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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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이대학보사원고(1998.5.21)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논자에 따라 그 뿌리, 내용, 용법에 이르기까지 다기하지만, 대체로 1990년대의 세계자본주의의 흐름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70년대 중반 이래 세계자본주의는 과잉축적(그것은 자본이 자기재생산을 위하여 확보하여야 할 일정한 수준의 이윤율을 확보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의 이윤율을 시현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모순을 심화시켜왔으며, 경쟁 격화, 거대한 초국적 금융자본 및 초국적 산업자본의 전횡으로 불안정성이 크게 증대되어 있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세계적인 자본축적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자본(특히 거대한 초국적 자본)의 전략으로서 위치지울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적 담론 및 정책은 '규제완화, 민영화' '개방화' '작은 정부' '시장경쟁원리' '복지지출 축소' 등등이다. 이미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드러났듯이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의 성격은 '자본축적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요소에 대한 규제완화'와 그 이면으로서 '노동자 및 민중에 대한 공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는 김영삼정권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김영삼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실험 역시, 지난 96년 4월의 소위 '신노사관계 구상'과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그리고 96년말97년초 노동자총파업투쟁 과정을 통하여 그 반민중적인 성격을 드러내보인 바 있다.
한국은 노태우정권하에서 WTO로의 이행을 준비하였던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을 거치면서 세계자본주의의 경제개방압력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어 소위 '문민정부'라고 자칭하였던 김영삼정권이 등장하여 '신경제정책'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에 착수하게 된다.
김영삼정권의 '신경제정책'(1993)과 '세계화 구상'(1994)은 노태우정권기인 80년대 후반기의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이래 대외개방 추진의 연장선에서 자본시장 개방을 필두로 하여 지난 96년 말의 OECD 가입에 이르기까지 대외개방 및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을 목표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김영삼 정권 당시 이미 '금융개혁 및 개방', '재벌개혁'이 시도되어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 총자본의 합리화전략이 시도되고 있었고, '신인력정책'이라고 하여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자본의 주요한 요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선진국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화'를 내건 김영삼정권은 '효율'과 '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사회 전반적으로 구조개편을 시도하였다. 김영삼 정권이 행정개혁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등을 차리고 나섰던 것도 '개방, 탈규제, 유연화' 등을 앞으로 내걸고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을 수립하고자 한 신자유주의적 시도들이다. 또한 8∼9%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으면서 '선진국에의 꿈'이 실현되는 듯했고, 정부는 96년말에 OECD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외국인투자 활성화' 및 '대개도국 협력 강화' '다자간투자협정(MAI)·규제개혁' 등과 함께 특히 '외자도입에서 직접투자의 비중을 대폭 제고'한다는 것이 97년 경제정책 방향으로 제시되었다.(재정경제원, 「97년 경제정책 방향 - OECD 국가로서 선진화된 경제체질과 제도를 구축」, 1997.1.15.)
이 대목에 이르러 김영삼 정권이 시도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무엇을 초래하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정권 시기에 이미 한국은 OECD 가입을 정점으로 하여 세계자본주의의 격화된 경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자본시장 개방을 필두로 하여 농산물시장, 교육(시장) 등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개방('세계화')을 자의건 타의건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그 속도조절 등에서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거대한 규모로 형성되어 있는 초국적 금융자본 및 초국적 산업자본에 달려 있게 되었다. 1997년 하반기에 표출된 한국의 외환·금융위기는 이러한 배경들 속에서 이미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고, 그 본질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자본의 경쟁논리'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논리'이다. 그리고 그 '자본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동반하면서 전개되는데, 한국에서는 특히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격이 자본에게 가장 시급하고도 긴요했던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도 96년 4월에 김영삼 전대통령이 내놓은 '신노사관계 구상'은 이미 현시기에 IMF의 힘을 빌어 완전히 관철시킨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를 그대로 담고 있었고, 96년말 노동관계법 개악을 필사적으로 성사시키려고 '날치기' 통과시켰다가 노동자 총파업투쟁에 직면함으로써 정권의 내부적 와해를 초래하였다.
97년 대선을 거쳐 집권한 김대중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표출된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김영삼 정권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IMF가 요구하고 있는 핵심내용인 '긴축재정 및 통화정책' '적자폭 축소' '재벌개혁, 규제완화' '민영화' '개방화' 등은 전형적인 영미식 신자유주의 전략으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수행자로 나서고 있다. 이를테면 김대중정권이 주도하고 있는 '재벌개혁'은, 격화된 자본간 경쟁에서의 생존을 목표하는 총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자본의 자체 합리화' 과정으로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본이 오히려 급격한 구조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정권은 자본보다도 더 철저히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반면, 노동자와 민중에 대해서는 '구호차원'에서 복지를 약속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반영하듯, 경제현실에서 각 계급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해당 계급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치구조와 실제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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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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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5]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