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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대안으로서 제기되는 우리사주의 허실

현장에서 미래를  제54호
강연자



강 연 자

연구위원








‘시민운동의 최대 히트작’이라며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언론의 과잉예찬이 보도되는 한편에서 “우리사주제는 민영화에 대한 노동자적․국민적 대안으로서 한국중공업 노사합의는 정부의 정책기조인 신자유주의를 노동자의 힘과 지혜로 저지한 쾌거”1)라는 견해까지 제출되고 있어, 바야흐로 한국 사회는 소액주주와 우리사주 운동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한국중공업 노동조합이 48일간의 파업 끝에 타결한 합의안을 놓고 다양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사측은 민영화와 빅딜 원칙을 관철하는 명분을 얻고, 노조가 경영권이 재벌이나 해외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재벌매각․해외매각은 하지 않으며 고용보장과 우리사주조합에 법적 최고한도의 주식을 배분하는 것을 통한 경영참가의 단초 확보… 노조 진영에 좋은 모범”2), “빅딜을 인정하고 민영화마저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 인해 내용적으로 완전히 패배한 투쟁”3) 등등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평가는 양극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는 한국중공업 노동조합 투쟁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한중노조 투쟁과 함께 하지도 못했고, 또한 투쟁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종합적 평가를 할 처지는 못된다. 단지, 한국중공업 노사합의안 중 ‘우리사주 배정’이 과연 한중노조나 여타 논자들의 주장처럼 민영화에 대한 노동자적 대안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점검해 보려는 것이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공기업 민영화를 단행하려는 정권과 자본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고,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는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천명하지만 여전히 국민주․우리사주 방식의 민영화를 대안으로 열어 놓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짚어 보는 것은 노동조합 투쟁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사주 배정의 의미


한중노조는 48일간에 걸친 파업 끝에 99년 12월 28일 아래와 같은 합의안을 총회에서 조합원 70.18% 찬성으로 공식 통과시켰다.

한중노사 합의안의 핵심은 ‘민영화를 노사합의 하에 시행하되 우리사주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로 배정하도록 배려하고, 융자알선과 융자에 대한 이자혜택, 그리고 회사가 우리사주조합에 10억원을 출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배정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는 ‘주권상장법인 또는 주식을 신규로 상장하고자 하는 법인이 주식을 모집 또는 매출하고자 하는 경우에 우리사주조합원은 모집 또는 매출하는 주식총수의 100분의 20 범위 안에서 우선적으로 주식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증권거래법 제 191조 7항의 정신을 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중 노사 합의사항>

1. 민영화 관련

- 노사는 사업구조조정(빅딜)과 민영화가 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 민영화는 국민경제의 발전과 회사 및 종업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노사가 정부에

   건의한다.

2. 우리사주 배정관련

- 회사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사주조합이 최대한도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3. 주식 취득자금 관련

- 회사는 우리사주 조합원의 주식매입자금에 대하여 금융기관과 협의하여 가장 유리한 융자     를 알선한다.

- 개인에게 할당된 우리사주 주식분에 한하여 이자 부담은 우리사주 조합원과 회사가 50:50으     로 한다. 단, 회사 이자 부담분에 대한 제세는 우리사주 조합원이 부담한다.

4. 우리사주조합기금 관련

- 회사는 우리사주조합이 우리사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초 주식배정시에 한하여 주식 취득     자금용으로 10억원의 기금을 조합에 출연한다

.

이하 5.고용보장 관련 6.엔진 별도법인 설립 관련 7.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8.퇴직금 중간정산 관련. 9.특별공제 관련. 10.생산차질 만회 관련 사항. 노사합의문은 구체내용 생략


그런데 노동자들은 기왕에도 기업상장이나 증자시, 법과 노동자 개인의 경제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우리사주를 우선 배정받아 왔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된 곳은 1999년 7월 현재 735개의 상장기업 중 719개에 이르러 97.8%의 결성율을 보이고 있고, 이들의 평균 지분율도 2.29%에 이른다. 비상장기업도 1996년말 현재 205개나 결성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우리사주를 배정받는 것은 법이 보장하고 있고, 정부가 권장하는 일로서 결코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항은 기존 법률을 열거한 것일 뿐, 노사합의문으로써 어떠한 새로운 의미도 없다.

구태여 성과라면, 단지 우리사주조합에 회사가 10억원을 출연한다는 것과 주식취득자금 이자의 50%를 회사가 지급한다는 조항이 덧붙여 있는 것이겠으나 민영화에 합의한 대가치고는 돈으로 계산해도 너무 미미하다. 따라서 한중 노사 합의안 중 ‘우리사주 관련 조항’은 기존 법률을 확인한 것과 약간의 금전적 혜택을 약속한 것일 뿐, 특별히 의미부여할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여기서 잠깐 우리사주조합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에서 종업원지주제의 효시가 된 것은 1958년 유한양행이다. 이후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종업원지주제를 법적으로 정비하였다. 1974년 ‘기업공개와 건전한 기업 풍토 조성을 위한 특별지시’와 ‘종업원지주제도 대폭 실시방안’이 발표되면서 우리사주조합의 결성이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1987년 ‘종업원지주제도의 확충방안’을 제정하고, 88년 1월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우리사주조합의 정의와 요건, 조합원의 자격, 조합원에 대한 우선배정 등 법적요건을 규정하였고,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세제․금융상의 지원을 확대해 들어갔다. 이후 주식의 장기보유 유도, 우리사주조합의 건전한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종업원지주제도의 개선방안’이 마련되고 88년 7월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과 ‘우리사주조합 운영기준’을 제정․시행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의 운영에 관한 제도가 구체화되었다. 이후 1997년 4월에는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이 폐지되고 우리사주조합 관련규정이 일부 개정되어 ‘증권거래법’ 및 동법 시행령에 이관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란 ‘증권거래법’ 제2조 제18항의 규정에 의하면 “법인의 종업원이 당해 법인의 주식을 취득․관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조직한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사주조합은 종업원이 자사주의 취득․관리를 목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조직한 자사주 투자 모임으로서, 당해 회사 및 지주관리회사(증권금융회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종업원지주제도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협의․약정하고 그 관리운영의 주체가 되는 조직인 것이다.

그리고 99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어 우리사주 의무보유기간이 과거 7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상태다. 의무보유기간이 줄어 든 것은 노동자들의 재산증식 형성과정에 장애가 될 수도 있었던 걸림돌을 제거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사주가 주식투기의 대열로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사주의 투기성


한편 한중노조의 회사와의 합의안을 우호적으로 해석하여 우리사주의 확대에 의의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의 현실성에는 의문이 있다. 우선 자본측에서 녹녹히 주식의 20%를 우리사주로 배정할지도 의문이지만, 설혹 20% 수준을 우선 배정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그것을 배정받을 능력이 있는지 자못 의문이다. 노동자들이 돈을 쌓놓고 살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므로 한중과 같은 거대 기업의 주식 20%를 인수하려면 노동자들이 어디선가 융자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자 지원이나 세재상의 지원이 있다하더라도 무이자가 아닌 이상, 노동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이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투기심리가 따르지 않으면 우리사주 배정폭은 매우 적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의무보유기간이 끝나면 언제라도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다는 계산이 서야만 우리사주를 배정받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사주가 공모가보다 올랐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주식등락이 거듭되고 있고, 경제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사주 배정이 노동자의 재산증식의 확실한 보장이 될 수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4)

결국 노동자들에게 있어 우리사주 배당이란 것은 주식가격이 오른다는 전제하에서만 재산증식 수단으로서 그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사주의 의무보유기간인 1년이 지나면 노동자의 우리사주 매매는 제어할 길이 없어진다. 회사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주식을 장롱 속에 꼭꼭 숨겨 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5)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의 모범적 사례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데이콤의 경우조차 95년 12월 31일 현재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4.88%에서 2000년 현재 2~3%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의 단초 확보?


한중 노사합의안의 또 하나의 긍정적인 평가가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의 단초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라는 말에는 이제까지는 경영참가를 하지 않았는데 우리사주를 통해 경영참가의 틀거리를 확보했다는 오해의 여지를 안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탄생부터 어떤 의미에서건 경영에 참가해왔고,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의 단초 확보라는 것은 자본참가를 통한 경영참가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6)

일반적으로 우리에겐 경영참가에 대한 오해가 있다. 임금, 근로조건 등은 단체교섭 사항이고 경영전략․인사․투자 등은 인사․경영에 관련된 문제로 분리하는 관점으로 이는 올바르지 않다. 임금과 근로조건도 사용자에게는 생산비용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영사안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지난한 투쟁 속에서 임금, 근로조건 문제는 단협사안으로 정착된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것은 단협사안, 어느 것은 경영․인사권이라고 미리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조합 운동의 역사와 노자간의 힘 관계에 의해 그 영역이 구분되는 것일 뿐이다.

정리하자면, 노동조합은 단체협상과 작업장 차원에서 다양한 경영참가를 해왔던 것이고,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라는 것은 자본참가 영역으로서의 ‘상법에 의한 소액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98년 상반기 개정된 상법에서 소액주주에 대한 권한은 부분적으로 강화되었다. 다음 표를 보면서 소액주주운동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파악해보자.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소액주주인 노동자(우리사주조합)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열람이나 제안, 청구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고 또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힘들다.


소수주주권

강제권한

비고(상장회사)

3%

*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 주주총회 안건 제안권

* 회계장부열람청구권

* 누적대표제 청구

 

1%

* 대표소송 청구권(소액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해 부실경영을 한 이사?감사들에게 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를 말함-자본금 1천억원 이상은 0.5%로 가능)

* 상장회사는 0.01%로 대표소송 청구권 가능

* 1%로 회계장부열람권

* 누진투표제 도입-과거에는 예를 들어 A,B,C 세명의 이사후보가 있을 때 10주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각각의 이사에 대해 10주씩 찬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으나 현행법은 두 이사 후보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한후보에게 30주의 의결권 행사를 가능토록 함.

* 상법(98년 6월말 개정)은 모든 기업에 적용되며 증권거래법은 상장회사에만 적용.


예를 들어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여의 모범이며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데이콤 노조가 99년 2월 정기주총에서 참여연대의 협조를 얻어 △사장추천위원회에 종업원 대표 참가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권 부여 △사외감사제 도입 △소액주주의 질의권 보장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우리사주조합 이름으로 제출했지만, 제출한 그 자체가 성과라면 성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끝나버렸다. 소액주주운동이 언론에서 거창하게 보도되고 있지만 대부분 실제 내용은 주총에 참가해서 발언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도 소액주주운동이 확대되어 보도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현대그룹 경영권분쟁사태에서 나타나듯 재벌들의 족벌경영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크게 작용되는 듯하다. 그래서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가해서 발언하는 것, 그 자체로도 보도거리가 되며 화제거리가 되는 것 같다.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라는 것도 해당 기업의 노동자인 소액주주들의 운동을 의미하는 것인데, 소액주주운동이 과연 민영화를 합의하는 대가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데이콤 노동조합은 LG로부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총투쟁을 포함한 다양한 투쟁을 벌여왔으나 현재 데이콤은 LG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이다. LG그룹은 데이콤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경영기획부문장, 재경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 3인의 핵심 간부를 데이콤에 파견했다. 현재 데이콤 노동조합은 이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항의농성 중이다. 데이콤 노동조합은 99년 주총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요구했지만 최근 참여연대에서 데이콤에 사외이사를 파견한다는 결정이 있었다. 결국 기업구조개선의 대표적 사례로서 대대적인 여론의 호응을 받았지만, 이른바 ‘시민운동단체 좋은 일’ 시켜준 것 말고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어떤 실익이 있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7)



해외매각, 재벌로의 매각 저지? 그 허구


97년 기준으로 3조70억원 이상의 매출규모를 가지고 있는 한국중공업의 지분은 한국산업은행이 43.8%, 한국전력 40.5%, 외환은행이 15.7%를 갖고 있다. 또한 한국중공업은 91년 이후 8년째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96년 기준 매출총이익이 3,287억원, 97년 4,647억원, 98년 5,540억원이나 되는 알짜 공기업이다. 따라서 중공업을 가진 재벌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중공업 인수 여부에 따라 중공업 시장 쟁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군침을 삼키며 인수경쟁을 벌여온 상태다. 그렇다면 ‘별도합의사항’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한중노조는 이번 투쟁을 통해 한국중업의 해외매각, 재벌로의 매각을 저지시켜 낸 것인가?

한국중공업 노동자들이 우리사주를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 즉 20%를 배정받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80% 이상의 주식은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내던져지게 된다.8) 따라서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인수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자본(이는 재벌이나 해외독점자본일 수밖에 없다)이 존재한다면 한국중공업이 그 자본의 수중으로 넘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는 LG의 데이콤 인수과정을 살펴보더라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LG의 데이콤 인수가 그나마 지연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지분제한 존속(1인․1재벌 10% 이내, 해외 1/3이내 매집 제한) 조항이 있었고, PCS사업 참여 과정에서 LG의 데이콤 인수포기 각서9) 제출 등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중공업은 데이콤과 같은 제한 조항조차 없는 상태인 까닭에 재벌로 인수될 가능성은 완전 무방비 상태로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 그 자체가 구체적 대안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글에서 한국중공업 노동조합 투쟁과 그 성과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한중노조는 48일간의 강고한 파업과 활발한 지역연대 등 모범적인 투쟁을 전개한 것으로 알고 있고, 고용보장 약속10)이라는 투쟁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단지 공기업 민영화 대안으로서 거론되는 국민주․우리사주 방식의 민영화에 대한 그 허실을 살펴보려 한 것이다.

우리들은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을 하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반대를 넘어 무언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국민주․우리사주 방식의 민영화(민주적 민영화라는 말로 포장되어지기도 함)를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국민주․우리사주 방식이란 것은 민영화를 수용하는 것이며, 우리사주란 노동자의 투기적 재산증식에 핵심적 목표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우리사주를 받고 민영화에 합의해 주는 것은 노동자들이 약간의 돈을 받고(우리사주가 재산증식으로 귀결될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민영화를 합의해 주는 것이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가라는 말로 더이상 그 본질이 호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는 그 자체가 매우 구체적인 대안이다. 소유구조를 공기업체제로 유지하라는 것보다 어떻게 더 구체적인 대안이 있을 수 있겠는가. 공기업체제 유지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되 공기업 경영상의 제문제(예를 들어 관료제, 낙하산 인사 등)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노동조합이 고민하고, 그 상을 제출하는 것만이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노/정/연


1) 이선근, 『미디어 오늘』, 2000. 1. 6.


2) 윤효원, ꡔ노동사회ꡕ, 2000. 1․2월호.


3) 김창근, 민주노총 CUG ‘조합원의 소리’ 중에서.


4) 98년 증권거래소 발표에 의하면 97년 기아자동차 우리사주조합 손해분은 542억원이나 된다고 하며 경영발전위원회 손해액까지 합치면 천억원대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손해는 기아자동차에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5) 97년 회사살리기에 나선 자동차 노동자들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3만원 가까이 되는 주식을 매입했지만 부도 이후 몇천원대로 주식이 폭락하였고, 임금과 복지가 절대적으로 저하된 상황에서 이자는 이자대로 물고, 원금은 원금대로 날렸던 사실은 아직도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 있다.


6) 경영참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사회연구소, 1996. 강연자, 「재벌개혁과 경영참가」, 『현장에서 미래를』, 1999년 1월호 참조.


7) 데이콤 노동조합의 한 조합원은 “명목상으로는 재벌빅딜의 반대급부라고 하지만 LG가 현정권에 비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김대중정권이 데이콤을 LG로 넘긴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본다. 재벌개혁․전문경영인체제 운운하던 참여연대는 최근 사외이사 파견에 합의함으로써 LG로 붙었다. 지금은 노동조합 홀로 싸우고 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8) 한중 민영화의 기본 골격은 1) 선진기업과 전략적 제휴(최대 25%) 2) 증시상장을 통한 기업공개(24%) 3)국내 지배주주(단)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26%+α) 4) 2단계 지분 매각(25%)으로 되어 있다.


9) LG가 지난 96년 삼성-현대 컨소시엄을 제치고 PCS 사업자로 선정될 때, 정통부는 ‘데이콤 지분을 5% 이내로 묶고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고, LG는 ‘데이콤에 대한 어떤 형태의 실질적 경영권 확보 시도도 포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PCS 사업 허가취소를 포함한 법적․행정적 조처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한 이후 LG는 공식적으로는 데이콤의 지분을 4.21%로 낮춘 바 있다.


10) 우리에게는 고용보장은 문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노동조합의 힘에 의해서만 관철된다는 역사적 교훈이 있다. 하지만 일단 문서로써 고용안정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것도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2000-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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