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했던 것처럼 보인다. 물론 외환위기 직후 노동시장 유연화에 맞서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에 급급했던 상황이고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운동진영 전체에서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매우 부족했으며 불성실한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불성실함과 부족함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노동시간단축에 비례하는 만큼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하는’ 수 많은 문건과 포스터들이다. 아마도 혹자들은 이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전략적 효과를 고려한 행위였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준비없는 구호전’에 익숙한 한국 사회운동진영이 버려야 할 잘못된 습관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노동시간단축은 매우 복잡한 사회적 세력구조와 힘 겨루기를 통해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노동시간의 단축량과 고용창출률 또한 정확히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논의의 (재)활성화의 관건은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가능하며, 그 기대효과는 무엇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전략이 무엇인지를 실천주체 스스로 명확하게 인식하는데 달려있다. 따라서 이 글은 이미 어느 정도 소개되어 있는 프랑스 노동시간단축의 경험을 언급하는 대신, 그 경험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교훈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쟁점을 간략하게 정리하는데 목적이 있다.



2. 프랑스 노동시간단축의 경험


노동시간단축의 시대적 배경으로서의 고실업과 빈곤한 일상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말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린 것이 아니다.1) 멀리는 근대 산업혁명이후 계급투쟁의 중심에 있던 것이며, 가까이는 1980년대 독일의 일부 노동조합(IG-Metal)에 의한 실험주제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1980년대 이후 유럽에서 이러한 논의와 투쟁이 전개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자들의 삶이 매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삶이 이처럼 황폐화된 데는 몇 가지 좀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의 증가와 빈곤의 일반화이다. 물론 실업률 증가와 빈곤율 증가의 저변에는 매우 다양한 원인이 도사리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세계적 차원의 생산 및 분업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자본과 노동간의 힘 관계를 지적할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서구 각국은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개발도상국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상실하였고,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이주하면서 내부적으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해외도피에 맞선 노동진영의 대응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그 결과 대량실업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 실업률의 증가


먼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의 실업률은 증가추세에 돌입하게 되며, 아래 표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선진국들 대부분은 80년대에 이르러 고실업에 직면하게 된다. 실례로 유럽공동체는 1992년 최초로 평균 10%를 넘는 고실업 단계에 돌입한 이후, 무려 7년이 지난 1999년 10월에 와서야 9.9%(계절조정)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실업문제는 여전히 서구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다.

실업이 사회에 미치는 충격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첫째 실업자의 증가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을 가중시키고, 둘째 노동자들의 삶에 있어 소득감소와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며, 셋째 실업자들에 대한 복지비용 증가로 정부재정에 압박이 가해지며, 넷째 실업예비군의 증가에 따라 고용불안, 노동강도 강화, 노동조건 악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 노동운동의 약화를 초래함으로서 신자유주의정책이 사회적 저항 없이 자리잡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문제는 대중들의 불만이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며, 기존의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대안을 마련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구 각국의 정치세력에게도 최대현안은 어떻게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자 혹은 정당이 대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실업률을 낮추려는 시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기에 이른다. 첫째가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저임금정책이었다면, 둘째가 이 글에서 논의할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 정책이었다.


표 1) : 유럽 5개국과 미국/일본의 실업률 발전추이   단위 (%)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웨덴

미국

일본

1961-1970

1.7

1.8

0.7

4.8

1.7

4.7

1.2

1971-1980

3.8

4.1

2.2

6.1

2.1

6.4

1.8

1981-1990

9.8

9.2

6.0

8.8

2.6

7.1

2.5

    자료 : EC economic data, Eurostat, 1998, n.7.


◎ 빈곤한 일상


1980년대 이후 실업률이 증가하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충격을 가했다면, 이와 관련해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상의 빈곤화이다. 한편으로는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함으로서 저소득 취약계층의 경제적 빈곤이 확산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불안, 노동강도 강화, 작업조건 악화로 인해 가족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생활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업자는 실업자대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빈곤을 경험하게 되고, 노동자는 그대로 저임금과 격무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비추어 20세기 말 노동자들의 일상은 총체적으로 빈곤화되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래 표는 1980~90년대 서구 각국의 빈곤률 추이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일상이 기술발달과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더욱 힘겹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1980년대 일부 서구 국가들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그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미 취약한 노동시장을 상대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파괴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노동자 개개인에게는 고용불안을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경쟁력 강화 - 이는 비단 기업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를 제시한다. 경쟁력 강화는 긍정적으로 보면 부단한 자기개발 노력을 의미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개인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일상을 희생할 것을 강화하는 잔혹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자기개발 노력에 성공할 수 있을까? 누구든 자기개발을 통해 지식산업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논리는 대다수의 저학력-비숙련-저소득 노동자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들은 과열경쟁의 싸움터에 끼지 못하는 축에 속하며, 그 대가로 저임금과 빈곤을 감수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쟁과 효율성만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정책이나 복지예산 감축과 같은 사회정책과는 다른 정책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연대성의 원칙에 근거한 노동시간단축과 제3섹터 개발을 통한 사회적 서비스 강화 정책이었다.


표 2):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서구 13개국의 빈곤률               및 불평등지수 변화             Equivalence scale elasticity = 0.5

 

빈곤추이1)

지니계수

빈곤가구(%)

소득격차변화

Sens

index

수준

변화율

최종

변화

초기

최종

상대

절대

오스트랄리아, 1984-1993/94

9.5

-2.7

5.0

-0.2

31.2

30.6

-1.9

-0.6

벨기에, 1983-1995

10.8

-7.7

-1.9

-6.8

29.3

29.9

2.3

0.7

카나다, 1985-1995

8.9

-0.8

-1.4

-0.5

28.9

28.4

-1.9

-0.6

덴마크, 1983-1994

5.0

-2.0

-0.8

-0.9

22.9

21.7

-4.9

-1.1

핀란드, 1986-1995

4.9

-0.2

-4.2

-0.4

21.0

23.0

9.7

2.0

프랑스, 1979-1990

3.1

-1.5

-4.9

-1.1

29.6

29.1

-1.7

-0.5

독일,   1984-1994

9.1

2.9

2.5

0.4

26.5

28.2

6.4

1.7

이태리, 1984-1993

14.2

3.9

5.6

2.9

30.6

34.5

12.7

3.9

일본,   1984-1993

8.1

0.8

2.5

0.6

25.2

26.5

4.9

1.2

네델란드, 1985-1994

6.1

3.0

-3.6

1.1

23.4

25.3

8.2

1.9

노르웨이, 1986-1995

8.0

1.1

0.0

0.6

23.4

25.6

9.4

2.2

스웨덴, 1983-1995

6.4

0.4

7.9

0.8

21.6

23.0

6.5

1.4

미국,   1985-1995

17.1

-1.2

0.2

-0.4

34.0

34.4

1.1

0.4

자료 : OECD (1998), BACKGROUND DOCUMENTS THE CARING WORLD : NATIONAL  ACHIEVEMENTS, DEELSA/ELSA/MIN(98)2, Jun-1998

* 이 자료는 중위소득의 50%이하를 빈곤선으로 사용하였음.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추진배경


◎ 1980년대의 독특한 경험


20세기 말 세계 각국이 실업과 빈곤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고, 프랑스가 노동시간단축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였다면,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는 지난 수 십 년간 - 특히 1980년대 - 프랑스가 경험했던 독특한 실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980년대 프랑스는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경험을 하였는바, 그것은 사회당의 집권과 사회주의적 개혁의 실험이었다. 1980년대 영국 보수당의 대처와 미국 공화당의 레이건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서,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 유럽국가들이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아 왔다면, 프랑스만은 유독 사회당의 미테랑이 정권을 잡고 이른바 사회주의적 개혁 - 본질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적 개혁 - 을 추진하였다. 이 1980년대의 상이한 체험은 프랑스 사회에 고유한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형성하였다.

물론 그 조건은 프랑스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80년대 사회당이 국유화와 공공부문 확대를 통해 대량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이 프랑스 사회에서 신중간계급의 축을 이루게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랑스 사회당이 1993년과 1995년 선거에서 참패하고 우파에게 권력을 넘겨주고서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그것은 우파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심각한 사회적 저항 - 특히 공공부문의 신중간계급이 주도하는 - 에 직면함으로서 단명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프랑스 좌파정당은 권력을 빼앗긴지 불과 2년만에 권력을 되찾고, 1997년 유럽의 좌파정권 붐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절정기가 전 세계적으로 저항에 직면하고 있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 좌파정당들의 위기의식


1997년 정권을 되찾은 좌파정권들은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즉 그들이 선거에서 얻은 투표율이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실례로 1997년 11월 사회당의 브레스트 총회에서 채택된 문건은 선거에서의 승리가 시민들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거부하고 있으며, 좀더 인간적이고, 연대성에 입각한 대안을 원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좌파정당의 집권이 불로소득이나 어부지리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점에서 좌파정당은 집권직후부터 노동시간단축을 보다 중심적인 테마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특히 좌파연합을 통한 집권이었다는 점에서, 사회당을 견제하고 있는 공산당과 녹생당이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서 취했던 단호한 입장은 그 정책화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었다. 그러나 이것이 정당정치의 틀내에서 노동시간단축이 추진되었고, 정책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당이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서 취하고 있는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죠스팽은 1998년 초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시점에 당시의 프랑스 사용자연합(CNPF)으로부터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었고, 최종 순간까지도 선택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법률을 선택하자 사용자 연합의 대표는 ‘등에 칼을 찔린 심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당초 그의 태도는 모호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당이 노동시간단축을 선택하게 된 다른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 사회운동의 역동성


프랑스에서 노동시간단축 법안이 통과된 배경에는 여러 개인 및 집단의 의지와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회운동진영의 활발한 활동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것은 비단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활동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실업자운동단체의 적극적인 지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이다. 먼저 프랑스의 노동조합들이 모두 노동시간단축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것은 아니며, 더욱이 그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이견이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시민단체나 실업자운동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시간단축은 그들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 사회운동단체들은 견제와 연대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노동시간단축을 사회적 차원의 대안으로 합의하고, 정치권을 상대로 압력을 가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이 보여주었던 태도는 매우 시사적이다. 그들은 노동시간단축이 신자유주의적 야만성에 맞선 문명사적 대안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서 우호적인 여론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이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간단축이 고용창출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데 이른다. 당시 프랑스에서도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렉세코드 연구소의 디디에(Michel Didier)는 이것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프랑스 경제연구소의 피투시(Jean-Paul Fitoussi)는 1998~2000까지 4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두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였으나, 1997년말부터 노동시간단축이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제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후자가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여론은 사회당으로 하여금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압력을 행사하였다. 실제로 1998년 초 죠스팽 총리는 실업자들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와 관련해서 인기도가 급락하여 한 자리수에 이르는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1998년 6월의 지방선거를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것이 사회당으로 하여금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통과시키게 만든 외적 요인 중 하나였다.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특징


◎ 노동시간단축의 기대효과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기대효과는 비단 실업자나 노동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위와 관련된 것이다. 이 점은 1999년 5월 프랑스의 노동부가 출간한 『노동시간단축 1년 평가(Premier Bilan de la loi)』에 잘 나타나 있다.


-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시간단축은 여유시간을 주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량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고용안정을 확보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 기업의 입장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 기업으로 하여금 생산조직의 혁신을 고무시키고, 이를 통해 수요의 리듬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여주며, 노동자들의 역량을 개발함으로서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고, 해고를 회피함으로서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 끝으로 실업자들에게 노동시간단축은 빈곤과 소외의 악순환고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실업의 발생을 예방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골자


프랑스 정부는 노동시간단축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00년 1월 1일을 전면적인 시행일로 정하고 있는 이 조치는 그 전에 개별기업들이 노동시간을 단축할 경우 우선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사회부담금을 낮춰주는 것과 노동시간을 단축한 노동자와 신규고용자에 대해 정부가 일정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일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업종과 규모,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등이 모두 고려되며, 특히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 주당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서 적어도 10%의 노동시간을 단축할 것.

- 노동시간단축 대상 근로자수의 6%에 상응하는 신규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 효과

- 노동시간을 15% 단축한 기업에 대한 우대조치

- 노동자대표와 기업간의 서명 날인된 노동시간단축 계획 합의서


◎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역점사항


노동시간단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다각도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크게 보면, 재정적인 지원이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경우와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경우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노동자들의 대표조직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저임금노동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은 지원대상이 된다. 이 경우 노동자들의 대표가 없는 기업은 전국적 노동조합이 이들을 대신해서 협상에 임함으로서 실질적인 협상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초과비용 부담을 국가가 세제상 혜택으로 보상해 준다. 끝으로 노동시간단축이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기업운영과 노동의 조직화에 대해 진단하도록 지원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대기업은 국가의 지원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해야한다. 이들은 일년 혹은 수개월 단위로 노동자들의 평균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맞추는 방식을 통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국영 및 공공기업의 경우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지원금을 배정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단축방안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사전에 실시한다. 끝으로 기업차원 혹은 업종차원에서 재교육과정에 투자하여 노동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현대화와 효과적인 운영에 기여하게 한다.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현황


◎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추진상황


1999년 5월 현재 프랑스에서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노사협약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두 기업 중 하나 꼴로 협상이 진행 중에 있으며, 4000개의 협약이 체결되었고, 이는 110만명의 봉급생활자가 노동시간단축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노동시간단축 협상에 진입할 것을 의미하는 약정서도 6000건에 이르게 서명되었다. 이는 노동시간단축이 전반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음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아래 표는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표 3 : 노동시간단축 협상의 진행과정

진행추이          시기

1998년 9월

1998년 12월

협상이 체결된 기업

3 %

7 %

협상이 진행중인 기업

15 %

19 %

곧 협상을 추진할 기업

20 %

19 %

협상계획이 없는 기업

60 %

54 %

무응답

2 %

1 %

자료 : Ministre de l'emploi et de la solidarite, Premier Bilan de la loi, mai 1999


그리고 체결된 협약 10개 중 9개가 참석한 노동조합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결과이다. 또한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외부단체에 대표권을 위임하는 결정도 매우 실효성 있는 선택이었다. 실제로 체결된 협약 10개중 6개는 대표권을 위임받은 단체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업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폭넓은 토론의 개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협약이 체결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6~9개월로 매우 길다. 이는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나 기업가 모두에게 많은 정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이며, 이것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은 협상이 장시간에 걸쳐 추진됨으로서 보다 심화된 논의와 폭넓은 합의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체결된 협약 중 상당수가 노동조합들간의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1999년 5월 현재 체결된 협약 중 69개는 3~4개의 노동조합이 공동 서명한 것으로, 대략 8백만 명이 그 대상자가 된다. 이는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노동조합들간의 갈등이 기업 구성원들과의 포괄적인 논의를 통해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표 4: 노동조합들의 산별 협약 참여현황

협약에 서명한 노조의 수

체결협약 수

(%)

5 개 노조

2

2.9

4 개 노조

(13개 협약, 18.8%)

CFDT-CFTC-CGC-FO

8

11.6

CFDT-CFTC-CGC-CGT

3

4.3

3 개 노조

(25개 협약, 36.2%)

CFTC-CGC-FO

10

14.5

CFTC-CFDT-CGC

8

11.6

2 개 노조

(20개 협약, 29.0%)

CFDT-FO

5

7.2

CGC-FO

3

4.3

1 개 노조

9

13.0

전  체

69

      100

자료 : Ministre de l'emploi et de la solidarite, Premier Bilan de la loi, mai 1999


◎ 노동시간단축의 고용창출효과


노동시간단축이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최종적으로 그것이 고용창출과 관련해서 어떠한 효과를 거두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노동시간단축 정책이 거론되기 시작했던 1997년 10월 이후 1999년 5월까지 총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그리고 1998년 6월 13일 이후 1,142,427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협약을 통해 56,767개의 일자리가 창출 또는 유지되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6,767개의 일자리 중 3/4이 새로이 창출된 일자리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1/4만이 유지된 일자리였다.



표 5: 노동시간단축의 고용창출 및 안정 효과

창출된 일자리

유지된 일자리

전체

42,834

13,933

56,767

자료 : Ministre de l'emploi et de la solidarite, Premier Bilan de la loi, mai 1999

  (이 자료는 1998년 6월 13일부터 1999년 5월 5일까지의 수치임)

이미 체결된 협약의 결과를 살펴볼 때, 노동시간단축을 4시간을 단축했을 경우 8%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고, 2시간 30분을 단축했을 경우 3.4%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할 때, 노동시간단축의 평균 고용창출률은 5%에 이른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시간단축이 고용창출보다는 고용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비관적 의견을 상징적으로 논박하고 있다. 물론 고용창출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시간단축의 고용창출효과는 입증된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3.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 실험에 대한 평가



프랑스 정부의 공식평가


프랑스 정부가 노동시간단축의 성과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외면적으로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앞서 설명하였던 바와 같이, 일정부분 고용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는 애당초 사회당이 약속하였던 70만개의 일자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점은 프랑스 정부를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그 원인을 규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 법안이 통과된 직후 고용창출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1998년 말에 들어서면서 그 비율이 현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초기에는 중소기업들이 합의를 도출하며 기업인력의 8%에 달하는 고용창출을 한데 반해, 98년 말부터는 대기업들이 고용창출을 회피하는 합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동시간단축의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1월 23일 체결된 PEUGEOT사의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이 합의는 노동시간단축 법안이 요구하고 있는 전체인력대비 6%에 훨씬 못미치는 3.2%의 고용창출을 약속하고 있으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작업 중 휴식시간을 실질노동시간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이용해 실질노동시간을 소폭 단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는 노동시간이 단축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동시간이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애당초 정부의 지원금을 기대하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노동시간단축 법안에 대해 공공연하게 회의적 입장을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세가 점차로 강해지면서, 1999년 4월 25일에는 IBM사가 꼬르베이의 공장에서 1155개의 일자리를 단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대기업들이 고용창출을 자연퇴직율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사실상 일자리를 줄여 가고 있음을 잘 말해 준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노동시간단축에 저항하는 다양한 방식이 그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제2 법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지난 11월 프랑스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노동자들의 평가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문건에서도 노동자들의 반응은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소득이라는 관점에서는 긍정적 입장과 부정적 입장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이 소득감소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밖의 다른 문제와 관련해서 노동자들의 태도 중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감축에 대해 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표는 “귀하께서는 노동시간감축으로 인해 득을 보셨습니까 아니면 손해를 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표 6 :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                 (%)

 

得이 된 편

失이 된 편

그저 그렇다

무응답

전체

개인 및 가정생활

86

4

3

7

100

개인적 발전

74

7

5

14

100

시간활용

68

14

4

14

100

작업분위기

50

21

5

24

100

작업조직

49

28

5

18

100

작업부담

44

33

6

17

100

급여수준

37

32

10

21

100

자료 : Ministre de l'emploi et de la solidarite, Premier Bilan de la loi, mai 1999



노동시간단축의 부정적 효과


앞서 개략적으로 언급하였던 바와 같이, 노동시간감축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단축은 개선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동시간단축과 변형근로제가 맞물려 추진됨으로서 일방적으로 기업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 불완전 고용의 상존


프랑스 정부는 적은 수나마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주장함으로서 노동시간단축의 정당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창출된 일자리의 상당수가 파트타임직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없는 빈곤의 일자리라는 점을 말해 준다.


◎ 소득증대 없는 노동시간연장


노동시간을 단축한 댓가가 소득증대 없는 노동시간의 장기화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법안에 따라 주당 노동시간은 35시간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업종별로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여 년간 노동시간으로 환산할 수 있도록 승인함으로서, 현실에서 노동시간이 최대 일일 10시간, 주당 48시간까지 연장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추가근로시간은 잔업에 해당되지 않음으로서 노동비용을 절감하는데 악용될 소지를 남겨 놓았다.


◎ 심해진 노동강도


노동시간단축이 변형근로제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공휴일 근무이다. 과거 토요일이나 공휴일 근무는 매우 제한되어 있었지만, 정작 노동시간단축이후 피고용자의 절반 가량이 토요일에 근무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더욱이 1990~1998년까지 일요일에 근무하는 피고용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1990년 20.7%였던 일요일 근무자가 1998년에는 25.1%로 증가하였던 것이다.


◎ 불규칙한 일상생활


노동시간단축이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이라는 평가와는 반대되는 평가 또한 가능하다. 외형적으로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여가시간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실에서는 불규칙한 작업시간으로 인해 여유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일주일은 낮에 일하고, 일주일은 밤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숫치상의 여유시간이 결코 활용 가능한 여가시간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으며


지난 11월 프랑스에서는 98년 6월 통과된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보완하려는 취지를 가진 제 2 법안을 격론 끝에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추가법안이 필요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노동시간단축 자체가 처음 시도되는 역사적 실험이어서 시행착오가 불가피 했기 때문이고, 둘째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기업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그것은 성급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과정에서 작은 난관에 직면하면 쉽사리 포기하는 조급증을 갖고서는 한 사회의 체질을 바꾸는 거대한 역사적 실험에 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실험은 노동시간단축이 이상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라는 도덕적 호소력에만 의존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는 국민대다수가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주장에 찬성하지만, 그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는 도덕적으로 정당한 프로젝트가 현실사회에서는 매우 무기력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대책은 존재하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대책 혹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사회운동진영이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폭넓은 합의를 도출하기에 힘써야 한다. 이는 비단 노동조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민단체, 실업자운동단체 등을 포괄하는 방대한 것이어야 하며, 그래야만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갖게 되고, 그 힘에 입각해 정책화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노동시간단축의 효과(고용창출효과와 삶의 질 향상효과)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 좀더 도식화시키면 계량적인 - 연구작업이 요구된다. 노동시간단축이 실제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다 방대한 연구작업이 전제되며, 이에 대한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간단축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한 사회의 체질을 바꾸는 문명사적 선택으로서의 정당성을 갖고 있음 또한 분명하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한국의 사회운동진영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점과 관련해서 노동시간단축의 적용가능성을 타진하고, 그 효과를 예측하는 범사회운동차원의 연구 및 논의구조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토론 정리


문: 프랑스에서는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답: 이야기가 많다. 노동시간 단축이 이야기가 되는 시기는 1995~1997년 사이였는데, 시간단축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옵션이 나왔다. 첫째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 또 하나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삭감 안하는 방식, 즉 최대주의적 방식과 최소주의적 방식이 대립을 했다. 대립을 하다가 싸움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이 앙드레 고르의 발표를 통해서였다. 즉 생산성의 놀라운 발전은 절대로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도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무공장과 같은 곳이다. 고무공장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경쟁이 안된다. 그럴 경우 노동시간 단축분을 기업주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누가 보완해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가장 기본적인 큰 틀은 산업구조를 근대화해야 한다는 것, 노동조직을 근대화하고 기술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유럽사회는 전반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외국으로 수출해 버렸다. 한국은 이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고르가 제시한 방법은 이런 것이다. 가령 고무공장의 노동자는 생산성이 높지 않아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투쟁을 하면 그 회사는 망할 것이다. 그럴 때 그들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느냐. 이를 제2의 수표, 지역화폐라고 표현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세나 세금을 임금의 부족한 부분으로 끌어온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 등 실질적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아직까지 프랑스사회에서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시 모든 기업이 일괄적으로 노동시간단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을 보전하는 이런 방식의 편법이 있다는 것이다.


문: 임금삭감이 되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가?

답: 법으로는 허용을 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제도는 노동시간단축시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프랑스 사회에서 단체협약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인데, 바로 생산성이 아주 낮은 분야를 말한다. 이런 분야는 사양산업이고 남북관계나 세계 불균등 발전이라는 상황에서 보면 노동시간단축은 서구에서나 맞는 것이고, 그밖에는 장애가 많다.


문: 고르가 노동시간 단축이 서구에서는 가능하고, 자본집약적인 곳은 가능하지 않다고 얘기했는데 이는 기술계산적인 측면만 보고 한 이야기인 것 같다. 자본주의적인 기업 운영이란 투자자본에 대해 상응하는 이윤을 얻어가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하면 자본집약적인 산업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그렇게 임금을 삭감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답: 싸움이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노동시간단축 중에 반도체처럼 생산성이 높은 경우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임금을 낮추지 않고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가 자신의 몫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싸움인데, 첫 번째는 자본가에게 일부분을 양보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노동자들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조직을 희생하는 방향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극단적인 방법으로 비교한다면, 노동조합이 상당 부분을 양보를 했다. 어떤 식으로 양보를 했느냐 하면 고정사용시설비를 유지시켜주기 위해서 작업을 풀가동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우 3교대일 경우 낮의 1, 2교대에는 정상임금이지만 밤의 1교대에는 임금이 비싸다. 당연이 비싸다. 그래서 노동차원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희생을 한다. 뭐냐면 밤의 근무나 낮의 근무나 임금은 똑같이 하고, 밤에 근무할 수도 있고 낮에 근무할 수도 있게 한다. 노조가 노동조직의 유연성을 허용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이 상당부분 희생을 한다.

일례로 1995년에 IBM이 프랑스에 들어온다고 했었다. IBM은 동남아시아와 프랑스, 이 둘을 남겨 놓고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들어가면 너희들은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냐면서 지자체와 협상을 했다. 세제 혜택과 함께 너희 노조가 워낙이 까다로우니까 노조차원에서 노동조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밤 근무와 일요일 근무를 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일요일 근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요일 근무는 굉장한 선택이 된다. 이 문제가 판례가 되어 신문에서 계속 논란이 되었다. ‘자, IBM이 우리에게 3,000개의 일자리를 준다고 한다. 대신에 노조가 이를 양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첫째, 노동조합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상당히 축소되고, 두 번째는 노동자들이 밤근무를 하면서 받았던 야간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조항을 승낙해야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IBM이 못 들어 왔다. 거부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1997년이 되면 이 조항이 협약과정에서 사실상 다 진행되어 버리게 된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조직이 굉장히 유연화되면서 사람들이 사실상 힘든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된다. 이 점에서 바로 프랑스의 공산당과 사회당이 말하는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들을 힘들게 한다, 제2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문: 첫 번째는 독일이 정년을 단축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두 번째는 프랑스의 사용자들의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데모를 했다는데 어떠했는지.

답: 프랑스에서 사용자집단의 저항이라면 이루 말 할 수 없다. 프랑스의 기업문화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민주적이지 않다. 기업문화에서 상하위 층위가 굉장히 심하다. 고위 관리층과 하부의 노동자충의 괴리가 엄청나게 심하다. 노동자를 프랑스어로 ‘빠트롱’이라 한다.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사장과 노동자간의 거리가 굉장히 심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미국보다 프랑스가 노동자와 사장의 대화가 잘될 것 같지만, 이미 규모의 경제로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사장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업문화의 경우도 밑으로부터 의견을 올린다는 것은 드문 경우이다.

대신에 몇 몇 실험적인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도 노동시간단축을 할 때, 이런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좀 양심적인 기업가가 노동시간 단축을 하게 하는 것이다. 1997년에 논의가 많이 이루어질 때 있었던 일이다. 프랑스에 유명한 안경회사가 있었는데, 그 사장이 신문에 이런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내가 자본가로 더럽게 돈벌고 있다는 글이 쓰여졌는데,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 내가 한 번 노동시간단축을 해보겠다. 그리고는 실지로 그 회사에서 노동시간단축을 했다. 그리고 성공을 했다. 그 사장은 그 뒤에 스타가 되어서 프랑스와 독일이 연합한 문화방송에 나와서 독일노조와 기업을 상대로 노동시간단축이 기업단위로도 가능하다. 너희가 생각하기에  노동자들을 채찍으로 때려서 시간을 늘리면 그렇게 될 것 같지만, 사실 기업문화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이 사례는 이른바 기업의 효율성, 경쟁력 얘기를 하면서 언론을 지배하는 자본가 진영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따끔한 일침이 되었다. 그 얘기는 여론에 큰 작용을 했었다.

그렇지만 한편 자본가들은 성벽에 둘러 쌓여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혁명을 너무 많이 겪어서 가진 사람들이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안다. 주거단지도 굉장히 격리가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환경에 성공을 한 곳은 가장 부자동네라고 한다. 지중해 해변가의 높은 산악지대에 거주지를 마련한다. 그런 다음에 일을 하기 위해서 도시 빈민들이 파출부형태로 오거나, 청소를 하기 위해서 올라오게 한다. 그러나 그들이 거기서 살지는 못한다. 아침 6시 30분, 저녁 6시 30분 버스가 한번 왔다갔다하면서 그 사람들을 데려간다. 그런데 주변환경이 좋으니까 사람들이 놀러오게 된다. 못들어 오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개발한 방법이 바로 왕복 4차선 짜리 고속도로를 산 주위로 뚫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무도 걸어서 들어올 수 없게.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거주지를 쌓아 나가는 것이다. 또 그 사람들은 다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프랑스 부자가 미국 부자보고 하는 얘기가 있다. 너희는 가난한 사람에게 너희가 사는 걸 그렇게 보이니까 총도 맞고 그런다. 잘 사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 거다. 미국의 담장은 안이 들여다보이나 프랑스는 성벽이 높아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양 나라의 문화가 굉장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프랑스 사회의 진보된 면을 많이 보고 있으나, 폐쇄된 부분은 아주 폐쇄되어 있다. 대중정서의 이면에는 철저히 고립된 면이 있다. 이런 양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제3의 길을 논의하면서 제일 실수한 것이 영국의 노동당을 비판하면서, 프랑스의 사회당이 괜찮은 정당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영국의 노동당 못지 않은 게 프랑스의 사회당이다.


문: 정년단축문제는 어떠한가? 홍세화씨가 쓴 것에 의하면 첫 번째 시회복지가 뒷받침된 것, 둘째 일자리나누기는 연대의 의미, 후배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외의 다른 측면이 있는가?

답: 인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 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인간이 맨날 일어나서 씻고 직장 가서 일하고 들어와서 자고, 그렇게 일생을 보내는 것이 삶이냐는 것이다. 일할 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삶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한다. 문명이 진보하는 것을 전제하고, 그랬을 때 계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그만큼 인간이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정년단축이란, 즉 연대를 통해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또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모자라는 비용을 대서 생활함으로서 모두 같이 살자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 본 방송이 있었다. 독일에 있는 서류관리만 하는 기업의 일이었다. 정년을 한 부부의 일인데, 정부에서 연금을 주니까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일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서류를 막 작성해서 어디론가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똑같이 그런 회사가 있어서 다시 서류가 오고,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노인분들의 그런 행위는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가 참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노동의 문화가 강하게 지배를 하고 있다. 그 노동의 문화라는 것이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도 그런 면이 있으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일을 안하면 안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 정년단축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정리해고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든 사람을 밀어내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아울러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어 본다는 생각이었지만, 이것이 적용될 때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연대의 정신보다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것이었고,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비교적 그 다음 세대에게 일자리를 나누어 주자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프랑스의 경우에 나이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자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독일에서 인상적인 것이, 정년퇴직을 한 분인데, 카페에 6시 30반에 나가서 화장실 청소를 해서 돈을 받고, 돈을 쓰는 것을 보았다. 양 나라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문: 노동거부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노동거부는 거부한다. 프랑스에서 1968년도에 극좌 진영내에서, 상황주의자 그룹이 일하지 않을 권리를 달라라는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가 주장되었다. 1960년대에 반노동 문화가 생겨나는데 현재의 국면은 그렇게 가면 안된다고 본다. 가령 우리나라 실업자운동 중에 실업자운동이란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고 상정하진 않는다. 지금은 게으를 수 있는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를 나누어 갖는 것의 문제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란 같이 망하자는 것 아닌가. (한국의 실업자 경우는 게으를 수 있는 권리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실업자나 노숙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실업자들에게 돈을 많이 주면 놀꺼야 하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냥 주어지는 돈하고 자기가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하고 다른 문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그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 집에 앉아서 비디오를 보면서 만나는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는 것하고는 다른 것 같다. 일하면서 누구와 부딪히기도 하고, 그런 것 자체가 삶의 구성요소라고 느낀다. 노숙자분들 하고 인터뷰를 해보면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인정해 주길 바란다.


문: 서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지 않은가? 노동, 일을 하려고, 심지어는 워크 홀리처럼 일을 못하면 불안해서 어쩔 수 없어하는 그런 문제가 있는 반면에, 또 노동거부를 좀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양극단으로 비교가 되는데, 양자간에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서로 부딪히는 점이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일본에서도 독일처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답: 굉장히 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40~50대에 계신 분들은 굉장히 강하다. 그리고 실제 실업자운동에 두 경향이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한쪽에서는 라파그르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실업자운동과 노동운동이 이해관계가 서로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업자들이 5년 이상의 장기 실업자가 되다보니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것은 포기했고, 살아가는 게 급한 실정에 있다. 따라서 생계비라도 제대로 나오는게 급하다. 내 아들이 놀 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사줘야 하는데 정말 돈이 없다. 그 돈을 깎아 버리니까 시위를 한 것이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생계비에 가까운 생계비를 보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를 유지하는 문제, 이 두 문제를 두고 서로 싸울 때는 누구 구호를 앞세우는가가 문제가 됐다. 실업자단체는 노동운동 너희들 우리를 도와준 적 있어? 하고 밀쳐 냈다. 그런데 노동운동의 태도가 차츰 변하면서 1997년 말에 이르면, 실업자운동단체는 노동운동단체의 주장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실업자단체가 생계비를 보장하라, 이렇게 나오면 노동운동은 그 다음 구호로 노동시간 단축하라,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이 다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되니까 실업자들은 불안하다. 노동조합에서도 실업자들의 그러한 요구를 수용하고, 실업자운동 단체에서도 생계비와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부각하고, 서로 자신의 조직에서 요구되는 일차적인 요구사항과 부차적인 요구사항을 구분해서 같이 합일점을 찾아갔다.


문: 프랑스 법정 노동시간 39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답: 생산성이 낮은 부분은 안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노동시간단축을 할 때 유예조항이 항상 말썽이다. 왜냐하면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35시간으로 단축했지만, 노동자와 사용자는 42시간까지 합의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일자리 창출을 안하고, 있는 사람을 계속 부리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예조항은 노동시간 단축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를 말해 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노동시간단축한 다음에, 중소기업 사장이 일을 더 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 안 해줄 수가 없다. 짤리기 때문에. 실업자가 400만인 상태에서 감히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노동자가 몇 명이나 될 수 있을 지 걱정이 된다.


문: 노동시간을 단축하지만, 노조 조직률이 점점 하락하는 이유는 법을 피해가는 데가 많기 때문인가?

답: 첫째는 자본진영의 의지가 너무 강하고, 두 번째는 그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유예조항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예조항이 너무 많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처음에 멋모르고 따라했지만, 대기업들은 처음에 하는 것 지켜보다가 빠져나갈 구멍 다 만들어 놓은 다음에, (휴식시간 같은 것 감축한 다음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법 등) 시간단축을 하고, 또 일을 더 시키는 방식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을 거부했다.


문: 우리나라 노동시간단축시 쟁점이 두 개인데, 임금문제와 생산성문제다. 이에 대한 프랑스의 상황은 어떠한가.

답: 노동시간단축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지원’의 문제다. 노동운동 진영내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 중에, 작은 규모의 기업에게 노동시간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요구한다면, 일부 기업의 경우 기업주가 버티지를 못한다. 그럴 때 정부 지원도 없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생겨난다. 이 사각지대 기업이 봉착하는 문제가 노동조직 근대화와 업종개발의 문제이다. 이를 지원하는 전문기구가 있어야 한다. 프랑스에는 지원기구가 있다. 중소기업이 노동시간을 덜렁 단축하면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가를 얘기해야 한다. 이게 자본가들도 양보할 수 있는 타협의 점이다. 자본가들이 너 혼자 독박 써라 할 때 독박 쓰면 좋은 사람인데 그렇게 독박 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럴 때 노동자측에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이거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솔직히 중소기업단위의 노동자들이 바로 이거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노동시간단축을 할 때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마련하는 노동운동진영에서 치밀하게 이런 규모의 기업에서는 이러이러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문: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시 지원기구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답: 기업의 운영문제와 수익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평가조직이다. 이 기업은 어떤 부분에 낭비가 있다, 이런 것을 개선해야 수익성이 높아진다, 높아진 부분으로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노동시간단축을 할 수 있다고 훈수를 준다. 노동운동단체의 기구로서, 운영은 노조차원에서 한다. 노동부에도 이런 걸 도와주는 전문기구가 있다.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은 1980년도, 1992~3년도 우파진영이 집권하고 나서, 그리고 이번에 것까지 3번 있었고, 제2법안이 나오면 네 번째이다. 법안을 만들면서 이들이 준비한 내용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에는 이 자료를 취합한 사람이 아직 없다. 그 쪽에서 노동시간단축에 관련한 지역협약을 다룬 문서도 백과사전 분량이다.


문: 노조에서 작업조직변경 지원기구를 왜 만들게 되었는가, 독일의 경우는 기술 도입시 고용문제, 실업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갔는데, 프랑스는 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가?

답: 노동시간단축을 할 때의 국면이란 자본이 무릎을 꿇는 국면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자본의 저항이 굉장히 거셌다. 노동시간단축은 완전히 생산성에 반하는 문제다, 너희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그대로 두면 우리더러 망하라는 얘기다, 세계가 저렇게 흘러가는데 우리더러 죽으라는 얘기다, 자본이 이렇게 저항할 때, 노동진영에서 할 수 있는 얘기가 무엇인가? 프랑스에서는 노동진영이 독자적으로 연구를 해서, 지금 단계에서 노동시간단축하고 노동조직을 이렇게 바꾸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올라간다라는 발표를 했다. (이 연구작업은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 노동시간단축 협약이 타결되기 시작하면서, 대표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이 협약을 맺으려면 누구에겐가 대표권을 위임하게 되는데, 위임했을 때 대표권이 성실히 수행되기 위해서는 대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 대안은 자본진영이 가지고 있는 대안이 아니라 노동진영의 대안이어야 한다. 연구작업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었다.

문: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전을 해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노동시간단축도 그런 이해관계가 맞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인가?

답: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하다. 싸움은 그 상황에서 얼마만큼 자본진영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가 라는 힘 관계의 문제다. 결국 프랑스의 경우 기업가들이 많이 잃기는 잃었다. 왜냐하면 사회보장기금 중 실업분담금을 감면한 혜택이 있지만,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많은 부분을 지출을 해야 한다. 기업가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기업의 경우 편법을 쓰기는 하지만, 법안의 원래 취지는 자본가들이 더 많은 양보를 하는 거다. 그런데, 1997년 말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전세계적으로 유럽에 좌파정권이 들어서지만, 토니 블레어 정권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 자본에게 무릎을 꿇고, 안하면 죽여,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힘겨루기 싸움은 세계적인 규모에서도 그랬고, 프랑스 내부에서도 그랬다. 우파정권인 시락이 대통령이 되던 날 환호하던 사람들이, 조스팽이 집권을 하던 날, 야! 신자유주의의 독재 5년이 끝났다하면서 또 환호를 했다. 그런 5년의 시간 동안 아주 상황이 급격히 변했던 것처럼, 우파진영이 가진 사회적 여론 구성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한 점들이 적당히 타협을 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 협약을 체결할 때 왜 대표권 위임을 받아야 하는가?

답: 대표권을 위임받는 단체는 여러 가지이다. CGT(노동총동맹)나 CFDT(프랑스민주노동동맹)는 민주노총 규모와 버금가는 노조들이다. 이 노조에서 대표권을 위임받는다.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아도 많은 중소기업에서,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간단축 협약을 해야 한다. 아는 지식도 없고, 어떻게 운영을 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단체협약을 존중하는 것이 이 기업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그 단체협약권을 누구에게 위임할 것이냐는 노조가 싸워서 얻어낸 것이다. 노동시간단축 협약을 각 기업별로 적용을 할 때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직의 운영에 대해서도 그렇고, 하나의 규정을 정해서 모든 기업에게 똑 같이 하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대행해 줄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대표권의 위임은 필요한 일이다.

문: 좌파연합내에서 제2법안의 미합의 부분에 대한 쟁점은 무엇인가?

답: 제2법안에 관해서 특별한 이유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오브리가 제2법안에 대해서 거부를 하고 있다. 제2법안을 관철시켰을 경우에 받게 될 저항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노동진영내부 CFDT가 이것을 끝까지 관철할 리가 없고, 또 CGT가 먼저 주도권을 갖고 제안한 것인데 CGT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을 경우에 여러 가지의 문제가 있고, 라띠에르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 법안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2법안을 단행시킨다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5월에 일자리 창출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단한 성공이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은 허점이 굉장히 많은 것이다.

임시직, 불완전 고용의 증가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프랑스의 문제만이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에 정부가 공공부분에서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하였는데 그 일자리가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일자리의 성격이 영국과 다르다. 영국은 임시직이 늘어나는 동시에 빈곤율이 높아진다. 가령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지식경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파트타임을 이야기할 때, 행복한 파트타임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짧게 일하고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파트타임을 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 일을 해서 먹고 살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이런 경우가 영국에는 굉장히 많다. 1985~95년 사이에 영국의 빈곤율 증가율을 보면 유럽에서 최고 1위를 달린다. 그런데 임시직이 비슷한 규모로 늘어나는 프랑스의 경우는 빈곤율이 감소했다. 어떤 의미인가 하면 임시직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은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임시직은 늘어난다. 최근 1999년 9월에도 소폭 증가했다. 임시직의 증가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


문: 프랑스에는 정리해고가 없는가? 또 아니면 대기업들이 자체내에서 합리화되면서 정리해고를 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인가

답: 프랑스에서 정리해고는 아직까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1980~90년대까지 이른바 제조업의 분야의 상당수를 다 해외로 이전시켜 버렸다. 극적인 것은 기업을 폐쇄시켜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 굉장히 큰 철강회사가 있는데, 얼마 전에 문을 닫아버리고 철제 골제 등 모든 시설들을 대형 선박에 실어서 중국에 다 수출해 버렸다. 그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 지역은 완전히 끝장이 나 버렸다. 그것이 민간기업일 경우에 정부는 이를 통제할 수 없다. 정부도 자본진영에서 이런 식으로 저항을 할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정부로서도 기업이 망했다는데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독일도 벤츠사가 문을 닫아 버렸을 때, 그 마을 경제가 쑥밭이 되었다. 유럽에서 1980~90년대 초반까지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고, 서유럽의 산업은 점차 첨단산업으로 재편이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이 제조업 분야를 유지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1980년대 들어 대부분의 공장이 이전을 해 버렸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마을은 대부분이 할렘이 되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제조업이 있었던 곳의 경제는 대부분 회생의 여지가 없다. 영국도 일부분의 지역의 경우에는 실업률이 4,5배나 높다.


문: 프랑스의 노동자 조직률이 낮다. 노총들은 누구를 대상으로 운동을 하는가? 좀 다른 점은 없는가?

답: 여전히 조직노동자들 중심이다. CGT의 경우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경우 조직되는 것은 거의 조합원들이다. 그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노조마다 다들 색깔이 다른 자기 조직의 깃발을 가지고 참여한다. 노조가 대중적인 기반을 가지고 했다는 것은 최근 일이고, 그 기간도 짧다.


문: 프랑스 노총들의 노조들의 경우 20여년씩 장기집권을 하고 있고, 아주 관료적인 것 같다. 어떤가?

답: 1990년도에 지방의 한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을 볼 경우가 있었다. 1990년대 초반은 정말로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생각했다. 왜 그러냐하면 지도부의 파업지시와 지역노조들의 행동이 일치하질 않았었다. 그런 상황이 1992년까지 계속되었다. 노동운동의 위기와 좌파정권의 실권은 관련이 있다. 노동운동진영내에서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세력이 대단히 강했었다. 그 점은 어떤 의미에서는 노동운동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젊은 지도자들이 나옴으로서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중앙조직의 경우, 아주 강력하다, 뭐라고 하냐면 철옹성이라는 말을 쓴다. 중앙의 상근자라기 보다는, 핵심세력의 경우 아주 강력하다. 니콜 노타는 CFDT의 여왕이다. 니콜 노타같은 노조위원장은 철옹성이다. 파리에서 CGT와 CFDT가 같이 노동시간단축 관련 시위를 하는데, 니콜 노타가 참석을 했다가 일반조합원한테 구타를 당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강력하게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월급을 주니까. 각 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도는 다른 것 같다. CGT의 위원장이 매맞는 경우는 없는데, CFDT나 FO는 가끔씩 맞는다. 이는 현실이다. 특히 CFDT는 굉장히 복잡한 조직이다. 비공산계열 좌파가 뭉뚱그려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 안에 트로츠키나 아나키스트가 있어서 선거 때마다 싸움이 일어난다. 그런데 니콜 노타가 식권을, 즉 배급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 쫓겨나고 있다. 현 노동부장관과 니콜 노타가 한 팀이다. 그런 요인들과 함께, CFDT가 사회당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회당의 권한 내부에서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당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FO는 말할 나위가 없는 조직이다. FO는 기업이다. 아주 악독한 기업 중의 하나이다. 노동자의 힘이라고 이름이 과격해서 묻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노동자의 힘이 아니다.


문: 노동법상 연간 노동시간저축제가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단축을 해도 이 제도와 연동되어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답: 노동시간 법위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을 했는데, 기업마다 노동력 이용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가령 노동자들을 임시직 형태로 하루 근무시간을 줄여서 근무시키는 방법이 있고, 반대로 작업의 연속성 때문에 작업에 6개월간 프로젝트에 투입시켰다가, 나머지 6개월간은 놀게 하는 것이다. 이 6개월간 일주일에 40~50시간씩 부쩍 일하고, 1년 총량을 따져 보면 노동시간이 35시간 이하로 떨어지는 거다. 이러한 방식으로 노조가 타협한 것이다.


문: 그렇게 하면 노동시간단축의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고, 노조에서 노동시간단축투쟁을 할 때 이런 문제점을 같이 철폐하도록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답: CGT에서 그걸 주장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시 변형근로제를 허용하고, 사실상 임금은 하향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강력하게 조정되야 한다고 한다. 사회당하고 CFDT는 그렇게 하면 프랑스가 망한다고 주장을 한다. 이러한 논의자체가 싸움이다. 변형근로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고, 현 상태의 법안에 CFDT가 제일 먼저 도장을 찍었다. 공산당은 이거는 아니다고 반대를 했는데 통과되어버렸다. 좌파진영에서 얼마만큼 힘을 모을지 모르겠지만, 프랑스 정치사회의 흐름을 보면 사회당이 좌파연합을 해서 정권을 잡으면 꼭 공산당을 쳐왔다.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


문: 유럽통합과 노동조건의 연동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프랑스 노동시간단축은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하는가.

답: 유럽차원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최근에 유럽 좌파정당내에서 실업정책을 논하면서 유럽연합에서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NAP(Nation Action Play, NAP)라고 각 국가마다 실업정책을 22가지 기준에 맞추어서 이행해라. 이 22가지 조건 중에는 노동시간단축과 비슷한 것도 있다. 왜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냐면, 노동시간단축이란 것이 유럽차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NAP 가이드라인 16번 항목에 각 국가마다 보고서를 유럽연합에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영국하고 프랑스가 제출한 것을 보면 판이하게 다르다. 16번 항목을 프랑스에서는 노동시간단축으로 이해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노동조직의 유연화로 이해하고 있다. 같은 조항을 놓고 서로 상반된 이해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이것이 통과할 수 있게 틀이 만들어져 있다. 아직까지 노조차원에서 유럽연합의 각 국가에게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문: 노동시간단축을 문명사적 대안의 문제라고 했는데, 이는 노동거부권의 문제 등과 만나는 것 같다.

답: 이는 1960년대부터 나온 얘기인데, 노동거부권은 주된 경향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될 것 같다. 노동의 거부권이나 노동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까지는 노동을 하면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본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안 주는데, 차라리 일을 안하고 싶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일을 안하겠다고 하면 생계비를 줘야 하는데 생계비를 안주는게 추세이다. 미국에서 클린턴이 1995년도에 워크 페어(work pare)를 시작하면서 ‘일하는 복지’를 만들었고, 저소득계층의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저임의 노동시장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고, 들어가지 않으면 생계비를 깎아버리는 것이다. 이 경향이 복지예산의 전반적인 하락 경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어느 국가도, 프랑스도 마찬가지인데 복지부문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인정을 한다. 관료조직을 워낙 비효율적으로 거대하게 키워냈기 때문에 복지부분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서비스의 질보다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문: 노동거부와 노동문화가 노동시간하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노동규율 문제, 즉 노동자들 스스로가 철저하게 생산의 주체로 규율화되는 집단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노조가 주도권을 가지면서 노동조직을 개편할 수 있는가, 히피식으로 반노동자적인 것은 다시 자본주의하고 영합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적절하게 노동과정 속에서 노동자들의 영향력을 확대시켜나갈 수 있는가

답: 자주관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정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 몇 년 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자주관리학교가 문을 닫았다. 자주관리기업으로 시계회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망했다. 이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들의 자율권이 보장될 수 있는 영역,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창의성이 스스로 생산조직을 개혁하고 해나가는 힘이 과연 주위의 환경에 따라서 어떻게 위태롭게 되는가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문: 프랑스 CFDT나 사회당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강력한 프랑스라는 맥락이 있는데, 이는 제국주의적으로 활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지 않은가.

답: 프랑스 사회당은 프랑스의 사회 개혁을 많이 했다. 파리 꼬뮨이 일어난 다음에 급진파와 사회당이 지금 사회당의 성격과 유사하다. 당시 교육개혁으로 의무교육을 최초로 실시했고, 또 여러가지 개혁을 취했고, 1936년에는 최초로 노동자들의 유급휴가를 실시했다.

그런데 동시에 사회당은 제국주의적 정책을 지지했다. 프랑스 사회당의 이러한 한계를 잊을 수 없는 것이, 프랑스의 군수산업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는 가이다. 최근 프랑스의 비판적 단체에서 조스팽 정권 내각의 프로필을 설명했는데, 그것을 받아 보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가 나타난다. 이걸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동시간단축이 많은 장점을 보여줬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의 방식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다. 이는 내부에서 많이 나오는 지적이다. 이를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가 남은 문제이다.

노동시간단축에 지나친 환상을 갖기보다는 노동시간단축이 관철되는 조건을 이해하고,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속에서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힘을 모아야 하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의 경로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운동사적이라고 보는데, 왜 현실적으로 안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가급적 여러 계통의 경제학적, 사회학적 면에서 노동시간단축은 사회성격을 바꾸는 것과 관련된 큰 프로젝트이므로 단체들이 의지를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한/노/정/연

                                                                      정리: 교육기획실


1) 노동시간단축은 단순히 프랑스의 좌파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실업대책이 아니다. 그것은 서구 근・현대사의 도도한 흐름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21세기 인류문명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근거한 새로운 대안이다. 19세기동안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이상을 일 해 왔고, 작업도중의 휴식도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 1919년에 이르러서야 주당노동시간을 최고 48시간으로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1936년에 40시간으로, 1982년에 39시간으로 지속적으로 단축하여 왔다. 이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1936년 사상 최초로 노동자들에게 2주간의 유급휴가가 주어진 이후, 1956년에는 3주로, 1969년에는 4주로, 1982년에는 다시 5주로 계속 길어져 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시간은 20세기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여 왔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99-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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