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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노동운동의 과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5호
김도근

H9512-07.HWP H9512-07.HWP(17 KB)

기획 1

자동차산업의 노동자상태와 노동운동(5)

※ 본 연구소에서는 ‘자동차업종 연구모임’을 시작하면서, 자동차업종 작업장의실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노동운동의 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하는 한 과정으로 다음의 연구를 기획하였다.

【기획 Ⅰ】
주제 : 완성차공장의 노동자상태
목적 : 자동차산업의 노동자가 처해 있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함으로써,
노동운동의 과제를 정립한다.
차례 : 1. 생산공정과 노동의 내용 (각 공정별 분석)
2. 생산의 합리화와 노동자상태
3. 노동운동의 과제

【기획 Ⅱ】
주제 : 관리전략의 변화와 노동조합의 상태
목적 : 자동차산업의 관리전략의 변화에 따른 노동자 상태의 변화와
노동운동의 대응방향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차례 : 1. 노무관리방식의 변화와 노동조합의 정체성
2. 내부노동시장의 재편과 경영참가
3. 노동운동의 대응방향

【기획 Ⅲ】
주제 : 완성차 노동조합운동의 평가와 과제
목적 : 87년 이후 자동차산업의 노동운동을 평가하고, 현재 처해 있는
노동운동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돌파해 낼 새로운 실험의 조직
적 계기들을 정책적 측면에서 생산해 낸다.
차례 : 1. 87년 이후 노동운동 평가
2. 단체교섭과 일상활동 평가
3. 산별운동과 노동의 정치


자동차산업 노동운동의 과제


김 도 근 (연세대 경영학과 강사, 정책사업위원)


이번 호에 실린 ‘자동차산업 노동운동의 과제’를 마지막으로 5회에 걸친 자동차업종 연구기획은 일단락짓는다.
많은 관심을 보여 준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더욱 알찬 내용으로 남겨진 부분을 채울 것을 약속드린다.



본 글에서는 합리화에 따른 노동운동의 과제를 정리하는 것이지만, 이는 3사 노동운동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는 바, 지면 관계상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 대응전략의 원칙에 대해서 약간의 검토를 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합리화에 대한 서구 노동운동의 대응방식을 개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현재 우리 노동운동의 고민 역시 동일한 연장선위에 서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는 정책생산이라는 현실적 곤란 속에서, 유사한 외국사례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정세와 괴리된 채 정책생산의 준거로 잡혀서는 안된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직제개편 활동에 대한 사례 검토를 통해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 대응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1) 합리화에 대한 서구 노동운동의 대응

지금까지 간단하게 완성차 3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던 자본전략의 변화(생산과정의 합리화와 개별적 노사관계 중심의 노무관리 등)는 국제적 자본운동에서 일정한 수렴적 경향을 띠고 있다. 80년대 서구에서 진행된 이러한 합리화는 단체교섭의 탈중심화와 노동조합 조직율의 감소 등 노동운동의 약화로 귀결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뷰러웨이의 공장체제의 분류에 따르면 헤게모니체제에서 헤게모니적 전제체제로의 변화에 의해서 설명가능하다. 즉 초기자본주의의 시장전제체계(Market Despotism)는 강제와 강압을 특징으로 하는 노동통제에 의해 저임금, 장기간 노동 등 노동력의 초과착취가 가능했으나, 이는 곧 과소소비로 인한 생산력실현의 문제와 노동자들의 저항을 낳았다. 그래서 집합적 자본인 국가는 최저임금법, 사회보장제도, 단체교섭의 법적 보장 등 노동력 재생산과정의 개입을 통해 자본주의 모순을 이완시키려 하였고, 따라서 기업은 단체교섭제도의 합법화로 인해 전제적 경영권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제약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결과 노동자지배체제는 강제의 메카니즘만이 아니라 단체교섭, 내부노동시장 등 노사간에 타협된 게임의 규칙에 의해 노동자 스스로 경영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설복되는 동의(Consent)의 메카니즘이 동시에 제도화된 헤게모니체제, 즉 포드주의적 대타협을 낳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 수준의 자본의 불균등발전으로 인한 국가개입의 차이는 헤게모니체제의 수익성 악화로 귀결되었고, 자본주의 장기불황과 신보수주의의 등장은 포드주의 축적체계의 위기(헤게모니체계의 위기)를 가속화하게 된다. 헤게모니체계의 위기는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에 따라 가속화된 자본의 이동성과 자본간 경쟁의 격화를 배경으로 양보교섭, 생산성교섭 등 노동으로부터 강제적 양보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집합적 노동자를 개별화시키는 헤게모니적 전제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노사관계에서 이러한 합리화의 진전은 작업장수준에서의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직업안정과 임금안정을 위한 노동조합의 전략이었던 선임권에 기초한 직무통제권은 다능화에 의한 직무경계의 약화와 제거, 수량적 유연성에 의한 내부노동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동요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유일한 대표기관으로서의 노동조합위상도 고충처리위원회나 각종 협의회에 의해 축소되고 있으며, 또한 능력주의 인사제도에 의한 노동자분할의 결과, 집합체로서의 연대성에 기초한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급속히 이완되고 있다. 또한 임금교섭 위주의 단체교섭관행 역시 신기술도입, 공정합리화 등 새로운 교섭영역에서 심각한 무능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일반적 대응 역시 자체전략을 가지지 못하고 방어적 협상에 그치고 있으며, 그 결과 대개 양보교섭의 체결과 그 대가로서 경영참가(노동의 인간화) 프로그램의 일부수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합리화 효과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각국이 처해 있는 경제상황, 노동시장의 조건, 노사관계의 역사적 경험, 각국 정부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기술과 작업조직의 재편에 대한 각국 노동운동의 대응방향을 신기술과 작업조직의 재편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기술의 도입을 통한 생산방식의 혁신에 대한 일본 노동조합의 대응은 기술도입에 관한 사전협의제의 확립과 성과배분전략이지만, 실제 사전협의제는 거의 유명무실하며 보상전략에 치중되어 있다. 영국은 산업의 국제경쟁력의 쇠퇴를 우려하여 노동조합에서 신기술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지니고 무질서한 신기술의 도입을 규제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통해 협정화해야 한다는 전략하에 사용자단체와 중앙교섭을 벌였으나 협약체결에 실패하였다. 이후 영국노동조합연맹(TUC)은 노동조합의 입지강화를 위해 노사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산업파트너쉽의 선언하에 단체교섭제도의 법적 보장, 부당해고방지, 안전작업권, 성이나 인종에 의한 고용차별의 철폐, 교육훈련권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법규의 개정전략을 표명하고 있다. 독일과 스칸디나비아국가들에서는 사민당 정권의 지원하에 완전고용우선의 경제정책, 노동시간단축, 해고제한, 기술도입 결정과정의 노동자대표 참여, 기술도입의 성과배분으로서의 임금인상 등 가장 선진적인 노동자보장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이는 공동결정제가 제도적으로 밑바침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작업조직의 재편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유연적 합리화에 따른 작업조직의 재편은 테일러주의적 노동편성의 비인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노동의 인간화를 크게 신장시키므로 작업조직의 재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캐나다, 호주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유연적 합리화의 팀작업조직은 작업자들의 노동밀도의 증가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므로 팀작업조직으로의 개편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미국의 Teamster가 여기에 속한다. 세째, 노동조합의 적극적 교섭에 의해 작업조직의 재편를 시도하는 입장으로서 스웨덴, 독일의 사례가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크게 합리화의 태도와 대응전략의 시간적 범위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가지 유형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분류기준은 유연적 합리화를 노동조합의 위기적 상황으로 인식하는가, 아니면 자본주의 일상적 순환의 문제로 인식하는가라는 점과 두번째 기준은 노동조합의 활동지향성이 단기적인가 중장기적인가라는 점이다. 이러한 분류에 의한 첫번째 유형은 합리화가 노동운동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반대투쟁이나 임시적인 협약(보상 혹은 경영참가 프로그램의 부분적 도입 등)을 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임기응변형이다. 두번째 유형은 합리화에 따른 위기적 국면을 맞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총체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정책개발형이다. 세번째 입장은 합리화는 자본순환운동의 일상적 문제의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대응하면 된다는 과소평가형이다. 네번째 유형은 투쟁환원형으로서 합리화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내에서 게임규칙의 변경이기 때문에 게임 그 자체를 변혁하지 않는 한 항상 동일한 문제에 부딪치게 되고, 따라서 노동조합의 대응은 자본주의 변혁을 향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2) 합리화에 대한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대응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주로 대자보와 노동조합 소식지를 통한 폭로성 비판이나 노동조합교육을 통한 기업의 의도성비판 등 즉자적인 반응에 그치고 있으며, 비판의 근거도 대부분 일본 노동자상태에 근거하고 있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에서는 현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올바른 이해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정책마련을 위한 대책팀을 꾸리거나 외부단체에 정책생산에 관한 프로젝트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그러나 대응전략의 모색과정이 정책주의적 편향이나 경영참가적 편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정책주의적 편향은 현재 단사 노동운동의 위기를 설득력있는 교섭대안의 부재로 진단하려는 것으로 과거 노동운동의 정책력미비에 대한 반향으로서 무리없이 현장내에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정책주의적 편향의 또 다른 모습으로서 매우 설득력 있게 파급되고 있는 경영참가적 경향은 공동결정모델을 통하여 현장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파악한다. 이러한 편향은 정책적 대안의 관철과 그 효과의 보증은 노동운동의 조직역량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매우 진부화된 문제인식으로 무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합리화담론을 노동운동의 위기구조에 대입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판단된다.
합리화와 관련하여 대공장 노동운동은 새로운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과거에는 폭압적이고 노동배제적이었던 기업의 경영관행과 공권력에 의한 민주적 요구의 폭력적 탄압 등이 곧 노동조합의 연대성의 내용이었다면, 최근 관리관행의 변화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몰입의 근거를 새롭게 제기하는 ‘노동조합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합리화에 대한 대응은 정책적 대안의 생산 못지 않게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어떻게 재구축해 내고, 조직력을 강화 복원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또 대응전략의 모색과정은 전략적 수렴의 지점(직장내 일상활동, 노동자의 연대성의 확장과 정치적 전망), 대응전략의 수준(총자본에 대한 총노동의 대응전선, 단사내 조직역량의 복원과 강화), 그리고 대응전략 생산의 출발점(단사 노동운동의 평가와 반성, 노동조합권력의 민주화 등)을 분명히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모색과정 중 가장 정책주의적 편향이 강하게 드러나곤 하는 직제개편에 관한 사례를 통해 합리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방안에 대한 고민 지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간단히 살펴봄으로써 본글을 마무리 짓도록 한다.

3)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직제개편 활동 사례

현대자동차의 직제개편에 대한 작업자들의 대응방향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보면, 노사공동연구안의 생산을 통해 직제개편안을 마련하자는 입장(노사공동안의 입장)과 노사가 각각 독자적인 개편안을 생산하고 노사교섭을 통해 직제개편안을 최종 확정하자는 입장(교섭안의 입장)이 집행부의 변화와 맞물려 상호대립해 왔다. 즉 1대와 2대 집행부에서의 직제개선위원회(직개위)가 노사공동안의 생산을 목표로 하였으며, 3대와 4대에서는 교섭안의 생산에 직개위의 목표가 설정되었고, 5대 집행부에서는 다시 노사공동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노사공동안을 생산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노사공동안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직제개편은 회사고유의 영역임을 일단 인정하고 현행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회사의 발전과 작업자의 자기개발 및 미래전망을 낳을 수 있는 개편안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회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직능자격제도의 기본적 틀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과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능력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활동의 중심이 놓여 있다.
이에 반해 교섭안의 입장에서 직제란 직무를 매개로 한 사내신분질서이며 노동력 소비과정의 극대화를 위한 노동통제장치이기 때문에 직제개편에 대한 노사간의 입장은 대립적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위에 서 있다. 따라서 노동통제의 강화와 노동조합의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큰 직능자격제도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대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섭안의 입장이 직제개편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직제개편이 작업장의 민주화, 노동의 인간화, 노동생활의 질향상, 그리고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제개편의 입장들은 회사안이 거의 성안된 5대 집행부에서 서로 대립하게 된다. 5대 집행부하에서 직제개편에 대한 입장은 크게 노동조합집행부의 입장, ꡔ노동자의 길ꡕ의 입장, ꡔ현대노동자신문ꡕ의 입장 등으로 나룰 수 있다.
먼저 집행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집행부의 직개위는 직능자격제도가 노동강화, 승진경쟁, 노동조합의 약화 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노동조합 붕괴우려는 패배주의적인 어리석은 질문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유니온 숍이고 제도가 불합리할 때는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여기에 제도적인 참여가 보장되면 더 좋을 것이다....일본의 경우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한 후 교육, 육성을 통한 객관적 평가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기 대문에 상사의 주관적 평가에 의지하게 되었다. 어떤 제도라도 운영과정에서 잘못될 여지는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것, 즉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해 두어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자 스스로의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잔업 및 특근근무는 강제조항이 아니며 년, 월차 아껴서 수당받는 것보다 피곤하면 당당하게 쉬어야 한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경우 제도상으로 불이익을 받지는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이 직능자격제도의 본질은 외면한 채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졸의 한계는 현 우리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ꡔ현대자동차형 인사제도 질의응답집ꡕ, (노사공동연구위, 1994), 1-4쪽)

즉 직능자격제도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은 제도 자체의 문제점에 있다기보다 제도운영에서 공정성과 작업자들의 주체적 의식의 결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며, 제도적 보완장치와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면 이러한 우려는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항상 권력관계의 균형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권력관계가 불균등한 노사관계에서는 항상 현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도라는 식의 순환관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직능자격 제도에 대한 비판들을 불식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직개위의 입장은 협조적 노사관계에서는 실리추구와 외부연대활동, 파업 등 투쟁적 노동운동과 단절하겠다는 집행부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생산성향상에 적극 협력하여 실리를 챙기겠다는 집행부의 실리주의적 성격은 직제개편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회사안을 기본적으로 인정한 후 협의를 통해 일부 세부적 운영안을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과거 감독자와 관리자들의 전횡적 인사고과의 경험이 아직 생생한 작업자들에게 인사고과의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회사안의 세부적 보완을 위한 5대 집행부 직개위의 활동은 그 출발에서부터 현장작업자들의 반발과 비판이 이미 예견되고 있었다. 따라서 직개위의 연구활동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현장작업자들에게 민감한 연구내용의 노출에 대해서는 대단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두번째 입장은 3, 4대 집행부 때와 같은 교섭안의 입장을 지니고 있는, ꡔ노동자의 길ꡕ이라는 현장신문을 중심으로 하는 ‘직제개편 현장활동모임’(이하 현장모임)이다. 현장모임은 자체내에 연구분과, 교육분과, 홍보분과 등을 두고 회사안의 골격인 직능자격제도의 배제를 통한 새로운 대안을 생산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활동해 왔다. 현장모임에는 대안생산과 관련해 상이한 두 견해가 공존하고 하고 있다. 하나는 직능자격제도에 대한 반대원칙하에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의 생산을 주장하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직제개편에 대한 조합원의 기대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회사안의 반대활동만으로는 현장을 조직화하기가 힘들다는 현실적인 평가에 기초해 있다. 그런데 ‘설득력 있는 대안생산’에 골몰하고 있으나 대안생산의 한계에 봉착한 나머지 적시적인 현장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안생산에 집착한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또다른 견해는 구체적 대안생산보다는 직능자격제도에 대한 반대투쟁을 조직화하는데 활동의 중심이 놓여야 하고, 대안의 문제는 몇가지 기본적 원칙 정도면 충분하다고는 견해이다. 즉 노동조합집행부를 장악하지 못한 지금의 상태 속에서의 직제개편은 노동자적 대안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회사안대로 관철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5대 집행부에서의 직제개편을 저지해 내고 이후 민주집행부하에서 직제개편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조합원들의 직제개편열망을 직능자격제도의 반대만으로 어떻게 조직화하고 이후 민주집행부의 구성은 또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조직적 계기(Organizational Moment)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
직개개편에 대한 마지막 입장은 2대 집행부 때의 임원들과 상집간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ꡔ현자노동자신문ꡕ(이하에서 현자신문으로 칭함)이다. 현자신문는 전형적인 양비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관리자들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현자신문의 직제개편에 대한 입장은 현장모임의 입장에 대해 ‘대안없는 원론적인 문제제기’ 혹은 ‘충분한 내용의 검토없는 흑백논리’ 등으로 비판하고, 회사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부분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회사안의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안이 지닌 승진제도와 임금제도의 문제점으로 장기근속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장기근속자의 자동승급의 범위를 4급에서 3급갑 또는 4급갑까지 확대하고 고호봉자(장기근속자)의 호봉간 차이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고졸과 대졸의 학력차에 의한 승진과 임금의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하며, 호봉급과 자격급의 비중에 대해서도 호봉급은 연령과 근속에 따른 생활급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그 비중을 높이고, 직급 상승에 따른 수당의 성격인 자격급은 그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가제도에 대해서도 현자신문은 “제도를 주관하는 회사가 양심적으로 시행하지 않거나 종업원이 정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기 때문에, 노사가 항구적인 상설적 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협의를 거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길만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직제개편에 대한 태도는 직제개편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이 철저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즉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기업(조직)내 위계의 도입은 ①노동자들의 장인적 숙련의 해체(구상과 실행의 분리, 그리고 그에 따른 실행노동의 세분화 및 파편화)에 따른 생산의 조직화에 대한 필요성, ②작업장내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압하기 위한 노동자 분할지배전략(위계에 따른 노동통제의 중층화, 신분질서에 따른 작업자들 사이의 이해관계의 분기, 사내 신분상승에 대한 작업자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기업활동에 작업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해서 소유와 경영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는 한, 직제는 자본의 원활한 이윤실현을 위한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직제개편을 통해 작업자들의 권리가 확대되거나 노동의 질적 수준이 향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제개편의 긍적적 효과들은 철저하게 기업활동에 부합되는 한계내에 있다. 결국 어떤 형태의 직제이든 소유와 경영을 노동자가 민주적으로 분담하는 형태가 아닌 한, 본질적으로 경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직제활동 투쟁의 중심축은 현 직제에 대한 개선이 아니라 제도개선의 실현조건인 노동자의 단결력강화와 조직력복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조직적 계기(조직화)에 대한 고민이며, 노동자 대안은 이러한 의미에서 보다 민주적 직제설계를 위한 요구의 반영일 뿐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자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반대 혹은 대안생산이라는 대응방향은 노동자 대중의 정서와 현실적 권력관계에 대한 문제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근사한 대안만 만들면 교육과 선전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을 동원할 수 있다’라는 대안생산의 관점은 노동조합조직력 자체가 불안정한 조건속에서는 그야말로 희망일 뿐이며, 또한 작업자들의 승진욕구속에서 반대투쟁의 조직화는 대중적 정서와 유리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따라서 직제개편에 대한 문제의식은 작업자들을 현실적으로 동원하고 조직화시킬 수 있는 조직적 계기(매개)에 대한 고민이어야 하며, 이는 현실적 권력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문제의식인 것이다. 한/노/정/연

1995-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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