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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악기 노동조합 정치활동 규정 안 총회 부결의 의미

현장에서 미래를  제53호
전병렬



이 자료는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에서 발행하는『현장의 힘』제8호에 실린 글이다. 노동조합 정치활동의 문제를 둘러싼 영창악기 노동조합에서의 논의의 흐름을 파악하고 노동자 정치활동에 관한 쟁점을 던져주는 글이라 판단하여 이번호 자료란에 싣는다.


쟁점과 논쟁
영창악기 노동조합 정치활동 규정 안 총회 부결의 의미

영창악기 현장조직 민주노동자회 사무장 전병렬





1월 18일 노조속보를 통해 공개된 ‘노조 정치활동 규정 안'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가로막는 독소조항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민주노동자회는 19일 즉시 운영위원회를 열었고 대응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그러나 “상급단체의 방침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라며 밀어 부치는 노조의 정치활동 규정안에 대한 평가를 명쾌하게 정리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글 또한 본 사안에 대한 현장의 입장을 정리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영창악기 현장조직과 조합원들이 이번 계기를 통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현장의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실천 과제와 내용을 고민하는 성과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국 현장조직 대표자회의 동지들과 현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세력화의 주소를 진단하고 이후 올바른 방향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라 믿는다.

1. 정치활동 규정안 내용과 총회 부결까지 진행 경과

정치규정안은 발표되자마자 미리 잡혀있던 1/4분기 노사협의안 확정을 위한 대의원대회(19일)에 급작스레 심의안건으로 올려졌다. 대의원대회에서 민노회 소속 대의원들의 문제제기와 격렬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안건은 표결의 과정도 없이 총회로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총회결과는 45%의 반대로 부결되었다.(규약개정이므로 과반수가 넘어야 했음) 27일 총회에 부쳐진 정치 활동 규정안은 조합원의 월급에서 800원씩 일괄공제한 정치기금에 비례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체계에 따른 순서대로 당연직으로 당원을 배정하는 강제조항 뿐 만아니라 모든 활동의 내용을 민주노동당으로 귀결하여 마치 있지도 않은 민주노동당의 노동조합 강령을 보는 듯 하였다. 민노회는 민주노동당의 내용과 과정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 등을 제출해야 했으나 앞서 말했듯 현 수준에서 상급단체의 정치활동 결정 자체를 평가해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9일 운영회의에 이어 21일 분회장을 중심으로 전체회의를 앞당겨 급히 소집하였고 총회에 대한 대응 기조를 수립하였다.
우선 가장 주요 쟁점이 되는 당원 배정에 대한 강제성, 정치사상의 자유, 상급단체의 결정이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정치규정안의 수정할 것과 총회 연기를 제안하였다.

1. (노동조합 안) 특별기금은 매월 급여에서 조합원 1인당 800원을 일괄공제하여 조성한다.
(민노회 수정요구 안) 특별기금은 조합원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조성한다. 노동조합은 선거자금, 당후원금 등 주요 정치활동을 위한 특별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2. (노동조합안) 당원은 특별기금 중 당비 납부에 따른 규모에 비례하여 배정 받는다. 당원은 당연직으로 임원, 대의원, 운영위원, 상집간부, 조합원순서로 기금의 규모에 따라 배정한다. 단 조합원은 대의원 대회의 추천을 통해 선출한다. 본인 사정으로 당원을 사임할 때 차순으로 당원자격을 부여한다. (민노회의 수정요구안) 당원 관련 조항 전부 삭제
민노회는 26일 홍보물을 통해 노동조합의 정치규정안 중 위 조항에 대해 수정할 것을 명시하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활동 내용을 게재하였다.
노조집행부는 홍보물을 통해 단병호 위원장의 “노조 정치활동 규정을 만드는 영창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지지 글을 배포했고, 한편으로는 배포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동당 인천지부의 지지성명서도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판단은 45%의 반대였고 노동조합 정치활동 규정안은 부결되었다.


2. 단위원장의지지 글과 인천 민주노동당의 입장

직접 단병호 위원장과 전화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본인은 ‘집단가입을 위한 정치규정안을 만든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홍보물 배포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영창노조 이상우 위원장은 민노회의 홍보물이 배포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 인천지부 총회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반대와 분열을 책동한다’며 민노회에 대한 대응을 공식 안건으로 제의했다. 물론 정식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지만 이후 민노당 인천지부에서는 총회 전에 배포될 수 있도록 지지 성명서를 노동조합에 써주었다고 한다. 노조 집행부에서 요구한 성명서인데 민노회에 대한 비난성이 부족하여 배포되지 못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민노회에서 만나 본 민주노동당 인천지부의 입장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집단 가입, 당원확보 방안에 대해 반대하리라 믿었던 민주노동당에서는 “내용상 무리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 영창악기에서 이런 집단가입이 성사되면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만들어 붐을 일으킬 수 있다”며 오히려 우리를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민노회에서는 단위원장에게 총연맹위원장의 명의가 도용된 경위와 영창 정치규정안에 대한 공식 입장에 대하여 질의서를 보냈으며 민노당인천지부에도 총회 전에 지지성명서를 써준 경위와 본 정치규정안 입장에 대한 공식적인 질의서를 보낼 예정에 있다.
3. 800원의 정치세력화­70명의 당원확보가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일 수 없다

총회 부결 이후 영창악기 노조 집행부에서는 “55%의 승리”라는 글을 통신공간에 올렸다. 현장조직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나 노조운영의 비민주성을 스스로 당당하게 밝히는 용기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으나 그래도 공개적인 공간이어서 인지 표현은 지금까지보다 무척 점잖은 편이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심각했던 것은 영창 노동자의 정치의식을 추락시키면서까지 800원의 일괄공제로 정치기금을 모아 당원의 당비를 지출하는 것이 정치세력화의 시작이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아래는 노동조합의 글 일부이다. (진보넷 속보방에 올라있음)
“셋째, 구체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합원 자신이 ‘정치운동’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동기로 ‘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훨씬 많은 효과와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 ~조합원들이 800원을 아까워하는 마음에 영합하여 결국은 규약안 제정을 무산시키는 것이 과연 노동운동의 대의에 걸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영창악기 노조집행부의 글이다. … 부끄러울 따름이다.

영창악기 조합원들은 96, 97 노개투 총파업부터 지난 9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어느 사업장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그 당시 8대 집행부의 위원장도 지금(9대)과 같은 이상우위원장이었다.) 또한 99년 영창악기 워크아웃 구조조정에 맞서 20여일의 직장폐쇄를 전체조합원의 90%이상이 매일 출근하는 공장점거 투쟁으로 지역의 연대투쟁을 벌여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영창민노회는 단지 3개 조항에 한해서만 수정을 요구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오히려 부족하기만 한 그런 내용으로 영창악기 노동자 45%가 매월 800원이 아까워 노조정치규정안을 반대했다고 생각하는 노조집행부의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또한 노조집행부는 현장조직을 “집행부 장악을 위한 특정배신자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00진보당, 00노동자의 힘 등 외부 정치 단체가 있다” - 영창노조 홍보물 (진보넷 속보방 영창자료 1.) “정치규정안에 찬성을 많이 해줄수록 생산장려금을 많이 받아주겠다” -1월 27일 노조홍보물(진보넷 속보방)는 말로 노동조합의 수준을 스스로 비하시키는 반노동자적 표현 또한 서슴치 않는다.
더욱이 영창노동자의 정치의식이 낮아 800원의 일괄공제로 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을 집중 시키려했다는 발상은 노조의 권위적이고 반노동자적인 태도가 그대로 녹아나는 부분이다.


4. 생산 장려금 포기! 중국 피아노 무단 반입! 조합원 인원조정은 포기하고 정치세력화?

2월 1일 노조 집행부는 “1월 31일 중국피아노 반입을 막기 위해 1/4분기 노사합의를 파기했다”는 홍보물을 낸다. 영창악기 노동자들은 근속연수 10년에도 기본급은 70만원이 안되는 임금수준이며 지난 워크아웃 구조조정으로 년 250만원 임금삭감과 600명이 희망퇴직으로 현장을 떠났다. 600명이 줄었지만 현장의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영창악기 자본은 중국공장으로 기계와 주요 부서를 이전시켜 2003년 국내공장 축소의 계획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1/4분기에 걸려있던 사안은 하나 같이 모두 경중을 나눌 수 없는 핵심사안들이다.
1. 생산 장려금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현재 라인에서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야근 특근에 주말을 몽땅 반납해도 없어서 못 파는 매출 실적에 대한 당연한 권리였다.
2. 중국피아노 반입은 부품 외주와 함께 중국피아노 반입은 고용불안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3. 지원부서의 부서이동 건은 기능직 조합원들에 대한 생산현장 부서로의 전환배치는 지원부서에 대한 외주추진을 끊임없이 해왔던 회사의 의도는 현장의 조건과 무관하게 정리해고의 수준 밟기였다.
이미 99년 4/4분기에서 받았어야 할 생산장려금을 중국 피아노 반입 논리에 휘말려 포기하고도 노조집행부는 “임투로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월 3일 조합원들은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노조에서 나온 홍보물에 이번에는 “충격 합의서 어긴 중국 피아노 164대 반입 확인!!”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리고 2월 14일 회사는 지원부서 조합원들에게 부서이동에 대한 개별 통보를 내렸다.


5.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현장투쟁을 강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천재에겐 악처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영창악기 현장조직 투쟁으로 희망을 여는 민주노동자회는 99년 6월 발족이후 쉼 없이 쟁점을 만들고 회의를 하고 있다. 워크아웃 사업장으로 국내공장 축소라는 자본의 의도가 이미 명확해져있는 엄중한 정세가 있기도 하지만 정말 쉼 없이 쟁점을 만들고 역량강화의 계기를 던져주고 있는 9대집행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사를 뛰어넘는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산별건설 등의 과제인식에 대한 조직적 경험과 고민은 일천했었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으로 인해 영창악기 노동자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시작이 “800원의 관심과 70명의 민노당 당원 확보”라고 한다면 그것이 1/4분기 노사협의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 할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왜하는지 다시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현장조직 민노회는 노사협의던, 임단투던, 현장투쟁을 강화하고 이것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장으로 만드는 고민을 할 것이다.
노동자가 정치를 해야한다고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자본과 가장 극렬하게 맞닥치는 투쟁전선이다. 노동자의 투쟁시기는 크거나 작거나 노동자의 정치학교다.

2000-03-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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