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노벨평화상 수상과 날로 열악해지는 인권상황
- 세계인권선언 52주년 기념에 부쳐
ꡔ사회화와 노동ꡕ 편집팀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전세계의 자유, 평화, 정의라고 선언한 바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전체 3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의 평등을 시작으로 인간의 삶을 향유하는 데
필요한 각종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52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일컫는 시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금 인권의 주소가 과연 어떠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전세계 수많은 노동대중의 삶을
실업과 불안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오직 ‘이윤’만을
최고의 가치로 놓은 자본의 공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다른
한편으로 노동대중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빈곤의
세계화’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노동대중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본질을 자각하면서, 구조적
실업․빈곤증대와 자본의 국제적 경쟁의 강화로
특징지워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에 마서
격렬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회복을
위한 투쟁이 시애틀에서 프라하, 멜버른, 서울 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한편, ‘국민의정부’로 등장한 김대중 정부는 ‘개혁’을
치지한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가장 기본적 인권인
노동대중의 생존권을 공격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정리해고를 포함하는 구조조정에 노동조합이 ‘동의’하라고
강제하고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조조정을 특정시기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이데올로기적, 법적, 제도적 정비를 시도하고 있다. 민중의
생존권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한다면 이제 반인권적
공세가 더욱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타는 시점에 맞춰 인권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아래, ‘인권위원회’ 설립에 관한 법률 방침과
함께 ‘국가보안법’ 개정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의해
김대중정부와 민주당은 ‘인권위원회를 독립적 국가기구로
설치할 것’등을 골자로 하는 ‘인권법’ 최종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인권위원회는 효율적인 조사권과 면책특권 등이 없어,
‘생색내기용 인권기구’가 될 것이며, 정기국회 폐회를 앞둔
현재까지 당내 의견조율 등의 문제로 국회정상화조차 못하고
있다.
또한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의 경우 반국가단체 개념
규정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고 불고지죄와 이적표현물 단순
취득․소지죄를 폐지하는 정도로 개정 작업을 일단락
지으려 하고 있다.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는 핵심 규정인
‘이적단체 구성․가입죄’는 존치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정부 하에서 노동대중을 위한 인권법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일말의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환상임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국회에서의 주요한 법안 개정이 유명무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함께 오늘의 인권 현실은 더욱더 열악해지고 있다. 2000년
12월 1일 현재 김대중 정권 수립이후 구속된 양심수는 1,437명에
달하며 그중 국가보안법 구속자는 798명에 이르고 있다.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전체구속자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청소년의 폭력, 약물중독, 왕따, 성폭행, 윤락행위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즈음 청소년들의 교육현장에 대한
올바른 정책과 해결의 의지가 없는 김대중 정부는 단지 청소년
보호법 강화만을 외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진보적 논의에
대한 접근을 봉쇄하고 청소년에 대한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등
인권침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으로 오늘의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편으로는 지식기반 정보화를
주창하면서 정보사회-사이버세계에서 국가보안법에 버금가는
정보통신법을 제정하여 정보사회에서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여
정보사회차원의 기본권을 제약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인권과 관계된 각종 법안개정이 형식에 그치고 현실의
인권상황은 더욱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출국하였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노벨평화상 수상을 무색하게
할만큼 추락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 빈민 등 기층 대중들은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왜냐하면 총체적 위기에 처한 김대중 정권이 취하는 인권문제에
대한 태도와 정책은 형식적이며 반민중적이기조차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이 사회
인권의 신장, 진정한 평화와 단결의 확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세계인권선언 52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인권투쟁의
역사는 그 ‘권리들’에 대한 법적 선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과 압제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사람들에 의해
쟁취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김대중 정권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가려지고 있는 이
땅의 인권현실을 직시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즉각 철폐, 양심수의
전원 석방과 부당한 정치수배 해제, 형식적이고 생색내기식
인권기구의 철회와 노동자 민중을 위한 인권기구의 설립, 민중의
기본적 인권인 민중생존권의 보장 등 절박한 과제의 즉각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전세계민중과 통일을 위해 전진하는
남북민족이 더욱 밀접하게 어울려 살아야하는 새로운 세계에서는
인간의 기본권이 더욱 확장되는 것만이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는
길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만약 화려한 노벨평화상 수상에 자족하고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다면 전민중의 분노와 투쟁에 직면할 것이며 우리 또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나설 것이다.
2000년 12월 8일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
국순옥(인하대 교수), 김상기(경북대 교수), 김수행(서울대
교수), 김재열(성공회 교무원장), 김진균(서울대 교수),
문정현(전주교구 신부), 서창호(목포대 교수), 오세철(연세대
교수), 이규환(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종수(광주대 교수),
진관(불교인권위원회), 홍근수(향린교회 목사), 홍성현(수송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