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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침로에 대한 아쉬움

현장에서 미래를  제52호
김태정


김 태 정
연구원

전략적 침로에 대한 아쉬움
-민중대토론회-

참관기


1월 26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는 ‘99민중대회위원회가 주최하는 민중대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큰 주제는 ‘21세기 민중운동의 방향과 과제’로 설정되었으며, 참여단체인 민주노총, 전빈련, 전농, 전국연합, 노동자의 힘(준), 민주노동당 등이 각각의 발제를 하였으며, 이후 질의 및 토론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날의 토론회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첫째, 99민중대회위원회가 민중대회라는 일회성 행사에만 그치지 않고 민중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적인 공세에 대한 민중진영의 단결과 연대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각 민중운동주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제출하고, 상호간의 인식차이는 물론 공통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를 토대로 각 운동주체들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 긴박되어 각각의 투쟁과제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민중운동의 중심적인 투쟁과제를 도출하고, 각 운동의 합력에 근간하여 정세를 돌파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첫 출발지점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각 발제의 주요내용과 토론에서의 주요쟁점을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각 발제의 주요 내용

민주노총의 발제문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반제․반독점 민주변혁전선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세분석에서 투쟁과제 설정, 그리고 정치세력화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주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한예로 ‘민족문제와 계급문제가 모아지고 있으며 노선상의 분열을 극복하고 대중운동의 통일단결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민족민주전선을 강화․확대하는 문제와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 과제는 전체변혁운동 도상에서 같은 차원의 문제라고 설정하는데 이는 반제=민족문제, 민족민주전선으로 반독점= 계급문제, 진보적인 민주정당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은 노동자 민중이 중심이 된 진보적인 민주정당을 강화함으로써 의회공간에서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할뿐 아니라 전선운동의 확대강화를 통한 대중적 정치투쟁을 강화함으로써 강력한 반제․반독점 민족민주전선을 구축해 들어갈 것’으로 아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민주진보진영의 통일전선적인 계급연합정당으로 전선운동에 적극결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구체적으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연대회의, 교육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 통일운동체인 자통협, WTO반대 국민행동 등의 성과를 상설적인 민중운동 공동투쟁체로 만들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또 간과될 수 없는 것으로 통일축구와 같은 민간교류확대사업과 평화군축운동 등 통일운동에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전국연합은 발제문에서 자신의 책무를 자주민주통일을 강령으로 하는 제대로된 남한 민족민주전선을 만드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정세분석에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 군사적인 태도, IMF 이후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김정권의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라는 것 등을 전제로 한 결론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동안 줄곧 주장했던 전민항쟁노선의 연장선 속에서 이해될 수 있겠다. 전국연합은 민족민주전선의 형성․강화를 위해 현장간부를 민족간부로 양성, 노농대중에 의한 지역전선 강화(시군구 단위조직화), 민중연대 투쟁전선강화를 조직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투쟁과제로 주한미군철수, 민중생존권 지지 엄호 등과 무엇보다 통일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사업은 범민련을 민족대단결의 구심으로 세워 8월에 남북간 민족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자주’의 원칙아래 민족대단결을 실현하자고 결의하는 한편, 분단을 고착화하는 국가보안법을 철폐, 미국과 북한간의 평화조약 체결, 남북간 상호 체제일 인정하는 1민족 1국가가 2정부 2체제의 연방제를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은 중장기 정세전망이라는 제목하에 2000년 초반까지의 국제,국내정세를 전망하였다. 그 핵심내용은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이에 맞서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치열한 대결이라는 구도하에 남북한 정세 또한 규정되며, 통일 그 자체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운동의 계급적․정치적 강화가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정세에서 한국경제가 위기의 상태를 벗어났으나,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위기극복의 방식이 노동배제적인 구조조정에 있기에 결국 경제적 불안정성의 재생산과 새로운 위기의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투쟁과제와 관련하여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자본주의 극복의 전망과 결합해야 한다는 것, 전선운동의 중심을 잡아나가고 전체투쟁의 동력을 모아나가는 정치적 지도력 구출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질서의 재편, 공장점거투쟁과 가두투쟁을 결합한 위력적인 전국총파업 등을 주장한 점이다.

전빈련의 발제문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정세전망을 하면서 자본과 정권의 분리통치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통한 대규모 실업, 비정규직의 폭발적인 증가는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조합조직과 비정규직, 빈민을 분리시키려는 정권과 자본의 지배전술이라는 것이다. 다음 이를 위해 민주노총을 제도화시켜서 한국노총과 통일시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즉 민주노총 합법화는 투쟁의 성과인 동시에 두 개의 노총을 하나의 보수노총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마지막으로 정권은 개량주의정당을 정식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투쟁은 노조가, 정치투쟁은 정당이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거세하고 완충해주는 장치를 필요로 하며, 때문에 현재의 진보정당창당에 다소 방관자적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전망에 근거하여 각 운동주체의 분산된 투쟁이 아닌 단일한 계급연대전선의 구축과 이 중심에 민주노총이 서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동시에 건설되는 진보정당이 선거판에만 집중되어서는 안됨을 지적하고 있다.


상이한 몇가지 견해

민주노동당과 전농의 발제내용은 토론쟁점을 정리면서 포함하고자 한다. 토론과정에서는 몇가지 쟁점들이 형성되었는데 이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범민련 운동’에 대해 견해차이가 있었다.
민주노총의 단병호위원장은 범민련운동이 대중적으로 전개해 오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민주노총은 자통협을 중심으로 통일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전국연합의 오종렬의장은 범민련에 대한 평가는 예민한 부분이라고 하면서도, 범민련은 분단된 조국이 자주적으로 통일하기 위해 남, 북, 해외가 연합체를 결성한 것이며, 비록 탄압 때문에 노동자와 민중이 결합하고 있지 못하지만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연합 조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 민중운동의 전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와 관련한 쟁점이다.
민주노총의 단병호위원장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총체적 대응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대중조직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것은 하나는 정당의 건설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조직이 상설공투체를 건설하는 것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의 힘(준) 오세철공동대표는 민중전선 강화가 안된 이유로 대중조직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오히려 적의 개념에 대해 분명하지 못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노동자 계급과 민중의 적이 누구인가에 대해 분명한 규정을 하는 것에서부터 이념적인 혼란이 발생하였고- 최근 몇 년간 시민운동과의 연대와 제휴 등을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노동자중심성이 상당히 흐려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중연대 전선을 교란시켰다고 평가하였다. 다음 더 중요한 것은 실제적으로 투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됐다는 것, 진정한 민중연대투쟁이 제대로 됐는가를 문제제기하며 구체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국내에서의 민중연대와 국제적인 민중연대를 동시에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국내, 국제, 남북간 노동자 민중연대를 주장하였다.

세 번째로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것이다.
노동자의 힘(준) 오세철공동대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잘못된 결정을 번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선거 중심의 합법 정치전술인 합법정당에 대해 비판하였다. 또한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대응이 합법 정당을 통해 가능하지 않으며, 가능한 투쟁을 통해 총선을 돌파해 나가길 기대하지만, 또 하나의 오류로 끝날 가능성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동시에 상반기 투쟁을 통해 총선을 돌파하고 그 다음에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자고 제안하면서 합법, 비합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세력화가 무엇이냐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최규엽정책위원장은 합법정당의 구조적 한계는 있지만, 남한 사회에서 조직은 두 가지뿐이며. 합법정당과 전선체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투쟁하는 정당이 될 것이며, 창당 건설투쟁기를 5년으로 잡고 있다고 하였다.

넷째, 4월 총선과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쟁점이다.
노동자의 힘(준) 오세철공동대표는 5․6월 총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며, 만일 준비를 잘하면 총선 전에도 할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하였다. 또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기해 온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지금부터 밑으로부터 준비해야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단병호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치적 견해가 지나치게 부딪히면서 민중연대사업이 안됐다고 하면서, 민중들의 요구를 폭넓게 받아안아서 투쟁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하였다. 또한 민주노동당, 당비 내는 당원 6000명은 1987년 이후 13년 투쟁의 성과라는 이점이 중요하며 민주노동당 당원이 적은 것이 아니다고 하였다. 5월 총파업 문제와 관련, 총선 전 총파업 배치하는 것은 실제 조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며, 총선 전 총파업은 현 조직의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보충설명에 나온 최진국 전농정책위원장은 작년 10월 중앙위원회에서의 정치방침을 소개하였다 ①전농의 간부들은 제도권정당의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다. ②후보로 출마할 시에는 무소속 농민후보로 출마한다. ③노동자․민중후보가 나온 지역에서는 지원․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과저 민중당의 경험을 통해서 핵심적인 20여개의 농민회가 진보정당과 선거 등의 문제와 결합하면서 조직력의 심각한 훼손을 겪었던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음을 부연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제연대 문제,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모두 그 필요성을 동의함에도 그 내용에서 실천의 방점을 약간씩 달리하는 차별점이 존재하였다.
전농의 정광훈의장은 WTO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만이 아니라 노동자도 마찬가지이라면서 농민만이 아니라 함께 투쟁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민주노총의 단병호위원장은 노동자 국제연대는 브라질, 남아공과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공동대응, WTO에 대한 공동대응 논의할 것, 3자간에 공동입장 채택, 기자회견할 것 등을 언급하면서 진보적인 노동단체와 결합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계급모순과 분단 민족모순이 중첩된 상황이라며 노동자들도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하였다.
전빈련의 양연수의장은 신자유주의로 노동자, 농민, 빈민 고통을 받고 있으며 저항은 불가피하고 하였다. 그런데 저항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가 중요하며, 민주노동당도 주적을 분명히 잡고 있고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또 경제투쟁은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것이지만, 정치세력화는 위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하였다. 실제로 운동주체들간 이념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며 무엇보다 노동자 중심성이라고 한다면 노동자들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하였다. 또, 노동자 민중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 되어야 하며, 군비축소, 남북교류 등을 과감하게 진행하려면 정치세력화를 통해 해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노동자의 힘(준)의 오세철 공동대표는 북한 자본주의 흡수통일 시도가 국내 독점자본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데, 이에 맞서서 남북노동자간 연대를 해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현재 국제적 연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현실화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하였다.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정책위원장은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서, 민중연대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으며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중주체 반제국주의 민족민주전선이어야 하며 이를 통한 반자본주의전선을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동북아 평화운동체를 만들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제3세계 민중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략적 침로 제시의 아쉬움을 남기며

이상 간략히 민중대토론회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그런데 위 내용에서 보듯이 토론회가 애초의 취지와 의미에 맞도록 충분한 쟁점을 형성하고 구체적인 투쟁결의로까지 상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점은 이후 투쟁과정에서 상호간에 보완하면서 신자유주의공세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의 총반격을 시급히 조직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중연대투쟁, 민중연대투쟁을 담보해 나가기 위한 조직의 건설,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면적 대응의 조직화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계급투쟁의 현실 그 자체의 반영일 뿐 그 이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인 전망과 이에 입각한 전략적 발상이 - 비록 그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 제출되면서 우리 운동의 전망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의 자리가 되지 못했던 것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 한 권
교육총서1
경제위기와 노동운동
1주제: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올바른 이해
2주제: 한국 자본주의와 공항
3주제: 국제통화․금융체제의 성격과 역할
-IMF를 중심으로
4주제: 경제위기와 노동자계급의 투쟁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 6.000원/ 163면
그러나 이날 쟁점화되었던 정치세력화에 대한 인식과 그 경로, 민중연대의 동력과 경로, 총선에 대한 태도 등은 상반기 정세를 경과하면서 이어질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을 이후의 전망과 연결시키면서- 어느 입장에서 입론을 하든- 현실성 있고 대중적 설득력을 갖춘 우리 운동의 전략적 계획이 정비되어질 때 우리운동은 새로운 발전 동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한/노/정/연

2000-0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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