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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어용 한국노총과의 대통합 환영성명을 강력 비판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54호
정민영

민주노총의 어용 한국노총과의 대통합 환영성명을 강력 비판한다!
정 민 영
전국노동단체연합 사무국장



2월 26일, 각 언론사와 노동단체에는 민주노총 명의의 성명서 하나가 날아들었다. 제목을 보니, ‘한국노총의 두 노총 통합 제안을 환영하며’이다. 순간 놀라움과 당혹감이 들었다. 갑작스런 한국노총의 통합 제안과 민주노총의 화답은 어떤 내용일까?


양대 노총의 통합은 전체 노동자의 단결과 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된다?

지난 2월 24일, 한국노총 이광남 위원장 직무대행이 한국노총 경남본부 대의원대회에서 “이제 노동계가 그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힘있게 뭉치기 위해, 민주노총과의 대통합을 제의”하며, “조만간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방문해 통합을 제안할 것”임을 밝혔다. 더군다나 관광노련 대의원대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갈라져 있어 광범위한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두 노총의 통합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두 노총은 역사가 다르고 조직풍토나 정책에도 차이는 있지만, 통합으로 전체 노동자가 얻는 효과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며, 또한 두 노총의 통합이 4․13총선에서 노동계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통합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환영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노총이 조직 대통합을 공식적으로 제안해 오면 내부 논의에 들어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적극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어용 한국노총의 본질

전체 노동자의 단결에 도움이 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 아래, 한국노총의 통합 제안에 민주노총이 즉각 환영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한국노총이 역사적 태생에서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에서 보이고 있는 ‘반노동자’적인 본질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그 출발에서부터 반노동자적이었다.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은 기층 노동자들의 민주적 의사에 의해 건설된 노동조합의 전국적 결집체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8․15 해방 후 전국 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집체이자 취업노동자 뿐 아니라 실업노동자까지 광범위하게 포괄한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군정과 우익반동세력의 합작에 의해 위로부터 급조된 반노동자적 조직이었다.
태생적 본질은 이후 활동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노동운동의 암흑기였던 70년대와 87년 이전에 한국노총이 한 일이란 노동자들의 투쟁과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을 폭력 수단까지 동원해 철저히 짓밟는 것으로,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통제기구로 철저히 기능해 왔다.
더욱이 지금도 한국노총의 어용성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대법원의 삼중간선제 위헌판결 이후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을 ‘어용’답게 철저히 탄압하고 있다. 한국노총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 큰 노조인 어용 철도노조는 지난 2월 22일,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점거농성 중인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아래 공투본)’ 소속 동지들을 50여 명의 ‘철도청년단’을 동원해 감금, 폭행하였다. 또한 한국노총은 공투본의 전면적 직선제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2월 23일 ‘철도노조 지원 인원동원’ 공문을 만들고 ‘철도노조 사수를 위한 지원’을 하기로 결의하면서 산하 연맹별로 인원을 할당해 총 530명의 농성장 침탈조를 조직하려고까지 하였다.
3월 6일 또다시 폭력적 탄압이 뒤따랐다. 불법․부정선거를 통해 뽑은 철도노조 대의원대회(3. 7) 하루 전인 3월 6일부터 7일 새벽까지, 공투본 소속 노동자들이 대의원대회에 참관하려 하자, 70여 명의 폭력배들을 동원해 공투본 소속 동지들을 폭력으로 짓밟았다. 그 과정에서 한국노총 조직국장과 조직부장이 폭력깡패들을 진두지휘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병, 식판, 쓰레기통은 예사였고 소화기까지 동원하여 소화기 분말가루를 뿌려대서 부산 정비창에서 근무하는 동지가 실신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더군다나 철도노조는 조합원들의 대의원대회 참가를 봉쇄하기 위해 장소를 경북 울진으로, 시간은 근무 교대시간인 오전 9시로 잡기까지 하였다.
전국운송하역노조 소속 신선대․우암지부의 ‘노조활동 보장․단체교섭’ 요구 역시 한국노총의 조직적인 방해와 폭력으로 위협받았다. 2월 26일 한국노총 소속 항운노조원들은 술에 취한 채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태업 중이던 신선대․우암지부 노조원들을 쇠파이프로 구타․감금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당일 폭력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한 경찰, 부산지법의 신선대․우암지부 설립의 합법성 판결(2.11)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는 노동부와 함께 어용 항운노조는 철저하게 자본가(사용주)의 편을 들고 있다.
더군다나 항운노조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는 3월 4일 의장단 및 산별대표자회의를 갖고 “운송하역노조의 파업은 상대 조직을 분열시키는 비신사적 행위”라며 특별대책위를 구성해 전국 산별 지역본부, 370개 단위노조, 15만여 명의 조직력을 동원해 강력 대응키로 했다. 신선대․우암지부 투쟁에 대한 왜곡과 탄압은 단순히 항운노조라는 단위노조 차원의 탄압이 아니라, 한국노총 차원의 개입임이 다시 한번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한국노총과의 통합 환영 의사, 무엇이 문제인가

이와 같이, 한국노총이 뭔가 변했다거나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노총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이다. 한국노총의 통합 제안에 대한 민주노총의 ‘환영 의사’ 표현은 민주노총의 정체성과 이후 발전 방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물론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폭넓은 참여와 동의, 공동투쟁 바탕, 자주성․민주성․투쟁성 등 노동운동의 원칙과 방향 강화, 비정규직 조직화 등 조직확대 병행”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함을 일정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분명한 전제로 내걸지 않은 채로 통합 환영 의사를 밝힘으로써 전체 내용상 통합 환영 내용이 전체 내용을 규정․압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87년 이후 성장한 민주노조운동이 어용노조(그리고 그 전국적 결집체로서 한국노총)와 정권․자본의 한 몸이 된 탄압에 맞서,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사수해 온 투쟁의 역사적 산물이다. 또 노동조합이 한국노총(및 그 산하노조)과 같이 자본과 정권의 통제기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이해를 보장하는 자주적․민주적 운동체가 되어야 함을 확인해 온 운동의 조직적 산물이다.
이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성’은 민주노총의 ‘정체성’으로 바로 연결된다. 민주성과 자주성, 계급성과 투쟁성은 민주노총의 역사성이자 정체성 그 자체이다. 그리고 이는 이후 민주노총(민주노조운동)의 발전전략에서도 계속 견지되어야 할 기본 원칙이며 민주노총의 조직발전 전략과 계획에도 고스란히 관철되어야 한다. 이에, 민주성, 자주성, 계급성, 투쟁성 등의 모든 면에서 불철저할 뿐만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노동통제기구에 불과한 한국노총에 대해 그것이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것이다.


규모의 논리에 입각한 노동운동 발전전략을 경계한다.

한국노총의 통합 제안에 대한 민주노총의 환영 의사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최근의 여러 흐름을 볼 때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몇몇 진보적 학자와 연구단체에서는 조심스럽게 또는 공공연하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의 통합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차이는 정치세력화에 대한 부분 외에는 없다’, ‘복수노조 합법화 시대가 되면 이는 한국노총 뿐 아니라 민주노총에게도 위협이 된다’, ‘노동자의 단결과 조직력 확대를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등의 논리가 그것이다. 민주노총의 주요 경향은 아니지만 일부 단위노조 위원장은 한국노총 소속 일부 단위노조 위원장과 함께 제3노총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인 계급성, 투쟁성 등을 전투적 조합주의로 싸잡아 비판하면서 과거의 유물로 만들려 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합법정당의 다수 당원 확보로 왜곡시키는 정치세력화 관점도 팽배하다. 더욱이 민주노총 합법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보조금을 별 고민 없이 수용하는 태도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과 발전 전망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노동조합운동의 발전과 정치세력화를 형식적인 조직률(규모) 면에서 접근하는 굉장히 위험스러운 관점이다. 즉 한국노총의 통합 제안에 대한 민주노총의 환영 의사 표현은 단순한 일개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조직 규모’ 논리에 입각해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자신의 주요한 조직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한국노총의 어용성과 반노동자성을 적극 폭로하는 한편, 한국노총 조합원까지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과 활동을 적극 벌여내는 것을 통해, 한국노총을 아래로부터 무력화시키면서 실질적인 유일 노총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자신의 조직발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이 진정한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들을 다수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이 그 동안 견지해온 정체성(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계급성, 연대성)을 계속 견지하는 한편 이를 더욱 발전․풍부화시켜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랬을 때,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대중의 실질적 대표체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00-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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