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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노동자 문화정치

현장에서 미래를  제5호
신병현

기획 2

자본이냐 노동이냐(4)

자본간 경쟁이 국경을 넘어 격화되면서, 국내 독점자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총자본의 공세가 거세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의 신경영전략 등으로 드러나는 자본합리화 공세는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과 ‘자본 축적의 효율성’ 그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을 새롭게 재편하려 하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공세 앞에서 노동자는 ‘자본 축적의 논리에 전면적으로 순응하느냐’, 아니면 ‘미래 사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을 찾아 투쟁하느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해 있다. 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단지 생산현장에만 국한되어지지 않고, 노동자를 둘러 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적․제도적 측면만이 아니라 가치관․문화․습관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세계만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이 양자택일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자본이냐 노동이냐’.
이 기획은 생산현장에서의 노․자간 대립을 둘러 싼 쟁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둘러 싼 모든 영역에서 자본관계에 의해 은폐된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노동자의 눈으로 세계와 미래를 재구성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네번째 내용으로 ‘’현장‘과 노동자 문화정치’를 다루었다. 문화구성체라는 개념에 입각하여 전개되는 신병현 교수의 글은 노동자 문화를 단지 문화예술활동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노동자 일상생활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 문화에 대한 우리들의 시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과 노동자 문화정치


신 병 현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위원)


최근 들어 부쩍 ‘현장’이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 내리고 있다. 신경영전략과 그에 따른 노사관계의 변화를 진단하는 많은 연구들이나 산별노조건설을 강조하는 언급들에서 한결같이 ‘현장’이 강조되고 있다. 한편으로 노동력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주요 대기업들의 ‘유연화전략’은 생산의 합리화와 동시에 그동안 실추되었던 감독자들의 권위를 회복시키고 작업장에서 노동통제력을 복구시키고자 각종 팀장치(예컨대, 두레활동, 반생산회의 등)들과 기업문화 장치들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처럼 “자본의 공세 대상이 ‘현장’이라는 점에서” “현장조직과 현장일상활동 강화의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강석재, 「조선산업 대기업의 신경영전략과 노사관계의 변화」, 한국노동정책연구소, 제6차 이론연구세미나 발제문, 15쪽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의 출범과 더불어 조직의 정비와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의 노력들 속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장’조직력의 강화 문제일 것이다.
결국, 신경영전략에 대응하면서 산별노조 건설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하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가지 모색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이 ‘현장’이라는 단어가 그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현장’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의미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가? 이 문제를 지금까지 편협하게 문화예술활동에만 국한시켜 인식해 왔던 문화정치와 노동자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간략하게 검토해 보자.

1. 노동자 일상생활과 ‘현장’문제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장’의 의미와 이 글에서 말하는 현장 개념이 일치할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는 이에 따라 어떤 이에게 현장은 공단이 밀집한 지역적 노동운동 및 정치활동의 시․공간을 지칭하는 것일 수 있으며, 다른 이에게는 단위 사업장의 노동조합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대위원이나, 소위원들이 주로 평조합원들과의 상호교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작업장의 시․공간을 지칭하는 것일 수 있다.
신경영전략과 관련해서 주로 언급되는 ‘현장’은 주로 단위 사업장 및 그 작업장(shopfloor)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단지 그곳으로만 국한되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신경영전략의 주요 통제기제로 부각되고 있는 기업문화운동의 경우를 보면, 표적으로 설정하는 시․공간이 단지 작업장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및 가족활동, 그리고 각종 소모임등 노동자들의 일상적 시․공간 전반을 표적으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면서도, 위에서 언급된 모든 것을 포괄하는 ‘현장’이라는 용어가 지닌 경제성은 아마도 8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온 노동운동 및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적 맥락속에서 형성된 용어 사용법에 기인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미분화된 용어 사용법은 기술 및 축적체계 상의 변화와 더불어 소위 통제사회로 이행 중인 사회, 즉 정치, 경제, 문화적 통제 곧 실질적 포섭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정치,이데올로기적 지형위에서, 적절한 대안 모색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지나친 의미부여로 인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합리화운동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욕망을 의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문화적 통제기법을 동원하는 기업문화전략을 포함하고 있으며, 노동과정은 물론 기업활동의 연장하에 노동자들의 여유시간과 일상적 생활까지도 포섭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통제하려는 전인격적 관리 경향이 나타난다. 현대의 기업문화 기법이나 일본적 관리스타일은 기업의 이윤추구 목적에 노동자들 및 가족구성원들을 제도적, 상징적 자원을 동원해서 무의식적 측면까지도 조작하여 이데올로기적으로 종속시키고자 하며, 더 나아가서 지역사회 주민과 국가 전체적인 차원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띤다. 일본이나 영국 등 외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포항제철,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강원산업 등 주요 대기업에서 실시되는 다물교육에서, 그리고 대우조선의 반생산회의 및 현대중공업의 두레활동에서 드러나는 팀장치를 통한 ‘강제적 적응’과 ‘자발적 동조’화 시도나 기업문화운동에서 자본의 문화정치적 면모와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노동조합들과 노동운동이 대면할 수 밖에 없는 문제는 ‘현장’ 영향력의 급속한 약화 현상이다. 이러한 점들이 말해주는 것은 문화적 지형이 노동운동에서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주요 영역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고, 이데올로기적 각축장으로서 문화영역을 둘러싼 정치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도록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유연화 전략으로 인해 발생하는 하청 및 잠재적 고용불안, 장기적 직장으로서 전망의 부재, 가족관계 및 소비생활 패턴의 변화로 인해 심화되는 현금-화폐관계 의존성, 그리고 이와 더불어 드러나는 개인주의 및 노조 결합력의 약화 현상은 노동조합 운동에 있어 단순히 기업측의 노동통제 방식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심각한 정책적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예컨대 노동자들의 높은 저축율에도 불구하고 주택 및 기타 융자금 상환 및 교육비, 그리고 기타 생활비의 충당에 항상적인 경제적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거나, 오히려 잔업 및 특근이 관리감독직의 강력한 통제수단이 될 정도로 임금이슈가 항상적으로 중요성을 지닐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장’의 다양성과 중층적인 성격은 기존 노동조합들의 정책 수립이나 노동운동에 한층 더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전략적 지도그리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자본합리화와 관련된 이러한 경향은 개별기업의 노동자와 자본의 임금관계 넘어선 문제이다. 그것은 사회복지 차원의 문제인 동시에 이를 넘어서서 통합된 자본의 흐름속에서 설명될 수 밖에 없는 노동력 재생산 영역을 자본일반의 순환회로로 통합시키는 경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중의 일상생활 거의 전 영역들이 통합되어 가고 있으며, 그것의 폭과 깊이는 생산영역 뿐아니라 소비 및 일상생활의 전 영역에 이르기까지 심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단일화 총체화 경향들을 고려하면서 다시 ‘현장’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현장’이라고 말해 온 시간과 공간은 폭과 깊이에 있어서 또는 실천이 침전된 역사의 층에서 넓고 깊거나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현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현장은 노동자들의 일상적 실천이 비록 자본의 순환회로가 형성하는 단일 평면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띠어갈 지라도, 노동자들의 일상적 실천과 효과들의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장이며, 그 내부와 외부에서 경제적, 상징적, 종교적, 문화적 등등의 요소들이 좌표축의 변화에 따라서 다르게 위치하게 되는 다차원적 공간이다. 또한 기존 사회관계의 분류틀 속에서 전략적 경제성을 추구하는 집단적 세력관계가 펼쳐지고 그 효과들을 포함하는 복합적 세력장이기도 하다. 기존의 현장개념을 이와 같이 다시 생각해 보면, 노동운동의 문화정치적 개입의 새로운 영역들에 대한 사고의 폭도 한층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2. 문화정치와 노동자 문화구성체

문화를 예술 작품의 생산과 관련된 문화 영역이나 정치를 형식적 선거과정으로 언급되는 정치영역으로 편협하게 이해하지 않듯이, 문화정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의미들을 추구하고 그것들을 창조하는 전 영역을 정치화와 투쟁속으로 종속시키는 복잡한 과정” Ian. H. Angus & Sut Jhally, Cultural Politics in Contemporary
America(N.Y.:Routledge,1989) 2쪽
또는 “의미를 고정시키는 특정한 입장에 대한 재규정과 변형의 싸움이다. 그것은 곧 권력, 주체성, 의미와 정체성 형성 등의 문제로 축약되는 관심들” 정체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적 감각을 포함하는 것인 반면, 주체성은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포괄하고 모순과 변화를 내포하는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다.
Glen Jordan & Chris Weedon, Cultural Politics(Blacwell,1995)
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화정치에서 주요 쟁점은 문화적 실천들이 그것이 수행되는 맥락들과 관계 맺는 방식과 그러한 실천들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제도 및 이데올로기적 형식들 모두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작동과 이를 통한 사회적 정체성 형성에서 드러나는 영향력 행사라는 문제일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의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시도, 대기업의 교육제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 국가의 교육제도 및 정책, 대처주의나 레이거노믹스 등 신보수주의 정치를 통한 사회적 약자의 주변화, 민족문화 공동체 이데올로기를 통한 포섭, 대중문화에 대한 국가의 검열 및 통제,비판, 문화적, 물리적 폭력, 초국적 기업의 상업적 영향력에 더욱 종속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체통합화 경향이나, 매체산업에서의 소유의 집중현상 증대로 인한 민주적 공론장의 축소 및 소멸 경향, 그리고 국가나 기업경제력을 통한 문화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뿐아니라 문화영역의 상품화를 통한 문화와 경제영역의 단일 영역화 현상 등일 것이다.
여기에서의 주요 관심은 전통적인 문화예술 생산자 및 커뮤니케이션 모형에 기초한 전달자와 수신자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 다차원적인 공간으로서 작업장을 포함하는 노동자 일상 생활공간이다. 이를 노동조합운동의 문화정치적 차원에서 주요한 현실적 개입 영역으로서 기존의 협소한 문화운동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문화정치 가능성을 보다 구체화시켜 보자.

1)노동자 문화구성체

여기서는 락이나 대중가요, 영화 등의 대중문화 실천과 효과들이 일상생활에서 창출하는 감수성 및 감정적 에너지 부여라는 결합효과의 창출 측면에 초점을 두고 문화연구에서 적용되는 문화구성체 개념을 통해 노동자 문화구성체 및 노동자 문화정치적 개입영역의 확인 가능성을 예를 통해서 살펴 보자. 다양한 실천들이 역사적으로 침전되고, 결합되어, 조직된 것을 구성체라고 하듯이, 문화 실천들이 특정한 시기에 상이한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응결되고 정체성을 지니게 된 구성체를 문화구성체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L.Grossberg, We Gotta Get out of this Place(N.Y.:Routledge, 1992) 70-73쪽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문화적 관행 및 실천들이 역사적으로 침전된 구성체가 노동자 문화구성체일 것이다. 이는 다시 여러 상이한 문화구성체로 분화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대표적으로 작업장에 적용하면, 작업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노동자들이 기계장비 및 도구, 일 등과 맺는 관계, 노동자 상호간 관계, 관리층 및 감독직들의 관리관행과 인간관계 활동 등의 의도된 관행, 그리고 인사 및 노무관리 관행 및 제도들, 그리고 이것들과 노동자들이 형성하는 관계, 노동조합 간부와 동료노동자들과 관계, 노조간부와 관리층 및 감독직들과 관계들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제반 문화적 관행들이, 화폐관계와 관련된 가족 및 개인적 생존경험으로부터 역사적으로 형성된 감수성을 지배적인 원리로 한 다양한 감수성들을 조직원리로 하여 상호결합된 구성체가 작업장 문화구성체일 것이다. 기업문화전략이나 신임금제도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계기는 바로 이러한 감수성들의 상호결합관계, 즉 작업장 문화구성체내 투쟁지형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파업 문화’구성체를 생각해 보자. 파업과 관련된 다양한 실천 및 문화적 관행들이 역사적으로 축적되고 조직된 구성체로서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더불어서 역사적으로 형성되었으며, 그 효능성의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 문화구성체가 파업 문화구성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업시의 농성장이나 집회장소는 반대로 노동조합의 헤게모니가 지배적인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관계가 만들어 내는 유한성을 지닌 시공간적 세력장이다. 그런데 이 세력장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문화적 다양성 또는 이데올로기, 가치적 다양성을 상정한 가운데 지배적인 이데올로기하에 봉합되어 진다. 또한 기존의 사건들과 경험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전위가 학습의 형태로 이루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진행자나 집행부의 시선과 행동은 참여자들의 다양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이들의 저변에 역사적으로 침전되고 육체에 각인된 감성이나 다양한 감수성들에 대한 호소(효과)를 겨냥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파업에 참여하는 대위원, 소위원, 감독직, 평조합원 중 적극적 참여자, 소극적 참여자 등등 사이에 상대적인 사회적 권위 부여도 이루어지며, 파업이전 및 이후의 사회,경제,이데올로기적 영역에 대한 효과를 그 내부에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같은 다양한 문화구성체들의 중층적 상호결합으로서 노동자 문화구성체를 생각할 때, 어떠한 점에서 기존의 문화활동에 대한 생각들과 차이를 갖게 되는가?
첫째, 문화구성체는 기존 조직형식에 따라 분화된 노동조합 활동영역들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수평적 수직적으로 횡단하여 형성되는 구성체를 분석하고 활동 영역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사건의 계열들과 관행들의 축적된 조직을 결합시키는 원리로서 감수성들의 상호결연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각각의 구성체들과 결연을 형성하는 구성체 외적인 정치,경제, 이데올로기적 관계나 사건의 계열들, 그리고 대중문화 구성체들 사이의 관계를 문화적 효과의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문화실천 및 활동의 전략적, 전술적 지평으로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중문화를 두고 전개된 투쟁의 대부분이 그러한 효과를 갖는 어떤 실천들의 능력에 관심을 두는 것처럼, 문화를 매체나 장르 중심적 활동으로 보지 않고, 효과나 감수성의 조직과 관련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대중문화와 관련된 문화활동을 매체중심적인 낭비나 소모전으로 이끌지 않도록 할 것이다.
세째, 기존 문화정치의 이데올로기 중심적인 단순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앞서 보았듯이 문화적 실천의 지배적인 효과들이 조직된 것을 감수성이라고 할때, 문화구성체들은 이러한 감수성들에 의해 상호결합되며, 하나의 구성체는 상이한 감수성들과 상호결합되어 있다. 또한 문화정치는 상이한 인구 집단들과 상이한 문화구성체들 사이에 감수성과 관련한 투쟁을 통해서 규정된다. 따라서 감수성은 여러 상이한 의미의 측면들과 상이한 표상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체 중심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 주체형성 전략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의 원천들을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한다.

2)노동자 문화활동의 영역들

노동자문화활동의 영역은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 및 노동자 문화활동 영역들 뿐아니라 이들과 관련한 육체,공간,시간의 차원들을 핵심적 장으로 한다. 대중문화는 육체와 정서의 짜임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대중에게 눈물과 웃음, 머리쭈볏함 등 육체적인 표식으로 새겨넣는다. 이때의 정서는 왜 어떤 실천이 다른 것에 비해 강한 정서적인 효과를 자아내지 못하는지를 양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 정서가 지니는 양적인 측면은 언어적인 의미작용과 감성의 결합이 만들어낸 것이고, 대중적 구성체들의 감수성들은 일차적으로 감성의 평면에 위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중문화의 일차적인 효과의 표식인 육체 상태의 변화와 활동에너지의 증진으로 현실화되는 것이 감성의 차원인 것이다. 이는 대중문화 구성체가 지닌 즉각성, 물리성, 재미라는 특성과 관련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언어적인 의미작용을 매개로하는 이데올로기적 동원 전술의 효과들에서 차이를 야기하는 맥락을 형성하는 양적 차원이 바로 감성의 차원인 것이다. 감성은 경험, 느낌과 같이 사건의 계열들을 따라서 사회,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말해주는 것은 문화구성체를 조직하고 이데올로기적 문화정치의 개입 맥락을 형성하는 중요한 하나의 요소로서 감성적 맥락에 부합하는 의미있음(즉,감수성)이라는 차원이 노동자들의 육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동자의 육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기계적 리듬에 종속될 수 밖에 없지만, 작업장 대인관계나 노동자들 사이의 일상적 대면관계속에서 억압되고 규율화된 육체적 긴장을 최대 한도로 복원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의례화된 행동의 반복은 그러한 행동을 육체에 각인시킬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에 종속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휴식시간과 육체적 활동의 공간확보(휴게실, 주택, 노조사무실, 운동장, 작업장 빈공간 등)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문화실천들의 효과들을 가능하게 하는 맥락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감성적 의미있음의 차원은 취향들의 우선순위를 고려함으로써 이데올로기가 어떤 경우에 효과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효과적이지 못한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다. 문화적 감수성의 집합으로서 대중성은 이러한 감성적 감수성에 따라 노동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우선순의를 지속적으로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일상적 문화활동이 현장활동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지게 될 때, 이러한 순서가 보다 용이하게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감성적 의미있음의 차원 즉, 감수성과 더불어 작용하는 대중문화 구성체가 제공하는 권위와 소속감 및 정체감 형성의 계기에서 보여 지듯이, 노동자 문화구성체가 자체로서, 그리고 대중문화와의 정서적 결연속에서 서로를 정서적으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상호간에 호혜적인 권위와 정체감의 형성, 그리고 감성적인 역능을 부여하는 장이 된다. 익히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노동조합활동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상호간의 권위부여와 정체감 형성의 계기가 되며, 노조활동에의 에너지 투여는 활동가로 하여금 감성적 역능을 이득으로서 상징적 자산으로서 되돌려 준다. 이처럼 대중문화의 다양한 구성체 및 일상생활 영역들도 문화활동을 통한 결연들을 모색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들이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대중문화구성체 개념을 빌어 노동자 문화구성체를 묘사해 보았다. ‘현장’에 대한 인식의 풍부화와 노동운동 및 노동조합의 문화정치적 실천의 정책적 대안 모색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문화정치적 실천에서는 구성체적 상호결합과 결연의 원리에 따라 끊임없이 그 효과를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실험적 접근만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노/정/연

1995-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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