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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8 14:53:53
배성인
한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다
한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다  
[기고] 한국과 미국 정부 간의 동상이몽  

프레시안  2006-09-18 오전 11:30:45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크게 북한문제, 한미동맹, 전시작전통제권, 한미FTA, 미국 비자문제 등 최근 한미간 이슈가 되었던 사안들이 거의 모두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특히 북핵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주요한 현안으로서 이에 대한 다양한 추론이 난무하는 등 많은 관심이 모아졌지만 한미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애초부터 합의 도출이 어려운 분야였다. 실제 결과도 다를 바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내용 없이 상대방의 이견을 확인하면서 원칙적인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합의라기보다는 봉합의 수준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노력하기 보다는 한미 간 의견 차이를 봉합하는 수준이었다.
  
'포괄적'이라는 표현의 위험성
  
굳이 성과를 찾자면 대북제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6자회담 재개 및 진전을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한 정도다. 하지만 '포괄적'이라는 표현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와 대북 제재 강화 같은 부정적인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으며, 따라서 모순을 내재하고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미 쌍방 모두가 합의를 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일까?
  
또한 '포괄적'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대북제재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는 미국이 현재 추진하려고 하는 유엔 결의제재에 대한 발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포괄적'이라는 표현에는 한미 간 이견을 감추고 미국의 대북제재를 인정하는 의미를 표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서 벗어났다거나 특별한 정책적 변화를 보였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향후 미국의 제재 이행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일단 시간벌기에는 성공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렇지만 새롭고 창의적인 방안이 모색되지 않는다면 북한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북한문제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며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결국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다.
  
또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명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그만이고 복귀를 거부해도 대북 강경책 강화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부시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노무현 정부의 눈물어린 노력 덕이라기 보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처한 환경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서두르는 입장이었지만 국내의 지지율 하락, 중간선거의 문제, 핵무기 비확산 정책의 실패에 대한 비판,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이 강행될 경우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 등이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은 북한에 공을 넘기고 북의 선택에 따라 책임을 피해가는 계기로 만들었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접근방안'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사전 조율과정에서 한국이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거나 논의를 했는데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일 것이다. 앞으로 후속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진전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미 양국이 '2+2협의'를 통해 접근방안을 모색했지만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2협의'는 9월 13일 한국 측의 반기문 장관,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미국 측의 라이스 국무장관,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방안을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협의를 말한다.
  
이 협의에서는 동결된 북한 계좌를 불법 계좌와 합법 계좌로 분리하는 문제, 북미 양자대화 등의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협의에서 한미 양국은 "한미 정상은 협의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양국이 취할 공동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과 '2+2협의'에서 합의한 '공동 조치'는 동일한 내용으로 보인다.
  
이 중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북미간 양자대화 방안의 현실성이 높다. '선 금융제재 해제, 후 6자회담 복귀'라는 북한의 입장과 '선 6자회담 복귀, 후 금융제재 등 현안 논의'라는 미국 측 입장의 간극을 채울 수 있는 수준에서의 절충안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대북 금융제재 해제 없이는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북한과 금융제재와 6자회담을 분리한 미국의 입장 간에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구체화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도출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며,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풀고 나올지도 미지수다.
  
노무현 정부, 갈 길이 멀다
  
결국 가능한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불법 거래와 합법 거래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의심이 가는 계좌에 대해서 무조건 통제하는 현재의 조치를 불법 계좌와 합법 계좌로 분리하여 합법 거래 부분을 풀어주는 방안을 1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하여 북한의 요구사항과 미국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이행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한이 핵동결 또는 폐기를 위한 행동을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동시에 이행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고 한다.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 중단과 힐 차관보의 북한 방문 및 에너지 제공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또 9.19공동성명에 나타나 있는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미국이 '불가침 선언' 등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방안 중 그 어느 것도 쉬운 것은 없다.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측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현안들을 논의하면 될 것이고, 중국 방문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중국 측이 특사를 보내 설득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한중간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이번의 마지막 기회를 위기 돌파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대북지원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서 하루 빨리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사파견, 남북정상회담 등 이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할 것이다.  
    
배성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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