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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방침, 민주노동당 그리고 4.13총선
 - 현상과 본질의 이중주 -

현장에서 미래를  제56호
김승환

민주노총 정치방침, 민주노동당 그리고 4.13총선
- 현상과 본질의 이중주 -

김 승 환
연구원






1. 문제제기

민주노총은 부르주아 선거일정에 따른 자신의 정치방침과 선거개입전술을 선거시기마다 제출하였다. 그리고 2000년 1월 30일 민주노총 조합원을 과반수 이상으로 하는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었고 4.13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공천으로 민주노총에서 10명(총 22명중)의 후보를 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목표였던 ‘원내진출’이라는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출구조사 결과 울산과 창원에서 최소 2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보도에 순간적으로 흥분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깨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선거평가에서 ‘정당명부제’ ‘중앙당 차원의 전략부재’ ‘후보선정기준’이라는 내부적인 원인 진단을 하고 있다. 외부적인 원인으로는 ‘지역주의’ ‘금권, 탈법선거’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꼽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총선평가는 민주노총 내․외부적으로 존재해 온 문제를 단순히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 내부에 존재하는 원인분석과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자기계획과 대안은 아직 제출되고 있지 않다.
이 글은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평가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은 이르지만 4.13총선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함께 보지 못하고 있는 평가와 외부요인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민주노총이 자기계획을 갖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제출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논의와 평가의 수준에서 필자가 수집할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하여 민주노총의 총선방침과 경과에 대하여 약술하고, 총선실패 민주노총이 총선결과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필자가 총선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두가지 점이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총선방침에서 목표로 제시하였던 의석확보를 못하였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투쟁을 통한 의석확보 즉 투쟁조직화 과정과 총선조직화 과정의 실패를 포함한다.
에 대한 본질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추적하고, 이것에 근거하여 대중조직으로써 민주노총은 향후 어떠한 정치방침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하여 논하도록 하겠다.


2. 민주노총 총선방침과 4.13총선까지 경과

1) 총선경과 약술 - 일정중심으로

2000년 1월 18일 민주노총 제17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4.13총선방침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총선체제로 돌입하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의 교두보확보, 당 강화, 의석확보’라는 목표 아래 구체적으로 9가지의 방침을 제시하였다. 민주노총, ꡔ2000년 정기대의원대회ꡕ자료집, 2000년 1월18일.

그리고 2월에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기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에 따라 ‘정치투쟁, 총선투쟁지침’이 확정되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별첨자료, 「정치투쟁, 총선투쟁지침」 2000. 2. 9.
여기에서 총선투쟁이라는 용어를 구사하면서 객관적 정세조건과 주체적 조건을 명시한 후 상반기 총선투쟁의 3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핵심슬로건은 ‘총선투쟁을 5월 총파업투쟁의 교두보로 삼는다’로 설정하였다. 효율적인 조직체계와 구체적인 전술운용에 관한 다양한 일상적인 조직화사업과 민주노동당원 배가운동 및 선거비용 마련계획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없는 지역을 고려하여 반노동자 후보에 대한 낙선계획까지 배치했다.
그 후, 3월 중앙집행위원회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2000. 3. 9.
에서 이상현, 권영길 후보를 민주노총후보로 인준하였다. 3월 중앙위원회 민주노총, 2000년 3차 중앙위원회, 2000. 3. 23.
에서는 대의원 대회에서 결의된 민주노총 후보 규정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였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 차원의 지원방안, 반노동자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 등이 점검되었다. 주요하게는 울산북구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중앙위원회 차원의 후보기준의 문제로 논의되었고, 낙선운동과 관련해서는 지역에서 반노동자후보에 대한 선정기준이 설정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를 다루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3월 중앙위원회를 기점으로 사실상 전면적이며 입체적인 지원과 협력속에서 4.13총선까지 오로지 “의석확보”라는 목표를 향하여 노동자와 기층민중을 대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였다. 울산북구의 아픔을 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명분아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전력을 다하여 “당선-득표”를 향하여 질주하였다. 하지만 총선결과는 당선권에는 근접하였으나 당선되지는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평균 득표율 13.09%라는 결과에 만족과 기대를 동시에 거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2) 노동자 민중의 상태

민주노총이 정치일정에 따른 총선전략을 기획하는 순간에 현장에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지역에서 단위사업장 차원의 대응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따른 고용불안과 불안정고용이 증가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휠씬 많아지는 고용형태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런 전반적인 정세속에서 각각의 진보진영은 4.13총선을 향하고 있었다. 특히 99년 1, 2차 민중대회에서 보여준 노동자 민중의 요구와 저항의 의지는 그 극점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치닫고 있었다.
예컨데, 2000년 1월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철도공투본의 노조 민주화 투쟁과, 농축협 통합에 반대해온 축협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대우부실화에 따른 대우그룹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또한 각 대학은 등록금인상에 반발하여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교육투쟁을 전개하면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는 시민운동세력의 낙천, 낙선운동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치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는 척 하였지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 칼날을 휘둘렀으며, 철거민들에게 살인적인 철거를 강행하였다. 대우자동차는 해외매각 방침을 마련하였고 기아자동차는 1라인을 광주로 이전하고, 외주․용역을 도입하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입안하고 이를 노동조합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하였다. 당시에 기아자동차 조합원들이 사측에 저항하려는 의지는 4월 공동파업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났으나 집행부는 조합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측의 외주․용역을 협의해주는 방향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교육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상황이 연일 연출되고 있었다.
또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신생노동조합이 무수히 탄생하고 있었는데, 이들 노동조합은 결성하자마자 곧바로 자본의 탄압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다.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노동조합과 평택에 있는 성신공업, 동방제약 그리고 서울대시설관리노조, 서울지역인쇄노조 등등 신생노조가 자본의 공세앞에 외롭게 투쟁을 하였다.
이런 현상은 자본과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이 전 사회로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때 민주노총 지도부는 확산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완성차 공동파업과 5.31 총파업으로 배치하였다. 그리고 완성차 공동파업은 4.13총선전에 집중 배치하였고, 4.13총선을 총선투쟁으로 만들면서 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교두보로 설정하였다.

3) 민주노총의 정치적 의도와 문제점

민주노총의 계획은 아래로부터 요구되는 투쟁을 총선을 위하여 배치하고, 총선을 위해 모여진 동력을 총파업으로 이어가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투쟁과 총선이 병렬적으로 갈 수 있겠지만 이것은 어느 한쪽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총선을 위한 투쟁배치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4월 6일부터 12일까지의 완성차 공동파업이다. 명분은 완성차 공동대응의 기조하에서 해외매각반대-공기업화투쟁이지만 정부와 자본가 집단에게 구조조정 반대라는 노동자들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집회와 투쟁이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투쟁은 일정한 수위까지만 즉 자본과 정권이 만들어 놓은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진행됨으로써 조합원의 요구와 정권의 요구를 적절히 기계적으로 배합하는 수준에서 전개되었다.
또 다른 근거는 실제로 투쟁이 중요함을 느끼고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수렴한 집행부라면 완성차 공동파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모든 집행역량을 일상적으로 투입하고 점검하면서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단위사업장의 구체적인 파업프로그램과 요구안을 만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지도부가 한 것은 단지 금감위와 대화를 나눈 정도뿐이고, 일주일이라는 파업기간동안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노동 무임금 적용에 따른 임금손실과 무기력한 패배감이고 동시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4월 완성차 파업투쟁은 매각에 따른 고용불안이 주원인인 생존권적 요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지도부는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총선을 위한 하위투쟁으로 배치하였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는 투쟁했다는 명분을, 총선을 의식하고 있었던 지도부에게는 압박용 투쟁을 주는 정도에서 조절되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 지도부와 민주노동당의 정치력보다 부르주아가 가진 정치력이 더욱 효과적이었다. 부르주아 정치꾼들은 투쟁하는 진보진영이 의회에 들어오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의회에 들어오려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정치질서를 인정하는 범위안에서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놓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주의를 동원하여 의회에 못들어 오게 하는 정치력을 발휘한다. 이런 부르주아 세력들의 정치적 구상은 총선 3일전에 보여준 깜짝쇼로 잃어버린 민심을 회복하는 근거와 계기를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진보세력의 일부까지 흡수하는 강력한 정치적 태풍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겉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말하면서 일면투쟁/일면교섭이라는 전술을 사용하지만 항상 일면투쟁은 일면교섭의 하위에 배치되면서 지도부의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하게 되고 상층의 간부출신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최종, 최고의 목표임이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는 상층 간부출신들이 국회의원후보가 되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3. 총선실패의 본질

민주노총 일부와 민주노동당이 이해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는 의석을 확보하여 부르주아 정치구조인 의회에 진출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총선실패의 본질을 몇가지 사례를 통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무엇이 극복되어야 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제도적 측면 - ‘정당명부제’가 핵심이었는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줄기차게 선거법 개정에서 ‘정당명부제’의 도입을 요구하였다. 심지어 민주노동당 대표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면서까지 ‘정당명부제’의 도입을 요구하였다. ‘정당명부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핵심적인 근거는 법, 제도적인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부르주아 정치질서속에서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많다고 할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두 가지 점에서 착각을 하였다.
하나는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기존의 부르주아 보수 정치꾼들도 자신들의 당원을 무작위로 확대시키는 방식을 도입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정당명부제’를 비롯한 법, 제도적인 개선은 계급의 힘관계에 의해 바뀌고 개선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특정한 시대의 법과 제도는 지배계급의 이해에 맞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개선하고 바꾸는 것은 힘관계를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실제로 ‘정당명부제’를 도입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기본적으로 대중투쟁을 조직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주장해온 바와 같이 선거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을 것이고, 제도개선투쟁이 상층차원의 요구와 교섭으로 왜곡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상층차원의 요구와 교섭은 노동자 민중이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현실을 투쟁으로 조직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하였고, 단지 단기적인 정치이벤트로 작동될 수밖에 없었다.

2) 과정과 경로의 문제 - 득표위주의 선거운동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는가?

3월 중앙위원회 민주노총, 2000년 3차 중앙위원회, 2000. 3. 23.
에서 확정된 구체적인 총선투쟁지침의 내용을 보면 일관되게 당원확대와 확장사업으로 배치되어 있다.
물론 목표는 ‘총파업투쟁을 위한 교두보 확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다음 목표였던 ‘당 강화’와 ‘의석 확보’에 구체적인 지침이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당원가입원서를 회의와 집회에서 받는 지침이 제출된 점과 조합원 주소록을 모으는 점 등은 당원 확대를 위한 득표전략에 중심을 두고 총선투쟁을 기획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서술하였듯이 당시의 정세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전면화 되면서 지역과 단위사업장을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구조조정 저지와 생존권 투쟁, 민주노조 사수투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특히 완성차 사업장은 공대위의 지침에 따라 공동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활동과 사고의 중심은 총선을 향한 득표에 집중되어 있었다.
선거에서 득표가 목표인 것은 당연한 방식이고 목표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는 부르주아 정치질서를 인정한 상태에서는, 정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르주아 보수 정치질서는 형식적 민주주의이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최고 표현행위를 선거에 두고 있으며 다득표에 의한 지배세력을 구성하는데, 그 과정은 다수 민중에 대한 공(空)문구 남발과 득표만을 위한 온갖 추악한 행위가 자행되는 선거행태이기 때문이다. 즉 부르주아 지배질서를 재생산하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구성요소로서 선거제도와 이러한 선거제도에서 득표전략은 부르주아 정치질서를 인정한 가운데서만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의 개념은 추상적으로 서술하자면 ‘노동자 민중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실질적인 주체로 구성되는 과정의 조직화’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 민중이 현실의 부르주아 사회구조를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의 정치, 사회적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조직하는 주체가 세력화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조직하는 것은 부르주아 정치구조에서 다양한 방향과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에 의해서 규정되고 무엇을 향하여 실천을 조직할 것인가의 문제로 남게된다.
그래서 부르주아 정치일정인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통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성장이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택을 할 때 노동자 민중이 가져야할 핵심적인 원칙은 ‘정치적 성장의 과정을 어떤 경로를 통하여 조직하는가’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 조직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직화 과정과 경로에 비추어 볼 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선택한 방식은 단지 형식적으로만 총파업투쟁을 위한 교두보였지 실제로는 득표만을 위한 선거운동이었고 득표위주의 조직화과정을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자신들의 의도가 어떠했든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득표를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구조조정 저지와 생존권 투쟁을 득표를 위한 투쟁으로 하위 배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부르주아 정치구조에 진입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설정한 것 자체와는 무관하게 실제로 투쟁하는 선거와 득표를 원했다면, 구조조정 저지와 생존권 투쟁을 중심에 놓고 대중투쟁을 실물화시키면서 대중투쟁의 성과를 노동자 민중에게 돌려줄 때 실질적인 득표로 이어 졌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평가하듯이 ‘중앙당 차원의 전략이 부재’ 하였다는 것은 ‘득표중심의 선거전략만 있었지 대중투쟁을 조직화하기 위한 전략이 부재하였다’로 수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결과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와 대응을 보면 ‘당을 유지하자, 구심력에 휘말리지 말자, 상황에 끌려가지 말자’ 민주노동당, 전국지부장단회의, 2000. 4. 18
등등의 문구로 가득차 있다. 자신들이 선거기간동안 보여준 행위에 대한 냉정하고 겸허한 평가 없이 오로지 강력한 의지와 자신감을 의도적으로 갖자는 글귀만 남아있다.
득표를 중심에 두었으니 평가도 득표중심으로 나와서 ‘여러가지 준비 부족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승리라고 평가한다’ 민주노총, 5차 정치위원회, 2000. 4. 19
고 정리하고 있다. 득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저지투쟁조차도 하위에 배치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현실의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구조조정 반대, 생존권 사수투쟁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들의 관념적 정치를 실현하려는 것만이 안중에 있었던 것이다.

3) ‘민주노동당 후보’와 ‘깨끗한 정치-보수뽑기’는 무슨 차이인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이후 시민운동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까지 논하고 있다.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총선평가 좌담에서 한 말을 인용해보자.
“민중운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민중진영에서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민중 대 자본의 전선을 ‘깨끗한 보수뽑기'로 심각하게 왜곡시켰다. 민중진영이나 민주노동당의 발전에 있어서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말하듯이 총선시민연대는 현재의 계급전선을 흐트리는 깨끗한 보수뽑기로 낙천, 낙선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민중진영의 발전에 있어서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행한 득표를 위한 투쟁을 하위에 배치한 활동이 민중진영에 미친 영향은 총선시민연대가 미친 좋지 못한 영향보다 못하지는 않다.
보수 정치권이 자신들의 득표를 위해 지역주의 바람을 일으키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사용한 것 못지 않게 민주노총도 득표만을 위한, 의회진출만을 위한 총선방침을 실행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민중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총선시기에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행위인 투표행위도 포기하거나, 깨끗한 보수를 선택하게 한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총선시민연대가 이번 총선에서 한 낙천, 낙선운동을 다른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현재의 노동자 민중이 가진 정치적 힘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리고 부르주아 보수정치세력 스스로가 하지 못하는 정치혁명을 시민운동이라는 외피를 쓴 소부르주아세력에게 맡긴 측면도 있다.
즉 자본의 정치적 힘을 압도할 수 있는 노동자 민중세력의 실력과 능력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조직되지 못한 면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총선시민연대의 운동방식인 반노동자 후보의 낙선운동을 하려고 시도하였던 것이다. 총선시민연대가 현재의 계급전선을 흐트렸다면 민주노총에서 구상한 반노동자 후보 낙선운동에 대해서도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시민운동세력에 대한 주장과 평가는 민중 대 자본의 전선을 왜곡시켰다는 점에서 옳지만 민주노총이 총선시기에 행한 실천적 측면 즉 민중 대 자본의 전선을 득표위주의 선거로 몰고 간 점에서 틀린 주장이다.
그리고 총선과정에서 보여준 시민운동세력들의 ‘깨끗한 보수뽑기’운동은 이중의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시민운동세력들의 자기정체성의 회복을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아래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이점은 김대중 정부의 정치적 지배력과 연결되는 것인데, 그것은 소부르주아 세력까지 체제내적으로 포섭하려는 정치적 구상이 시민운동세력의 기반을 흔들게 되면서 시민운동세력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는 정치개혁에서 시민운동세력의 힘을 빌렸다는 점이다. 이점은 앞에서 논한 것과 상반되지만 김대중 정부 자신이 정치개혁을 추진하였을 경우에 보수, 반동세력들의 저항을 회피할 수 있는 점에서 유익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시민운동세력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소부르주아에 두고 있고 김대중은 소부르주아를 위한 정책을 구사하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충돌이 일어나지만 한편으로는 협력도 가능한 것이다.
결국 시민운동세력은 현실의 계급적 갈등과 모순을 은폐했다. 따라서 시민운동세력은 자신들의 일정한 기반을 유지하였고 김대중 정부도 일정한 성과를 얻게 된다.

4) ‘후보선정기준’ 문제의 핵심은?

민주노총은 후보선정과정에 대하여 절차상 하자는 없으나 정치적 과오는 있었다 민주노총, ‘4.13총선 평가지침’, 2000. 4. 27.
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부 경선에 의하여 선출되었고 중앙위원회의 인준이 있었으니 절차상의 하자는 없지만 후보선정기준이 애매하였고, 일부 당원들의 반조직적 행위에 대한 정치적 조직화에서는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과 민주노동당이라는 정치조직의 관계설정이 애초부터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후보가 선출되었다면 대중조직의 후보이지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꼭 되어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규정은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잘못된 관계설정에 근거해서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로 만들어 버렸다. 대중조직의 구성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정치조직의 선택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단지 민주노총 조합원이고,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중조직에서 선출된 노동자 후보를 억지로 민주노동당 후보로 만들려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대중조직 구성원의 정치조직 선택은 자유로워야 하고 정치조직은 조직의 정치활동으로 조직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4.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총선에서의 행보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런 성격과 본질에 대한 이해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충분히 드러내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은 정치조직으로서 계급정당이 아닌 계급연합당(대중정당)으로서 자신의 성격을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이후에 정치적 노선을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민주노동당을 지지, 지원한다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최고의결기구에서 결의하였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앞에서 충분히 밝혔듯이 민주노동당은 이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이해에 기반하여 실질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민주노총은 부르주아 정치일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부르주아 보수 정치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선거라는 정치일정은 앞으로도 항상 있다. 하지만 부르주아 보수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치적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정치적 근거가 선거이기 때문에 여기에 노동자들의 진입에 대하여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저지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시기에 노동자들의 정치적 선택의 문제는 일상적인 투쟁조직화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투쟁조직화 과정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경로를 밟는 것이 노동자계급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할 것이고 의회주의와 출세주의라는 조합원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따라서 부르주아가 만들어놓은 정치일정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만드는 정치일정을 통하여 부르주아 의회의 본질을 밝히고 노동자 계급의 대중적 정치활동의 전형을 대중투쟁을 통하여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권력은 의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실력과 힘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일상적인 민중연대투쟁기구를 통한 대중정치활동의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는 의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행해지고 있다. 단지 그것이 정치운동이라는 이름이 아닐 뿐이다. 그것은 임금인상투쟁, 구조조정 저지투쟁, 노조 민주화투쟁, 부당노동행위 반대투쟁, 교육투쟁, 농가부채 해결투쟁, 철거민투쟁 등의 이름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치조직은 이런 투쟁이 가지는 정치적 성격을 밝히고, 각각의 투쟁을 연결시키고,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임무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공간에서 드러나는 현실의 문제에 저항하는 것은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단련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되는 노동자 민중의 힘을 세력으로 집결시켜내는 조직화가 바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힘이 현장에서 생산, 인사, 경영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투쟁을 일상적으로 지도하고 조직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민중연대투쟁기구를 구성하고 일상적인 연대활동을 통하여 조직된 투쟁을 만드는 것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가장 강력한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 이런 투쟁을 중심으로 정치운동의 전형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4) 현장투쟁동력의 복원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총선과정을 거치면서 현장의 조합원들은 부르주아의 본질을 보기보다는 시민운동세력에 대하여 박수를 보냈고 민주노총후보에게는 기대와 걱정을 하였다. 이런 점은 민주노총이 정치활동에 대한 계획과 과정이 부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노총 내부에 조합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 발생하는 저항과 투쟁의 의지를 단위사업장내의 문제로 처리하려는 것을 지역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투쟁을 조직하면서 자본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민운동세력이 가지는 계급적 본질을 노동자 민중이 투쟁을 통하여 인식하는 과정을 겪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장을 조직할 지도부는 현장의 투쟁동력을 아래로부터 조직할 계획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과 조직형태변경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제도가 바뀌는 것과 산별노조가 건설되는 것은 투쟁환경과 투쟁수단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수단을 만드는 것도 대중투쟁을 조직하지 않는다면 자본과 정권에 의해서 언제든지 악용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현장의 투쟁이 경제적 요구에 근거한 조합주의적 투쟁이었다면 단위 현장의 요구가 단위의 요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조합주의와 경제주의를 넘어서는 경로이다.

5) 정치조직은 자본주의 극복의 경로, 대안을 만들어야 하고, 대중조직은 이것을 각각의 현장에서 투쟁의 무기로 확산시켜야 한다

서구의 정치조직은 정치투쟁을 하고 대중조직은 경제투쟁을 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이미 신자유주의 앞에서 무력화되었으며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공식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치조직과 대중조직의 임무와 역할은 구분되어야 하지만 분리될 필요는 없다. 대중조직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자본과의 대립의 접점이 어디에서 발생하는가에 대하여 정치조직은 밝혀주고 그 대안을 제출하는 상호보완과 협력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하여 정치조직은 대중들로부터 신뢰와 동의를 획득하여야 하고 정치조직의 외연을 넓히는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단지 정치조직원의 무작위적 확대가 정치조직의 장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가진 착취의 성격과 본질을 노동자계급 대중에게 폭로하고 자본이 가진 소유의 성격을 노동자가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성격으로 돌려놓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부르주아 정치꾼들의 정치권력은 의회에서 표현되지만 그 본질은 독점적인 사적소유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독점적인 사적소유의 고리를 끊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것은 노동현장, 철거현장, 농촌현장, 교육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조직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게 된다.

5. 나오며

이번 4.13총선에서 민주노총은 분명히 잘못된 정치방침과 지침을 만들었고 이러한 구상은 민주노동당의 선거활동으로 매개되었다. 그리고 선거결과는 자신들이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것은 한편으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중운동세력의 성과와 한계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은 이런 총선의 결과가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중운동이 지금까지 이룩한 정치적 성과와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민중운동진영 모두에게 정치적 책임과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투쟁 전술의 오류를 인정하고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계급적 노동운동에 기초한 정치운동방침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현장투쟁을 전국적 조직망으로 연결하고, 지역의 민중연대투쟁대오를 강력하게 구성해야한다. 그리고 자본에 의해 장악된 소유구조를 바꾸는 투쟁을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은 진행해야 한다. 한/노/정/연


<참고자료>
민주노총, 11차 대의원대회, 1998. 5. 20.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교안].
민주노총, 2000년 정기대의원대회. 2000. 1. 18.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별첨자료, [정치투쟁, 총선투쟁지침],
2000. 2. 9.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2000. 3. 9.
민주노총, 2000년 3차 중앙위원회, 2000. 3. 23.
민주노총, 5차 정치위원회, 2000. 4. 19
민주노총, ‘4.13총선 평가지침’, 2000. 4. 27.
민주노동당, 전국지부장단회의, 2000. 4. 18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4호, 2000. 4. 21-27.

2000-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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