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운동과 노동조합
모 지 환
생산적복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민중복지연대(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을 둘러싼 논쟁
김 종 건
의료보험제도의 위기와 기로
이 재 준
2000년 7월 1일, 유난히도 새롭게 실시되는 제도가 많다. 의보통합, 의약분업, 산재보험법 5인 이하 사업장 적용, 근로자파견제 2년 시행, 심지어는 통신대란을 일으켰던 장거리전화번호 지역권 통합에 이르기까지. 그 중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의보통합과 의약분업 등 사회보장제도에 관계된 것이었다. 의약분업의 경우, 이미 의사들의 폐업과 뒤이은 약사들의 엄포,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무대책 등으로 애초의 취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진 상태이지만, 도대체 무엇이 거대한 취지와 의의를 무색하게 만들었는지, 왜 사회보장제도는 결과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속적으로 외면하게 되는지 한번쯤은 제대로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보통합과 관련해서는 한국노총(직장의보노조), 민주노총(사회보험노조)간의 이견에서부터 사회단체와 시민단체간에도 이견이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점은, 사회보장제도가 확대되면, 구체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이 어떻게, 얼만큼 나아지는 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사회개혁투쟁 역시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제도투쟁에 몰려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호 특집은 ?노동자계급의 복지정치?로 잡았다.
첫 번째 글은, 길잡이 글로서 노동조합과 복지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고, 두 번째와 네 번째는 지금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의보통합에 대해 다루었다. 세 번째 글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둘러싼 논자들의 견해와 쟁점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글이다. |

1. 문제의 제기 : 기존 논점을 넘어서
90년대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은 사회복지 요구 운동을 본격적으로 제기해 왔다. 민주노총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산발적으로 제기되었던 사회보장, 교육, 세제개혁 등의 요구를 95년부터 ‘사회개혁투쟁’으로 범주화하면서 이를 노동운동의 핵심사업으로 설정하였다.1)
흔히 사회복지운동은 현대국가에서 복지권이 국민의 기본적 권리임을 알려나가고 확충해 나가며, 전국민이 완전한 복지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복지권의 확보가 1차적으로 국가사회복지제도의 양적․질적 확대 및 개선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볼 때, 이 운동은 노동자를 포함한 전국민의 생활영역에서 두 가지의 큰 의미를 가진다.2)
첫째, 국가사회복지는 노동자에게는 임금인상의 효과를 그리고 일반 시민에게는 소득을 증대시켜 주는 간접적 효과를 갖는다. 사회복지의 확대는 국가의 재정지출을 수반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소비생활 영역에서 노동력재생산 비용을 사회화시키고 이는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비노동자에게도 주택의 사회화는 생활비 중에서 주거비로 과도하게 지출되는 부분을 감소시켜 주는 등 동일한 효과를 갖게 된다. 물론, 자본은 노동자에게 일종의 경제외적인 시혜인 것처럼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유사시에는 임금보다는 용이하게 삭감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금과 복지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둘째, 사회복지제도는 위험분산(risk pooling)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개인과 가족에게 일정한 생활수준을 보장해 준다. 가령 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 등은 질병과 노령이라는 사회적 사고에 직면한 개인에게 소득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 혹은 완전한 소득상실의 위험을 제거하여 줌으로써 빈곤화의 가능성을 제어하고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다. 위험분산 기능은 사회보험제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탁아소나 사회복지시설, 그리고 아동․청소년 상담 같은 서비스도 산업화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아동양육문제나, 가족보호망의 약화, 정신적 불안정 등의 위험에 사회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우승명은 지금까지 몇몇의 논자들이 노동조합이 사회적 영역, 특히 ‘복지’라는 개념으로 묶을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개입해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적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다.3) 먼저 김연명은 노동자계급이 복지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해 주고 있는 데, 이는 노동진영내 ‘복지’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입장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가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를 경제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음4)을 소개한다. 먼저 경제적인 이유로는, 첫째, 노동자들에게 사회보장제도는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국가사회보장제도의 확대는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간접임금’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요구하는 투쟁 역시 ‘시장임금(Market Wage)’의 인상을 위한 투쟁과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보장제도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실질임금을 상승시켜 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투쟁이 단지 사회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보다 많이 획득하기 위한 분배투쟁으로 한정할 경우, 임투와 마찬가지로 하향 운동을 억제하는 데에만 효과가 있을 뿐, 그 방향을 바꾸는 데에는 실패하게 된다. 둘째, 사회보장제도는 위험분산(pooling risks)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본주의사회에서 파생되는 각종 사회적 위험들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 줄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자본과 시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가령 의료보험은 어떤 개인이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할 경우, 그 부담을 가입자 전체집단이 공유함으로서 실제부담과 손실을 분산시켜 최소화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분산기능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연대감’이나 ‘상호부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후 사회에서 분배원칙의 일부분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계급사회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의미를 달리 한다. 일정한 범위 내 소득생활자들 계층 내 분배, 계급간 분배효과는 극소하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보험은 계급관계의 지양은 외면하면서 극히 자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위와 같은 경제적인 근거들 외에 김연명은 특히 정치적인 이유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즉 “사회보장제도는 노동자계급의 연대성 강화 및 계급형성 더 나아가 여타 다른 계급․계층과의 계급동맹을 실현할 수 있는 유리한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은 사회보장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5)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계급․계층과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노동운동의 ‘정치적․사회적․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일반 국민에 대한 노동의 사회적 신뢰도와 조직적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6) 우승명은 이 같은 주장이 보통 복지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서, 문제는 연대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문제의 관건은 노동운동이 계급성이 배제되어 있는 시민운동을 어떻게 견인해 낼 수 있는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연대 자체를 최고의 가치나 목적으로 할 경우, ‘연대지상주의’에 쉽게 빠질 우려가 있는 데, 이는 결국 시민운동의 눈치를 보는 식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연대는 그 자체가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현실을 이끌어 갈 수 있을 때, 하나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들만으로는 노동조합이 사회(복지)적 영역에 개입해야 하는 의미, 즉 노동조합의 사회적 운동의 의미를 찾는 데 부족하며, 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기초하고, 대안적 사회건설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결부되어 설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승명은 니어리(Michael Neary)를 인용하면서, 그가 선진국들에서 자본주의의 작동논리는 공장으로부터 인간생활의 모든 측면들로 이동하고 있으며, 현재 일상적인 삶의 모든 영역들이 잉여가치의 생산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7) 즉 사회적 영역 역시도 계급모순과 적대가 관철되고 있는 공간이기에,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노동자들의 삶의 전반에 걸쳐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승명이 비판한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에 대한 논리구성은 최근 민주노총의 정책토론회에서 고프(Gough)를 끌어들여 노동력재생산과 ‘연대주의 사회복지 전략’으로 다시 반복되고 있다.8)
즉 한국의 노동운동은 시장임금을 축으로 벌어지는 노동자집단 내부의 분리 현상을 제어하는 과제, 그리고 날로 부각되는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전략적 대응을 해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사회복지 요구 운동, 특히 국가복지 요구 운동이 노동운동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전략적인 입장’의 부재라는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9)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소위 ‘시장임금’과 ‘사회적 임금’의 구분도식이 갖는 의미이다. 잉여가치의 정치경제학에 따르면 개개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화폐임금과 전체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복지급여 또는 사회적 임금은 잉여가치의 점유문제란 점에서 성격이 동일하다. 그러므로 복지급여를 화폐임금과 엄격히 구별하면서 화폐임금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것이며 복지급여는 노동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산업평화와 사회안정을 위해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지급하는 비용(cost)이라고 보는 지금까지의 시각은 이른바 기능적 분배라 하여 자본, 노동, 토지에 대한 이윤, 임금, 지대 형태의 정당한 분배라는 자본주의적 분배논리를 정당화․합리화시켜 주는 것이다.
이렇게 화폐임금과 사회적 임금은 잉여가치의 점유에 대한 계급투쟁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은 고프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적 임금을 화폐임금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투쟁해야 할, 노동계급의 실질임금 수준에 통합된 부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폐임금과 사회적 임금은 잉여가치의 점유라는 데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계급투쟁의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파인과 해리스(Fine & Harris)에 의해 적절히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고프의 주장 즉, 화폐임금과 사회적 임금 모두를 정치적 계급투쟁의 대상으로 보는 주장을 마르크스의 범주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국가의 사회서비스 공급은 임금에서와 같은 교환관계를 포함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정치적 투쟁의 결과에 의해 결정되는데 반해, 화폐임금은 동등한 가치를 갖는 상품과의 교환(즉, 노동력의 구매)을 포함한다. 이 두 범주는 전적으로 다르다. 만약 우리가 이 두 범주를 동일시한다면 실업노동자의 노동력은 그것이 판매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수당과 기타 복지급여의 가치와 동일한 교환가치를 갖는 상품이 되어 버린다.10)
그런데 국가독점자본주의 이후 사회복지가 확대되는 이유는 경제투쟁이 정치투쟁으로 변형되는 데 있다. 따라서 화폐임금이나 사회적 임금은 잉여가치의 점유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화폐임금은 노동력상품과 교환되는 것으로서 경제투쟁의 대상이 되는데 비해 사회적 임금은 총자본과 총노동간의 정치투쟁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가가 임금과 실업문제와 같은 경제적 재생산을 직접 관장하게 되므로 점차 경제투쟁도 정치투쟁으로 변형되어 간다는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의 가치분석에 있어서 임금에 부과되는 조세는 자본에 대한 가치의 재분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노동력가치와 순임금가치와 같은 임금수입은 그 이하로는 절대로 저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금(또는 임금재)에 대한 조세는 총임금의 상승을 결과한다. 그러므로 임금에 대한 조세는 사실상 임금메카니즘을 통해 수집되는 자본에 대한 조세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가치분석에 있어서 모든 조세는 자본에 부과되는 조세이며 모든 조세수입의 원천은 잉여가치인 것이다.11)
하지만 고프는 일반과세로 충당되는 국가지출의 비용은 노동인구에게로 전가된다고 보았다. 즉, 그는 가계가 점점 조세를 기계적으로 납부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측면만을 관찰함으로써(그들이 증가된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는 측면은 간과하고) 조세부담이 기업으로부터 가계로 전가되며, 국가가 노동자계급으로부터 화폐를 징수하여 그것을 이윤으로 이전시킨다고 생각한다.12)
결국 이 논쟁은 국가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재정지출(그리고 그 재원으로서의 조세)이 잉여가치의 소모인가 아닌가 하는 데 초점이 두어져 있다. 파인, 해리스와 야페(Yaffe)는 조세를 ‘잉여가치의 소모’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떠한 국가지출도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잉여가치를 축소시키며, 따라서 자본축적율과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본다. 반면에 고프(와 네오리카도주의자)는 국가지출의 상당부분은 이미 생산된 잉여가치로부터 공제되는 사회적 안정을 위해 지불되는 비용이라기보다는 노동력의 재생산에 관련되는 부분으로서 ‘간접적으로 잉여가치를 생산’하며, 그것은 점점 더 사적 자본축적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되고 있으므로 국가의 성장을 자본주의 영역에 대한 비생산적 부담의 증가로 간주하는 것은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조세를 통해 노동계급에게 배분된 잉여가치의 일부를 흡수하여 ‘간접적으로 생산적인’ 사회적 임금으로 지출한다 하여 생산적이라고 하는 것은 생산영역은 무시한 채 분배와 재분배영역에서 재화의 흐름을 보고 자본에 유리하면 생산적이라고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 현상적으로는 노동계급에게 부과되는 조세라도 본질적으로는 자본에게 부과되는 것이므로 자본으로 보면 잉여가치의 유출이다. 결국 고프는 국가가 제공하는 보건과 교육 등의 사회서비스는 사적 자본이 무정부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더욱 능률적으로 건강하고 교육받고 순종적인 노동인구를 자본에게 제공하여 자본축적에 기여한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13) 이러한 국가 재정지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여 계급투쟁의 의미를 형해화(形骸化)시키고 있다.
한편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에 대해 원석조는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계급의 사회보험에 대한 입장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찬반의 이유도 차이가 나고 있으나 공통된 점은 사회보험의 도입 시기에 반대했더라도 점차 사회보험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되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14)
첫째, 사회보험의 도입기에 노동운동의 좌파는 일관되게 사회보험의 도입을 반대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사회보험이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열기를 잠재우는 일종의 독약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운동의 우파는 대체로 사회보험의 유용성(노동자 계급의 생활처지를 개선하는 효과)을 인정하여 수용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예외였는데, 국가의 사회보험 시행으로 노조에 대한 노동자들의 충성심이 정부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셋째,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까지 국가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의구심 즉, 국가는 결코 노동자의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 견해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무렵만 해도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의 도입 및 그 효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았으며,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이 의회에 진출하고 의회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사회입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이후부터 국가 사회보험의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하고 오히려 사회보험의 확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영국에서 보듯이 노동조합은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후퇴 추세에 대항하여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고 있다.
넷째, 프랑스나 노르딕 국가의 예에서 보듯이 사회보험에 대한 계급들의 입장은 이기적이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간의 대립에서 보듯이 노동자 계급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조합은 물론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좌파 정당으로서는 인류 보편의 이상보다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지켜야하는 당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에서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직결된 사회보험의 도입이나 확대 등 제도적 변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으며, 그런 점에서 최근의 민주노총이 의료보험의 통합 등을 관철시킨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15)
그러나 이상과 같은 서구 선진복지국가체계에서 코포라티즘적 전략 내지 계급동맹에 의한 연대주의 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과 우리 현실에서 그러한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는 추상성의 수준이 너무나 다른 사안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이하에서는 민주노총의 사회개혁투쟁을 전후한 시기에 전개된 노동조합의 사회복지운동사례를 중심으로 이러한 물음에 답해보고자 한다.
2. 사회복지운동과 노동조합 : 민주노총의 사회개혁투쟁사례
1) 사회개혁투쟁 前史 : 제도개선투쟁기(1988~94년)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이 활성화되고, 의료보험조합․사회복지기관․병원 등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 민주노조 진영을 중심으로 사회보험 관련 제도개선투쟁이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1988년 1월 농어촌지역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농어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농민단체, 보건의료단체, 군단위 의료보험 대책위원회 등이 모여 6월 전국의료보험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의료보험대책위원회는 ‘의료보험 통합일원화’를 주된 내용으로 ‘국민의료보장법안’을 국회에 청원했고, 89년 3월 9일 임시국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노태우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었다.
위와 같이 농민들에 의해 촉발되어 사회운동단체들이 지도하고 일부 학계의 통합론자들이 뒷받침하고, 도시빈민과 의료보험 조합원들이 가세하여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의료보험 시정운동은 첫째, 민중적 계급투쟁이었다. 왜냐하면 운동주체의 계급구성이 프롤레타리아트적이기보다는 민중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직장의료보험의 시행이나 의료보험의 전국민확대가 프롤레타리아트적 계급투쟁의 결과물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계급적 성격에서 차이가 남을 뜻한다.
둘째, 이 운동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상 최초로 민중주체의 사회복지쟁취운동이었다. 대상자들이 직접 제도의 수정을 요구하고 행동으로 나타냈던 예는 의료보험 외에는 없었다. 이는 계급투쟁에 있어서의 계급분파적 투쟁의 다양성이 확인된다.
셋째, 시정운동을 통해 가장 크게 요구된 의료보험의 통합은 전혀 국가에 의해 수용되지 않았다. 제도의 통합은 조직의 개편을 말하므로 자본으로부터의 추가적 양보를 필요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권력이 잉여가치의 직접적인 유출인 정부부담율의 인상은 양보하면서도16) 통합만큼은 강력하게 거부하였다. 이는 토대의 변화에 따라 국가와 민중간의 직접투쟁이 불가피해지는 데 조응하지 못한 국가가 직접투쟁을 피하기 위해 통합을 반대하였던 것이다.
이후 89년 5월 결성된 지역의보총련(전국지역의료보험노동조합총연합)은 11월 24일 ‘의료보험 통합일원화’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였다.
한편 1990년 1월 결성된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은 “우리는 해고, 실업의 방지와 실업자에 대한 생활대책 및 취업보장을 위한 고용안정 보장제도를 쟁취한다”, “우리는 노동자와 전민중의 생활향상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제도의 확립, 무상의무교육과 의료보장제도의 실시, 불평등한 조세제도의 개혁 및 복지재정지출 확대, 물가안정, 공해방지 등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개선을 쟁취한다” 등의 사회보장 관련 요구를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한국노총도 91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운동의 이념으로 “민주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노동조합주의”를 채택하면서 사회복지를 포함한 생활영역에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민주노조운동은 ‘민주노조 결성․사수, 임금인상․단체협약 갱신․노동법개정투쟁’을 당면과제로 추진했고,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개혁을 추진할 총연합단체를 갖지 못함에 따라, 해당 노조 또는 연맹의 부분적 대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93년 6월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대(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가 출범하면서, 사회보험관련 제도개선투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93년 김영삼 정부가 고용보험법과 공공자금관리기본법 제정을 추진하자, 전노대는 ‘고용보험법 제정’,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정 반대’를 요구하며 제도개선투쟁을 전개하였다.17)
또한 94년 보건복지부가 의료보장개혁위원회를 구성하자, 지역의보노조, 병원노련, 보건의료단체가 중심이 되어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와 보험적용 확대를 위한 범국민 연대회의’18)를 구성하여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2) 사회개혁투쟁을 둘러싼 논쟁과 과제
사회개혁투쟁에 대한 평가와 입장은 주지하듯이 논자들마다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는데, 우승명은 이것을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입장으로 정리하고 있다.19)
첫째, 민주노총이 출범과 함께 사회개혁투쟁을 제기한 것은 민주노총 자신의 위치를 사회적 합의나 사회협약의 협상파트너로 격상시키려 한다는 임영일의 입장이다.20) 즉 민주노총이 운동기조를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으로 정리하면서, 임단투 중심의 대중동원투쟁에서 여론호소적인 사회개혁투쟁으로 활동의 방향을 옮겼으며, 조직내부적으로도 주로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정책지향적인 비제조업, 사무직 노동조합들의 입장이 대폭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회개혁투쟁의 제기는 민주노총이 자신을 합법조직화하고, 정부나 자본으로부터 협상의 주요 파트너로서 인정받아 그 역할을 수행하는 ‘협상의 계급정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영일의 입장에 대해 우승명은 “민주노총 내부에 협력적 노사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엄연히 존재해 왔고, 이를 견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개혁투쟁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이 같은 경향으로 단정하는 것은 사개투의 적극적인 의미까지도 부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으며, 특히 임투에 비해 사개투를 덜 대중동원적이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여론호소적인 투쟁방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와 같이 여전히 억압적이고 배제적인 노동통제 요소들이 잔존해 있는 나라들에서 아주 사소한 사회적․제도적 개선조차 많은 노동자들의 동원과 투쟁을 통해서만 관철되어 왔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둘째, 노동조합의 정책참가를 강조하면서, 사회개혁투쟁을 생활옹호투쟁으로 간주하는 김금수의 입장이다.21) 노동조합의 활동이 개별 기업의 테두리안에서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정책참가를 통한 제도적 요구투쟁에 나서야 하며, 전국민의 노동생활조건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활옹호투쟁의 과제와 대상으로는 사회보장제도의 확립과 공적 연금의 확충 등 노동력 판매가 불가능할 때의 생활보장, 주택, 학교, 보육소, 복지시설, 교통시설 등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지역적 조건의 확보, 인플레 정책반대와 세금삭감요구 등 임금가치의 하락방지, 공해방지와 소비자 보호 등 생활수단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노총이 설정하고 있는 사회개혁투쟁은 바로 생활옹호투쟁의 성격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승명은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자본의 파괴적인 경향에 저항하며 노동자의 삶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은 노동운동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이 같은 방어적인 대응을 넘어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의 논리를 궁극적으로 관철시키고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개투를 배치시켜야 하며, 특히 이 같은 투쟁이 단지 국민생활의 향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지급되는 간접임금을 인상하는 투쟁의 성격을 지니게 될 경우, 임금인상투쟁에만 매몰되는 유사한 오류와 한계를 범하게 된다”며 비판적 논거를 대고 있다.
셋째, 민주노총이 제시한 임금투쟁과 사회개혁투쟁의 결합이라는 투쟁방식을 노동자 권익옹호투쟁과 구조변혁적 투쟁으로 재정립하거나,22) 사회개혁투쟁을 민주주의 쟁취투쟁으로 재정식화하는 것23)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전자의 경우, 노동자 권익옹호투쟁에는 임금투쟁과 노동악법, 국가보안법 등의 개폐투쟁 등이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고, 구조변혁투쟁은 민주주의 및 자본에 대해 노동자․민중적 통제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투쟁을 중심과제로 삼으면서, 환경, 여성, 지역, 민족, 평화 문제들, 즉 계급문제로 모두 환원될 수는 없지만 계급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제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노동자적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입장들 모두 민주노총이 제시하여 그간 진행되었던 사개투가 노동자들의 입장에 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소부르조아적 시민운동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개투에 대한 발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사하지만, “전자의 경우, 투쟁을 어떠한 내용으로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나, 그 보다 먼저 사개투를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또한 후자의 경우처럼 사개투를 민주주의 쟁취투쟁으로 대체할 경우, 이러저러하게 정치와 관련되어 있기는 하나 그대로 정치라고는 할 수 없는 사회적인 것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즉 사회적 운동으로서의 사개투가 노동조합운동내에 올바르게 위치지우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넷째, 민주노총은 사회적 세력관계의 재편을 위해 사회개혁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24) 이종회는 96~97년의 대규모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이 개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민주노총의 역량이 자본 우위의 사회적 세력관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보면서,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세력관계를 재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민주노총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사개투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우승명은 ① 97년도 상반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사개투의 방향을 잡는 것을 민주노총이 극복할 것 ② 사개투를 위해 여러 시민운동단체들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순한 사안별 연대사업을 극복하고 시민운동을 노동운동이 견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과 같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동시에 사개투의 과제를 시민운동과의 연대라는 이름하에 그 구상과 진행에 있어 떠넘기기식의 진행이 아니라, 사개투의 내용을 설정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사회개혁투쟁의 내용과 형식을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재규명하여, 새로운 사회의 원칙으로까지 확장하여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사개투를 적극적으로 배치하려는 시도이다. 대표적으로 남구현은 사개투를 자본주의 태내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사회의 맹아로 간주하고 있다. 즉 최대한의 가치증식이라는 자본의 논리를 넘어서, 복지, 교육, 환경, 주택, 교통 등의 제반 사회적 영역에서 사회구성원의 필요의 원칙에 따라 분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단초로서 사개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25) 강수돌 역시 노동조합의 사회적 참여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생산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인간과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데 참여할 것이 아니라 자본의 파괴적 경향성에 맞서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을 오히려 다 함께 살려내는 진정한 대안을 건설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생공유의 원칙, 자율자치의 원칙, 인간존중의 원칙, 그리고 생태조화의 원칙을 가지고 사회적 참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26)
이상과 같이 각각의 입장과 비판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몇가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첫째, 사개투를 제기하는 것 자체만을 가지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추구한다라든가, 개량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에 있어 사개투가 차지하고 있는 적극적인 의미를 무시하는 잘못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임투는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로 매도되어 국민들로부터 고립되기 때문에, 임투보다는 사개투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에 있어 경제적 운동, 사회적 운동, 정치적 운동 등 각각의 영역에서의 투쟁이 지니는 의미와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각각의 투쟁이 지니는 의미를 정확히 포착하고 이 투쟁들을 올바르게 결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사개투를 사회적 임금을 둘러싼 분배투쟁이나 전국민의 생활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생활옹호투쟁으로 간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넷째, 사개투를 통해 자그마한 제도개선을 관철시키려 할 때조차 노동자들의 투쟁과 동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책수립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향을 견제하여야 한다. 다섯째, 사개투를 중심으로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수립하는 데 있어 시민운동에 포섭되거나 떠넘기기식의 진행을 극복하고 노동자 대중의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 노동운동이 시민운동 세력을 견인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을 위해 사개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노동의 논리와 원칙으로 사개투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노동자 대중의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 노동운동이 시민운동 세력을 견인해 낼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을 위해 사개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노동의 논리와 원칙으로 사개투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사개투와 노동운동, 노동조합운동, 사회복지운동과의 위치를 어떻게 자리매김시킬 것인가 하는 것과, 일반노동자와 사회복지노동자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등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사개투를 둘러싼 논쟁들은 민주노총의 사개투를 노동운동노선 속에서 어떻게 성격지울 것인가와 계급적 전략을 어떻게 투영시킬 것인가로 모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개투의 핵심사안중 하나인 사회복지제도개선 영역에서 사회보험 분야를 제외한 사회복지노동자 내부에서 표출되어 왔던 친시민운동적 정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존재형태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 비조직노동자보다 더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윤리성과 자혜적 봉사자 시각’에 짓눌리고, 노동자 일반과 다른 특수성27)으로서의 고용관계 하에서 최소한의 노동자로서의 정체성마저 찾지 못하고 있는 사회복지노동자는 사개투의 주체인가 객체인가? 주력군에 의해 해방되길 기다리는 무력하고 대자적인 하층 노동자계급인가?
사회보장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도 서로 다른 노동자의식을 가진 사회보험노동자들28)로 구성된 노조가 전투성을 견지하면서 조직체계의 정비를 통하여 사회개혁투쟁을 완수하기 위한 대안찾기는 우리에게 남겨진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IMF 이후 다시 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개량화의 잠재력을 부정할 수 없고, 향후 계급모순이 더욱 심화되어 지배계급의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한 현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적 관점에 기반하여 사회복지를 변혁의 지렛대로 작동시켜야 할 과제가 민주노조운동진영에 던져져 있다.
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준비위원회, 「1995년 임․단투와 사회개혁투쟁지침」, 1995.
2) 조흥식․김연명, “사회복지부문에서의 노동․시민단체의 연대와 정책과제”, 노동시민단체 공공정책 워크숍, 「96년 사회개혁의 과제와 연대방향」, 1996, 5-13쪽 참조.
3) 우승명, 「노동조합과 ‘사회적’ 운동」, 한신대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9.
4) 김연명, 「한국의 노동운동과 사회보장 전략; 정치적 ‘연대’형성의 조건과 과제」, 한신대 사회과학연구소 편, ꡔ한국사회와 노동운동ꡕ, 도서출판 현장에서 미래를, 1999.
5) 앞의 글.
6) 조돈문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노동운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훼손된 이데올로기적 지도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신사회운동’에 대한 그릇된 이해들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된다는 것이다; 조돈문, 「노동운동의 사회적 관심과 이데올로기적 지도력」, 조돈문 편저, ꡔ노동운동과 신사회운동의 연대Ⅰ:이론적 이해와 연대의 경험ꡕ,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1995.
7) Neary, M., “Labour Moves or What happened to the British Labour Movement?”,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콜로키움 자료, 1999, pp.1-2.
8) 김연명․남기곤․오건호, 「한국의 사회복지와 노동운동 : ‘연대주의 사회복지 전략’을 향하여」 민주노총 정책토론회 자료집, 1999.
9) 앞의 글.
10) 파인, 해리스, ꡔ선진자본주의에 있어서의 국가지출: 비판ꡕ 야페 외 지음, 주익종 옮김, ꡔ자본주의 국가논쟁ꡕ, 한울림, 1986, 355쪽.
11) 파인, 해리스, 앞의 책, 354쪽.
12) 파인, 해리스, 위의 책, 354쪽.
13) 파인, 해리스 지음, 김수행 옮김, ꡔ현대 정치경제학 입문ꡕ, 한울, 1985, 114-115쪽.
14)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한국노동사회연구소, ꡔ사회보험 개혁과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의 과제ꡕ, 1999, 149-150쪽.
15) 위의 글, 150쪽.
16) 88년 4월 3일 농어촌 의료보험료의 정부부담율을 35.1%에서 50%로 상향조정하였고, 도시지역 의료보험에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따라서 자본으로 보면 지역의료보험에 상당한 잉여가치를 유출하게 되었다(정부지원 총액:90년 3,647억원, 전체 의료보험재정 2조 2277억원, 보건사회부, 1990년도 주요업무보고, 1990.1.29 국회보고자료).
17) 특히 공공자금관리기금법과 관련해서는 사무노련이 중심적으로 활동했다.
18) 전국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단체, 민주노총 준비위원회 등 노동단체, 경실련․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참여.
19) 우승명, 앞의 논문.
20) 임영일, “노동운동의 제도화와 시민권”, ꡔ경제와 사회ꡕ 제34호(1997년 여름호), 58-60쪽.
21) 김금수, “노동조합정책참가의 올바른 추진을 위하여”, ꡔ노동사회ꡕ, 1997년 6월호.
22) 김세균, “민주노총의 운동기조와 기본과제”, ꡔ현장에서 미래를ꡕ(95년 9월호). 이와 유사한 입장으로 곽탁성, “노동운동의 계급적․정치적 주체형성을 위하여 : 계급적 단결, 민주주의, 그리고 연대”, ꡔ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운동ꡕ, 한노정연 창립3주년 심포기움 자료집, 1998, 176-177쪽.
23) 이환재, “민주노총 1기 활동평가: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ꡔ노동전선ꡕ 통권 34호, 1998년 4월호, 66-67쪽.
24) 이종회, “사회적 세력관계의 재편을 위하여”,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제23호, 1997년 7월호.
25) 남구현, “민주노조운동과 사회개혁투쟁”, 한노정연 창립기념토론회 자료집, 1995.
26)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강수돌, “민주노총의 ‘사회적 참여’ 문제에 대하여”,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제23호, 1997년 7월호, 48-51쪽.
27) 첫째, 사회복지노동자는 상품의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생산적 노동자와는 달리 잉여가치 생산과는 직접적으로 무관한 서비스 상품을 생산 공급하는 비생산적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둘째, 자본-임노동의 모순관계와는 달리, 이의 변형 형태인 총자본인 국가 및 시설 관리계층과의 중층적인 임노동관계하에 사회복지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점에 그 특수성이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와복지연구회, ꡔ한국사회복지노동자연구ꡕ, 한울, 1992.를 참조.
28) 예를 들어 공교공단, 직장의보, 국민연금 노동자들의 의식은 지역의보 노동자들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의 노조활동 참여요인이 임금근로조건의 상대적인 열악성에 대한 불만으로 볼 수 있는데, 노동조건의 점진적 개선과정에서 고용불안과 사측의 치밀한 인사․노무관리에 대항하여 조직보존과 사회개혁투쟁을 완수할 수 있는 동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대안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정세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