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투쟁의 시기가 목전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자동차 완성4사 노동조합(이하 ‘완성4사’)으로 쏠려 있다. 그것은 지난 12월 22일 완성4사 노동조합 위원장들이 공대위 구성에 합의한 이후 완성 4사 투쟁의 성사 여부가 3말 4초 투쟁을 성사시키는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완성4사 공대위가 구성되고 이후 단 한번도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각 정당에 자동차 해외매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고, 또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에 대한 공청회(2월 23일)를 조직하는 한편, 2월 19일 합동간부 수련회를 기점으로 3말 4초 투쟁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과 투쟁 일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완성4사 공대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애초에 기획했던 투쟁을 성사시키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이 글은 과연 투쟁이 가능한가를 묻는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대신 조합원의 동력, 집행부의 조직력, 현장조직의 상태, 그리고 연맹과 민주노총의 결합과 지원 정도 등등을 총괄하면서 4월 투쟁의 수준과 수위를 가늠해보고, 완성4사의 투쟁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제는 막연히 ‘투쟁을 하자’거나 ‘투쟁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4월 투쟁의 구체적 목적과 수위를 놓고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완성 4사 공동투쟁, 어디까지 와 있나
사실 작년 12월 22일 완성4사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이 합의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혹과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것은 완성4사 노조의 움직임을 일정한 세력의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는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부의 사정도 있었지만, 완성4사 공대위의 주장이 현대 자본의 이해와 일치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은 ‘대우차가 해외에 팔리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과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었고, 동시에 ‘현대그룹에서 반대하는 것으로서 현대 사측 또한 이해가 걸려 있었다’.(‘완성4사 공대위에 대한 연맹의 방침’(12월 27일) 중에서) 이후 현대 자본이 대우자동차 국제입찰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또 직접 국제입찰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상당히 증폭되었다. 그렇지만 바로 이러한 우려들이 있으므로 인해 완성4사 공대위의 투쟁이 ‘현대그룹의 회사지키기’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완성 4사의 공동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우자동차 해외매각’만으로는 각 사업장 조합원들의 동력을 끌어내기 힘들다는 제기도 있었다. 대우․쌍용자동차의 경우 해외매각에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 있지만,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는 오히려 내부 구조조정에 대응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가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부품사업부의 현대정공으로의 이관 문제가 있었고, 기아자동차는 소하리 공장 1라인의 광주공장으로의 이전과 외주용역 도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매각 반대, 공기업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4사의 투쟁을 만들어내기 힘들고, 또 올바르지도 않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던 것이다. 이것은 ‘대우자동차 해외매각반대, 공기업화를 중심으로 전선을 만들’고 ‘한중, 전력 등 전산업에 걸친 해외매각 반대 연대전선’으로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심판’을 하자(12월 24일자 공대위 대표자회의 자료)는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완성4사 공대위는 이를 수용하여 공대위 명칭을 ‘대우․쌍용자동차 해외매각 반대’에서 ‘자동차 산업 정상화 및 해외매각반대와 자동차 산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아래 <표1>과와 같은 투쟁 계획을 마련하였다. 또한 이날 3말 4초로 투쟁시기를 맞추고, 이를 위해 임단협을 앞당긴다는 방침이 결정되었다.
<표1> 1월 21일 결의한 완성4사 공대위 투쟁 계획
단계 |
1단계(1월-2월중순) |
2단계(2월중순-3월) |
3단계(3월말-4월초?) |
투쟁준비기 |
준법투쟁돌입기 |
총력투쟁기 |
단위노조 공동실천 |
- 조합원교육
(공동교안마련)
- 공동현수막 설치
- 공동선전전
-조합원서명운동돌입
|
- 임단협계획 확정 결의완료
- 공동투쟁 합동간부 결의대회
- 각 단위노조 임단협 요구안 발송 및 교섭 돌입
- 각종 준법투쟁
(합동 대의원결의대회 포함) |
-투쟁강도강화
-대규모집회
-민주노총,연맹차원의총력투쟁돌입
|
공동
대언론사업 |
- 공동현수막설치
- 대시민 공동선전전 |
- 총력투쟁선언 기자회견 배치
- 공기업화 방안 공청회
(TV토론고려) |
- 총선관련 낙선운동 등 |
대정부교섭요구 |
- 요구안확정
- 총리 간담회요구
- 대정부 관련기관
순회 |
- 집중적인 대정부 교섭요구
- 정부 답변시한 제시 |
- 대정부 전면 투쟁 선포 |
전선확대 |
- 부품사간담회 |
- 부품사 및 구조조정 사업장과의 공동체계확보 |
-민주노총차원의 범국민대책위등
가동 |
자료: ‘완성4사 공대위 대표자회의 결과’, 1월 12일 |
이렇게 마련된 완성4사 노동조합의 3말 4초 공동투쟁계획은 2월 19일 ‘합동 간부 수련회’를 거치면서 각 단사에서 실제로 투쟁을 만들어내는 문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투쟁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우선 가장 투쟁의지가 높다고 평가되었던 쌍용자동차 노조가 큰 위기에 봉착하였다. 2월 2차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조합비 과다 지출과 이 과정에서 밝혀진 영수증 허위 작성’이 밝혀졌다. 이것은 곧 노동조합의 투쟁에 반대하는 사측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사측은 집행부를 사퇴시키기 위한 다양한 압력과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에 민주파로 지칭되는 세력들과 대의원들은 하나의 입장으로 일관되게 대응하지 못하였다. 그러다보니 3말 4초 투쟁을 준비하는 것보다 집행부 사퇴 여부가 초점으로 비화되었다.
기아자동차 역시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소하리 공장의 1라인을 광주 공장으로 이전하는데 반대하는 투쟁이 별다른 성과없이 이전으로 결정났고, 그 과정에서 일부 현장조직과 지부 집행부가 날카롭게 대립하였다. 또 1라인 이전 결정 이후 진행된 전환배치가 사측의 일방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최소한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
조합원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완성4사 공대위가 고안해낸 방법은 임단협 투쟁과 교섭을 3말 4초 투쟁과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투쟁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에 불과했다. 쌍용자동차는 임단협을 당기는 것 자체가 그리 중요한 관건은 아니었던 상태였고, 기아자동차는 2월 말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교섭위원을 선출하고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였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3말 4초 이전에 교섭을 제대로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오히려 임단협을 조기에 실시한다는 방침은 대우자동차 내부에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시킨 면도 없지 않았다. 현장조직과 대의원들은 집행부의 조기 임단협 방침으로 인해 해외매각 반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고, 그 결과 임단협 교섭위원 선출은 3월로 미루어졌다.
투쟁 상황과 동력 점검
3월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욱 급변하였다. 우선 대우자동차는 조합원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고양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월 29일 이후 3월 23일까지 여섯차례의 부분파업을 전개하였고, 3월 27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다시 돌입하였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주간 근무 조합원 중심으로 1,000명 정도를 유지하던 대오가 사측의 공세로 800명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3월 27일 소위원들이 철야 농성에 결합하였다. 대우자동차 집행부는 3월 30일 6시간으로 부분파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 야간조 조합원들의 결합력이 얼마나 될 것인지가 이후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는 상황이 약간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와 민주파 현장조직들이 3말 4초 투쟁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으며, 집행부는 3말 4초 투쟁 후 허위 영수증 문제에 대한 조합원의 심판을 받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3월 중순 출정식을 가졌는데 이때, 약 600~700명의 조합원만이 참여하였다. 이러한 집행부의 의지에 대해 조합원들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가 남아 있는 문제라고 하겠다. 3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이후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가장 우려되었던 기아자동차의 동력은 오히려 고양되고 있다. 회사에서 3월 8일 화성공장에 대한 외주용역 실시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화성공장을 중심으로 동력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 화성공장의 경우 출근투쟁에만 200명이 넘게 결합하고 있으며, 3월 27일 공대위 출정식에 약 3,000명이 참여하였다. 소하리 공장 역시 출근투쟁에 50여명이 넘게 결합하고 있으며 선봉대에 가입한 인원이 3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임단협을 앞두고 외주용역화 문제에서 밀릴 수 없다는 조합원의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3월 28일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는 85%로 가결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상당히 지그재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일하게 임단협을 조기에 끌어당기는데 성공하였으나 울산지역본부 선거와 울산북구 총선후보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갈등을 겪으면서 급기야 일부 집행부가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3월 24일 울산지역 연맹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1000명도 안되는 인원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집행부가 인선되고 3월 27일 공대위 출정식 집회 때에는 5,000여명이 참여하는 등 조직력이 다시 정비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현재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표 > 3월 중 투쟁 상황과 이후 투쟁 일정
노동조합 |
현대자동차 |
대우자동차 |
기아자동차 |
쌍용자동차 |
쟁점 |
시트, 부품사업부 매각
임금교섭 |
매각반대, 정상화 |
외주, 용역 도입
부서 이전, 통폐합 |
매각반대, 정상화 |
임단협
요구안 |
기본급 111,903(12.3%)
성과급 200%
징계해고자 복직, 정리해고자 조기리콜 |
기본급 6.84%
고용관련 특별요구안 |
기본급114,795(13.7%)
징계위 노사동수 구성
고용조정 노사합의 |
기본급 87,428(10.85%)
퇴직금 누진제, 인사위원회 노사동수, 작업중지권, 복지부문 조기환원 |
교섭상황 |
2월 14일 요구안 발송
2월 21일 1차 교섭
현재까지 7차교섭 |
3월 20일 임대 / 교섭위원 선출 |
3월 4일 요구안 발송
3월 21일 1차 교섭
3월 28일 2차 교섭 |
2월 25일 요구안 발송
3월 17일 1차 교섭
3월 20일 2차 교섭
3월 21일 3차 교섭 |
투쟁상황 |
부품사업부 매각관련 부서별 순환 잔업거부.
상집?대의원 철야농성 |
2/29, 3/7, 3/14, 3/15,
3/23 부분파업
위원장과 간부 무기한 천막농성 |
간부철야농성과 출근투쟁
3월 27일 출정식
공장별 천막농성 |
위원장과 임원 삭발 투쟁
중집간부 천막농성
|
투쟁일정 |
3/17 조정신청
3/23 쟁발결의
3/30 파업찬반투표 |
3/27 이후 부분파업
4/3 전면파업 |
3/21 조정신청
3/28 파업찬반투표 |
3/21 조정신청
3/31 쟁의행위 찬반투표 |
자료 : ‘공대위소식’과 연맹의 자료를 재구성하였음 |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완성 4사의 일부 현장조직들이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완성 4사의 4월 투쟁에 나름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민투위, 기아자동차 평등회, 대우자동차 민노회, 쌍용자동차 현장추 등이 주체가 되어 한편으로는 완성 4사 집행부의 투쟁 내용과 방침에 우려와 견제를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현장의 동력을 만들어서 완성 4사 투쟁이 성사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에는 일부 현장조직들이 힘을 합쳐서 조합원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노조가 투쟁에 앞장서도록 하기 위해 사업장 내 현장조직과의 공동투쟁체를 구성하여 가동하고 있다.
또한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차원의 총력투쟁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금속연맹은 4월 총력투쟁 기조를 수립하여 연맹 차원의 일정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3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 지역별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축협노조가 4월 초 투쟁을 목표로 조직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사회보험노조는 이미 파업 찬반투표를 끝마치고 투쟁의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민주노총과 전농, 전빈련이 주축이 된 민중대회가 4월 1일로 확정되면서 3말 4초 투쟁은 바야흐로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총력투쟁의 상을 확보하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교란요인
완성4사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투쟁 상황과 동력으로 볼 때, 각 단사별로 이제 그 일정을 되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4월 6일로 예정되어 있는 총파업은 어떤 수준에서든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낙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쟁을 제약하고 한계 지우려는 여러가지 교란요인들이 완성4사 안팎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선 완성4사 투쟁을 저지 혹은 축소시키려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4․13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완성4사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과 적극적인 가두 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는 형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제1당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은 결코 여당에게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 특히 수도권에 승부를 걸고 있는 민주당과 정부로서는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기아자동차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자본과 여론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투쟁의 수위를 낮추거나 투쟁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아직까지 정확히 포착된 증거나 정황은 발견되지 않지만 정부는 4사 공동투쟁의 한 축을 무너뜨려서 4사 투쟁이 별 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본을 압박하여 현대자동차에서는 임금을 일정정도 올려주고, 기아자동차에서는 외주용역 발표를 유보 혹은 철회하도록 만드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자본은 일단 직접적으로 조합원의 참여를 봉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대우자동차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에게 공갈과 협박, 불이익 등의 탄압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기아자동차에서는 사측이 계속 홍보물을 통해 투쟁에 대한 역선전을 감행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에게 부분적으로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투쟁에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다. 특히 임금과 내부 구조조정이 동시에 걸려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이러한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99년에 상당한 경상이익을 달성한 현대자본의 입장에서 임금인상을 허용하면서 내부구조조정에 대한 조합의 반발과 조합원의 불만을 희석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투쟁을 막을 수는 없을 지라도 투쟁의 수위를 제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요근래 있었던 현대자본 내부의 ‘후계 다툼’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현대자본에게 양보와 빠른 수습을 요구할 경우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많다. 자본이 직접 노동조합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는 조합원이 매우 불안한 심리 상태에 있는 대우자동차나 쌍용자동차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쌍용자동차의 경우에는 사측이 일부 대의원을 이용하여 노동조합의 영수증을 물고 늘어져서 집행부의 힘을 약화시켰다.
이러한 외부적 교란 요인보다 더 큰 교랑 요인은 사실 완성4사 노동조합과 조합원 내부에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 집행부와 기아자동차 집행부가 자신의 내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부분적으로나마 듣고 있다. 현대자동차 집행부는 부품사업부 이관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3월 24일 지역 집회 때 연사로 나온 현대자동차 위원장은 발언의 대부분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반대에 할애하였다. 기아자동차 집행부 역시 그러한 비판을 받고 있다. 화성공장의 투쟁 수위를 조절하고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질문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며, 위원장의 집회 발언 역시 내부 구조조정보다는 해외매각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이 3월 중순에 처음 배포한 유인물에서는 내부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 또한 이러한 비판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합원들의 상태 역시 아직까지 상황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미 앞에서도 지적한 바이지만 대우자동차의 경우 조합원의 결합력이 실제 공장을 지켜낼 수 있을 정도가 될 수 있느냐는 결정적인 변수를 남겨 놓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집행부의 허위 영수증 문제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먼저 하자는 집행부의 제안을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모든 상황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기아자동차의 경우에는 외주용역으로 촉발된 투쟁의 동력에 조립 라인의 주력 조합원들이 얼마나 결합하느냐가 향후 투쟁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투쟁의 지속과 확대를 위하여
이러한 교란 요인까지 모두 염두에 둔다할지라도 4월 6일 완성4사 총파업은 외형상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완성4사 노동조합의 역사나 경험, 그리고 조직력으로 볼 때, 외형적으로 총파업을 성사시키는 것은 사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폭발력을 갖는 투쟁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단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제 완성4사 노동조합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야 한다. 벌써 4월 6일 파업이 부분파업으로 진행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4월 7일과 8일로 예정된 금속연맹과 민주노총의 집회 이후 파업은 종료될 것이라는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조합원의 동력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소문과 억측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누구도 이번 4월 6일 이후 파업투쟁으로 완성4사 공대위가 내걸었던 ‘자동차 산업 정상화, 해외매각 반대, 자동차 노동자 생존권 사수’가 달성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투쟁은 4․13총선을 앞두고 향후 투쟁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 이후 투쟁의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초석의 의미가 강하다는 것 또한 누구나 인정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투쟁은 단 한번의 파업을, 완성4사 공대위가 공동의 파업을 조직했다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이후 더 큰 투쟁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배치해야 한다.
각 단사 노조 집행부와 완성4사 공대위는 3월 말 각 단사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기초하여 즉각 4월 6일 이후 투쟁의 형태와 수위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만약 3개사 이상에서 높은 찬성률이 확인된다면 투쟁은 공장 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4월 12일까지 가두 투쟁과 집회를 통해 총선 공간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전술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생각보다 조합원 동력이 붙지 않았을 경우 최소한의 기간 동안 반드시 공장 라인을 중단하는 총파업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 경주해야 한다. 조합원의 동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또 다시 뒤로 물러난다면 과연 이후 완성4사 공동투쟁이 가능할까. 99년 2월 기아․현대 공대위 투쟁이 제대로 성사되지 못하면서 각 노조 집행부가 겪었던 고초와 수모를 다시 되풀이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덧붙여 각 사업장의 현장조직들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즉, 완성 4사의 공동투쟁에 대해 집행부가 하는 투쟁이라는 자세에서 벗어나 노조가 투쟁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북돋우는 동시에 집행부의 투쟁이 한계지워지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집행부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을 만들어내는 구체적 실천이 있을 때 가능하다. 조합원들이 집행부가 예상한 투쟁의 수위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야만 완성4사의 4월 투쟁은 한번 해 본 투쟁에 그치지 않고, 각 사업장의 구체적인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구조조정 반대와 신자유주의 정책을 뒤바꾸는 투쟁전선을 복구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200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