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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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가는길: 연맹의 미래에 관한 논쟁, 열기만 높고 성과는 빈약하다
 기획/ 실리주의의 원조: 미국 노조운동 위기논쟁 3

현장에서 미래를  제111호
빌플레처주니어/박용준역

기 획
실리주의의 원조: 미국 노조운동 위기논쟁 3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도 노조운동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에서 실리주의의 원조격인 미국 노조운동은 새로운 전망과 침로를 찾아낼 것인가? 이들의 논쟁과 새로운 모색들 속에서 오늘날 한국노동조합운동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은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동자계급운동의 고단한 노력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호에 두 편의 글을 실은 이후 이번이 세 번째 글이다. 이번 글은 ‘논쟁’의 구도가 완전히 잘못 잡힌 채 논쟁 아닌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두 번째 글을 썼던 빌 플레쳐 주이어 이다. 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진전을 고민하는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 주


파국으로 가는 길*
- 연맹의 미래에 관한 논쟁, 열기만 높고 성과는 빈약하다.

빌 플레처 주니어*(Bill Fletcher, Jr)/ 번역 박용준 연구원


지난 몇 개월 동안, 나에게는 평생의 화두인 미국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미래에 대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논쟁이 격렬해질수록 정작 중요한 쟁점은 흐려지는 듯하다. 우리는 파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논쟁은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에서 '승리를 위한 단결(Unite to Win)'이라는 미국 노동운동 부흥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계획안의 주요 제안 내용은 (1) 노조 상호 간의 경쟁을 줄이고 노조 전체의 자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국제 노조를 통합하고, (2) 다양한 영역에 분산된 산만한 조직화 방식보다는 핵심 영역 노동자, 즉 전통적 조직화 대상이었던 노동자의 조직화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정작 중요한 과제는 무시되다.

SEIU의 제안은 중요한 것이었으나 노동자가 직면하고 있는 더욱 중요한 과제에 비해서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SEIU의 분석에는 (그리고 뒤이어 SEIU 또는 그 제휴 세력이나 반대 세력에서 제기한 다른 모든 분석과 주장에는)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었으며 중요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도 없었다. 논쟁 과정에서 실종된 중요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물론, 이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화, 미국 정부의 우경화 경향 강화와 노동자 및 노조에 대한 적대감 강화, 미국 남부 및 서남부 등과 같은 중요 지역의 조직화를 위한 전략 특히 이 지역 아프리카계 및 라틴계 주민들과의 연대방안, 노동자들이 의제를 제시하고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후보자를 낼 수 있게 하는 정치적 실천 전략,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억압과 불관용에 대한 투쟁이 노동자들의 진정한 단결을 위해 여전히 지니고 있는 유의미성,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의 협력 및 상호 지원 방안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다른 세력과의 협력이 갖는 결정적 중요성.

논쟁은 이러한 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조직화를 수행한다고 주장하는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AFL-CIO가 지급해야 하는 환급금 액수를 늘려야하는가 줄여야하는가, AFL-CIO 집행위원회(Executive Council)의 규모를 늘려야하는가 줄여야하는가 등과 같은, 실로 해결 곤란한 문제에 집중되었다.

구조 대 전략

이러한 분분한 논쟁의 이면에는 노조운동의 쇠락이 대체로 AFL-CIO의 잘못된 구조 내지는 운영 방식 탓이라는 위험한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러한 생각은 대부분의 노조 지도자들이 부인하고 있는 현실. 즉, 노조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노조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는 점, 사명과 전략의 부재,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야만적 사회의 진면목에 대한 무지 등을 무시하고 있다.

전망과 전략에 관한 논의가 사라지고 개인적 공격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놀랍게도 우리는, 노조 지도자들이 서로 인품을 헐뜯고 그 와중에 일부는 부시 대통령과 유사한 인물들, 결코 친노동자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인물들과 짝짜꿍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그 미래에 관한 토론을 절실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미국노조의 문화는 진솔한 토론을 가로막고 있다. 건설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나쁜 소식' 내지는 도발적인 제안을 차단하는 보호막으로 스스로를 감싸고 있다. 이견을 제기한 사람들은 고립되거나 암암리에 공격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인 물이 썩듯 노동운동이 시간이 갈수록 자기만족에 빠져 정체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무실에서 결코 나오는 법이 없는 노조 지도자와 이견을 억제하는 풍토 덕분에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축출되거나, 내 친구 중 하나의 표현대로, '밀려났다.'

따라서 이처럼 별로 논의된 것도 없는 빈약한 토론을 벌여놓고, 어떤 노조는 AFL-CIO에서 나가겠다고 협박하고 다른 노조는 상대방을 내쫓겠다고 협박하는 광경은 정말 볼 만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는 한편으로, 일반 노조 활동가들은 논쟁으로부터 점점 더 소외되고 있거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논쟁 과정을 조합원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은 양측 모두 별로 수행하지 않았다.

아무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으며, 원칙에 따라 건설적으로 논쟁을 이끌려는 노력도 별로 없었다. 다만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올림푸스 산기슭에 있는데 신들은 머리 위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최후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만 받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논쟁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지만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논쟁의 틀이 완전히 새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은 아마도 일반 조합원보다는 지도자들이 훨씬 더 두려워할 것이다. 논쟁은 (전 세계 다른 지역 노동자와) 미국 노동자의 미래 전망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노동의 수행 방식을 포함한 경제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경제의 공식적 영역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어떤 전략이 유효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어야 한다.

새로운 논쟁은 노동자들이 부당한 전쟁의 총알받이로 이용당하는 것을 저지할 방법을 묻는 논쟁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재정적 부담을 경제 피라미드의 최하층이 지고 있는가 아니면 부와 특권을 소유한 자들이 지고 있는가에 관한 논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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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원래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2005년 6월호에 실린 글이다. 더 확인할 사항이 있으면 www.monthlyreview.org를 참고하기 바란다.

* 빌 플레처 주니어는 오랜 기간 노동운동가로서, 그리고 국제 활동가로서 일해 왔다. 현재 워싱턴 시의 TransAfrica Forum 의장을 맡고 있으며 과거 AFL-CIO 의장의 보좌진이었다. 이 컬럼이 반드시 TransAfrica Forum 또는 플레처가 속한 다른 그룹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2005-08-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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