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민중세상
시/
아시아의 국경
김 해 자
땡볕에 눌러쓴 털모자가 땀 내뿜으며 지나가고
사탕수수 자루와 땔감 실은 과부 구루마가 지나고
구루마 끌고가는 아직 덜 자란 아이의 검은 종아리가 지나가고
때절은 스웨터 속 불룩하게 솟아오른 노숙의 담요가 지나가고
원달러 원달러 외치는 흙먼지 속 벌린 입이 지나가고
호주머니에 면도칼 숨긴 소매치기 까만 손이 지나가고
반군 아비를 둔 초점잃은 아이들 눈동자가 지나가고
마약과 매춘을 실어나르는 젊은 아낙 누런 얼굴이 지나가고
지뢰속에 다리 묻은 주름진 악사의 아코디언소리가 지나가고
무기 실은 트럭이 지나가고 탱크가 지나가고 전쟁이 지나가고
불타는 사막 목마른 이슬람이 지나가고 내전이 지나가고 혁명이
지나가고
팔 잘린 부처가 다리없는 예수 업고 누런 강을 건너가고
어머니, 메콩강이 국경 지우며 도도히 흐르고
부겐벨리아 붉게 피어나고
* 김해자 시인: 1961년 목포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제8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일과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음. 시집으로 『무화과는
없다』(2001)가 있음.
홈페이지 <지혜의詩井 아모음>에서 김해자 시인이 글쓰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