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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14:5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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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김종성] 한국, 북핵위기 활용해 역내 영향력 강화한다, [말]2005.22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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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핵위기 활용해 역내 영향력 강화한다
북핵 문제 | 한미정상회담
김종성 월간말지 전문기자
[말]2005.229호
‘한국은 외교를 못하는 나라’라는 통념은 이제 서서히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점차 동북아 외교에 능숙한 국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그 점을 잘 웅변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남한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이 회담이 과연 북핵위기 해결에 기여한 것인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는 아직 힘들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그것은 한국이 북핵위기를 통해 동북아 역내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6·11 한미정상회담은 북핵위기 그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 힘들지만, 적어도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에는 일정한 기능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 어떠한 근거에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점을 이해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의 대강을 개괄한 뒤에, 이 회담의 의의를 분석하기로 한다.
회담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50분간의 정상회담, 10분간의 공동기자회견, 65분간의 업무오찬회담의 순서였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열린 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는 2가지의 핵심 의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2가지의 핵심의제라 함은 (1)한미동맹의 발전방향과 (2)북핵의 평화적·외교적 해결방안을 말하는 것이다.
첫 번째 핵심의제인 ‘한미동맹의 발전방향’과 관련, 양국 정상은 “한미관계는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방향으로 내실 있게 발전해 왔으며, 현재도 굳건한 상태에 있다”는 점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았으며, 또한 양국이 많은 현안을 호혜적으로 해결해 온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여기서 양국 간의 ‘많은 현안’이라 함은 용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조정, 주한미군 부분감축,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한국이 대규모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해 준 데 대해 거듭 사의를 표명하였다.
두 번째 핵심의제인 ‘북핵의 평화적·외교적 해결방안’과 관련,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북핵위기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북한이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조치를 하지 말고 핵무기개발계획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핵무기개발계획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한·미 양국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실질적 대북지원’과 관련,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제3차 6자회담에서 제안된 방안에 기초하여 북한이 핵무기개발계획을 포기할 경우, 북한에 대한 다자안전보장과 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함은 물론, 북미 간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more normal relations)가 가능함”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재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북핵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다시 피력하였다.
한미동맹 균열을 립서비스로 봉합
위와 같은 핵심 의제에 관한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 정상은 10분간 공동기자회견을 한 다음에, 65분 동안 부시 대통령 주최하의 업무오찬회담(working lunch)을 가졌다. 업무오찬회담에서는 일반 의제인 동북아정세·남북관계 등에 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일반의제에 관한 의견교환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남북장관급회담이 북핵위기 해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는 사실이다.
양국 정상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최근의 한반도정세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점들은 대체로 위에 열거한 사항들이다.
이제 다음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의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
어찌 보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정지용의 ‘향수’)처럼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정상회담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사안을 곰곰이 음미해보면 동북아 국제정세의 변화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회담이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특기할 만한 의의는 6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6·11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전반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여 있음을 반영하였다. 다시 말해,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한과의 관계 역시 위기국면에 처해 있음이 나타난 것이다. 이 점은 ‘한미동맹’과 ‘북핵위기’가 핵심의제에 포함되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연한 언급이기는 하지만, ‘한미동맹’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미관계’이고, ‘북핵위기’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조미관계’다.
한미관계와 조미관계가 핵심의제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이 2가지가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전반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여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동북아패권이 약화되는 진원지가 북한뿐만 아니라 남북한 전체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균열도 북핵위기 못지않은 중대한 현안인 것이다.
둘째, 6·11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균열 양상을 립서비스(lip service) 수준에서 봉합한 회담이었다. 립서비스를 제공한 측은 한국이고 그것에 만족한 측은 미국이었다. 2004년 11월 13일의 LA 발언과 2005년 3월 22일의 동북아균형자론에서 나타난 바 있듯이, 한미동맹은 서서히 그리고 명백히 균열양상을 보여 왔다. 특히 동북아균형자론으로 구체화된 노무현독트린은, 한국이 대미의존적인 관계를 벗어나 도덕적 포용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주도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6·11 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해 구체적인 제어를 가하지 못했다. 그저 “한미관계는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방향으로 내실 있게 발전해 왔으며, 현재도 굳건한 상태에 있다”는 점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이룬 정도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탈미경향(脫美傾向)을 제어할 만한 입장에 있지 않으며, 한국측이 립서비스로 자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핵해법의 의미심장한 모순
이 부분에서 음미할 수 있는 한가지는, 미국이 최근의 한미관계 변화에 제동을 걸려 하기보다는, 지금의 현상을 승인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6·11 정상회담에서 한·미 두 정상은 양국 간 현안이 호혜적으로 해결되고 있는 점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였는데, 이는 한미관계의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미국의 곤궁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소개된 바와 같이, 이라크파병 같은 한국측의 ‘시혜적’(施惠的) 조치에 감지덕지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탈미경향에 대해 감히 뭐라고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향후 한국측이 립서비스 수준에서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한, 미국 역시 한국의 탈미경향에 대해 명백한 제지를 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6·11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핵해법에 관한 상호모순적인 2가지 원칙이 재확인되었다.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북핵위기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은, 적어도 지금의 현실에서 볼 때에는, 분명히 상호모순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태도를 볼 때, 북한이 평화적·외교적인 방법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호모순적인 2가지 원칙이 재확인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해법에 관한 양국간 입장차이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상호간의 입장차이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쌍방이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하기보다는 자신과 상대방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미국측의 입장이고, ‘북핵위기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은 주로 한국측의 입장이다. 상호모순적인 두 원칙이 모두 ‘배척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북핵해법과 관련하여 미국이 한국을 리드할 만한 입장에 있지 않으며, 어설픈 봉합을 통해서라도 국제적 연대라는 모양새를 만드는 데에 급급한 미국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찌 생각하면, 이번에 부시 대통령은 꼭 북핵 해결을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북핵위기보다는 한미동맹이 보다 더 시급한 현안이라고 인식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추측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위기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은 대신,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비록 어설픈 봉합이기는 하나 일정한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핵해법에 관한 상호모순적인 두 원칙이 병렬적으로 채택되었다는 것은,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동기가 북핵위기가 아닌 한미동맹 재확인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넷째, 6·11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보다는 미국 중심의 국제적 연대를 유지하는 데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미룰 수 있는 명분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북한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대북적대정책에 관한 실질적인 언급을 회피한 채, 북한이 먼저 핵무기개발계획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기만 했다.
남한 신흥 엘리트들의 관심사는 ‘한반도 평화’
이러한 미국의 태도와 관련, ‘미국이 북핵 해결에 성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의도를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6·11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점은, 미국이 대북압박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는 일에 상당한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촉구하는 공동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본다면, 미국의 보다 깊은 의도는, 북한을 지금 당장 6자회담에 끌어내는 것보다는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이 자국의 핵우산 아래에 계속 머물도록 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6·11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보다 명확히 밝혀진 점은, 한국의 신흥 통치 엘리트들의 최대 관심사가 ‘북핵 해결’보다는 ‘한반도평화’이며, 그러한 그들의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통치엘리트’(the governing elite)라는 개념은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년)가 사용한 학문적 개념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통치엘리트라는 개념을 ‘2002년 촛불시위 이후의 사회적 변혁과 동년 12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한국의 정칟경제·외교·군사적 의사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거나 혹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한국의 신흥세력’으로 한정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이들 신흥 통치엘리트들은 반대세력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친북세력’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이들이 친북세력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게 되면 북핵위기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이들을 친북세력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왜냐하면, 한국의 신흥 통치엘리트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해법에는 친북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와 정반대의 요소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6·11 한미정상회담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북핵불용원칙’)과 ‘북핵위기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평화적해결원칙’)을 동시에 지지했다. 양국간의 갈등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어설픈 봉합이기는 하지만, 바로 여기서 한국 통치엘리트들의 ‘본심’이 잘 ‘노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화적해결원칙’은 얼마든지 ‘친북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핵불용원칙’은 해석에 따라서는 ‘반북적’(反北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6·11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이 미국측의 주장인 ‘선 핵포기, 후 지원’에 동조한 점을 통해서도, 한국 통치엘리트들이 그리 친북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통치엘리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들의 입장은 일견 비논리적인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이들의 사고에는 하나의 일관된 원칙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평화’다. 한국의 통치엘리트들이 ‘평화적해결원칙’을 지지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북한 김정일정권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한반도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북핵불용원칙을 지지하는 이유 역시, 어떻게든지 미국을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통치 엘리트들은 북·미 양측을 모두 달래는 방법을 통해 어떻게든지 전쟁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신흥 통치 엘리트들은 최근에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장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새로이 장악하게 된 사회적 특권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도 발생한다면 자신들의 기득권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어떻게든지 불상사를 막으려 할 것이다.
부시가 남북대화를 북핵해법 통로로 거론한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평화를 위한 신흥 엘리트들의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대북지원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도모함과 함께 한미동맹 유지라는 립서비스를 통해 미국을 묶어두고 있다. 당장에는 한국정부의 시도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북·미 양국이 어차피 내심으로는 전쟁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 서서히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이러한 한국정부의 노력이 북미대결구도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전혀 다른 방향’이라 함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부시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전혀 의외의 방향을 말하는 것이다.
여섯째, 6·11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남북접촉’이 북핵해법의 유력한 통로로 부각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반의제 의견교환에서 부시 대통령은 남북장관급회담이 북핵위기 해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하였다.
현재 북핵해법의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는 북-중 접촉, 북-미 직접접촉, 남북접촉이 있다. 이 중에서 북-중 접촉은 6자회담 초기부터 사용된 수단이며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북-미 직접접촉은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것인 동시에 미국이 가장 기피하는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남북접촉의 경우에는 북한과 미국이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방법이지만, 다급한 미국으로서는 북-중 접촉의 차선책으로 고려할 만한 수단이다. 남북접촉이라는 수단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2004년 11월의 LA발언 및 산티아고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한국의 역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북핵해법의 통로로 거론한 것은, 미국이 북-중 접촉과 남북접촉 등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의 행보를 제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미국이 북-중 접촉의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이 2004년 11월 이전의 주변자적(周邊者的) 위상에서 벗어나 점차 북핵위기국면의 본류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북핵을 단순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역내 영향력 강화의 기회로 파악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증표이기도 하다. 또 지금의 한국 지도부가 북핵위기를 한반도통일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외교의 공격성
지금까지 논의한 6·11 한미정상회담의 6가지 의의를 다시 정리하면 이러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전반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여 있음을 반영하였으며, 북핵해법에 관한 상호모순적인 원칙들을 재확인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균열양상을 립서비스 수준에서 봉합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우선적 관심사는 북핵 해결보다는 한반도평화이며, 미국의 우선적 관심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보다는 미국 중심의 국제적 연대라는 사실을 보여준 정상회담이었다. 또한 남북접촉이 북핵해법의 유력한 통로로 부각된 회담이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에, 한국이 종전의 수세적·소극적 외교에서 벗어나 공격적·적극적 태도로 북핵위기에 임하고 있으며, 또한 북핵위기를 역내 영향력 강화와 한반도통일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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