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제학술대회를 다녀와서** 독자들에게 먼저 사과하려
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완전한
글로 제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을 알지만, 개인적인
조건상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멕시코의 정권교체,
코포라티즘의 문제, 그리고 학술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문제점들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소개해야만 할 것 같아서, 축약된 자료의 형식으로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멕시코 국제학술대회를 다녀와서
참관기
김 영 수
연구위원
1. 멕시코의 정권교체에 대한 국내 주요언론의 태도
PRI(제도혁명당) 정권이 PAN(국민행동당)의 비센테 폭스
정권으로 교체되었다(2000.12.1). 이에 대해 국내의 주요
언론들은 멕시코의 정권교체 문제를 작지 않게 기사거리로
다루었다. 11월 30일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기사화한 모든
언론의 기조는 다음과 같았다.
정권교체의 정치적 의미는 ‘71년만에 PRI의 장기집권을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 민주주의를 향한 가장
획기적인 사건, 평화적 정권교체, 코카콜라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입지전적인 인물의 감동 드라마’ 등으로 규정하였고, 그 원인을
‘80년대 이후 장기집권에 따른 부정부패와 빈부격차의 심화,
코포라티즘 체제의 문제점’ 등에서 찾았다. 폭스 정권이
제시하고 있는 ‘코포라티즘적 사회운영 패러다임의 자유경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개혁을 앞세운 경제발전의 필요성,
미국과의 경제협력의 강화’ 등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부풀려
보도하였다.(한겨레: 2000.11.30, 중앙일보: 2000.11.30,
국민일보: 2000.11.30, 대한매일: 2000.11.30 등)
이와 같이 국내 언론들은 멕시코 사회의 제반 문제점을 PRI의
장기집권과 코포라티즘에서 찾고 있으며, 주요과제를 1994년 1월
1일 발효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강화와 코포라티즘
체제의 극복으로 제시하고 있다.
코포라티즘 체제에서 제공되었던 노동자․민중들의 당근을
축소하고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급속한 추진만이 멕시코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다는 논리로 치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 사회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국내언론들의
태도가 기만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의 정권교체는 이중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PRI의 독점적 정치권력에서 비롯된 부정과 부패를
극복해 나가는 민주화의 과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코포라티즘 체제에서 최소한 누려왔던 노동자․민중들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퇴보시킬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멕시코의 노동자․농민들은 PRI와 긴밀한 코포라티즘
체제를 구축한 상태에서 1917년 멕시코 혁명의 성과의 일정
정도를 누려왔다. 또한 코포라티즘 체제의 당근은 1976년 대통령
선거에서 PRI에 대한 95%의 지지율로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그러한 혁명의 일부 성과와 코포라티즘 체제의 당근들이 더욱
강고한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부르주아 계급은 1980년대에 들어서서 자본축적의
위기상황에 빠져들게 되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던 석유산업의 집중적 개발 및 1980년을 전후로 한
세계경제의 위기의 영향하에 급격한 경제붕괴 상황을 맞았다.
그리하여 PRI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전략을
채택하였다. 노동운동 진영이 PRI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전면적으로 대항하기에는 온 몸을 휘어 감고 있는 코포라티즘
체제의 족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 때부터 노동자․민중들의 고통은 가중되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삶의 고통을 일정정도 완화시켜 주었던 코포라티즘
체제의 당근은 축소되기 시작하였으며, 고인플레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 그리고 초국적
독점자본이 급속하게 유입되어 사회경제구조의 대외종속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따라서 멕시코의 정권교체에서 주목해야만 할 점은, 독점적
정치권력의 부정부패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불만,
노동자․민중들이 코포라티즘적
3자(노동-자본-국가)협의체제에 대한 허상을 인식해 나가는
과정, 노동자․민중들을 고통의 늪에 빠뜨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불만, 앞으로 6년 동안
개혁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친자본적인 제반 정책들이
급속하게 추진되어 노동자․민중들의 삶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 등이다.
2. 멕시코의 전반적인 상황
1) 정치권력의 교체
- PAN은 역사적으로 백인 자본가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등
PRI보다 친자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PAN은 특히 1988년
이후 멕시코의 신자유주의 전략을 급진적으로 추구하려 하였다.
그래서 폭스 정권의 정책기조 역시 “국정은 경영이다.”는
것으로 잡혔으며, 새로운 내각에 기업인, 국제금융 전문가 등이
대거 입각되었다. 폭스 정권 하에서는 GDP의 24%를 차지하는
1300억 달러의 외채 원리금 상환문제가 전면에 등장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급속하게 추진될 것이다.
- 멕시코에서 71년만에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PRI의
정치적 토대는 노동자부문, 농민부문, 대중부문이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대중부문은 시민사회의 영역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정권교체의 동력은 무엇인가?
① 신자유주의에 의한 기존 PRI 체제의 정치적 자산이
상실되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불만이 확산되어, PRI의 정치적 토대가 약화된 것이다.
* 당근의 축소로 현장 노동자들에게 코포라티즘이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 1988년 대선에서부터 지지율의 지속적인 하락(76년의
지지율: 95%, 88년의 지지율: 50.4%, 94년의 지지율:
48.7%)되었다.
② 장기집권 권력의 부정부패였다.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욕구의 지속적으로 증대하였다.
* 1988년 이전, 멕시코에서의 선거는 정치세력간의 경쟁적인
의미를 지녔던 것이 아니라 PRI의 재집권을 위한 의례적인
통과절차에 불과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았다.
* 관료 및 정치엘리트들의 부정부패가 일상화되었다.
* 전직 관료 및 통치엘리트들의 ‘밀실 커텐정치’, 즉
현실정치에 대한 전직 통치엘리트들의 지배역량이 강력하다.
1988년 대통령 선거 이후 PRD(민주혁명당)의 출현도 그러한
구조에 대한 PRI 내부의 불만세력들이 탈당해서 이루어졌다.
노동자․민중들 역시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었다.
- 정권교체의 의미
① 정치적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PRI의 대안으로 등장한 PAN의 친자본적
입장에 의해 정치적 민주주의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확대되기보다는 오히려 노동-국가-자본간의 모순의 격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② 정권교체로 인한 국가-노동관계 및 사회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로 전국노동자연합을 중심으로 코포라티즘을 극복하기 위한
민주노조운동과 좌파정치운동의 활성화 근거가 존재한다.
③ 신자유주의 정책이 급속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노동자․민중들의 생활고가 가중될 것이다.
2) 노동조합운동의 현황
- CTM(멕시코 노동조합 총연맹)의 성격
* 코포라티즘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즉 조합원은 가난해도
조합은 부자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내부의 권력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격렬하게 진행된다.
* 코포라티즘의 당연한 귀결이지만, 노동조합운동의 관료화와
형식화가 정착되었다. 멕시코 전력노조의 한 간부는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제반 지원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였다.
* 현장권력이 미약하다. 이는 역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조직적
동원력이나 집행력의 허약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 UNT(전국노동자연합)의 출현
* 지향점으로는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율성 확보, 실질적
민주주의 및 사회적 평등 고양” 등이다. 즉 노동조합운동의
코포라티즘을 극복하기 위한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조직이다.
* 70년대 이후 지속해 왔던 민주노조와 CTM에서 탈퇴한
구어용노조와의 연합체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조직적 관계는 상당히 느슨하다. 산하조직들의
독자적 활동이 전면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적
집중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CIPM(메이데이 노조협의체)
* 1995년 5월 1일, CTM이 메이데이 투쟁을 전개하지 않았다.
메이데이 투쟁을 전개하려 했던 노조들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이다.
* 이 협의체가 지향하는 이념은 멕시코의 전통적인 좌익
이데올로기이다. 계급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것이다.
* 착취제도의 철폐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혁명을 그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 또한 농민-인디언-노동자-민중간의 블록을 지향하고
있다.
* 그러나 멕시코의 몇몇 주에서 존재할 뿐이다. 전국적인
조직구조․통일된 기관지․지속적인 회원도 부재한
상태이다.
- 노동자들의 상태
* 노동조합의 조직율은 약 30% 정도이고, 오래 전부터 산업별
조직체계를 유지해 왔다.
* 2000년 현재 실질임금의 수준이 1980년대 초반의 상태로
하락되었다. 한 예를 들면, 멕시코 노동자들의 일일 평균임금은
US 3$(1996년 현재) 정도였다.
*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노동자들의 거의 모든
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권리 및 코포라티즘 체제 역시
멕시코 혁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 자본측의 구사대 구성은 불법이다. 그런데 약 2년 전에
한국에서 진출한 (주)한영은 구사대를 조직하여 노동조합운동을
탄압하였는데,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이슈화되었다.
* 비록 80년대 이후 점차 쇠퇴하고 있지만,
노동자․민중들을 위한 각종의 국가적 보험제도가 발달되어
있다.
* 사회적 장치(의료시설, 공공시설 등)의 이용이 거의
무료이다. 그리고 기본적 식생활에 필수적인 빵과 우유 역시
값이 매우 싸다.
3) 멕시코의 정당 현황
- 거대정당으로는 PRI, PAN, PRD이다.
* FDN(민족민주전선)은 1988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출현한
조직으로, PRI에서 탈당한 ‘민주경향’그룹과 좌파정치조직의
선거연합조직이었다.
* FDN 후보였던 까르데나스는 PRI 살리나스 후보에게
패배(개표부정 의혹, 개표과정에서 중단하고 난 2틀 후에
살리나스가 승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 FDN이 이후 PRD로 개편한 것이다.
* 지향하는 정치노선은 멕시코의 중도좌파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멕시코의 포퓰리즘에 매우 가깝다.
- 소수정당으로는 PPS(인민사회당), PARM(멕시코 정통혁명당),
PMS(멕시코 사회당), PRT(노동자혁명당)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정당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FAT(진정한 노동전선)와 같은 비제도권의 정치조직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FAT에 소속된 노동, 농민, 여성
등의 대중조직들이나 그 조직주체들은 독자적으로 제도화된
정당들을 지지할 수 있다. FAT의 위원장은 “FAT가 역사적으로는
종교운동 차원에서 전개되었지만, 현재는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완전한 독자적 자율성을 획득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하면서, “이것은 멕시코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한 형태”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FAT의 구성원들은 민주노조운동의 활동가 조직,
인디오 중심의 농민운동 활동가 조직, 여성활동가 조직 등
정치적 성격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것의 지향점은 새로운
민주적 정치권력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3. 국제학술대회의 현황
- 대주제: “정치적 민주화 과정과 노동운동의 지형 변화”
- 장소 및 일시: 멕시코시티, 2000년 11월 9, 10일
- 참여국가: 한국, 남아공, 벨로루시아, 베네주엘라,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미국, 멕시코
1) 발표 및 논의 내용의 핵심
- 미국: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전략의 일반적인 현상과 그 결과를
총론적인 수준에서 발표하였다.
- 볼리비아: 자본주의 발전과정과 토지개혁의 문제, 토지개혁과
체제변혁운동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표하였다. 볼리비아에서
백인 소유의 토지를 개혁하지 않는 한 노동운동의 토대도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 베네주엘라: 노동자․민중들의 지지를 받은 차베스
정권의 카리스마적 지도력과 그 한계를 지적하였다.
베네주엘라에서는 대중적인 명망성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 한국: 김대중 정권의 통치전략과 노동조합운동이
발표되었다.
- 남아공: ANC 정권의 3자동맹과 그 한계, 3자동맹 내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3자동맹 자체를
코포라티즘의 한 형태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저항하는 세력의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의 특성상,
3자동맹체제의 분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벨로루시아: 러시아 붕괴 이후 단기간 동안 서구 자본의
당근에 취해있었던 노동자들이 이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공산당의 역할이 지배적이다.
-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멕시코: 코포라티즘의 한계와 그
대응책의 모색되었다.
2) 각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
- 대량실업, 고용불안, 노동조건의 악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
- 노동조합운동의 조직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 실질 임금의 수준이 하락되고 있다.
- 초국적 독점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위기적 상황, 즉 부르주아 지배세력의 구조적
위기가 부르주아 권력블록의 통치역량으로 극복되고 있다.
3) 각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내리는 결론
-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국제연대의 수준과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각 국가간의 특수한 상황을 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 민영화 반대투쟁은 생산수단의 공유화, 국유화, 사회화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노동-자본-정부간의 3자협의체제는 노동자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구조이다. 역사적으로 3자 협의구조로 나타난 공통의
결과는 노동조합운동의 역량 약화 및 체제내화하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하였다.
- 코포라티즘은 노동귀족만의 양성과 자본주의 지배체제의
공고화는 자본의 지배전략이다. 노동현장의 권력을 상실한
노동조합운동이나 노동자 계급의 정체성을 상실한 노동자
정치운동은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 향후 세계 노동운동의 발전이라는 문제에 비추어 볼 때,
노동운동 내부에 존재하는 노동조합운동의 관료화를 극복하는
문제가 관건이다.
- 현실적으로는 좌파 정치조직의 역량이 미약하지만, 향후
정치적 영향력은 확대 예상된다.
- 새로운 노동운동의 노선이 세계적 차원에서
모색․정착되어 나가야 한다. 그것의 실질적인 토대는
노동현장의 권력 강화, 노동운동의 민주성 강화, 좌파정치운동의
정치적 대중화일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