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노동문화쟁취를 위한 메이데이 행동위원회’를 찾아
- 획기적 시간 단축으로 노동의 권리와
노동자 문화 쟁취를 위한 2000년 투쟁의 시작 -
응답해 주신 분:신재걸(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대표,
메이데이행동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 허은영(연구기획실 연구원)
지금현장은
「8시간 노동문화쟁취를 위한 메이데이
행동위원회」를 찾아
성산동에 있는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이하 노문센터) 사무실을
방문한 첫 느낌은 노동문화단체라서 뭔가 다를 것 같았던
호기심과 달리 여느 노동운동단체와 같이 한편에 자료들이 쌓여
있고, 한쪽 벽은 투쟁 비디오테이프들과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활동가들이 매일 아침 검도를 배우면서 심신의 단련을
해가고 있다고 한다. 활동가들이 자기단련을 해가면서 활동을
배치하려는 모습이 건강해 보였다.
2000년 상반기 투쟁이 자동차 공동투쟁을 필두로 하여,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등 크고 작은
투쟁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5월 총파업투쟁 위한
노동절투쟁을 앞두고 투쟁을 조직해가는 가운데 ‘8시간 노동과
8시간 휴식’을 외치면서 ‘8시간 노동문화 쟁취를 위한
메이데이행동위원회’(이하 행동위원회)가 결성되었다.
한편으로는 생소하기도 한 ‘8시간 노동문화쟁취’투쟁이
노동시간단축투쟁을 확장시킨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신재걸
행동위원장(노문센터 대표)을 만나 그 취지와 현실 투쟁과의
결합의 의의를 들어보았다.
‘메이데이 행동위원회’ 출범의 의미
문
‘8시간 노동문화 쟁취를 위한 메이데이 행동위원회’는 언제
결성된 것이며 취지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답
노동자들은 작업장과 집, 그리고 거리에서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 장치에 둘러 쌓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자의 투쟁은 이러한 이데올로기 장치를 완전히 극복해 낼 때
온전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노동자 투쟁은
노동자의 의식과 생활 전반을 아우르며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동자의 투쟁과 일상생활 속에서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즉 자본의 문화와
의식․생활을 바꾸어내는 투쟁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현재 노동자 투쟁의 초점인 노동시간
단축 투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과정은 직접적인 노동시간의 단축과 아울러 노동자의 의식과
생활을 노동자적으로 구축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현실 투쟁과정에서는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1월 23일 노문센터를 창립하면서 가진 주요한 문제인식도
노동문화와 문화의식, 노동자 계급성을 어떻게 생활 속에서
풍부하게 확대할 것인가 입니다. 따라서 4월 18일 발족한
행동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의식과 욕구, 생활마저도 자본에 의해
조작되어지고 지배당하는 현실을 극복해내기 위한 노동자의
일상적인 대자본 노동문화투쟁을 제기하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사전준비가 부족하지만 적은 규모라도 지금
출범하여 준비사업을 하는 속에서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문화선전․선동도 조직투쟁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노동자의 생활과 일상투쟁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기제로 접근되는 측면은 많이
간과되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대자본투쟁으로 나아가기 미약한 상태라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갖고 노동자의 문화인식과 생활의 중요성을
복원시켜내고, 그 의의와 중요성을 자리매김 하기 위해
행동위원회가 출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시적인
운동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런 사업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일상투쟁, 개인생활, 가족생활을 전체 투쟁으로 연결시켜내기
위한 출발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문
각 단체나 민주노총에 제안이 되어있습니까?
답
현재 그리 많은 단체는 아니지만 전국노련이나 노문센터를
비롯한 노동단체와 단위 현장 문화패들 등의 단체와 조직으로
26개와 24명의 개인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문화국 차원에서 결합되어 있습니다. 29일에 노동절 집회를
하기로 결정한 ‘조직 동원상의 애로’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절을 옮겨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문제인식이 있습니다.
행동위원회는 5월 1일로 집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화투쟁이란
문
말씀 중에서, 노동문화투쟁이라는 것이 노동시간을 단축투쟁을
확장시키는 투쟁이라고 하셨는데 문화를 노동과정과 별개로
특화하는 것인지, 문화는 어떻게 현장에서의 투쟁들과 연관되는
것인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답
자본은 기업문화전략, 문화적 상징성, 문화적 함의들을 갖고
노동자들을 대자본의 영역으로 흡수해 가고 있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전략은 힘과 힘의 전략으로만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쟁이 갖는 문화적 함의는 결국 노동자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서 드러나야 되는 것인데 잘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투쟁에서 왜곡된 모습이 드러납니다. “나를 따르라”
식으로 투쟁에 참여하는 것도 어렵고 조합원이 단순히 참여,
동원되는 것을 넘어 투쟁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체화되어 나타나야 하는데 투쟁과 생활이 분리되어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투쟁을 상당히
편협하고 축소된 인식 속에서 조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문화투쟁은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독자적 투쟁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장에서 일상적인 자본의 관리체계에
반대하고 노동자적인 작업장 질서(권력)를 만들어나가는 것 이
속에서 발생되는 노동자적 관점과 방식, 행동양태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업장 밖(가족, 일상적인 사회생활
등...)에서 접하게 되는 자본 문화와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대응한 노동자적 시각과 대응방식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문화투쟁은 때로는 격렬한 투쟁 양상을 띄기도 하며, 때로는
생활의 아주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생활방식에
까지 개입해 들어가는 투쟁인 것입니다.
문
어떻게 일차적으로 현장의 투쟁들을 확장시킬 것인가에서 여러
견해들을 본다면, 민주노총까지 노동조합운동이 발전해 오면서
‘투쟁동력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많습니다. 의식이 다양하고,
편차가 크다, 항상 민주파가 당선되지 않듯이, 그것을 묶어
세우기 위한 방안이 다양해야 한다는 식의 문제제기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쟁동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착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인식은 문화운동에서도
마찬가지 고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통제가 심해진
상황에서 노동자 계급성으로 모아내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보는데요.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하고 확장된 투쟁으로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일차적인 과제라고 보시는지 질문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행동위원회의 실천지침에
나오는 “보라색으로 만나자”는 등의 내용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요?
답
칠레의 민가협 같은 곳에서는 보라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보라색이 ‘고난과 저항’의 의미가 있다고 해요. 이런 상징화의
기제들은 이 내용에 동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자의 투쟁과
일상생활에서 노동자의 의식과 노동문화를 올바로 위치지우고
위상을 복원해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문제제기가 필요할 것이며
행동위원회의 실천지침은 이러한 문제인식을 일차적으로
제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명에 동참하는 것, 상징을
공유하는 것 등의 실천적인 참여를 통하여 자본에 대한 일상적
문화투쟁을 제기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 전개되는 투쟁들과 노동문화투쟁의 결합
문
행동위원회에서는 ‘8시간 노동과 8시간 휴식’을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노동운동 진영은 주40시간제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현재의 생산조건과
노동자들 규모 등을 고려하여 시간단축을 제기한다면 오히려
‘6시간 노동과 8시간 휴식’ 등과 같은 형태로 제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답
명칭을 정할 때 여러 가지를 검토했는데, 일상적인
노동문화쟁취투쟁으로 제기하는 것이 촛점이고, 쉽게 각인되는
슬로건을 고민하면서 사실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이라는 고전적인 슬로건이 이미 노동자들에게 상징화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문화쟁취투쟁을 강조하기 위한 키워드로
잡았습니다. 노동시간단축을 함께 걸지 않은 것은 이미 전제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문
문화활동가들이 현장에선 활동역량으로 중첩될 것이고, 현재
노조운동이 한편에서 후퇴한 측면, 개량화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현장투쟁과 문화활동가들의 결합이 어떠한 지와
어떠해야 할 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답
현장의 문화활동가들은 지금까지 문선투쟁을 중심으로
현장투쟁에 복무하여 왔습니다. 물론 얼마 전부터 일상적으로
조합원과 접촉하고 노동문화를 확대해 나가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고 특히 조합원과의
일상적인 사업 속에 어떠한 내용이 녹아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일상적
문화투쟁이 현장의 일상투쟁 등 다양한 투쟁 속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옳다면 우리는 여러 가지의 결합방식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업장 내 가부장적인 관리체계(질서)를
거부하고 노동자적 질서를 만들어나가는데 문화활동가들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현장문화를 재해석해내고
조합원의 행동과 의식을 조직해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하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현장문화에 대한
노동자적 재해석과 그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되겠지요. 물론
현장 문화패에게 있어서 현장문화를 깊숙이 분석하는 것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일지라고 우리는 이 작업을 해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현장문화는 바뀔 수 없습니다. 투쟁을 통해
얻어낸 성과가 노동자의 것으로 온전히 살아 있으려면 현장
속에서 그 성과를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해내는 노동자가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노동문화활동가들의 보다
진전된 고민과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함께 하는 실천을 위해
문
노문센타의 입장에서 최근 투쟁, 특히 올해 투쟁과 결합하는
역할과 당면과제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답
현장문화단위의 투쟁을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문선대 투쟁이
있을 수 있겠죠. 사실 문선대 투쟁의 의미를 축소해서 -
투쟁과정에서 조합원을 모아내는 역할 정도 -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선대 활동은 여전히 투쟁의 힘을 모아내고
동력을 유지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센타
차원에서 문선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어내기보다는 문화패,
센타에 속해 있는 문화단체 등을 통한 지원을 주로 하고 센타는
좀 추상적일지는 모르지만 문선대 활동을 포함하여 보다
일상적이고, 생활적인 의제들을 포착하여 실제 의식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자 합니다. 행동위원회의 사업을 그렇게
이해해주십시오. 이 운동을 기점으로 노동조합조직, 단체 등과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투쟁의 상을 확대하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것이 전체 투쟁이 올바로 진행되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행동위는 현재 문화일꾼의 실천지침을 내오고 있는데, 노동자
대중과 광범위하게 만날 수 있는 실천지침도 있었으면 좋겠고
일상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투쟁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자본에 대한 거부투쟁을 어떻게 시작하실 건가요.
답
지금까지의 투쟁관이 협소했기 때문에 이를 확장시키는 작업이
선배치 되어야 할 것이며, 문화단위의 실천, 공동연대를 해갈 때
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우선 현재 당면 진행되는 투쟁
속에서 진행하고, 새로운 투쟁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이차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1차 행동시한을 5월1일로 잡고, 총파업 시기까지 2차 행동으로
갈 것이고, 메이데이가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일년 내내
지속적인 사업으로 하고 논의를 모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십시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요.
- 현장투쟁/노동자의 일상생활에 관철되는 노동자의 올바른
의식과 문화 그리고 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동문화투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일상적 노동문화투쟁에 대한 문제제기를 문화일꾼들만의
생각으로 파편화시켜 버린다면 이 작업은 실패할 것입니다.
활동가와 노동자 대중이 자신의 생활과 행동양태 그리고
사고방식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게 점검해 본다면 자신의 의식과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무의식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자본이 요구하는 생활방식을 아주 쉽게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복방안과 대안적 내용은 그 어디서도
제출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지금은 문화일꾼을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제기를 시작하지만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활동가와 노동대중이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 점이 노문센터의 고민입니다. 8시간
노동문화쟁취를 위한 메이데이 행동위원회는 그런 작업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