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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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2 17:21:49
박성인
[정일부] 산별노조, 이렇게 생각한다⑥산별체제 확립을 위한 마지막 전면전, <매일노동뉴스>2005.09.22.
산별노조, 이렇게 생각한다⑥
산별체제 확립을 위한 마지막 전면전

정일부 금속노조 정책실장
<매일노동뉴스>2005.09.22.

노동운동 위기 논쟁이 산별노조에 대한 논의로 변화하고 있다. 위기에 대한 대안을 찾자는 배경으로 보이고, 이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런데 토론이 진행되면서도 논의를 가로막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입이 아니라 손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내용이 충분하든 않든 조합원이 선택한 결과’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같으면 손발은 자연히 같이 움직이지 않는가. 게다가 산별노조는 해당 조합원만의 노조가 아니고 전체 노동자의 계급운동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계급운동조직으로서 산별노조에 어떻게 입을 대지 않을 수 있는가.

산별노조 논의는 보건의료노조의 10장2조 문제, 서울대병원지부의 집단탈퇴와 공공연맹의 가입승인, 산별노조 조직구획 문제, 조직과 교섭에서 지역·업종 관계들이 주요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다 하기에는 지면이 좁다. 나아갈 길에 집중하기 위해, 많이 얘기된 문제는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

‘10장2조’의 핵심은 산별운동 방향의 문제

우선, 10장2조는 잘못된 합의이다. 그렇다고 국립대병원지부의 집단탈퇴가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연맹의 서울대병원지부 가입 승인은 앞의 두 가지와는 좀 다른 문제이다.

가지를 치기 위해 집단탈퇴와 가입승인 문제부터 얘기해보자. 국립대병원지부들의 집단탈퇴가 용인될 수 없음은 긴 말이 필요 없다. 첫째 산별노조는 개별가입·개별탈퇴를 원리로 하고, 규약에도 명시되어 있다. 규약조차 지키지 않는 행위를 인정해서는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 규약을 떠나,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서 싸워야 하지 않는가. 서울대병원지부가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서울대병원과 금속노조 아이앤아이스틸지회의 집단탈퇴는 그 성격이 다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산별협약을 잘못 만들어간 문제로 파생된 것이지만 아이앤아이스틸지회는 산별노조에 반대하고 기업별노조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연맹의 국립대병원지부 가입 승인은 좀 다른 문제이다. 10장2조와 집단탈퇴를 감행(?)한 해당 주체들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있고, 또 총연맹 차원의 산별구획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조합원들의 요구를 아무런 대안 없이 거부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10장2조 → 집단탈퇴 → 가입승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산별노조 초기단계를 밟고 있는 우리들에게 뼈아픈 경험이 아닐 수 없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활시위를 떠났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연맹의 가입 승인 문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산별구획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은 그리고 핵심은, 10장2조에 있다. 10장2조에 대해서는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조항이라는 점, 해당 사업장의 투쟁을 봉쇄했다는 점에서 이미 그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지적에 대한 반론은 ‘10장2조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집단탈퇴가 올바르냐’는 주장이다. 즉, 반론은 아무 이야기도 안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이다.

10장2조는 조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산별협약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산별협약 발전전략의 문제, 산별운동 방향의 문제이다.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해가고 있는 우리나라 조건에서 그동안 벌어져 온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격차해소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위에서부터 강제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그랬을 때 필연적으로 접합되는 방향은, 대기업노조의 양보로 평준화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가 아닌가.

기업별에서 산별로 전환해가고 있는 우리나라 조건에서 산별협약 발전 방향은, 기업별 격차와 바로 충돌해서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을 넘어서는 임금과 노동조건의 체계’를 만들고 ‘사회임금 영역을 확대’하는 투쟁을 통해 상향평준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산별협약의 발전방향과 단계별 발전계획에 대해 조합원들과 함께 상을 공유하고 조합원의 충분한 동의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10장2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해 모든 문제들이 파생되었다는 사실’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기업을 뛰어넘는 조직체계 분명히 해야

지난 문제는 이 정도로 하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 산별운동을 힘있게 세워낼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자.

금속노조의 문제점은 누가 보기에도 대공장노조의 산별 불참이고 재벌대기업들의 산별노조 거부에 있다. 이에 대해 항간에는 완성차끼리 노조를 만들어서 금속노조와 통합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주장이 기업별노조를 더 크게 만드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다지 고려할 가치는 없어 보인다. 여기서는 금속노조 내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주5일제·손배가압류금지·산별최저임금 등 주요과제를 중심으로 산별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금인상과 사업장별 보충요구가 조합원의 더 큰 관심사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금속노조를 포함해서 민주노조진영의 산별운동에 대한 의식이 견결하지 못하다는 데 원인이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단위의 조직체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 관행을 극복하고 산별운동을 다시 힘있게 세워내기 위해서는, 기업을 뛰어넘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직체계와 운영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힘있게 추진해갈 활동가부대를 훈련하고 양성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금속노조의 경우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한 현장위원회 체계로의 발전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하며 공공연맹의 경우 최근 제출한 산별토론안의 성공 여부는 우리나라 산별운동이 올바로 발전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늠할 만큼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을 넘어선 조직운영과 교섭·투쟁, 이것은 계급적 산별운동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기본일 뿐이다. 이미 상황은, 우리나라 산별운동이 발전하느냐 일본식 노무관리부서로 전락하느냐 하는 기로에까지 와있다. 2007년 복수노조체제를 앞둔 상황이고, 정부가 로드맵을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반기 국회에서 다루겠다고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핵심은 기업별체제에 기초해서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을 다루겠다는 것이고 그 결과,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산별노조의 밑동을 흔들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논의할 수 있는 안이 아니다.

비정규투쟁과 산별노조건설투쟁 결합돼야

민주노조운동의 대응방안은 교섭창구 단일화방안에서 자율교섭제이며 또 단체협약의 효력확장을 도입해야 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방안이 없어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정세는, 계급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이미 비정규 노동자들이 단지 조직화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주체로 나서기 시작했다. 또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핵심은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 인정에 있고, 민주노조운동이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별노조에 대해 앞장서 거부하고 있는 것도 재벌 대기업들이다. 즉, 비정규 투쟁과 산별노조 건설투쟁이 결합되어야 한다.

로드맵 대응투쟁이 현장과 떨어진 대국회 투쟁으로 되어서는 안 되며, 힘을 실어야 할 주체는 비정규 투쟁이고 공격해야 할 대상은 재벌대기업에 그 초점이 있다. 노사관계 대립전선이 재벌대기업과 산별노조 사이에 있기 때문이고, 민주노조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집중점이 비정규 노동자에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복수노조 체제를 앞두고 있는 지금, 87년부터 성장해 온 민주노조운동이 통합적인 산별운동으로 발전하느냐 더욱 분열된 기업별 체제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비정규 투쟁과 재벌대기업 투쟁에 전략적으로 힘을 싣고 이를 하나로 묶은 총체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 우리는 제대로 된 산별노조를 건설할 수 있고 정부 로드맵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산별체제 확립을 위한 법제도 쟁취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 투쟁에 전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하며, 산별체제 확립을 위한 마지막 전면전에 전체 노동자의 힘을 긴급히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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