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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2 16:14:12
박성인
[참세상인터뷰-박성인 소장] 한노정연 '해산'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한노정연 '해산'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인터뷰]박성인 한노정연 소장 "새로운 가능성 모색 위한 해산"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6년12월01일 19시38분
<참세상>2006.12.01.

1995년 7월 창립한 이래 수많은 연구 성과와 연구자를 배출하며 명실공히 '좌파' 노동이론 연구의 대표 연구단체로 인정받아 온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한노정연)'가 내일(2일) 해산 총회를 열어 문을 닫는다. 지난 10여 년 간의 한국사회 변화, 노동운동의 위기와 발전, 진보정당과 좌파 정치조직들의 등장 등 역동적인 정세 속에서도 꿋꿋이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온 한노정연의 해산에 좌파 활동가들은 물론 현장 노동자들의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노정연이 1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만 해도 "변화하는 정세에 걸맞게 연구소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하겠다"던 의욕이 엿보였던 만큼 아쉬움은 더 크다. 그렇다면 한노정연은 '정세 변화'에 맞는 재편 작업이 한계에 봉착해 해산하게 되는 것일까. 박성인 한노정연 소장은 연구소 해산에 대해 "좌파정치활동, 좌파노동운동, 좌파연구활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발전적 해소'"라고 말한다. 그 '새로운 모색'이란 '이론'과 '실천'의 각자 영역에서의 전문적인 구축이기도 하고 양자간의 결합이기도 하다.

박성인 소장은 "이제는 '한노정연'이라는 틀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한노정연 해산이라는 결단으로 한 매듭을 짓겠다, 연구소 해산이 (좌파운동에)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할 계기를 준다면 그 자체로 중요한 결정이다"라는 언급들을 했다. 이는 좌파정치운동 세력의 결집 가능성, 현장의 전투적이고 계급적인 노동운동들의 위기 극복 시도, '제도권 연구'에 안주하지 않고 실천과 결합된 좌파연구활동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노정연의 오랜 기치인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을 이 변화들에 맞게 다른 방식과 틀로 풀어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일각에서는 노동자의힘(노힘)이 조직발전전망과 관련해 새로운 안을 마련한 것과 연관지어 연구소 해산이 노힘 조직전망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다양한 사회운동 진영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진보전략회의(준)'를 출범시킨 것에 연구소 해산의 혐의를 두기도 한다. 박성인 소장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노정연의 해산이 그동안의 성과와 의미를 무위로 돌리거나 연구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정치와 노동과 연구에 침투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는 희망으로 개인적인 아쉬움을 접는다. 아래는 박성인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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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2일 한노정연 총회 안건이 '한노정연 발전적 해소 건'과 '청산위원회 구성 건'이다. 먼저 이 안이 어떻게 올라오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해 달라

12월 2일 총회는 한노정연의 해산총회가 된다. 안건은 '한노정연의 발전적 해소와 청산위원회 구성에 관한 안'으로, 이 안은 올 상반기 이후부터 집행위원회에서 한노정연 조직발전 논의를 거쳐 확정된 안이다. 조직발전 전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집행위원회 내에서 세 가지 입장이 있었다. '무조건 해소하자', '유지해 나가자', '발전적으로 재편하자'는 것이었다. 논의 결과 발전적 해소론으로 단일안을 만들었다.

한노정연 조직발전과 관련한 논의는 비단 올해만이 아니라, 4-5년 전부터 전체 운동의 변화 양상과 맞물려 어떠한 발전과정을 가져가느냐를 둘러싸고 계속 해왔었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못내리고 많은 진통들을 겪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전체 운동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한노정연이 어떻게 나갈 것인가, 발전적 해소란 방향으로 일단락짓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작년 8월, 한노정연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변화된 환경에 걸맞게 연구소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변화와 맞물려 한노정연도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반면, 이제는 변화에 따라 '발전적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 그 당시에도 한노정연이 지금과 같은 조건과 상황 속에서 계속 그 자체로 유지해나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구조나 운영, 사업 전반에 걸쳐서 그야말로 대대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단 그때는 한노정연의 '유지'를 전제로 해서 그런 모색을 했었는데 지금은 외려 한노정연을 발전적으로 해소하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모색해나가는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한노정연 해산을 시작으로 변화의 모색을

거기엔 몇가지 현실적인 판단들이 있다. 일단 연구소는 그동안 회원체계, 이사회, 집행위원회 등 위계적 조직질서를 갖고 연구사업과 간행물 발간, 연대사업 참여, 회원관리 등의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그런데 크게 세 가지 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는 연구역량들이 당분간 자신의 연구활동에 좀더 전념할 수 있는 구조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연구자들이 전념할 조건들이 기존 연구소 틀을 유지하는 한에선 힘들다고 본다. 둘째는 연구소가 그동안 출판사업부터 정기간행물 발간, 각종 교육사업, 프로젝트 사업 등을 해왔는데 여기서 많은 사업들이 연구소라는 틀 안에 묶여 있는 것보다는 좀더 전문화해 질적으로 버전업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는 최근 전체 좌파운동 실천운동이나 이론운동의 정세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몇 년간 좌파운동이 정체 내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어느 지점에서부턴가 타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몇 년에 걸쳐서 변화들이 예상되고 있는데 그런 변화에 좀더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좌파실천운동과 정치운동에 새로운 지형들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에 10여년 동안 좌파운동에서 나름대로 역할해 왔던 한노정연이 발전적 해소를 하는 것부터 변화들을 제기해 낼 필요가 있다.

향후 몇 년에 걸쳐서 예상되는 변화들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일단 좌파운동 이전에 한국사회 전체 정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알다시피 북핵 문제를 비롯해서 한미FTA를 둘러싼 논란, 양극화 등 한국사회 전체에 격동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2-3년간에 걸쳐 소위 우리가 53년 분단체제, 87년 민주화체제, 97년 신자유주의 체제라고 얘기하는 모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전망, 한국사회 전체적 발전전망을 둘러싸고 전체 정치사회세력들의 역동적인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한 현실 정세 변화와 맞물리면서 좌파진영 역시 세 가지 수준에서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첫째는 좌파정치운동과 관련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 좌파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여러 세력들이 한편으론 분열 내지 분화돼 있지만, 또 그 속에서 자기 정체성과 입장들을 분명히 해 나가는 가운데 새롭게 좌파정치운동의 결집들을 모색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노동운동 내지 노동조합운동 지형의 변화다. 민주노조 운동이 여러 위기인 상황 속에서 노동운동 내부에 소위 전투적이고 계급적인 입장을 가지고 활동하는 활동가들에 의해 민주노조 운동 전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아직 노동운동 내부에 그런 시도 자체가 뚜렷한 전망을 갖고 있는건 아니고 노동운동 내 소위 조직운동 지형의 한편으로 연장선상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런 흐름들을 새롭게 재편해나가려는 시도도 활동가들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서 이런 시도들과 재편들이 향후 5년 내지 10년 동안 한국 노동운동 주체들이 새롭게 형성돼 나가는 과정들이 될 것이다.

세 번째가 좌파연구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최근 전체적으로 좌파연구활동이 굉장히 많은 지점에서 축소되거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몇 가지 지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좌파연구자들이 기존에는 제도 학계 내지 제도권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틀 밖에서 다양한 연구활동과 개입활동을 전개했었다면, 지금은 특히 경제적 문제나 학술진흥 프로젝트 등을 매개로 해서 많은 부분 제도적 틀에 갇히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른 전망들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맑스주의의 '해체' 혹은 '고수'? 이제는 혁신-확장-재구성해야

또다른 측면에서는 좌파의 이론적 이념적 베이스 또는 정체성 자체 중, 한쪽으로는 소위 탈근대론이나 포스트론을 수용하면서 해체 그 자체로만 남아버리고 좌파적 정체성 자체를 벗어던지는 방향으로 나가던지, 또다른 한편으로 과거의 좌파적 정체성과 정통 맑시즘 그 자체만을 고수하고 유지하는 것만으로 남아있든지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좌파적 연구를 하나의 좌파이게끔 하는 그런 정체성이라고 얘기할 만한 것들은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좌파적 이념의 정체성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하고 확장하고 재구성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개별화된 시도들이 다시 하나의 좌파적 새로운 정체성으로 소통되고 재결집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몇년에 걸쳐 이런 시도가 될 것으로 본다.

또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노동운동 자체는 발전했다"고 말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좌파 정치조직들에게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일정 정도 넘긴다"는 언급도 있었다. 연구와 이론의 역할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연구소 해산을 이의 연장선상에서 봐도 되는가

위기라고 얘기할 때는 위기가 갖는 성격을 봐야한다. 좌파의 위기란 것은 운동이 양적으로 후퇴해서 생긴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에 직면한 위기라고 본다. 과거 87년 이후 역사적 과정들을 봤을 때, 한국 노동운동이나 좌파운동이나 양적인 측면에선 많은 발전들을 이뤘다. 그러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일정 풍부해지고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위기, 좌파정치운동이나 노동운동 이론진영도 마찬가진데, 90년대 초반의 상황 즉 현실사회주의 붕괴라든지 그것이 끼친 이데올로기적인 영향들 때문에 생긴 위기가 좌파의 '불임의 위기'였다면 그 결과로 좌파의 실천과 이론 자체가 해체되고 청산되고 잠복할 수밖에 없었던 위기다.

지금의 위기는 이런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세에서 한국사회가 갖는 모순들이 점차 첨예해지고 그간 좌파운동의 이론적 실천적 성과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에서 90년대 초반 위기와는 다른 새로운 '잉태'를 위한 위기다. 새로운 가능성, 정치적 또는 이론적 대중적 전망들을 제시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잉태를 위한 위기'다.

좌파 '불임의 위기' 아닌 '잉태를 위한 위기'여야

그렇다 했을때 이데올로기적 역할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노정연이 그동안 좌파운동 전체와 관련된 여러 역할들을 했는데 예를 들면 이론 연구자들 같은 경우 이론에 집중하면서 바로 새로운 전망을 열어 젖혀가는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거고, 현실 좌파정치조직 역시 과거 대중운동 자체를 조직하고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정치적 전망, 현실의 여러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투쟁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할을 일정 정도 넘긴다'는 말은 마치 한노정연이 갖고 있던 걸 넘긴다는 것 의미로 읽혀 맞지 않다. 각각 고유의 역할들이 있고 연구자들은 이론적 수준에서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 과거의 한노정연은 뭉뚱그려져 있었지만 이제 발전적으로 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노정연이 '발전적 해소'를 하게 된 판단 중의 하나로 "연구자들이 좀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연구와 실천을 병행했던 한노정연의 역할이 분화해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좌파 연구자들이 앞서 언급한 '좌파연구활동의 위기'에 봉착하게 될 우려는 없을까

한노정연은 기존의 제도권 학계 바깥에 있으면서 동시에 기존 정치조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되어 이론가들과 활동가들이 결합한 다양한 연구와,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이론과 실천을 매개해주는 역할들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한노정연이 좌파 이론과 현실운동들을 연구소라는 형식으로 매개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발전적 해소가 의미하는 건 좌파이론이 현실의 실천과 분리돼서 연구만 해야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연구소라는 형식을 매개로 해왔던 결합들이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연구자들에게 있어서는 과도적으로, 그동안 축적돼 온 맑스주의의 혁신 확장 재구성이라는 과제를 좀더 이론적으로 집중해서 돌파해 나가고 실천진영은 정치적 실천을 집중해 나가면서 새로운 차원에서 결합해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정리하자면, 연구자는 연구중심, 활동가는 실천중심이라는 역할분담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좌파가 좌파일 수밖에 없게끔 하는 핵심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과 긴장을 갖고 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소처럼 정치조직으로부터 독립되고 비제도적 형태로 진행해왔던 이 형식을 새로운 긴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발전적 해소를 이야기하는데 새로운 모색을 담아낼 어떤 틀거리가 마련되어 있나? 항간에서 회자되는 "'진보전략회의'로 그 내용을 이관한다"는 설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그것이 한노정연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곧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시도들은 이뤄질 수 있다. 연구역량과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 정도 지점에서다. 첫째가 맑스주의 내부로부터 확장 재구성 혁신해들어가는 문제의식을 갖는 연구자들이 새롭게 결집하면서 일단 '연구회' 형태로 모이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두 번째로 항간 언론에서 보도하는 '진보전략회의로 이관한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다만 진보전략회의는 사회운동 진영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좌파이론가들이 현실 좌파의 전략적 아젠다들을 개발하고 그런 전략적 아젠다를 매개로 상호 소통하고 사회운동의 계급화라는 전망들로 준비모임을 출범시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런 전략적 아젠다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며 좌파 연구자들이 일정 역할을 할거라고 판단한다. 그것이 어떤 연구소로 역할을 이관한다는 건 아니다.

연구소 해산, '진보전략회의'와는 직접적 관련 없다

세 번째로 이데올로기적 역할과 관련된 것이다. 좌파 정치운동 진영이 정치적 전망들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좌파 연구자들과의 새로운 형태의 결합을 모색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좌파정치운동 진영이 전망과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차원에서 적극 제기했을때 가능하다. 그래서 이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노정연이 해체해서 진보전략회의로 간다' 이런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새로운 틀에서 담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잉태하는 데에 한노정연의 발전적 해소가 변화의 계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게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한노정연의 해소가 구성원 중 '노동자의힘(노힘)'회원과 비회원 간의 갈등으로부터 유발됐다고 보기도 하는데

연구소 내에 노힘과 비노힘 간 갈등이 있었던 건 몇 년 전의 얘기다. 결국 그로 인해 연구원들 중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한노정연을 탈퇴하기도 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노정연이라는 운동이 기존 현실 좌파정치운동과 무관하게 존재하는게 아니라, 현실 좌파운동의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노힘과 비노힘간 갈등으로 인해 연구소가 해산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한노정연은 순수하게 연구활동만 하느냐 현실의 좌파 실천활동과 개입해서 하느냐 간의 긴장과 갈등도 있었다. 노힘이냐 비노힘이냐 하는 건 한노정연이 가지고 있었던 여러 내부적인 긴장, 갈등 중 하나의 요인이었다는 거다. 가령 지식인 출신 활동가와 현장 노동운동 대중활동가간의 긴장도 있었던 거고, 좌파정치활동을 하는 연구원과 순수한 연구에 방점을 뒀던 연구자간의 긴장도 있었던 거고. 그리고 정치활동을 하는 활동가 내부엔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따르는 갈등도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노힘과 비노힘간의 갈등이라고 하는건 그동안 한노정연이 가져왔던 여러 수준의 긴장과 갈등 중 하나였지 주도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노힘-비노힘 갈등은 여러 긴장 중 하나였을 뿐

두 번째, 과거에는 앞서 얘기했던 여러 긴장과 갈등들이 한노정연 발전의 동력이었다. 긴장과 갈등은 출범 당시부터 갖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발전의 동력이 되느냐 질곡이 되느냐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좌파 정치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인 몇 년 전까지는 이런 긴장들이 한노정연이 발전해 들어가는 동력이 됐었다면, 최근 몇 년에 걸쳐서는 질곡으로 전환됐다는 거다. 최종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내지 못한 것이 한노정연이 직면한 현실이다. 다만 역사로 보나 속한 구성원들의 분포로 보나 이게 연구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좌파 전체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한노정연의 발전적 해소가 갖는 의미란 바로 그러한 좌파진영 내부의 이론과 실천간의 대립과 갈등, 여러 정치적 입장들간의 긴장과 갈등이 서로 질곡하는 관계에서 새롭게 발전의 동력으로 가져갈수 있게 하는 계기를 어떻게 창출해낼지의 고민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한 매듭을 연구소 발전적 해산이라는 걸로 짓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를 포함한 한노정연에 관계된 많은 연구자들이 노힘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노동자의힘이 새롭게 지도부를 재편하면서 새로운 전망들을 찾아나가고 있는데, 가령 노힘이 그런 방향을 가져가기 위해 한노정연을 재편한다고 해석한다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정기간행물이나 세미나, 프로젝트 사업 등은 어떻게 정리할 생각인가. 구체적인 청산 절차를 알려달라

12월 2일 총회를 통해 해산 결정이 나면(지금으로선 그렇게 결정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몇 가지 해산 절차를 밟게 된다. 첫째는 청산위원회 구성이다. 청산위에서는 두 가지를 하게 되는데 하나는 한노정연의 지난 11년간의 역사에 대해 평가하고 그에 바탕해서 백서를 발간하는 것이고, 하나는 회원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자산과 재정 등 구체적인 정리도 가능하면 2-3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안을 냈다.

두 번째는 물론 총회때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그동안 한노정연을 매개로 10년 넘게 함께 활동하고 희노애락을 함께해 왔던 동지들과 한노정연 동호회 같은 걸 만들어서 최소한의 소통을 하고 싶다. 한노정연 홈페이지 같은 경우 11년 동안 축적된 굉장히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홈페이지를 당장 폐쇄하지 않고 동호회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세 번째로 '현장에서 미래를(현미)' 발간은 중단된다. 월간지 현미는 씨디로 제작해 자료를 보관할 생각이고, 한노정연 11년 활동의 중요한 결과물인 연구자료들은 성공회대 민주화자료실에 위탁 보관할 계획이다.

출판사 '현장에서미래를' 같은 경우 지금 논의중인데, 성과물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른 출판사와 얘기중이다. 진보평론도 그동안 사무실을 같이 쓰며 한노정연이 밀접하게 결합해왔는데, 이후 전망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거다. 아마 좀더 확대강화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기타로 콜로키움 '21세기 사회주의의 새로운 지평'은 이후 연구회에서 계속 진행하며,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 세미나는 좀더 확장된 형태로 해 나갈 예정이다.

어찌됐든 한노정연 해산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그야말로 해산한다고 하니까 특히 많은 현장활동가들이 아쉬워면서 '왜 해산하느냐'는 얘길 많이 한다. 한노정연이 출범할 당시 김세균 소장이었고 내가 정책사업위원장으로 시작했다. 중간에 몇 년 빠져있던 과정을 제외하면 한노정연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셈이 된다. 재작년에 한노정연 소장을 맡던 시점에서의 판단은 한노정연 조직발전 전망과 관련해 초창기 멤버로서 임기 중에 이 문제에 대한 매듭을 어떤 형식으로든 져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한노정연을 유지하면서 연구소 발전전망들을 구체화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결단과 매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한노정연이 10년 넘게 해왔던 성과에 기대어 앉아있는 것보다는 이미 한 매듭을 지어주면서 이후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나가게끔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계속 유지하자고 얘기한 동지들에게 설득을 했다. 최종적으로 총회 결과는 남아 있지만 발전적 해소라는 단일한 입장으로 모아주고 정리해나가고 있는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좌파의 이론운동 또는 이론과 현장의 만남, 실천의 만남 측면에서 지난 95년도 출범 상황들과 맞물려 다양한 모색들의 한 매듭을 짓고 지어지는 계기가되었으면 좋겠다. 그 매듭을 계기로 좌파운동에 새로운 가능성과 계기, 잉태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의미있는 해산 결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나

연구소에 11년간 몸담아 왔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실천활동가다. 크게는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는 실천활동가로서 한노정연이 그동안 해왔던 이론적 모색의 성과들을 실천적으로 재정리해서 좌파정치운동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의 좌파 이론역량이 지금은 단행본 수준에서의 정리와 단행본을 매개로 대중들과 직접 만나가는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는 판단 하에 출판이라는 지형 속에서 새롭게 구축해 들어가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12.02. 임시총회 결과, 한노정연 '발전적 해소' 결정!

박성인
2006/12/04

   11/22 한미FTA저지 민중총궐기대회 참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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