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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30년, 그 이름 앞에 당당하고 싶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60호
정인숙


전태일 30년, 그 이름 앞에 당당하고 싶다


정 인 숙
이사/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태일, 30년
‘그 이름 앞에 당당하고 싶다.’ 이 말은 30주기를 맞는 ‘오늘’하고 싶은 말이다. 그러나 30년전 전태일 동지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절규를 외치며 산화해 간지 30년이 지난 오늘도 곳곳에서 근로기준법을 보장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며 권리를 빼앗기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보험모집인의 현실
보험모집인들의 말품과 다리품으로 벌어들인 보험료는 우리나라 보험시장 점유율 세계6위, 1999년말 국민 한 사람 당 연간 보험료 100만원을 넘어선 거대 자본으로 성장해 왔다.
보험회사는 보험모집에 관한 별도의 규정에 의해 위임․위촉받는 위치에서 개인사업자라는 악법을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다. 분명 자신이 계약한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고, 고용주의 지휘와 통제하에 놓여지는데도 불구하고, 계약상으로는 독립 계약자로 여겨지므로 고용관계가 은폐되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의 되풀이되는 실적에 대한 책임감, 매주 수요일 증원의 날, 보험모집인들은 책임량, 마감과 증원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다. 또한 출근시간과 귀소시간을 어김없이 지켜야 하고 출근카드를 안 찍고 하루를 출근하게 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더구나 잔여모집수당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데, 보험회사는 보험모집인이 보험상품 하나를 판매하면 그에 대한 수당을 8개월에서 24개월까지 분할해 지급하는데 보험모집인이 퇴사하면 나머지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 이러한 잔여모집수당 문제는 보험모집인들을 회사에 묶어두기 위해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할지급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직업선택권을 침해받는 전직동의서도 현대판 노비문서와도 같은 제도이다. 보험모집인들이 뺏기고 착취당하는 것은 이외에도 송금수수료로 회사가 1년에 챙기는 돈이 180억원이며 퇴직금은 아예 한푼도 못 받고 산재보험이나 각종 사회보험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기에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5월 보험모집인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하여,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이 결성하였고, 영등포구청에 10월 5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노동부에서는 보험모집인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설립신고증을 반려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보험모집인들의 업무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업무, 인사규정의 적용을 완전히 받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사용자(관리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지휘․감독을 받고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어 있다. 또한 비품이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가 회사로 되어 있으며 업무수행시 필요한 용품의 공급을 회사로부터 받으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고 복리후생제도가 있는 점을 볼 때 명백히 노동자성이 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보험모집인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은 ‘근로자에 준하는 자’가 아니라 ‘노동자’다. 자본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제한하고 착취를 고도화하기 위해 허울좋은 자영업자의 외피를 씌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분명 ‘노동자’로 규정되어야 하며, 이들을 고용하는 사장들에게 사용주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그런데 전태일 30주기 추모기간에 또다시 노동부는 제2, 3의 전태일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전태일 30주기에 바라고 싶은 것
첫째, 이 땅의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일하는 형태가 다르다고 어떤 이유로든 노동자가 이 땅에서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 노동자이기 이전에 고귀한 인간의 존엄을 가졌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전태일 동지는 외쳤다.
둘째, 실질적 노사관계에 있는 모든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각종 판매직 등 완전한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노동관계에 있음을 인정하고 확실한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해야 하며, 보험모집인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하루빨리 교부해 주기 바란다. 이것이 전태일 동지의 정신이다.
셋째, 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연대와 지원을 해야 한다. 평등한 사회 실현과 노동해방을 목표로 하는 노동운동 안에서 하나의 노동자로 서야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보장을 받을 때만이 정규직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노/정/연

2000-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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