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와 불안정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제 문제*1)
-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 제언 -
1. 비정규직노동자의 확대배경과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
21세기를 맞이하는 자본주의는 노후한 빈사상태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된 양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는 소련,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으로 전세계를 석권하여 전일화되고 있다. 초국적 기업은 세계적인 규모에서 자본축적을 위해 노동자들의 생존과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는 정보사회화한 세계자본주의의 패러다임으로 비숙련, 단순노동에서 다기능노동으로 노동형태를 전화하여 노동강도와 노동의 질을 높여 잉여가치를 높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노동정책은 노동시장 유연화로 정리된다.
세계자본주의 국가의 고용정책은 고전적인 형태로서의 노동시장 분절이라는 정책으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그 결과로서 노동자계급간에 계층이 생기고 계층간의 격차가 생겨나 그 상층을 개량화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생겼다. 이 개량화된 상층이 노동조합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하층을 통제해 온 결과 노동조합은 좋게 이야기해서 자본의 안정된 동반자 역할을 해 왔다.
세계자본주의는 구조적인 위기를 맞이하여 노동자계급의 희생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자유주의(한국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는 신경영전략으로 나타났다)라는 무기로 총공격을 가해 왔다. 이 신자유주의는 영국에서의 대처리즘을 시작으로 해서, 이제는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고용의 유연화 정책이 일반화되었다. 고용의 유연화란 자본이 적기에 노동을 적소에 투입하여 한치의 낭비도 없애자는 고용정책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의 노동력 재생산이라든가 노동자의 생활․생존까지를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고용정책이다.
고용의 유연화 정책에서 생겨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러 형태를 띄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에는 임시직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대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 사외하청 노동자, 파견 노동자, 도급제 노동자, 소사장제 하의 노동자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각국마다 그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공통점은 자본측의 일방적인 필요에 따른 고용의 불연속성이 강요되고 저임금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7년 8월 파업으로 유명한 UPS(United Parcel's Service)의 총고용자 수는 전세계에서 340,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UPS는 1996년 10억 달러의 이윤을 남겼는데 그것은 모두 불안정 고용인 파트타임제 임금노동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UPS에 의해 창출된 46,000건의 직업 중에서 38,000개가 파트타임 노동형태였다. 파트타임 노동자는 풀타임 노동자의 임금인 시간당 20달러에 비해 9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풀타임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혜택을 박탈당한 상태였다. 이것은 미국의 예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고용의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
첫째, 노동자들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어져 계급내에 계층이 형성되고 서로 이질화되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저해한다. 즉 여러 형태의 고용관계와 집단으로 나누어짐으로써 노동자들은 파편화되고 계급의식이 마비된다.
둘째,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저하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상대적 저임금과 여러 사회보장제에서 배제되어 생활의 궁핍과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항상 실업, 반실업 상태로 불안한 상태에 놓인다.
셋째, 각급 단위 노동조합이 정규직만으로 조직되어 있으면 정규직만의 이익에 급급하게 됨으로써 전체 노동자의 입장에 서지 못하여 노동조합이 관료화, 어용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실시는 평등사회 건설을 전제로 한 노동자계급의 전략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의 격차가 생기므로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제 실시는 멀어지게 된다.
다섯째,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자가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의 사정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노동시간대가 불규칙하게 되므로 정서가 불안해지고 산재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다.
여섯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 나라에서 사정을 달리하나 노동조합의 가입이 배제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의 규약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조합 가입권이 배제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박탈에 대해 조직적으로 투쟁하지 못한다.1)
그 후 4년이 지나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세계적인 규모에서 노동자 운동의 한 분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 정책은 급속하게 진전되어 정착되고 있다.
2.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의 세계적인 사례와 현황
가. 미국 UPS사에 대한 팀스터(Teamster) 노조의 파업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의 가장 으뜸가는 사례는 전술한 미국 UPS사에 대한 팀스터(Teamster) 노조의 파업일 것이다. UPS사는 200개 나라에서 영업을 하며 전세계에서 34,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UPS사는 1996년 10억 달러의 이윤을 낸 크고 강력한 전지구적 다국적 기업이다. 하지만 UPS사의 모든 것은 불확실한 파트타임, 저임금 노동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UPS는 프랑스에서 프로스트 파슬 서비스를 매입한 이후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UPS사의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파트타임 노동자로 전환되고 있었으며, 영국의 UPS사에서 파트타임 일자리의 비율은 몇 년 사이에 6%에서 30%로 증가했다.
1997년 8월 4일 미국의 UPS 운송 노동자들과 포장 노동자들은 경영진이 협상과정에서 새로운 단체협상에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강요하자 파업을 단행했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최대규모인 이 파업의 본질은, 파트타임 노동을 조직적으로 이용하고 저임금을 유지하며 노동자의 임금제도를 재편하여 하청노동을 이용하려는 회사측의 시도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연한 저항이었다.
AFL-CIO는 팀스터를 지원하는 기금을 설립하여 주 1000억 달러를 투입했다. AFL-CIO의 무기력한 지도부 대신 강력한 조합운동을 표명한 존 스위니 위원장은 “미국에서 이른바 파견 노동력을 이루는 파트타임과 임시직 노동자들의 수가 급증하여 이제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식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수출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국제연대를 필요로 한다”고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ITF(국제운송노동자연맹)은 이 국제적인 연대를 받아들여 지원과 동참을 수행했다. 미국 노동운동은 악명 높은 지미 호퍼의 아들인 호퍼 2세가 물러난 후, 론 캐리의 좀더 전투적인 지도부의 지도하에 1993년에서 1995년까지 라이더의 자동차 운송자 회사, 주요 화물 운수 고용주 및 UPS와 대항하는 파업을 이끌어 내었다. 많은 노동조합들이 AFL-CIO 위원장 스위니의 재정지원 요청에 즉각 응했다. 파업에 소용되는 비용은 일주일에 1천만 달러에 달했고 팀스터의 파업기금은 완전히 바닥이 났다. AFL-CIO 산하 노동조합의 지도자들은 1억 달러의 담보를 제공했고, 다른 노조원들도 팀스터의 피켓라인에 동참했다. 연대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파업은 승리했다. “쇠퇴의 길을 거듭하던 미국 노동운동에 팀스터 노조의 승리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UPS보다 더 사악한 적은 없었고 파트타임에 관한 문제보다 더 뜨거웠던 이슈는 없었으며 팀스터보다 더 노조의 명예회복이 필요한 곳도 없었다.” UPS는 노동조합이 대규모 파업에서 승리하고,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례의 하나였다. 비정규직노동(contingent work), 이 말은 임시직, 파트타임, 계약직, 하청, 다운사이징 등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의미하는 모든 유형의 사례들을 단순 명쾌하게 표현하는 노동조합의 어법이었다. 15일간의 UPS 파업으로 파트타임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인상을 쟁취했고, 노동조합은 사용자로부터 1만명의 파트타임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또한 파업투쟁을 통해서 팀스터는 ‘시가’나 씹어물고 조합기금이나 유용하는 깡패집단 보스의 이미지에서 모든 이웃들의 열망을 대변하는 진정한 민중세력으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나. LA “건물관리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의 캠페인과 미국 디트로이트 신문사 파업
미국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의 또다른 사례는 1991년 LA에서 조직된 “건물관리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의 캠페인이다. 이 거대한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이민 노동자 운동과 결합되어 있었다. 이 운동을 선도했던 SEIU(국제서비스노조 388지부)에 의해 채택된 전략은 백년 이상 임시계약 노동자들을 조직하는데 이용되었던 전략이다. 그것은 관련있는 지역 노동시장에서 용역업체 노동자들 중 다수를 먼저 조직해야만 했다. SEIU는 덴마크 소유의 ISS를 1차 조직화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 회사는 LA에서 가장 큰 용역업체이자, 동시에 건물관리 노동자들의 국제적 용역업체였다. 그곳을 근거로 하여 그들은 다른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뉴욕시 철거산업에서 1,000명을 조직하는데 성공했다.
또 한 예는 미국 디트로이트 신문사 파업인데 디트로이트 신문사들은 외주, 하청 계약이라는 고전적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혹사하고 있었다. DNA(디트로이트 신문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UAW(미국자동차노조)와 IBEW(전자노동자연합)의 노동자들과 DNA의 인쇄공장 앞에서 농성하면서 경찰과 싸웠다. 투쟁은 몇 주 동안 계속되었고 3,000명 이상이 농성투쟁에 합류하여 DNA 노동자들은 최루탄과 경찰의 급습에 굴하지 않고 싸웠다.
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노동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파트타임 노동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비율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산업국가들의 수준에서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여성의 60%에 이르고, 1960년에는 전체 노동력의 3분의 1 수준에서 1995년에는 42%로 높아졌다. 이러한 증가의 상당 부분은 파트타임 노동의 대두에 의한 것이다. 즉 파트타임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력 중 여성은 66%내지 90%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들 여성은 ‘2교대 체계’를 떠맡게 되었는데 그 중 첫번째 직장에서는 유급노동이고 두번째는 가정에서의 무급노동이다” 게다가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70~75%를 받는데 시장에서 여성이라고 해서 10,000원짜리 물건을 7,000원이나 7,500원에 팔지는 않는다.
제3국을 포함한 국제적으로 압도적인 다수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의류, 신발의 다국적 기업 (이른바 메이커 있는 상품)의 하청기업에서 2중, 3중의 차별 대우하에 착취당하고 있다.
라. 유럽과 미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유럽의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의 사례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유럽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작년 IGmetal(독일금속노동조합)의 서북부지역 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은 자유로우나, 조합비를 내야하고 파업 등의 행사에 참가하는 등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자유노동자인 셈이다. 그러므로 유럽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격은 미국 또는 제3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펀드매니저, 프리랜서 등 고급계약직이 있는가 하면 반실업 룸펜 상태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한다.
마. 일본의 전국일반노조 사례
일본의 전국일반노조는 기업의 틀을 넘어서 횡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노동조합으로 경영자의 의사에 좌우되지 않고 회사의 개입이 불가능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전국일반노조에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약 2,700명이 가입하고 있다. 전국일반노조는 그 자체로 노동조합이기도 하지만 산하에 70개의 지부를 두고 있고 이 지부의 직종, 업종은 외국인, 촉탁, 아르바이트, 고령자 등 다양하게 퍼져 있다.
전국일반노조의 활동내용으로는 반구조조정, 반실업 전국캠페인 참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균등처우, 고용보장 투쟁, 미조직 노동자 등을 지역에서 지원하는 활동 등이다.
3.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그 실태
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도입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이후 대량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통계는 정부와 관변측이 통계를 조작하여 발표하고, 그 조작된 통계에 따라 정책을 세우게 되어 자주 실정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측도 아직 정확한 통계를 갖지 못하고 있으니 일단 이 정부측 통계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1999년 9월 드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보다 많아졌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53.1%를 차지하게 되었다. 97년 11월에 694만명이던 상용직 노동자는 616만명으로 11.3%나 줄어들고 임시직과 일용직노동자는 641만명에서 695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198만명이던 일용직노동자는 255만명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그래서 상용직은 97년 52%에서 99년 47%로 줄었고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비중은 48%에서 53%로 늘었다.
<표1> 2000년 2월 중 고용동향 요약
|
99. 2 |
99. 9 |
99. 10 |
99. 11 |
99. 12 |
2000. 1 |
2000. 2 |
?상용근로자 비중(%)
?임시근로자 비중(%)
?일용근로자 비중(%) |
51.4
33.7
14.9 |
46.9
33.4
19.7 |
47.2
33.6
19.2 |
47.0
33.6
19.4 |
47.1
34.3
18.6 |
47.7
34.7
17.6 |
47.7
34.9
17.4 |
출처:통계청 2000년 2월 고용동향
그러나 통계청의 상용(Regular employee)에 대한 정의는 “임금 또는 봉급을 받고 고용되어 있으며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정규직원”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일용(Daily workers)직은 “임금 및 봉급을 받고 고용되어 있으나 고용계약기간이 1개월 미만인 자, 또는 일정한 사업장이 없이 사업을 경영하는 자”, 그리고 임시(Temporary employee)직은 “임금근로자중 상용이 아닌 자로 고용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사람을 말함”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분류방식은 IMF 이후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고용형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의를 협소화함으로써 그 수를 실제보다 훨씬 작게 추산하게 한다. 예를 들어, 근래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파견노동자나 하청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상용직으로 분류하여 아예 비정규직 임금노동자 총계에서 제외해 버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실제 수는 훨씬 많다고 보아야 한다.
IMF 이후 고용형태가 점점 복잡․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비정규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의 수치와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어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80%에 가까우며, 이미 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불안정고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신자유주의의 고용유연화 정책은 고용파괴, 나아가 임금노동자를 방기하는 기민정책(棄民政策)이며, 시장물신론의 횡포이다.
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훨씬 장시간 일을 하고 있다. 임금에 있어서는 그 격차가 더욱 심하다. 그리고 현재 실시되고 있는 사회보호망에 미달된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제외되거나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연금보험에서 제외되고 있다. 게다가 위험하고 더럽고 고된 노동, 이른바 3D작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바로 상기한 조건들이 축적의 위기를 넘긴 자본의 고용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의 의도이며, 본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나타낸 수치를 보면, 파견노동자의 경우 현행 법정 노동시간이 주 44시간인데 58.8시간 일하고 있다. 노동부가 99년 11월중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금에 있어서는 한국의 14개 종합병원의 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87%, 상여금은 61%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한 파견직인 경우 월 임금총액은 75.8만원으로 세금, 의료보험료를 제하고 나면 71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직의 60%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업장의 경우에 불과하고 실제로 진행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양한 실태를 조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조건 즉 노동시간, 임금, 작업환경, 산업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실태파악이 안되고 있다.
다.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그 격차가 더욱 심하다
통계청의 1998년 9월 고용동향을 보면 585만 4,000명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 여성이 313만 4,000명으로 53%를 차지하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약 6명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추산케 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전체 여성 노동자 466만6,000명 중 67.1%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게다가 여성으로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성차별의 극치이다. 이처럼 고용의 유연화정책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 양상은 가장 취약한 여성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라. 정부정책의 허구성
정부에서는 2000년 1월 31일 노동부 전국 기관장회의를 개최하고 비정규직/여성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 아래 ‘2000년도 중점추진시책’을 시행키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및 영세업체 노동자들의 법정 근로조건 보장을 위해 비정규직이 많은 300인 이상 은행, 보험, 증권사의 근로조건 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교대제 및 야간근로가 많은 운수, 창고, 통신업종 사업장에 대해 예방점검을 실시키로 했다고 한다. 또 종합병원과 백화점, 쇼핑센터 등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모성보호 점검, 산전 후 휴가기준 준수, 시간외/야간/휴일근로 제한’ 등 모성보호 관련규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이행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란다.
300명 이상 사업장이면 중/대기업인데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00명 이하 사업장의 비정규직/여성노동자를 제외하고 있다.
노동부는 또 99년 11월 중 서울대병원 등 전국 273개 주요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를 한 결과 99개 병원에서 185건의 위반사실을 적발하여 자율개선을 내렸다고 한다. 위법사항을 유형별로 보면 연월차 및 생리휴가 미부여 73건, 근로시간 위반 30건,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미적용 25건, 휴일근로 규정 위반 및 기타 23건 등이다.
위와 같은 위반사실에 대해 자율개선명령을 내렸는데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된단다. 자율개선을 제대로 할 업체가 과연 있겠는가? 또 정부의 근로감독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는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대낮에 쌍고동 부는 소리’에 그칠 것이 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와 수탈이 기업이윤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에 총자본(자본+정부)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적인 여론을 감안한 여론 무마용으로 조사/점검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마. 민주노총의 2000년 3대 목표와 비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의 2000년 3대 목표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설정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 그러나 그 구호로서 ‘비정규직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대우’는 옳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립을 전제로 한 발상이고 총자본의 고용유연화 정책을 허용한 대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철폐”로 대응해야만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 정책과 맞대응 할 수 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대우’는 수세적 전술이다. 이런 전술로 정부와 교섭, 투쟁을 통해서 동일한 대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 철폐”가 이루어지면 동일한 대우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주40시간 노동제’와 ‘구조조정 반대’와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함수관계에 있고 서로 물려 있다.
4.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을 위한 평가와 방향
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노동자계급의 분절화
주지하시다시피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시장이 분절화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고용의 주된 형태는 아니었다. 자본측의 필요에 따라 또는 노동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산업사회에 투입되었으며 전체 고용관계에 보조역할을 해 왔다. 주된 고용관계는 지금 정규직이라 부르는 기한을 두지 않는 전면적인 고용관계가 지배적인 고용형태였다. 그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제이다.
과거의 공업화 사회에서 가치의 생산은 물질과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으나 이제는 정보가 중요한 자원으로 추가되었다. 그러나 물질, 에너지, 정보만으로 가치생산은 불가능하다. 여전히 가치생산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은 인간노동이다. 그러나 정보화사회에서도 유일한 잉여가치, 즉 이윤을 낳는 인간노동이 소외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린(Lean) 생산이라는 방식으로 노동과정에서 압박을 가하고 노동과정을 재조정함으로써 비용을 최저수준으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가이젠(개선), 전시 다기능, 직무순환, 팀작업, 품질관리, 수량적/기능유연화, 대규모 외주 등 주어진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력을 절감하는 모든 수단들이 고안되었다.
린-생산에서는 노동강도가 한층 강화되어 산재의 빈도가 높아지고 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서 육체와 정신이 파괴되고, 린-생산의 한 방식인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아웃소싱(outsourcing)은 대량 감원으로 고용과 실업에 따른 사회불안을 가져온다. 그리고 시간제노동, 임시직노동, 계약직노동, 파견제노동, 사내하청, 재택노동까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분절화를 넘어 개별화되어 노동자들은 토막토막으로 나누어지게 되고, 그 결과 집체성/집단성이 파괴되어 간다. 이 현상은 노동조합으로서 자본과 대립전선을 칠 수 있는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노동조합, 노동운동단체, 진보적인 학자들에 의해 문제의식은 일찍이 인식되고 공유되어 있었으나 전체 노동자의 80%에 이르는 현실에 비해 구태의연한 운동방식으로 풀려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대우모터의 경우 정규직이 160명이며 비정규직은 640명에 달한다. 이는 이후 기업의 고용변화가 전면적인 비정규직화로 갈 것을 예측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앞으로는 장기-전면적인 고용의 케인즈 시대로는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방안과 평가
노동운동진영은 모름지기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술한 제2기 민주노총 초기에 작성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사업방향’에서 우선 민주노총 중앙, 각 업종, 산별연맹에서 이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과 의의를 함께 공유하고 제반 산업을 틀어쥐고 전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각 지역본부와 산별연맹, 지부의 조직국에 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부분을 담당하는 부서를 두어 이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제반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정규직으로 조직되어 있는 대기업, 중소기업의 노동조합은 임시직, 사내하청, 사외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존의 노동조합으로 가입시킨다.
둘째, 마창, 광주, 안산지역과 같이 지역노조가 있거나 지역노조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은 그 지역노조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가입시킨다.
셋째, 사내하청 중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곳은 임시직, 사내하청(비정규직)노동조합을 조직하여 이후 공동요구와 공동투쟁을 통하여 기존의 정규직 노동조합과 통합한다.
넷째, 단위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함께 노동조합을 조직한다.
다섯째, 일용직 건설노동자는 전국건설일용공노동조합협의회의의 지역조직으로 가입시키는 방향을 지원한다.
이상의 방안에서 둘째, 셋째, 넷째 방법은 그후 수많은 진전이 있어서 이미 많은 단위가 가입되고 있거나 조직되고 있으며, 다섯째 일용직건설노동자의 조직에 관한 사항은 전국건설연맹과 전국건설일용직노동자협의회가 통합하므로써 일단 해소되었다.2) 남은 것은 첫째 조항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존 정규직노동조합에 가입시킨다는 방식인데 현재 정규직노동조합의 조건과 체질상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의 가입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규모별 분포를 보면 아래와 같다.
민주노총 조합원 가운데 500명 이상 대기업 노동조합의 조합원수는 38만 420명으로 전체 의 74.9%에 이른다. 그러나 노동조합수에 있어서 조합원수 500명 이상 대기업 노조는 19.8% 밖에 안되며, 1개 노동조합당 평균 조합원수는 415명이다.
<표2> 조합원수 규모별 노동조합 수, 노동조합원수
(단위:개, 명 %)
|
노조수 |
비율 |
조합원수 |
비율 |
100명 이하 |
687 |
52.6 |
47,580 |
9.4 |
100~299명 |
264 |
20.2 |
44,419 |
8.7 |
300~499명 |
96 |
7.4 |
35,781 |
7.0 |
500~999명 |
59 |
4.5 |
40,067 |
7.9 |
1,000~4,999명 |
70 |
5.4 |
140,860 |
27.7 |
5,000명 이상 |
129 |
9.9 |
199,493 |
39.3 |
총 계 |
1,305 |
100.0 |
508,200 |
100.0 |
출처: 민주노총 1998년 8월 통계
500명 이상 대기업 노조가 74.9%를 차지하고 있으니 고용관계가 임금, 노동시간, 사회보장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상태에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이다. 말하자면 한국 임금노동자의 상층부문의 노동자이다. 그들은 비교적 안정된 생활에 만족하고 있거나 노동조합을 통해서 물가고와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임금인상과 주 44시간 노동제에 거의 만족하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이 상층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조합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임금노동자들의 바닥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는 의식․이해 상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
그러므로 이 상층노동자층의 의식이 뜻하지 않게 민주노총과 금속/공공/전교조 등 거대연맹 등에 반영되어 항상 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 개량주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제조업의 중소기업 노동자의 전국조직이었던 전노협의 전투성은 퇴색하여 한국판 코포라티즘인 노사정위원회의 반노동적인 합의에 직권조인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체질을 개조하기 위해서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최하층 노동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포괄해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예를 들어보자. 제조업 대기업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2개 설립됐다. 한라중공업(현 삼호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은 한라중공업노동조합의 지원을 얻어 1999년에 유일하게 제조업 대기업에서 별도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며 정리해고가 진행되자 한라중공업노동조합은 72일간 공장점거 농성 파업을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배제되고 사용자와의 교섭석상에서도 고용승계, 노동조합승계, 단체협약에서까지 배제되어서 당시까지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약 6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비단 한라중공업노동조합 집행부만의 의사는 아니다. 한라중공업노동자들의 전체적인 의식이고 정서라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직 노동조합 역시 한라중공업과 같은 사내하청노동조합이다. 볼보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섭상대가 볼보사용자가 될 수 있도록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라는 명칭과 볼보내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신고필증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측에서 주된 사내하청업체인 (주)아림산업과의 재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직․간접적 위협을 겪고, 이렇게 되면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설 땅이 없어지게 되므로 노동자들은 볼보내 하나의 사내하청업체인 (주)아림노동조합으로 조합의 명칭과 조직대상을 바꾸게 됐다. 노동조합 건설의 초기 과정에서 볼보 본조노동조합의 일부 간부는 본조와 사내하청노동조합에 대한 통합은커녕 오히려 아림산업노동조합으로 명의를 바꿀 것을 종용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교섭과 투쟁의 원칙은 파견업체, 또는 사내하청업체를 주된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작업하는 장소의 생산주체인 원청회사를 주된 교섭 상대방으로 해야 되는 것인데 조직대상을 바꿈으로 인해 이런 원칙을 저버리게 된 것이다.3)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설립 후 (주)아림노동조합은 전국금속산업연맹에 가입하여 제반 행사에 참가하고 있으나 금속연맹에서는 이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기업 노동조합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조합가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거나,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태로 실질적으로 가입을 배제하고 있다.
후자의 아무런 언급이 없는 규약을 가진 노동조합의 대부분은 단체협약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하려면 우선 규약에 당해 사업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든 임금노동자가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변경 작업을 함과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균등한 조항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기존의 잘못된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연대와 평등의 정신에 맞게 수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규약의 변경은 정규직만을 대표하고 있는 조합의 체질상 대단히 어렵고 단체협약의 파기는 적어도 파업을 감행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조합원들이 거부할 것이기에 몇 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불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입은 몇 군데의 조합에서 시도했으나 부결되었다. 한국통신에서 근무하는 계약직노동자 다수가 풀타임노동자와의 균등대우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계약직은 전화가설, 고장, 유지보수 등 기간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육체노동자인데 98년 150만원 가까이 되던 임금이 85만원으로 삭감됐고 경기회복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한국통신 내 계약직노동자협의회를 결성하여 한국통신노조에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한국통신노조는 ‘… 한국통신공사의 일용직도 가입하고자 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약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계약직과 정규직 사원사이의 이해관계가 단일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조합원들의 반발이 있지 않겠냐는 구실로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4)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한국중공업노조는 계약직 여사원의 조합원 가입을 위한 규약변경 건이 모두 5차례나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었다. 계약직 여사원 외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입 논의마저 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의 예를 들면 전체 노동자의 배가 넘는 의원급 진료기관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은 엄두도 못 내고 있으며 고작 민주노총 산하 1,2차 병원 임시직의 노동조합의 조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실태이다.
이렇듯 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기존 민주노총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으로의 가입이 봉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조합이 설립된 후에도 결합이 되지 않고 따로따로 놀고 있다. 얼마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이 깊은가를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전국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민주노총은 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이다. 제조업에 비해 비제조업(서비스업)에서는 IMF 구제금융 이후 대량감원과 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의 악화로 자생적인 방어수단으로서 노동조합결성의 움직임이 있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에 대한 통찰력 있는 판단과 현실적인 노력으로, 1999년부터 지금까지 미조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사업을 벌린 결과 252건의 상담 중 노조설립 운영 상담이 32건으로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곳만도 서울지역상용노조, 전국에니메이션노조, 재능교육교사노조, 서울대시설관리노조 등 비정규직, 도급직, 위탁계약직 등 20개 사업장에 이른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기존의 노동조합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개정이나 단체협약안의 변경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지역본부와 서울지역노조연대회의 같은 기구에서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도 적극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산별노조
1999년 하반기에 청량제 같은 민주노동운동의 조직과 투쟁으로 재능교육교사노조의 싸움이 있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사항이 하나 있다. 구두선(口頭禪)처럼 외치고 있는 산업별노조건설이라는 과제이다. 왜 재능교육교사노조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조직사업에 착수하지도 않고 관여하지도 않았는가? 학교선생님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관변측의 주장에 그렇게까지 반대했던 선생님들이 노동계급내 계층간 특권의식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서울대학교시설관리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버젓하게 전국대학노동조합이 있는데도 민주노총서울지역본부가 서울대시설관리노동조합의 상급단체로 되어 있다.
산업별노동조합의 건설은 조직형태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된다. 현재 산별노조건설의 주안점을 조직편재와 산별연맹 단위의 중앙교섭에 두고 있는데, 이는 물론 시급하고도 반드시 전취해야만 할 과제이지만 투쟁형태로서의 최상의 전투 대열을 어떻게 편재하는가 하는 문제, 즉 투쟁형태로서의 산업별노동조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산업에서 노동하고 있는 노동과 고용형태의 차별 없이 모든 노동자를 조직․포괄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1890년대의 최초의 산업별노동조합운동은 기계화/자동화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고 대우가 열악했던 비숙련 단순 노동자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산업별노동조합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해 내지 못하면 산업별노동조합의 내용을 갖출 수 없다.
노동계급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모순은 계급내의 대내모순이고, 적대적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계급간의 모순의 해결 없이는 대내모순이면서 기본모순인 여성해방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으나 이것은 교조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여성들이 계급투쟁을 통해서 가부장제/성상품화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여성들의 독자적인 입장에서 출발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로써 여성들이 노동자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 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 한국여성노동자들은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서울여성노조, 전국여성노조 등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산하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의 우수한 여성활동가들은 성, 지역별, 제조업, 서비스업 할 것 없이 실질적 비정규직노동조합 운동을 하고 있으며 그 성과가 크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2% 미만이다. 그 중 민주노총의 전체 노동자에 대한 조직률은 5%정도이다. 이런 조직률로 어떻게 1300만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민주노총이 미조직분야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하여 조직률을 높이는 것은 중․장기적인 전략적 과제다. 민주노총의 2000년 정기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사업계획(안)의 가장 중심 조항으로 ① 주5일제 근무(주40시간제)쟁취 ② 구조조정 중단과 단협/임금원상회복 ③ 조세개혁과 사회보장예산 GDP 10% 확보를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과제가 아니고 요구인가? 노동조합의 사업을 노동조합과 정부와의 관계, 자본과의 관계로 보는 발상과 노동운동을 노사관계로 보는 그릇된 접근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확대 강화로서의 주체형성의 설정이 없다. 그래서 요구, 교섭에서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의 설정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전투적인 노동조합으로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모름지기 1300만 노동자 전위대로서 나아가 한국 변혁운동 주력군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5) 다행히도 5월 31일 총파업 돌입을 상정하고 있는 가운데 주5일제 근무와 구조조정중단과 IMF피해 원상회복과 함께 비정규직/미조직 문제를 투쟁의 중심에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은 민주노총 미조직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방식은 적어도 제조업에 있어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 전술한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에서 가입이 거부당하고 있다. 연맹 차원에서도 아직 단일 산별노조의 조직전환과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므로 이 역시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의 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포괄은 비제조업(서비스업)에서는 지역노조형태로 미조직 노동자와 더불어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민주노총에 편입시키는 일들이 가능했다. 그러나 제조업에서는 정규직 노동조합이라는 기존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독자적인 노동조합 결성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이제까지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경험으로 충분히 감지되었다.
첫째로 법적으로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걸리고,
둘째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 조합이 노동조건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고 있고,
셋째로 정리해고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첫째 순위인데 정규직으로서는 희생양이 없어지기 때문에 불안하며,
넷째로 비정규직이 3D작업을 도맡아 하는데 비정규직이 없어지면 이것을 맡아야 하는 부담감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동계급 내의 계층간의 위화감/이질감/이해관계의 상충이 있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오직 현장의 선진노동자층인 현장조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활동가와 민주노총의 엘리트층인 각급 간부들의 전계급적인 입장에 선 노력만이 노동계급내의 계층간의 갈등과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
5.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는 독자적인 전국조직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2000년 사업계획에 따라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 대우”를 위해 대정부투쟁/대사용자 투쟁, 노동법 및 근로기준법 개정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민주노총 내에서 기금을 마련함은 물론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여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시정돼야 할 것은 국제적 지원 기금이나 민주노총 내의 기금들이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자에게 하달되지 않고 민주노총 중앙/연맹중앙에서 부적절하게 사용된 점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6)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은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과제라는 전제하에 제조업의 각 단위 사업장에서 시간, 계약, 파견, 사내하청에 속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조합,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불안정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기본단위로 하는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를 조직해야 한다.
지금의 정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국조직을 꾸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본 단위인 비정규직 노동자 단위노동조합의 수가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미약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우선 전국비정규직운동과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위해 형식적인 틀을 마련하는 일과 아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서 조직의 하향과 상향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전국 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기 위해서 이미 협의회 건설에 동의하고 있는 제조업의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과 볼보의 사내하청 아림노동조합,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이 골간이 되고, 서비스직과 다른 업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협의회 건설에 관해 동의하는 단위가 우선적으로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를 조직할 것을 제안한다. 대체로 상기한 기본단위가 전국협의회를 결성하여 전국조직으로 출발할 것이며, 처음은 법외노조로서 활동을 해야 되겠지만, 조건이 구비되고 필요가 충족되면 신고증을 필하여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조합의 상급단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존에 노조로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각 업종/산별연맹과 민주노총지역본부에 가입하여 있는 상태이며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부분운동은 전체운동에 결합하여 유기적인 통합․단결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를 축으로 산업별(부분별)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신자유주의 고용의 유연화로 불안정고용상태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을 대표하고 투쟁해야만 한다.
조직체계 및 형태를 도식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해방 공간에서 전평의 산업별노동조합 형태는 훌륭한 조직형태였으나 도식적인 체계 때문에 다양한 임금노동자의 양태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
사물은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상태에 있지 않다. 복잡하면서 또한 다양하게 전체를 이루고 있다. 신자유주의 고용의 유연화정책으로 더욱 노동시장이 분절화되고 고용형태가 난마(亂麻)같이 얽혀 걷잡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 다양한 각급 조직은 서로 작용하고 유기적으로 연계를 맺어 한국 민주노동자운동으로 통일 결합해 나가야 한다.
6.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 건설 제안
가.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의 필요성과 제기 배경
1) 비정규직노동자를 전국, 전 산업에 걸쳐 시급히 조직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경련과 상공회의소에서는 근로자파견제의 실시영역 확대와 실시기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은 미미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담주체가 없다는 것도 운동진영의 대응을 더디게 하고 있다.
다른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생적인 흐름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 이는 전체 노동조합운동진영의 진지한 자기성찰과 발전전망을 위한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기보다는 생존권적 한계상황을 맞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한계상황을 뛰어넘으려는 자생적인 흐름의 대중적 표출이라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설립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노동조합의 교섭과 일상활동 등 실질적인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심지어는 노동조합의 존폐위기까지 겪고 있는 곳마저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는 과제는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의 몫으로 부여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의 영역에서 경험을 통하여 하나의 원칙을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과 투쟁은 비정규직노동자 스스로의 과제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투쟁하지 않는 한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것이다. 그 조직의 형태와 건설경로가 어떠하든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체가 될 때 올바로 조직될 수 있다.
이런 현실과 경험을 통하여 이제는 적극적인 차원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과 조직된 힘을 각개 분산된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과 분산을 통하여 하나로 모은다면 전 산업과 전 지역에 걸쳐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과 이해를 걸고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단위는 이런 이유 때문에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가 될 것이다.
2) 조직된 비정규직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고 비정규직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최근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관련하여 보면 많은 단체와 연맹, 지역본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하는 시도와 실제로 여러가지의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집중하여 대변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각 연맹과 지역본부의 입장에서 보면 조직된 노동자들(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의 이해와 요구를 담을 수밖에 없음에 반해 이들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점하는 비율은 아주 소수일 뿐이다. 이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자행되는 고용유연화와 비정규직화에 대한 대응에는 내부의 구조적인 이유와 경직성의 정도에 맞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정규직-대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은 파견근로제의 문제와 관련하여 그 법의 실시와 지금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행되고 있는 확대실시 및 파견노동자의 법적 보호와 조직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리해고제 철폐, 구조조정 반대라는 과제보다 소홀하게 취급 된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특화된 영역에서의 투쟁이 절실하다.
민주노총과 연맹이 조직된 정규직-대기업노동자를 대표하여 정리해고 반대와 구조조정 반대라는 과제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대변하는 투쟁이 다른 한편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아무런 대응이 없을 때 자본은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비정규직화와 이중착취를 자행할 것이다. 지금이 그런 시기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전문적으로 대변하는 투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매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달려 있는 전국적인 차원의 대정부, 대자본 투쟁을 수행하기 위해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 협의회’의 건설은 시급한 과제이다.
3) 민주노총 강화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도 협의회는 절실하다
현재 민주노총의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의 5% 내외에 이르고 있다. 그것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되어 있다. 이미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는 극히 일부만을 제외하고는 거의 조직되어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으나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로 민주노총의 조직률을 확대하는 것은 내부의 구조적인 이유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이해의 상충으로 인해 연맹 차원에서의 조직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조직화가 가능한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게 노동하며 극단적 차별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7)가 아닌 주로 전문, 서비스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지역본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자본은 노동시장의 분절화를 통한 민주노총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가 민주적이고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전체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표성에도 손상이 올 수밖에 없다.
협의회는 한국노총의 관료적이고 어용적인 흐름을 반대하며 아울러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과 관련한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흐름을 확대․강화하고 협의회 스스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을 선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전체 민주노동자운동의 건강한 기풍을 세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나. 협의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1)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한다
협의회는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자연발생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뿐만 아니라, 지역과 현장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서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는 단위가 되어야 한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조직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권을 고스란히 자본에 위임하는 실정이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지 않고는 누구도 미래의 희망을 말할 수 없다. 지금 시기 노동운동을 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재원과 인력 등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들이 가로막고 있겠지만 협의회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공동의 요구가 집결되는 지점에서의 공동투쟁을 하는 모습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전문적인 단위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2) 비정규직노동조합과 비정규직노동자의 공동의 요구를 조직하고 투쟁한다
이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역사를 보면 신생노동조합의 결성과정은 그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투쟁과정이었다. 정권과 자본은 자신들의 이익의 중핵을 이루고 있는 이중 착취의 대상, 즉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조직하는 것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방해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설립이 인정된 뒤에도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과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해 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자본, 하나의 사업장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 모든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겪고 있는 문제다. 각개의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이런 상황에 대한 극복 없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협의회가 모든 투쟁을 담당할 수는 없지만, 시기적으로 집중해서 싸워야 할 투쟁의 대상을 정하고 분산된 힘을 하나로 모아 싸운다면 이런 조건을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각개전투로 진행됨으로 인해 그 한계를 여실히 보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교섭에서의 문제다. 어느 사업장이든 원청과의 교섭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원청과 교섭이 이뤄진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해서 원청자본과의 교섭이 없다면 노조로서는 반쪽노조일 뿐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노-사관계만을 염두에 두어서는 원청과의 교섭과 이를 통한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의 개선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며 현실화하기 어렵다. 협의회는 특수한 국면에서 원청노동자와의 공동투쟁이 가능하도록 조직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한 법-제도개선 투쟁도 진행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투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투쟁이 되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가 걸려 있는 보다 광범위한 분야와 영역에서 정치․제도적인 투쟁을 담당해야 한다. 협의회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대자본 투쟁과 대정부 투쟁을 수행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풍토와도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3) 민주노총과 연맹에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추동한다
정규직-대기업노동조합의 대표체로서 민주노총과 연맹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를 전면에 걸고 투쟁할리는 만무하다.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아니라,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투쟁과 현황을 구체적으로 돌아볼 때 분명히 드러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권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고 그를 위한 실천적 대안은 멀기만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자금모금에는 냉담하기만 하다. 심지어는 투쟁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우선 정리해고를 단협안에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이 유일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각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의 규약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변경도 사실상 각 연맹이 조직형식만이라도 산별노조체계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런 변화의 가능성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으로만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정규직 노동자의 의식변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협의회는 산업별노동조합으로 가는 길목에서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개인참가가 가능하도록 조직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는 자기 스스로의 조직과 투쟁과정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민주노총과 연맹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투쟁사업을 추동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공동요구를 조직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더불어 공동투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 협의회의 건설 경로와 일정
1) 협의회 건설에 동의하는 단위를 중심으로 전국협의회 초동모임을 구성을 제안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제안하는 협의회 건설에 대한 동의가 구해지는 단위에 즉,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을 전담하고 있는 각 단위 노동조합, 노동조합준비위, 비정규직 노동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 초동모임 구성을 제안한다.
초동모임은 협의회 건설에 동의하는 각 단위를 대표하는 인자들의 모임으로 추진위원회 구성과 추진위원회의 활동상을 논의하고 계획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는다.
초동모임에서 추진위원회로 전환하는 시기는 짧을수록 좋겠지만, 추진위원회로 전환하는 시기와 방법, 추진위원회 건설 경로 등은 전적으로 초동모임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조직의 위상과 활동상을 규정하는 규약과 조직과정을 논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며 구체적인 일정과 규약안 및 조직계획, 활동계획 등은 이후에 조직될 추진위원회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노동조합에서의 초동모임 참가는 대표자 또는 협의회 건설에 동의하는 활동가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며 노동조합의 규약에 의해 협의회 구성에 관한 인준을 받는 과정은 이후의 추진위원회와 준비위원회 단계에서 결정하면 될 것이다.
협의회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자체의 전문화된 집행력을 구성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할 뿐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의 활동내용이 이후 협의회 건설시기와 위상, 역할, 전망을 규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추진위는 이후 건설되는 협의회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협의회는 일반적으로 거치는 조직건설 경로 즉, 초동모임→추진위원회→준비위원회→결성대회를 거쳐서 결성될 것이지만 이러한 조직경로 역시 다음 단계를 조직하는 각 준비단계에서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이상의 문제의식과 잠정적 활동계획에 동의하고 특히 이를 위한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 건설에 동의하는 각 노동조합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각 단위가 초동모임을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 협의회의 투쟁의 상이 일치되는 단위부터 조직해 나가자
구체적인 일정과 조직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쟁점이 될 사항들이 있다. 자체의 집행력을 가질 것인지의 여부, 협의회 건설 시기와 방식, 연맹과 민주노총과의 관계, 법외노조로 갈 것인가 법내 노조로 갈 것인가의 문제, 가입단위와 자격의 문제, 개인가입의 여부, 노조준비위원회(준비모임)의 가입자격여부, 조직체계의 문제 … 등은 준비위원회 단계까지 마무리 지으면 된다.
협의회의 구체적인 조직계획과 투쟁의 상은 추진위원회가 기본적인 조직계획안을 마련하고 준비위원회 단계에서 구체화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협의회 구성의 근본적인 필요성이 동의되는 단위를 중심으로 이후의 조직과 투쟁의 상에 대한 통일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단계에서 상당히 많은 진통이 있겠지만, 그것은 이후의 협의회 건설을 내실화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3) 협의회 이후의 발전전망으로는 독자적인 연맹, 또는 산별체제로의 통합을 제안한다
협의회는 말 그대로 협의회다. 또한 기존의 노조들이 소속해 있는 연맹을 탈퇴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을 강화하고자 하는 당초의 목표에 어긋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한 민주노총과 연맹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협의회에 결합하는 단위는 기존의 연맹을 탈퇴해서는 안된다. 협의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한 문제를 특화하는 단위로 인식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협의회 건설의 필요성이 이상에서 제기한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며 민주노총을 강화․발전하는 데 있는 것이라면 단순한 협의만을 자신의 임무로 삼아서는 안된다. 과거 협의회라는 외피에도 불구하고 투쟁적이었던 곳은 전노협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협의회는 비정규직 노동조합간의 공동사업과 투쟁을 가능케 하는 협의뿐 아니라,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자체의 전문화된 집행력을 구성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여기서 열거한 비정규직 노동자조직화, 투쟁, 민주노총의 강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 그리고 산별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자체 발전 전망으로 독자적인 연맹 또는 산별노조로의 편입을 제안한다. 다음 시기의 사안을 미리 규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지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과 동의는 중요하다. 물론, 이후의 발전전망에 대한 동의 여부가 협의회 초동모임 구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협의회는 민주노총의 강화․발전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올바른 산별 즉,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실시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철폐, 나아가 비정규직의 철폐라고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산별노조로 통합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나 건설되는 산별노조가 여전히 정규직-대기업 노동자 중심의 운동질서로 이어지고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연대와 평등의 정신이 미약한 상태로 조직된다면 올바르고 강력한 힘을 가지는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연맹을 자신의 발전전망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산별노조를 협의회의 지향으로 삼아야 함을 의미한다. 협의회가 발전하여 연맹이 될 수도 있으며 아니면 각 산별노조로 정리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간의 전체 운동의 활동과정과 투쟁과정에서 결정날 문제이다.
천삼백만 노동자에게 드리는 말
1997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정리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격문으로 출발한 ‘전국비정규직노동자모임’은 그후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에 참여해 오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주로 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에 활동을 집중하였으나 그 성과가 기대할 만큼은 없었습니다.
‘전국비정규직노동자모임’에서는 지난 2월 제31차 전국모임을 갖고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하기 위해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 결성을 조직하기로 결의하고 그 초동모임을 진행 중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강호(江湖)의 노동자운동 활동가들은 협의회 건설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투쟁하는 전선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원고는 이일재 선생님이 본지에 기고하시기 위해 작성하였으나, 필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비정규직노동자모임」과의 논의과정에서 이 원고의 내용을 전국모임의 방침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전국모임은 「현장에서 미래를」 편집위원회의 양해하에 이 내용을 4월 27일 진행된 “비정규직노동자운동의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 자신의 입장으로 제출하였습니다.
1) 이상은 민주노총 2기 집행부 초에 조직국 간담회에서 발표한 글이다. 정리되지도 않고 엉성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접근이지만, 1997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인물을 계기로 시작된 초기의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을 살피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수정 보완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실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2) 그러나 건설연맹과 건설 일용노동조합 협의회의 통합은 통합이라기보다는 건설연맹에 일용직협의회가 흡수된 상태다. 그러므로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열악한 고용조건 하에 있는 일용직 비정규직노동자의 전국조직운동의 빛이 바래지고 있다. 독일의 섬유노련이 주로 재정상의 이유로 거대한 IGmetal에 통합된 것과 같은 기업의 M&A의 방식은 노동조합의 통합에 있어서 배제되어야 한다.
3) ILO의 파견노동자의 권리보호 181호에는 파견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의 보호, 상용노동자와의 차별금지 및 균등대우 등에 관한 파견원(인력파견업체)과 파견처(작업하는 사업장)가 져야 할 실효성 있는 법적의무를 정하도록 명기되어 있다. 94년에 제정된 ILO의 파트타이머 조약도 파트타이머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의무를 명기하고 있다.
4) 이런 상황에서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은 지난 4월 8일 “한국통신서울지역계약직노조”를 독자적으로 설립했다.
5)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민주노총의 75%를 차지하는 대기업 노동조합은 철도, 통신, 한전 등과 같은 공기업과 함께 전략적 산업의 노조이다. 이들 노조는 총자본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주력조직이며 노동자투쟁의 야전사령부이다.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자 다수를 조직하더라도 500인 이상의 대기업노조의 이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6) 네덜란드, IMF(국제금속연맹) 등에서 지원이 있었는 줄 안다.
7) 즉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며 노동자간의 이질성과 정서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달리고 있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