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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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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7 23:5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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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이광일] 민주노동당은 스스로를 버려 미래를 살릴 수 있는가, <진보정치연구소>2005.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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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스스로를 버려 미래를 살릴 수 있는가
이광일(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
<진보정치연구소>2005.11.29.
비대칭적이고 억압적인 사회관계들을 온존 재생산시키는 ‘다양한 적들’이 지배적이고, 그 결과 ‘권력이 법위에 있다’는 것이 부정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또한 민주주의와 진보에 대한 비판들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면, 과연 민주노동당은 어떤 존재인가.
지난 울산 북구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민주노동당이 안고 있는 위기의 원인과 그것의 극복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여전히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것은 그러한 처방들 자체가 그동안 되풀이되어 온 내용으로 신선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자기방어적 논리에 의해 설명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러한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정도의 민주노동당의 뼈를 깎는 각성과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자, 농민 등 대중은 더 이상 민주노동당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줄 시간적 여유도 없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노동당보다 그들 스스로의 삶이 더욱 팍팍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가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 또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편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회의가 누적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정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할 차례가 아닌가라는 요구 또한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들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는가.
그런데 아쉽게도 지난 ‘쌀 협상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와중에서 강기갑의원의 눈물어린 단식이 상징하듯 소수의 민주노동당 의원들로 이런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금 또 다른 현안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법안’의 타결을 둘러싼 문제는 어떨까. 미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 또한 자본과 권력이 세워놓은 높은 장벽을 뚫고 넘어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제도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의 본질적 한계’에 기대어 민주노동당을 방어하거나 그것을 부정하는 논리의 근거로, 더 나아가 민주노동당을 다수로 밀어주지 않는 노동자, 대중들에게 그 비난의 화살을 넘기는 퇴영적 발상과 행태의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발상과 행태가 민주노동당 안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데, 그것은 단지 주의설적 믿음의 차원에서라기보다 제도 내외에서 진보는 항상 다수가 아닌 소수로 존재하였으며 향후에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민주노동당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억압적이고 비대칭적인 현실의 사회관계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보는 그 장이 어디이든 설혹 다수가 되더라도 그 순간 이미 소수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보의 변증법이며, 진정 진보라면 그것은 이러한 현실 사회관계의 모순을 매개로 자신을 끊임없이 재구성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이러한 진보의 변증법을 실현시켜야 하는가. 진보에게 그 수단은 ‘계급투쟁’과 ‘연대’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양자가 분리되는 순간 그 운동은 조합주의적 노동자계급주의에 매몰되는 하나의 편향으로, 혹은 기존의 관계를 넘어나가기보다 그 안에서 차선만을 찾고자 하는 또 다른 편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지금 글로벌 신자유주의는 한편으로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을 매개로 노동에 대한 착취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다른 한편 일상의 관계들 또한 자본의 논리 속으로 더욱 깊숙이 편입되어 재편성되고 있는 중이다. 자본에 의해 추동되는 생산력주의, 성장제일주의는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오직 시장에서의 최적자에게만 존재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생태, 환경, 장애인과 노인 등 소수자의 문제는 목적의식적인 이의제기와 저항이 없는 한 단지 생산을 위한 비용문제 이상으로 계상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금 목도하고 있듯이 계급들과 그들 사이의 투쟁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으며 그에 비례하여 연대의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은 어떤 그림을 제시하며 대중에게 접근할 것인가. 최근의 정치상황은 얼마 전 자유주의정치세력이 제안한 ‘연정론’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신자유주의 보수정치연합’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농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현실주의는 고통에 찬 대중의 어깨를 더욱 더 짓누른다. 거기에는 그 어떤 비상탈출구도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확장되고 있다. 최근 지방의회구성을 위한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중앙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이들 보수정치세력은 선거구조작 등을 통해 지역정치에 대한 지배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이들은 내년 지자체 선거를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통 받는 대중들은, 이른바 진정한 권력의 소지자들의 저 아픈 현실은 보이지 않는다. ‘권력은 법 아래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이의제기와 저항은 언론 등 거의 다수가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안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2006년 5월 지방선거가 단순히 ‘지역일꾼’을 뽑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기에 그렇다. 내년 지자체 선거의 의미는 사회양극화를 극대화시킨 ‘신자유주의 보수연합’의 정치를 삶의 구체적 현장인 지역에서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는가에 있다. 다가올 지자체선거에서 보수정치세력들이 지금처럼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증대될 것이고 지금 농민들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지역정치의 ‘식민화’(colonization) 또한 급속히 심화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에게 요구되는 것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보수정치세력의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정치적으로 ‘반(反) 신자유주의 보수정치 연대’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현안들을 어떻게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보수정치세력들을 심판하는 준거로 대중들에게 인식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의 주요 이슈를 가지고 이에 동의하는 민주적인, 혹은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들과 어떻게 연대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하는 여성과 가난한 사람들의 보호,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 반대, 아동과 노인들의 안전 확보, 교육환경의 질적 제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공적인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지방재정 구축을 위해 시민대표가 예산심의결정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의 시민사회운동들과 연대하여 새로운 대안의 삶, 대안의 사회관계들을 마련하고자 하는 뜻과 의지를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물론 그 동안 이런 발상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민주노동당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희생다운 희생을 한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민주노동당이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진정 위기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가용한 수단들을 동원해서 현재의 투쟁지형에서는 물론, 다가올 지자체선거에서 신자유주의 보수연합의 정치를 저지시키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대를 위해서는 민주적인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이미 지적한 구체적인 정책 사안은 물론, 후보선출방식에 대한 문제를 포함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시민경선제’와 ‘추첨제’가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반 신자유주의 보수정치 연대’는 전술적이지 않으며 선거이후에도 각 지역에서 공약으로 내건 문제들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시민들에 대한 책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후보선정과 관련하여, 추첨제의 경우,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각각 최선의 후보를 추천하고 양자가 그것을 인정하다면, 추첨을 통해 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또 어떤 지역에서는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추천한 인사들만으로 후보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보수정치세력들이 하듯 ‘나눠먹기식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첨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면 모두가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대중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정치적 행동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물론 이 방식은 시민경선제와 더불어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각 지역에 따라 그 조건들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문제는 어떤 방식을 취하든 연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당 차원에서 이런 맥락의 대강의 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위기에 처한 민주노동당, 아니 벌써 일부에서는 위기는 이미 남의 집 일이 되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러한 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진정 자신을 버릴 수 있을까. 그러나 자신을 던져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노동당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민주노동당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위기에 민주노동당이 자신을 버릴 수 있다면, 모두의 미래를 위한 길을 여는 활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전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절실하다. 그래서 모두가 그것을 따라 함께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제도의 룰을 지켜야 하는 제도정당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인가. 이런 기대는 한갓 봄날의 꿈에 불과한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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