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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공노대

현장에서 미래를  제5호
박태주

시 ◦◦ 평

민주노총과 공노대
- 교집합 확대를 위한 상호 노력을 -


박 태 주 (공공부문노동조합 대표자회의 공동대표, 감사)


한결같은 물음에 변함없는 대답이 있다. 지난 해 11월, 공공부문노동조합 대표자회의(이하 공노대)가 출범한 이래 민주노총 창립을 거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문답이기도 하다.
"공노대는 민주노총과 어떤 관계입니까?" "직접적인 조직관계는 없습니다. 외척정도죠. 친척이면서 한편으로는 친척이 아닌, 그러면서도 노동판을 같이 고민하는."
공노대를 길라잡는 사람의 대답치고는 사실 어정쩡한 대답이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공노대가 그간 '민주'의 세례를 받지 못했던 노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민주노동조합의 바람을 몰아 넣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는 공노대의 조직현황 하나만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현재 공노대에 월회비를 내는 조합원 수는 13만여 명, 이 중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는 9개 산업별 조직 5만여 명 정도이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이른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이나 정부투자기관노동조합 중 어느 한 곳도 민주노총이 포괄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밖에 한국노총 소속이 1만 5천 명, 독립(중간)노동조합이 6만 5천 명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한 조직에 일방적으로 편향된 채 외길수순을 밟을 수만은 없는 한계를 내재적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우리를 단결하게 하는가?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한마디로 혼돈의 땅이다. 가장 '민주노총적'인 노동조합이 있는가 하면 가장 '한국노총적'인 노동조합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땅이기도 하다. 사무․전문직과 서어비스직, 그리고 생산직이 섞여 있으며 업종 또한 다양하기가 문어발식이기도 하다. 정부라는 동일한 사용자를 공유하면서도 무려 18개의 산업별 연맹(산별노동조합)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정부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정투노협)이나 서울시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서투노협), 전공노협 등 횡단적인 연맹조직이 남아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으면서도 서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온 동네라는데 대한 웅변인 셈이다.
사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이렇게 공노대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동질성을 대변할 조직이 없었던 탓이다. 또한 그만큼 공공부문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절박했던 탓도 있었다. 공무원과 교사가 빠져버린 단결권이란 애시당초부터 귀빼고 뭐뺀 당나귀꼴이었다. 단체교섭권도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이 살아 있는 한 앉은뱅이 용쓰는 꼴일 수밖에 없었으며 단체행동권도 공익이라는 폭력앞에선 그림의 떡이었다. 나뉘어져 있다는 자책감만이 투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조직도 조직의 절실함으로 이 문제를 다루려 들지 않았다. 스스로 뭉쳐 나설 도리밖엔 없었다. 가려운 데를 긁는 데는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나은 격이다.

공노대 결성이 갖는 의미

사실 그간 공공부문은 일종의 무풍지대 또는 정부의 안마당을 형성하여 왔다. 간헐적이고 폭발적인 투쟁이 있었다고는 하나 분산성을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공노대의 출범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대정부 '반란'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사용자가 정부인 이상 노동조합의 일거수일투족은 자본의 매개없이 직접적으로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성격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서어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것이 갖는 타격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공노대가 뜨자마자 정부가 이른바 '공공부문 노사화합 지원협의회'라는 이름따로 행동따로의 조직을 만들어 범부처적인 탄압태세를 갖춘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처사였다. 대정부 투쟁이란 다른 의미에서 의사결정과정이 정치적이고 동시에 노동조합으로서도 그만큼 정치과정 참여가 절실함을 의미한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공노대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동향에 귀를 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노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를 포괄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국제사무․상업․전문기술노련 한국연락위원회’(KIET-KLC)가 있다고 하나 이는 말 그대로 연락위원회일뿐 소속 노동조합에 대한 조직사업을 책임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텃밭이기도 하다. 민간부문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양조직 사이에 경계선이 그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만큼은 아직도 상당부분은 중간노동조합라는 미답의 땅으로 남아있다. 앞으로 공무원노동조합의 결성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공공부문은 향후 금속부문과 더불어 한국노동운동의 양대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전국중앙조직의 통합이 가까운 장래의 일이 아니라면 한국노동운동의 주도성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포괄 여부가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될 것이다. 나만의 억측일까.

전국중앙조직과 결합은 사업을 통해야

공노대는 스스로의 조직발전전망을 갖는 조직이 아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를 연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상설적인 공동사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공노대는 여타 전국중앙조직과는 조직차원을 달리하는 조직이다. 더욱이 공노대는 어떤 전국중앙조직과 경쟁조직을 이루지도 않는다. 공노대의 공동대표 3인이 모두 민주노총의 조합원이라는 사실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까닭은 없다. 가재는 게편이고 초록은 한 빛이라고 확대해석할 이유도 없다.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공노대 스스로가 이러한 우연을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노대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당면과제 해결을 독점하려 들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공노대의 연대 요청에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모두 메아리조차 살지 않는 민둥산의 태도를 취해 왔지만 공노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동사업을 제안해 나갈 것이다.
사실 공노대가 전국중앙조직과 맺는 관계는 일차적으로는 사업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적인 관계는 차라리 공공서어비스연맹의 창설을 둘러싼 내부 조직발전논의속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노대의 96년 주요사업은 임투와 조직의 확대․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노대의 96임투는 당연히 임금가이드라인 철폐를 축으로 전개될 것이다. 임금가이드라인 철폐는 생활조건의 향상이라는 점을 떠나서 자율경영확보의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자면 공공부문의 임금결정과정, 즉 바람직한 교섭제도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개별사업장의 교섭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새로운 대안의 모색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에 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대정부 직접교섭의 실현이다. 정부를 사용자로 하여 테이블에서 마주앉는 과정, 물론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측으로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직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교섭창구의 집중화와 단일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공노대의 내부조직발전논의가 의미를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노대 조직발전 전망 모색을 위해

조직의 확대․강화는 단순한 조직확대 이상의 의미를 띤다. 그것은 첫째로 중간간부의 육성과 견인에 초점을 둘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조합의 바람을 중간간부까지 확산시킨다는 의미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공노대의 발전전망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사업과 더불어 지방공노대 조직의 활성화에 역점이 두어질 것이다. 공노대는 전국중앙조직으로서의 발전전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내부의 조직발전전망까지 내팽개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젠가는 공공서비스산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나 자신의 믿음이다. 독일의 공공통신운수노동조합(ÖTV)은 이런 점에서 하나의 시사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엄청난 벽 앞에서 스스로의 힘을 추스리고 새로운 전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란 크게 뭉치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직발전전망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견해를 좀더 덧붙이면 이렇다. 지난 95년 11월 11일, 드디어 민주노총이 노동운동의 또 다른 사적지가 된 연세대에서 닻을 올렸다. 길게 보면 무려 8년의 공기(工期)가 걸린 셈이다.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많다. 특히 조직발전과 관련하여 민주노총의 산업 및 업종조직은 또 다시 개편되어야 한다. 이는 기존 연맹조직이 모여서 그대로 산별조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산별재편을 위한 물적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중앙집권적인 노동조합 형태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들간 통합으로 성립할 수 있었으며 지금도 더 큰 통합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노동조합 운동사는 조직통합의 역사"라는 말까지 나타났을까. 이와 더불어 소산별노동조합의 의의가 과장되어서도 곤란하며 조직의 재편 대상을 민주노총이 포괄하는 조직에 한정지을 필요도 없다. 규모의 경제가 갖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큰 판으로 조직을 다시 짜는 노력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굳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형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일반노동조합의 형태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연맹체는 정부라는 동일한 사용자를 상대하는 다업종 일반노동조합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비록 민영화 바람이 몰아치겠지만 공공의 개념이 공익(public services)으로 대체되는 한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물론 공노대의 조직발전전망은 민주노총의 산별재편과 필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동시적으로 진행되거나 별개로 진행되며 상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민주노동조합이며 이는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의 조직구조에도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조직의 접착제, 공동투쟁

그러나 노동조합의 조직발전 전망은 책상위에서 하는 도상 연습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적 토대로서 조직의 확대와 더불어 이러한 조직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로서 투쟁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투쟁을 통한 조직의 발전, 이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래 경험을 통해 획득한 역사발전에 관한 인식이다. 공노대의 96년 임투가 새로운 빛깔을 띠고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96년 임투의 과정에서 공노대의 조직발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자연스레 모습을 갖추고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의 임투가 지원이나 연대투쟁의 성격을 띠고 나타나기 보다는 동일한 이해관계가 얽힌 공동투쟁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과 업종, 직종은 물론이거니와 소속 조직까지도 뛰어 넘는 이해관계의 정확한 일치야말로 공노대가 설 수 있었던 토대이자 나아가 공노대가 스스로의 조직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바탕이다.
임투의 과정에서 공노대는 시기설정을 비롯한 제반 투쟁전술과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물론 가능하면 한국노총과도 연대를 모색해 갈 것이다. 특히 조직발전전망과 관련한 문제의 해결은 양조직의 이해와 협조없이 사실상 불가능할 지 모른다. 물론 많은 지점에서 사업이 중복되거나 심지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우리 모두는 권력과 자본의 탄압을 뚫고 같이 나아가는 조직인 바에야 사소한 차이가 대세를 그르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간 공공부문은 노동조합활동의 자유보다는 속박을, 승리의 기쁨보다는 패배의 쓰라린 아픔을 먼저 만났던 땅이다. 그러면서도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을 위한 이론적 토대도, 실천적인 경험도 미진할 뿐더러 연륜마저 짧아 내부의 조직마저 아직 허술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노대는 스스로의 활동영역 속에서 꾸준히 내일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물론이거니와 한국노총과도 노동자들의 대중조직으로서 활동의 교집합을 넓혀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한/노/정/연

1995-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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