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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 개정이 아니라 폐지를 위한 투쟁으로!

현장에서 미래를  제57호
원영수

이렇게 본다

SOFA 개정이 아니라 폐지를 위한 투쟁으로!

원 영 수
국제기획실장







최근 주한미군의 사격연습장이 있는 서해안의 작은 어촌 매향리가 모든 언론의 초점이 되었다. 지난 50년간 온갖 피해를 겪으면서 하소연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주민들의 항의와, 반미투쟁의 한 고리로 파악한 민중단체들의 가세로, 그리고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투쟁하는 푸에르토 리코의 비에케스의 주민들의 투쟁 등으로, 매향리투쟁은 이 땅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새로운 국면에 올려놓고 있다.
총선용 깜짝쇼로 터진 남북정상회담 발표와 그에 이른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 등 남북관계의 변화를 배경으로,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토론,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기대 등 주변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새로운 투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와 더불어,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SOFA개정을 위한 투쟁이다.

SOFA란 무엇인가? SOFA의 정식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Agreement under Article 4 of the Mutual Defence Treaty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Regarding Facilities and Areas and the States of United Armed Forces in the Republic of Korea )으로 약칭 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협정이라고 부른다. 이 협정은 본문과 후속문서인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3개의 문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3개 문서는 31개 조와 각 조에 따른 수십개의 조항들로 구성된 방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외국군대는 주둔국의 법률을 따라야만 한다. 다만 외국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에서 수행하는 특수한 임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쌍방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편의와 배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것은 해당국가와 미군간에 행정협정의 체결로 보장된다. 이에 따라 맺어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 바로 한미행정협정(SOFA) 일반적으로 국가간에 맺어진 조약은 정식조약과 약식조약으로 나뉜다. 원래 조약은 행정부간의 서명 외에 국회의 비준이 있어야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에 비해 약식조약은 국회의 비준 없이 행정부간의 서명만으로 발효되는 간단한 형식의 조약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따라서, ‘한미행정협정’은 미국측의 입장에서 보면 타당한 용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회의 비준절차를 거친 정식조약이기 때문에 ‘한미행정협정’이 아니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이다.
SOFA는 해방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 이후, 1948년 남한에 단독정부가 세워짐에 따라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이승만 정부와 미군이 맺은 협정인 “과도기에 시행될 잠정적 군사안녕에 관한 행정협정”(1948. 8. 24)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내용은 한국정부가 미군의 기지 및 시설 사용권은 물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1949년 미군의 철수로 종료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에 다시 미군이 개입하면서 미국측의 요구로 미군에게 일체의 재판권을 부여하는 ‘대전협정’(1950. 7. 12: 정식명칭은 ‘주한미군 군대의 형사재판권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한국측이 일체의 권리를 포기했던 대전협정 체제에서 1967년 SOFA 체제로 가기까지 13년이 걸렸고, 한국정부는 그 대가로 미국에 굴욕적인 한일협정 체결과 한국군의 월남파병을 주었다. 1967년 한미행정협정에 대한 대대적인 과장선전과 60~70년대를 지배했던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주한미군의 수많은 범죄와 탈선행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가 가리워져 왔다.
그러다가 80년대 들어서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시작한 ‘반미투쟁’의 성장에 따라 미군의 각종 범죄행위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한미행정협정은 또다시 도마위에 올라 88년 12월부터 개정협상이 시작돼 2년여만인 91년 1월 4일 개정서명 후 2월 1일 발효되었다. 이때도 미국은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정부의 방위분담금 지원을 관철시켰다. 91년 개정은 제22조 형사관할권 중 한국의 형사재판권 자동포기조항의 삭제, 제1차적 재판권 대상범죄의 확대 등 부분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한국측의 권리행사를 제한시키는 조항을 손대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협정과 거의 변함없는 불평등구조를 온존시켰다.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했다.
92년 윤금이씨 살해사건, 95년 충무로 지하철 미군난동사건 등 연쇄적인 미군범죄로 인해 한미행정협정의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비판여론이 날로 거세어지자 한미양국은 95년 11월말부터 다시 개정협상을 벌였다. 95년 11월 30일부터 시작된 협상은 미군피의자 인도시기, 기소시점, 검찰 상소권, 미군피의자의 반대심문권, 참고인진술 증거능력 등 형사재판권 관련문제에 이견을 보여 96년 9월 10일, 7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결렬되었다. 그리고 97년 5월 27일 미국측이 “양국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할 필요가 없다. 올해는 SOFA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 해옴에 따라 협상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그러던 중 1999년 10월 한국정부가 미국측에 SOFA개정협상 재개를 요구함에 따라, 올해 3월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4월말 협상재개에 합의함으로써, SOFA 개정문제가 전면에 대두되었다. 그러나 4월 25일 미국측은 준비 부족을 들어 협상연기를 요구하면서 또다시 협상자체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작년 10월, 그동안 SOFA 개정운동과 주한미군으로 인한 각종 범죄와 피해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주도해온 여러 단체들과 민주노총 등 127개 단체들이 모여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고 민족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불평등한 SOFA 개정 국민행동]을 결성하였다. 이들은 “3년만에 만들어진 개정협상 국면을 놓치지 말고 반드시 이번 기회에 SOFA를 개정”하기 위하여 “국내외에 한․미간의 불평등한 SOFA 개정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연대를 조직하여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 전략을 저지”한다는 목적을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이래 미국대사관 앞에서 정기적으로 항의행동을 조직하고 있으며, 최근 매향리 투쟁의 고양과 더불어 투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SOFA 31개 조항 전체, 그리고 본협정,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조약 전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핵심적으로 1) 미군범죄에 대한 한국정부의 수사권, 재판권, 형집행권의 완전한 보장, 2) 미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확립, 3) 미군기지 사용에 대한 한미간의 계약 체결과 기지사용료 징수, 4)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의 확립, 5) 미군의 밀수와 미군PX 불법유출 방지대책 마련 및 기타 미군의 특권적 지위 폐지 등을 요구를 전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이은 남북화해 분위기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국가보안법의 개정 등의 전망 속에서 유리한 투쟁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어서, SOFA 개정투쟁과 [국민행동]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국민행동]의 기본취지나 요구가 갖는 나름대로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먼저, 왜 SOFA의 폐지가 아니라, 개정 또는 전면개정인가? 이것은 커다란 딜레마이다. SOFA의 개정을 요구한다는 것은 SOFA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아닌가? 이는 곧 미군의 한국주둔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논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불평등한” SOFA를 “평등한” SOFA로 개정한다고 해서, 미국 제국주의의 군사적 지배체제가 한반도에서 종식되는가? 오히려 SOFA의 개정을 통해, 미군의 한국주둔 자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가?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무려 127개 단체가 참여한 이 연대기구에서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있지 않았을까? 오직 SOFA의 개정에 동의하는 단체들만 모여서, 이런 문제제기나 논쟁이 없는 것인가? 오히려 주한미군은 SOFA의 개정을 통해, 약간의 경제적 불이익과 절차적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한국민중에 대해 대중적 정당성을 갖게 될 것이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과정을 통해 북측이 실리주의 노선에 입각해 주한미군의 존재를 묵인하게 되면, 주한미군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도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운동진영 내에서 어떤 이론적 논쟁도 회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대표적으로, 98년의 노동운동 노선논쟁의 경우도, 쟁점화시키는 듯 하다가 슬그머니 잠복해 버렸다. 이견은 있으되 논쟁은 없는 풍토, 이론적 논쟁과 토론보다는 지도부의 정치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풍토가 대립전선이 느슨해진 정치적 공간에서 노동자계급운동에 끊임없이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SOFA 개정투쟁의 경우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한편 노동자의 힘 기관지에 실린 SOFA에 관한 기사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의 사례로 판단된다. “현재 매향리 폭격사건을 계기로 불이 붙은 소파개정방향은 ‘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단체들이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SOFA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각 전문가들이 자기 단체 안에서 위원회를 구성해 SOFA개정문제, 미군의 지위 등을 연구하고 힘을 모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글의 어느 곳에서도 SOFA 자체의 폐지에 관한 언급은 없다. 제목 역시 SOFA를 “주한미군의 비상식적 지위”를 “합법화하는 불평등조약”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지위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정해지는 평등조약은 합법적이라는 역의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혼란과 오류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민족주의와 애국심에 호소하는 NL진영의 탈계급적 이데올로기와 탈운동화하는 시민운동적 현실주의와 편의주의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코미디이다. 모호한 투쟁목표와 절충식의 요구로 뒤범벅인 투쟁은 결코 대중적 투쟁으로 전화될 수 없다. 미국 제국주의의 군사전략과 국제적 계급투쟁의 정세에 대한 과학적 인식에 기초하여, 올바른 목표와 전술을 제기할 때에만 투쟁의 미래가 있다.
역사적으로, 노동자계급운동의 정치적 타락과 왜곡의 근원은 자본주의가 불가피하게 배태하는 전쟁에 대한 정치적 태도상의 오류로부터 나왔다. 독일 사민주의를 비롯한 제2인터내셔널의 1차대전에서 자국정부지지, 2차대전시 스탈린의 히틀러와의 비밀협약, 동서대립시기에 군사적 대립노선 추구 등의 역사적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문제 또는 군사문제에 대한 편의주의와 현실주의는 문제의 계급적 본질을 왜곡하고 살상과 파괴 속에서 자본주의의 생명수를 제공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SOFA 개정운동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국민행동 측의 주장대로 소파가 개정되는 경우 주한미군의 주둔에 완벽한 합법성을 부여하게 되며, 따라서 미군의 주둔 그 자체에 대한 어떠한 문제제기도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SOFA의 기술적 개정이 아니라, SOFA의 폐지를 통해 미군주둔의 법률적 근거를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당면투쟁전술상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현 정세 하에서 보다 공세적인 투쟁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

2000-07-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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