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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의 투쟁의의와 방향

현장에서 미래를  제62호
추교진



지금 현장은


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의 투쟁의의와 방향


추 교 진/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 교육선전부장





벤처와 노동조합
흔히들 벤처기업은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무장되어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회사 내의 조직원들이 같은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조직이 경직되지 않고, 서로 신뢰하며, 민주적으로 의사소통이 되고, 그 과정이 매우 신속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사결정의 신속함은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되어진다.
노동조합의 활동은 그 조합에 속해 있는 조합원들(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켜주며, 복지에 힘쓰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노조 활동의 과정에서도 그 활동 및 운영의 투명성, 도덕성, 민주성이 강조되어진다.
이 두 조직의 조화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경영자와 노동자가 상호신뢰 하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꾸려가는 기업이 진정한 벤처기업이라는 말을 한다.
경영자와 노동자가 상호신뢰 하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꾸려가는 기업이 국내에 얼마나 될까? 어느 시대에, 어느 자본가가 힘없는 노동자를 믿어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 의견을 회사경영에 반영하는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말하면, 도대체 이 땅에 진정한 벤처는 그야말로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의 실정을 생각해 보면, 벤처기업에 노동조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모순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재벌풍토를 지양하고,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는 회사에 세제감면과 자금지원 등 많은 혜택을 준다. 또한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는 요건 자체도 많이 완화하여 사실상 서류만 조금 잘 준비하면 벤처기업으로 등록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똑같이 기업운영하면서 누구는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어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벤처기업 인증을 신청하게 되며, 기존의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은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으로 경영자와 노동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기업을 창업하는 벤처기업보다, 기존 중소기업의 경영양태가 그대로 벤처로 오는, 한국식 벤처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자본가와 노동자의 불신의 골이 남아있는 똑같은 노사관계가 벤처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식 벤처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국내 벤처 1호 노동조합 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
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조합(이하 멀티노조)은 ㈜멀티데이타시스템의 열악한 근로조건 및 비민주적이고 무계획적이며 노동자에 대한 착취의 정도가 도를 벗어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일반직원 기준으로 수습 3개월(1999년 10월 이전엔 수습이 6개월이었다)동안 월급 40만원, 수습 이후의 월급은 1년차가 6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30분이었지만 강요되어지는 야근과 철야에 일주일에 퇴근하는 날수가 2, 3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경영자는 회사가 어렵고, 매출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작 자신은 직원 한 사람 연봉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급으로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었다.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경영자의 노동자에 대한 불신과 독단적인 경영, 의사결정의 비민주성에 있었다. 경영자는 직원들의 정당한 요구들을 묵살하였으며 직원들이 무능하고 요구를 다 들어주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며 수직적인 의사결정만을 강요하였다.
기업을 구성하는 인재와 그 인재들이 쌓아가는 기술 및 경험이 중요한 정보통신업계에서 기술개발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전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들만 강요하니 사내에서 희망을 찾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전, 경영자의 비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전망이 없는 사업계획에 대해 단발적으로 제동을 건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풍토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유롭게 이직할 수 있는 일반직원의 경우 2, 3개월을 버티기 힘들었고, 이직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병역특례직원들만 회사에 남아 있게 되었다. 그나마도 병역특례직원들은 회사에 애착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경영자가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노동자가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의식이 싹트면서 조합결성의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1999년 12월부터 시작된 조합결성의 움직임은 위원장이 결의되어지고, 상급단체의 상담이 본격화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고, 마침내 2000년 2월 9일, 전 조합원의 찬성으로 창립총회를 열게 되었다.
이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운영되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벤처 1호 노동조합’이라는 꼬리표는 우리로 하여금 벤처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러 지면을 통해 벤처와 노동조합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칼럼이 간간이 소개되었다. 이렇게 국내 벤처 1호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는 벤처기업들 내에서, 노동계에서 여러 가지로 새로운 고민들을 던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은 ‘과연 벤처에서 노동조합이 필요한가?’에서부터, ‘벤처에서 노동운동의 목적이 어디까지인가?’, ‘벤처라는 상황에 맞추어 노동자의 단결권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어떤 작업들이 필요한가?’, ‘벤처기업이 가지는 구조적이고 법률적으로 많은 부분 보호되어지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가?’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멀티노조의 투쟁 양상
멀티노조의 투쟁은 사업장의 실태에 맞추어, 먼저는 멀티직원의 복지향상과 권익보호에 초점을 맞추었다. 2000년 5월 6일 체결된 단체협약은 조합활동의 자유로운 보장과 숙직실, 휴게실 같은 복지시설 확보,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임금의 현실화와 근로기준법에 보장되어 있는 년, 월차, 야근수당 지급, 그리고 고용안정과 사원에 대한 교육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였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있어 사측은 멀티노조 집행부의 대부분이 병역특례직원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병역특례업체지정 취소 신청’같은 극단적인 대립도 자행했지만 여론에 밀려 재빨리 접고 말았다.
이렇게 첫번째 투쟁에서 승리한 멀티노조는 다니고 싶은 직장, 함께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어 질 것 같았다.
그러나, 단체협약 체결이후, 눈에 보이는 근무조건(임금, 연․월차, 야근수당 등)은 좋아졌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사사건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조합원들을 탄압하였다. 또한 단체협약에 인사이동에 관한 노조에의 통보,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협의 등이 명시되어 있지만, 노조를 무시한 의사결정이 비일비재하였고, 독단적인 경영행태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여전하였다.
따라서, 멀티노조의 투쟁 양상은 자연스레 사업장내의 비민주적 경영방식 철폐, 주먹구구식 경영 철폐, 독단적인 경영 견제 등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2000년 6월 경영자의 비합리적인 경영방식에 맞서 멀티노조는 ‘회사발전위원회’ 건설을 제안하였고, 이 위원회에서 회사의 새로운 사업계획, 발전방향 수립, 경영전략 수립 등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새로운 CTO(기술개발사장) 영입을 계기로, 회사의 새로운 사업계획을 구상 중에 있으며, 6월말 중 새로운 사업계획과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 임직원 워크샵을 통해 제시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7월초가 되도록 워크샾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며 오히려, 어느날 갑자기 전 개발팀 직원의 70%에 이르는 7명에 대해 모 병원과 다른 인터넷 업체로 파견을 나갈 것을 강요하였다.
이에 대해 멀티노조는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 없이 초단기 매출을 올리기 위해 불법파견을 일삼는 일에 동의할 수 없으며,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 하에 경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한차례 마찰이 있었고, 결국은 모 병원건에 대해서는 계약금액이 크고, 회사의 매출에 도움이 되어서 불법파견 대신 회사에서 일을 하기로 하였고, 다른 인터넷 업체로의 파견은 그 건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회사는 노골적으로 노조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었고,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작성하였고, 경리, 기획부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근거 없는 말로 경리부, 영업/기획부에 속한 직원들에 대해 지배개입을 하였으며, 급기야는 개발팀으로 들어온 직원에 대해 영업/기획부로 발령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을 자행했다.
이처럼, 단체협약 체결이후 멀티노조의 투쟁방향은 독단적이고 무능한 경영행태에 관해 견제하고, 경영에 참여하여 회사를 정상화하고 성장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진행이 되어 왔다. 이는 앞서서도 말한 한국식 벤처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야기하고 있는 무능하고, 사회악적인 경영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투쟁이고, 많은 경영자들이 반발을 하겠지만, 그 안에서 벤처 노동자의 권익을 찾기 위한 투쟁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한 정리
현재의 사태 역시 멀티데이타시스템이라는 개별 사업장의 경영양태의 특수성 때문에 빚어진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멀티노조가 꾸준히 경영자의 경영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라는 요구를 하자, 경영자는 노조에 대한 탄압을 드러내서 자행하였고, 마침내 2000년 11월 29일 전 직원을 모아 놓고 노조 핵심 집행부와 조합원이 모두 병역특례직원임을 이용하여 ‘병역특례업체지정취소’ 되었음을 발표하였다. 그 자리에서 CTO는 회사 핵심사업부인 골프 포털 서비스인 골프웹과 PDA사업부, 멀티미디어연구소를 인수하고, 내일 당장 이사를 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멀티데이타시스템은 사업 전환을 한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한달 후인 지금에 와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핵심사업부 매각이나 멀티데이타시스템의 사업전환은 전혀 근거 없는 말이며, ‘병역특례업체지정취소’로 인하여 전직을 해야만 하는 9인의 병역특례직원의 반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 자행한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또 회사 임원들 간에도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아서 어떤 임원은 사업부 매각이라고 하고, 사장은 그냥 사업부 이전이라고 하는 등,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급조한 일종의 사기행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현 병역법에 의하면 병역특례업체지정이 취소되면 종사하던 병역특례직원은 최대 6개월 안에 다른 병역특례지정업체로 전직을 해야만 하고, 그렇지 못하면 군대를 가야 한다. 사장은 그 점을 노려서 6개월 동안 시간을 끌면 다 나가고 자연히 골치아픈 노조도 없어지고 그러면 다시 맘대로 경영을 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병역특례업체 선정이 취소되었으니 병역특례직원은 직원자격을 상실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정리해고를 하려면 경영악화, 사업장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최소한 2개월 전에 노동조합에 통보하여 해고 회피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상의 요건을 피해 가기 위하여, ‘회사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으나 병역특례업체선정이 취소되었으니 병역특례직원은 자연스럽게 직원자격을 상실한 것이다’라는 억지논리를 만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고 멀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기 위한 회사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멀티노조는 먼저 병무청에 회사가 ‘병역특례업체지정 취소’를 한 사유를 알아보았다. 취소 신청사유는 경영악화와 사업전환이었는데, 현재까지 경영악화와 사업전환에 대해서는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병무청에 탄원서를 내고 회사의 취소 사유가 부당함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병무청에서도 노조가 제출한 서류에 의해 경영악화와 사업전환의 증거를 찾지 못하자 매우 난감해하고 있으며, 이전의 전력(5월에 회사가 병역특례업체지정을 취소했을 때, 여론에 밀려 회사의 신청만으로는 취소할 수 없다는 회신을 했던 전력)때문에 아직까지도 고심을 하고 있다.
또한 멀티노조는 문제의 해결점이 회사와 경영진에 있음을 알고, 경영진의 무능을 질책하며 파업투쟁으로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6개월이라는 시간적인 제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은 매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며 어떠한 타협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노조의 파업에 서비스 중단을 막기 위해 골프웹 서비스를 골프웹코리아라는 개인사업장을 따로 만들어서, 골프웹 팀장이었던 박연호 이사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골프웹 서비스를 독립시켰다.


투쟁 계획
멀티노조는 이상의 상황에서 경영진을 파업투쟁 및 법적 대응으로 압박을 하고 있으며, 멀티데이타시스템의 대표이사의 부실한 기업운영 행태를 아침, 점심으로 사업장 주변에서 유인물 배포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또한 대주주 및 소액 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조합 내부적인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멀티노조의 투쟁이 갖는 의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의 수많은 벤처기업들 중에는 저임금으로, 벤처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강요하며, 계속되는 야근과 철야를 비논리적인 이유로 강요하고 있다. 또한 요즈음 들어서는 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해 구조조정이나 M&A 등을 이유로 경영진의 무능함으로 인해 야기된 회사의 경쟁력 없음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고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들조차도 일이 재미있고,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또 사회적인 인식의 영향으로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그다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나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으로 인하여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여러 가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어지고 있는 이때에 어떤 경영자는 벤처라는 특성에 맞게 근로기준법을 개정을 한다든지, 벤처에는 다른 기준을 만들어서 적용을 하자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지금 벤처라는 명목 하에 노동자를 탄압하고 착취하는 일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다.
이러한 속에서 멀티노조의 경영권에 대한 견제와 부실 경영으로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헤쳐나가기 위한 투쟁은 지금의 벤처기업 노동자들이 어떤 것에 맞서 싸워야 하는 지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멀티노조의 설립이후, 정현준이 기업을 자기 멋대로 운영한 것에 맞서 노동조합을 건설한 한국디지털라인노동조합이나 마찬가지로 부실 경영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디지털밸리 노동조합 등이 설립되어 투쟁에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규모가 작은 곳이 많고 노동자들의 인식이 부족하여 아직은 개별 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 설립이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힘을 합쳐서 구조적이고 제도적으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에 전가시키려는 음모를 철저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

2001-0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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