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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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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20: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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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us |
 [1997.10] 97년 한국의 노동법 개정과 노동자 상태, 그리고 노동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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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법학 원고
97년 한국의 노동법 개정과 노동자 상태, 그리고 노동운동
이은숙(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기획실장)
1. 글을 시작하며
한국 역사상 초유의 대파업투쟁을 거치면서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노동관계법이 새로이 정비되었다. 이번의 개정(혹은 개악)된 노동법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에 대한 자본의 대폭적인 유연화전략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노동시장 탄력화에 겨냥되어진 ‘정리해고제’ 및 ‘변형근로시간제’, ‘단시간 근로제’ 조항 등의 입법화가 가진 정치적/경제적 함의를 고려할 때, 이른바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것은 그 의미가 대단히 미미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자의 파업권 행사 및 노동조합의 일상적 활동과 관련한 많은 조항들이 현재의 노조운동 여건으로 보아 매우 치명적인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정 또는 수정됨으로써, 적어도 바뀐 노동관계법 체계를 놓고 볼 때, 자본측은 날개를 달았고 노동측은 심각한 곤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올 상반기의 임금/단체협약 투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노동조합운동은 당초 올 임단협투쟁과정에서 바뀐 노동법에 대해 ‘무효화’ 혹은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였지만 효과적이고 집중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해내지 못하였고, ‘고용문제’에 대한 큰 우려 속에서 오히려 임단협에서의 부분적인 양보교섭 양상을 보이는 등 혼맥상을 보였다.
전반적인 노자 역관계의 재편을 동반하고 있는 올해의 우리나라 노동관계법 개정은, 그러나 국내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래의 전세계적인 현상으로서 단순히 일국적인 노자 역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올 상반기에 보여진 노동조합운동 진영의 운동방식도 법 등 노동운동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간의 활동에 의한 역사성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글은 먼저 지난 3월의 노동관계법의 정비에 대하여 우선 그 배경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노사관계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조항들에 대해 검토한다. 노동관계법 개정의 배경은 국내외적인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 그리고 1987년 이후의 한국노동운동의 전개를 중심 내용으로 살펴본다. 노사관계에 적극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조항들에 대해서는 그 법의 정당성 여부는 입법과정에서부터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대신에 그것이 노동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및 노조활동에 대한 제약 강화를 항목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세 번째로는 개정노동법 이후 노동자 상태를 다룬다. 직접적으로 노동법 개정의 영향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번 노동법 개정의 영향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총파업투쟁과 향후 노동운동의 과제를 짚어봄으로써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2. 노동관계법 개정의 배경
1) 세계 자본주의의 축적위기와 ‘신자유주의’ 공세
1970년대를 거치면서 만성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미국 달러화의 세계지배력 하락,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저성장, 남미의 외환위기 등 제2차 세계대전후의 ‘자본주의 황금기’가 더 이상 현실이 아니게 되었다. 미국 ‘일극’으로 형성되었던 2차대전후의 세계자본주의는 다시 한번 축적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그 근간 아래 정부지출 축소 = 사회보장/사회복지 지출 축소와 시장의존 및 ‘작은 정부’ 정책(‘규제완화/탄력화’)이 80년대 초반 미국(레이건정권) 및 영국(대처정권), 그리고 이어 일본(나카소네정권)에서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곧바로 노동자 및 민중에 대한 자본의 공격을 의미할 수밖에 없었는데 긴축정책은 간접임금에 해당하는 사회복지기금의 축소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군비지출에서는 팽창을 계속하고 있었으며(전형적으로는 레이건주의), 규제완화/탄력화의 직접적 효과 역시 노동시장에 대한 노동조합의 규제력 해체 방향(전형적으로는 대처주의)을 취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신보수주의’ 정권들의 정책은 80년대를 경과하면서 더욱 격렬해진 자본의 전지구적 경쟁과 지구화, 일국적으로는 ‘신보수주의’적 정책의 일정한 ‘반짝 성공’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축적위기(현재 동남아지역의 화폐위기로 나타나고 있듯이) 속에서 세계를 무대로 확대되게 된다.
그리하여 소위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전세계적인 자본운동과 각국 경제정책의 근간을 형성하게 된다. 그 주요한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이, ‘작은 정부/복지삭감’, ‘민영화/규제완화’,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공격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신보수주의’ 및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개념규정이 논자에 따라 대단히 다기하게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김세균(1996), “신자유주의 정치이론의 연구경향과 문제점”(이론, 1996, 여름/가을), 김윤자(1996),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의 국내외적 전개와 그 모순”(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창립5주년 토론회 자료집), 김정훈(1994),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동과 신보수주의의 도전”(산업사회의 재조명 - 지역, 복지, 민주정치 - , 한울), 프랑크 데페(1996), “｢지구화｣ 문제에 대하여”(현장에서 미래를 제10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등을 참조할 것.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개별 독점자본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는 김영삼정부가 들어서고부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행정개혁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 등에 이어 1996년 4월 소위 ‘신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하면서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실험에 착수하였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10/사10/공익20인으로 구성)는 일차적인 과제로서 노동관계법 개정작업에 들어가 지난 11월 공익위원안으로 정부에 법개정안을 제출하게 되는데, ‘신노사관계 구상’과 노개위의 기본 ‘개혁방향’이 근본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지난 겨울의 총파업투쟁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잘 목도한 바 그대로다.
‘신노사관계’ 구상의 배경에는, 전세계적 규모에서 전개된 자본간 경쟁의 격화와 과잉생산(과잉축적)으로 인해 80년대 경제성장을 주도하였던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국내독점자본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자리하고 있으며, 타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자본간 경쟁의 결과를 노동자와 민중의 ‘허리띠졸라매기’로서 해결해보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후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그 정책의 전개양상이 더욱 폭력적인 면을 드러내게 되어 있는데, 바로 지난 12월의 국회에서의 법안 날치기 통과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할 것이다.
2)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과 ‘신노사관계 구상’ 졸고, “한국의 노동정책, 노동자 상태와 노동운동”, APWSL(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모임) 동아시아 교류프로그램의 발제문(1997년 9월) 참조.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 김영삼 ‘문민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강수돌(1997)은 그 흐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① 93년 3월 ~ 7월 : 그 이전 군사정권하 ‘물리적 배제전략’의 ‘약한 대변전략’으로의 변화. ② 1993년 8월 : ‘대변전략에서 다시 강한 배제전략으로’ ③ 1994년 ~ 1996년 : ‘강한 배제전략에서 약한 합의전략으로’ ④ 1997년 : ‘배제와 합의의 결합전략으로’(강수돌, ｢김영삼정부(93-97) 노동정책의 흐름｣, 1997.7). 은 1990년대 들어 더욱 격렬해진 자본주의 세계 시장에서의 자본간 경쟁 격화와 국내의 자본축적조건의 변화, 그리고 노동운동의 성장과 전국민적인 민주화 열망에 의해 규정되게 된다. 김영삼 정부는 그때까지의 군사정권들과는 달리 ‘문민정부’임을 부각시키면서 여러 가지 개혁적 정책들을 입안하고 추진하게 되는데, 노동정책 측면에서도 그러하였다. 정부는 출범 초기에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 ‘개혁’ 시도는 기존의 강압적 통제전략에 의존하고 있던 자본측의 반발과 그 ‘개혁’ 내용의 미흡함으로 인한 노동측의 반발로 인하여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3월의 노동관계법 개정(그 내용은 아래에서 설명할 것이다)에서도 알 수 있지만, 한국의 자본은 80년대 후반 이래 노동시장의 유연화/탄력화(규제완화)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을 요구해 왔다. 반면에 노동측은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과, 자본측의 노동조건 악화기도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은 93년 이래 ‘신인력정책’이라고 표방된 유연적 노동시장정책을 골자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개혁’ 시도의 내용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중후반기 이후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에 대한 일면배제/일면포섭 전략을 구사하는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1996년 4월)으로 귀착되며 이는 노동자총파업투쟁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파산하지만, 총파업 이후에도 정부는 ‘경쟁력 논리’를 필두로 하여 노동자의 저항을 억제하면서 정부정책을 관철시키고 있다.
(1)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시도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의 ‘개혁’시도는, 그동안 노사관계의 최대 쟁점이었던 3자개입 금지, 복수노조 금지, 교원·공무원의 노조결성 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등에 대해 일정하게 완화 내지는 해제하고, 해고자 전원 복직 및 쟁의기간중 임금요구 정당성 인정, 경영인사권 참여 인정 등을 표방하는 한편 그 대신에 근로자파견제, 변형근로제, 정리해고제 등을 도입할 방침을 표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폐기선언되고, 다시 ‘강한 배제전략’으로 급선회하면서 “개혁적 노동정책의 실험은 좌초” 강수돌, 상동하게 된다.
(2) 강도높은 노동측 배제전략으로 회귀
이후 ‘문민정부’는 93년 현총련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고 94년 철도 및 지하철 연대파업 및 지역 노조운동 핵심사업장의 쟁의에 대한 경찰력 투입, 1995년의 한국통신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등을 거치면서 군사정권 시기보다도 더욱 강도 높은 배제정책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정부가 시도하였던 노사관계 개혁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었을 뿐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반증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95년 1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19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이 조직적 실체로 등장하자, 정부는 이 존재를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 ‘신노사관계 구상’ : 배제와 타협의 결합
‘신노사관계 구상’은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첫 번째 임단투를 맞이하는 시점이었던 19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발표되었고, 곧이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노개위)가 설치되었다.
이 ‘신노사관계 구상’은 “외견상 김영삼 정권에 의해서 제기되었지만, 사실은 그간의 민주적 자주적 노동운동의 성과와 현단계에서의 승리를 확인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의 반격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채만수, ｢‘신노사관계 구상’이 던진 문제｣, 현장에서 미래를, 1996년 6월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997년 5월9일 설치된 노개위는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노동측 5(민주노총2+한국노총3), 사용자 5, 공익위원 20인을 자문위원으로 선임하여,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자문위원 30명 이외에도, 전문위원 20명, 특별위원 4명, 사무국 10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동안 ‘불법과격단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온시하였던 민주노총을 제도적 틀 속으로 불러들임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을 협상의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조치였다.
노개위는 1차 과제로서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노동쟁의조정법, 노동조합법, 노사협의회법, 노동위원회법 등 노동5법) 개정작업에 착수하지만, 노동측과 자본측의 첨예한 이해대립 자본측은 노동력의 탄력적 이용을 위한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단시간근로제(이른바 ‘4제’) 등의 도입을 강력 주장하는 한편으로, 기존의 노동보호조항들을 공격하였고(특히 월차휴가 폐지, 휴업수당 하향조정, 여성노동자의 생리휴가 폐지를 주장), 노사관계의 오랜 쟁점이었던 단결권(특히 복수노조 허용, 공무원·교원의 노조 결성 허용) 보장에 대해 반대하고, 87년 이래 대표적 악법으로 지목되었던 3자개입 금지조항 존속,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 존속 등을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노동측은 자본측의 입장과 정면으로 대립하여, 노동3권의 완전 보장과 ‘4제’ 도입 결사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을 조정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노개위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개혁의 대상’이 오히려 ‘개혁의 주체’가 된 것이었다. 그때까지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노사관계를 왜곡시키고 질곡에 빠지게 하였던 그 주체들이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노개위를 주도하였던 것이다. “지난 87년 이후 노동법 개정투쟁의 주체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이었고, 노자관계의 민주화는 노동자 투쟁의 성과 만큼만 진전되었다. 그러나 4월24일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된 이후 노동법 개정의 주체와 대상은 뒤바뀌어버렸다. 투쟁의 주체였던 민주노총은 부분적 개정과 개악의 수용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고, 개혁의 대상이었던 정부는 오히려 개혁의 주체가 되어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남구현·박성인,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 현장에서 미래를 1997년 9/10월호, pp.37,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신노사관계 구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신노사관계’ : 그 ‘구상’과 ‘현실’｣(박성인, 현장에서 미래를 1996년 6월호)을 참조할 것. 노개위는 결국 노자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노자 대립지점을 적당히 절충 노개위 공익위원안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근로자파견제를 제외한 ‘3제’의 제한적 도입, 3자개입금지 수정 존속, 정치활동금지조항 삭제(관련 법규에서는 존속하되 노동관계법상에서만 삭제), 6급이하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교사의 노조결성은 금지), 상급단체에 한하여 복수노조 설립 허용 등.하여 1997년 11월에 ‘공익위원안’으로서 정부에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노개위 공익위원안이 지극히 친자본적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수정하였고, 급기야는 여당인 신한국당이 다시한번 수정하여 국회에서는 여당 단독으로 1996년 12월16일 새벽 ‘날치기’로 통과시켜 버렸다. 이날 새벽의 ‘날치기 통과’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형식적 민주주의 조차 무시한 정부에 대한 규탄이 각계각층의 노동자 총파업투쟁 지지로 이어지게 된다. “개악안의 날치기 통과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중심축으로 하고, 정치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보조축으로 하는 지배세력의 새로운 형태의 반동적 공세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김세균,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자 총파업투쟁｣, 현장에서 미래를, 1997년 2월호).
3) 1987년 이후 노동조합운동의 전개 각주(2)와 같음.
한국의 노동운동은 1987년 대파업투쟁 이래 ‘민주노조운동’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면서 급속히 성장해왔다. 아래 <표 1>에 나타나듯이, 1987년 6월말 현재 2,742개에 불과하였던 노동조합수는 1989년까지 7,883개로 5천개 이상 폭증하였고, 조직률도 11.7%에서 18.6%로 대폭 상승하였다.
1987년 7월 울산의 현대엔진 노조 결성투쟁을 시발점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은 7～9월 전국적으로 확산된 투쟁을 거쳐 89년까지 대중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1987년 7월부터 9월까지의 시기에 새롭게 건설된 노조만 해도 자그마치 1,361개에 달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 자신의 조직으로서 일반화되었으며, ‘자주성, 민주성’을 노조운동의 새로운 이념이자 관행으로 정착시켜 나갔다. 파업은 일상적인 노동자들의 투쟁 무기로서 일반화되었으며, 지역과 업종을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그리고 사무직/생산직을 막론하고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이 이루어졌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에서 소위 ‘넥타이부대’로 불리웠던 사무직 노동자들의 노조운동에의 조직적 진입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그때까지의 일반 통념을 깨고 사무전문직 노동자들이 ‘중간층’으로서 애매하게 자신을 가두지 않고 노동자계급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면모를 재규정하는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점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교사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1987년부터 1989년까지 ‘민주노조운동’은 17개 지역노조협의회(지노협)과 13개 업종노조협의회를 결성하여, 그때까지 유일한 중앙조직이었던 한국노총을 거부하고 새로운 상급조직을 건설해냈다. 이러한 투쟁과정은 89년 11월에 연세대에서 5만여명의 노동자가 참석한 가운데 그때까지 최대규모로 열린 ‘노동악법 개정투쟁’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노동자들은 그동안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옭죄고 있던 노동관계 악법조항들에 대한 치열한 투쟁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전국적 단결과 투쟁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90년 1월22일의 전노협결성으로 일차 전국조직 건설이라는 결실을 거두었다. 그러나 업종노협과 이른바 ‘중간노조’로서 존재하였던 대기업노조들까지 총망라되는 전국적 중앙조직의 건설은 아직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민주노조운동은 90년과 91년의 대규모 파업투쟁을 거치면서(대표적으로는 현대중공업의 골리앗투쟁과 KBS파업투쟁으로 상징되는) 91년 하반기에 ‘ILO(국제노동기구)공대위’(ILO기본조약 비준 및 노동법개정을 위한 전국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노협 창립과정에 합류하지 못한 업종 및 대규모 사업장 노조까지 포괄하게 된다. 이 ILO공대위는 전노협 이후 민주노조 ‘총단결’의 첫 조직적 결실인 셈이다. 전노협 결성에서부터 ILO공대위가 결성되기까지의 이 기간 동안 ‘민주노조운동’에 가해진 정부와 자본의 탄압은 전국적 조직실체로서 활발한 투쟁을 전개한 전노협에게로 집중되었다. 정부와 자본은 전노협을 이른바 ‘법외노조’ 또는 ‘불법노조’로서 규정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불법’화하였다. 노조파괴 공세가 이어졌고, 지도부에 대한 구속/수배가 계속되었다. 전노협은 90년대 초반기에 악전고투하며 ‘민주노조운동’을 지켜낸 대신에 91년 하반기에 들어오면 그 조직적 규모가 창립 초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한편 업종노조들은 또다른 의미에서 악전고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넥타이부대’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토양은 노동조합으로서 자신들을 조직해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사무전문직’의 동질성 형성에 우선 관심이 두어져 있었다. 이들이 ILO공대위를 통하여 전노협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은 그런 점에서 커다란 조직적 결의가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노동자계급의 총단결이라는 대의를 ‘넥타이부대’가 대중적으로 수용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91년 하반기에 ILO공대위로 민주노조운동은 새로운 조직적 정비기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명칭이 말해주듯이 ILO공대위는 ‘공동대책위’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민주노조 총단결이라는 대의가 전국중앙조직으로 수렴되는 데는 4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94년 11월 민주노총 준비위가 결성될 때까지 ‘민주노조운동’은 그 내부적인 결합력 강화와 조직적 확대에 박차를 가하였다. 민주노조 ‘진영’은 정부와 자본의 ‘총액임금제’ ‘노조업무조사’ ‘구속/수배’ ‘해고’ 등 친사용자적인 노동정책 및 노조탄압에 맞서 싸워나갔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세력을 더욱 확장하여 92년의 전국노동자대회는 전노협, ‘업종노조대표자회의’, 대공장, 미가입 노조가 망라되어 1,071개 노조와 47개 단체가 함께 조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93년 6월에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가 건설된 것은 민주노조 진영의 조직발전을 향한 또 하나의 전기이다. 이것은 이후 94년 11월 민주노총 준비위 결성과 95년 11월의 민주노총 건설로 이어지는 것이다.
90년대를 열며 건설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는 그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과이다. 그러나 90년대 들면서부터 점차 노조수와 조직률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87년 이후 노조운동의 활성화와 산업구조조정, 그리고 한계기업의 휴폐업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기업별 노조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조의 조합원은 기업별의 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조직체계는 특히 90년대 들어 비정규직의 비중이 증대하고 있는 노동시장(고용)의 구조에 대응하여 조직률을 높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편 노조의 전국적인 총연합 단체는 1990년 전노협 창립으로 인하여 기존의 한국노총과 함께 2개가 존재해 왔으며, 이후 전노협은 95년 11월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으로 확대발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조직의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래 <표 2>은 양대노총의 조직 현황을 보여주는데,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늘어나고 있다.
<표 1> 한국의 노동조합과 조직률 추이(단위 : 개, 명, %)
노동조합수노조원수조직률19632,150224,4209.419852,5511,004,39812.41987.6.302,7421,050,20111.71987.12.304,1031,267,45713.819886,1641,707,45617.819897,8831,932,41518.619907,6981,886,88417.219917,6561,803,40815.919927,5271,734,59815.019937,1471,667,37314.219947,0251,659,01113.519956,6061,614,80012.7주 : 1. 노조수에서 법외노조 제외
2. 조직률=조합원수÷총피고용자×100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1997년 KLI 노동통계｣
<표 2> 조직별 노조수 및 조합원수(단위 : 개/명)
전체(a)한국노총(b)민주노총비고(a-b)1992.127,527/1,734,598 4,708/1,367,4382,819/367,1601993.127,147/1,667,3734,853/1,227,0882,294/440,2851994.127,025/1,659,0114,464/1,176,0032,561/483,0081995.126,606/1,614,8004,225/1,134,714(1995.11.5) 862/418,1542,381/480,0861996.124,223/1,021,133(1996.11.5) 928/479,2181997.+16개노조신규가입(1997.5.31) 1,144/523,748
주 : 1. 전체(a)는 노동부 집계
2. 비고란의 수치는 87년 이후 한국노총에 소속되지 않고 전노협에 소속되었거나 혹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노조/조합원수이다.
자료 : 1) 한국노총, ｢사업보고서｣ 각년도 ; ｢신규조직 가입현황｣(1997.4.16.현재)
2) 민주노총, ｢민주노총 조직현황｣
1996년 현재 총취업자 대비 조직률은 12.7%로 88년 이래 계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중소규모 사업장의 잦은 휴폐업에 영향받은 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거나 1987년 이후의 노조운동 조직의 급속한 성장은 80년대 후반 이후부터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자본측의 새로운 대응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 90년대 초반기부터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여 각 사업장에서는 ‘신경영전략’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던 바, 주로 노동력 이용의 탄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의 자구책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더욱이 8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적인 자본간 경쟁의 격화에 따라 국내 자본의 수출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반을 확보하고자 하는 동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측의 노동법 개정 요구는 이러한 개별자본의 요구를 집약한 것이었으며, 자본측은 1997년의 노동법 개정을 통해 그 요구를 관철시켰다고 볼 수 있다.
3. 개정 노동법의 주요 조항
‘신노사관계 구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것은 97년 노동법 개악과정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바뀐 노동법은 생산에서의 노조의 개입배제(노조로부터의 규제 해소)와 ‘탄력적 고용정책’을 축으로 하고 있다. 개정노동법의 핵심적 내용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졸고, “개정 노동법과 97년 임·단협 투쟁”(현장에서 미래를, 1997년 4월호), 27-35쪽 참조.
1) 노동시장의 유연화 관련 조항
1997년 3월에 재개정된 노동관계법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입법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집단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정리해고제’와 ‘단시간 근로제’는 외부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것이며, ‘변형근로시간제’는 내부노동시장에서의 유연화전략 추구이다.
①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고용조정(‘정리해고제’) : 근로기준법 제27조의 2에 이 조항을 신설하여, ‘경영상의 긴박한 필요가 있을 때’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절차상으로는 ‘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과 ‘노조화의 협의’가 있어야 하며, 2년 유예기간을 설정, 99년 1월부터 발효토록 되어 있다.
② 변형근로시간제 : 근로기준법 42조의 2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신설하여, 2주단위와 월단위 변형근로를 허용하였는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법정 노동시간이 44시간인데, 변형시간의 한도는, 2주단위일 경우 48시간, 월 단위일 경우 56시간이다. 또 42조의 3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신설, 1개월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재량근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근로조건의 저하우려를 낳고 있는 ‘변형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시간 근로’, ‘정리해고제’와 관련한 문제이다. 변형근로시간제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42조의 2(탄력적 근로시간제)로 명문화하였다. 취업규칙에 의해 2주단위 48시간 한도내에서, 그리고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해 4주 단위 특정주 56시간 한도내에서 노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1주단위 변형시간제는 사용자 일방이 취업규칙으로 정할 수 있게 돼 있으며, 4주단위 변형시간제는 노사간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시행령에서는 ‘서면합의 내용을 신고할 때에는 임금보전 방안을 기입한 서면을 첨부토록’ 하고 있다.
자본측은 그동안의 노개투 과정에서 ‘2주단위 변형시간제는 별 유효성이 없고 1개월 단위 변형시간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노사간 서면합의’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본측은 이번 법개정에서 ‘임금보전방안’을 서면첨부해야 한다는 노동부 시행령에 반발하고 있다. 3월18일의 전경련 건의서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시에 따른 임금보전과 관련하여 기존임금수준보다 저하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전할 평가기준이 없다”고 주장하고 “개정법 실시 이전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총액임금이 저하됐을 경우라고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2조의 4에서는 1주 12시간 범위내에서 ‘연장근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특정 주에 48시간 혹은 56시간 근로하도록 변형시간제가 채택됐을 경우 연장근로규정 적용여부가 심각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능성은 변형시간제와 함께 이번 개정법에 들어가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42조의 3)에 이르면 더욱 심각해진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하여 법정근로시간인 주44시간의 1개월 평균 총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주간에 44시간 이상, 1일에 8시간 이상 근로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변형시간제가 특정주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56시간, 12시간으로 못박고 있는 데 반해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는 1주 또는 1일 노동시간에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는 점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1개월 총 200시간(기준+연장)이라고 할 때 하루 20시간씩 근로시키건 15시간씩 시키건 제한이 없는 것이다. 이른바 ‘재량근로제’[제46조의 2(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도 신설되었다.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시행령에서는 ‘재량근로제 도입 업무’에 대해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업무, 정보처리시스템의 설계 또는 분석 업무 및 기사의 취재·편성·편집업무로 정했다.
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들은 물론 ‘서면합의’가 있어야지만 실시가 가능하기는 하더라도 근로조건의 전반적인 악화를 수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과로사 문제가 일본 못지 않게 발생하여 사회문제되고 있는 실정인데, 특히 이러한 노동시간제도의 ‘탄력화’는, 자본측이 ‘자유로운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 노동부는 입법예고한 시행령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의 경우 서면합의 사항에 본법 규정항목 외에 ‘표준근로시간(유급휴가수당 등의 계산기준이 되는 1일의 근로시간)’을 포함하도록 하여 1일 노동시간의 과도한 연장 가능성을 다소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개정법의 기본 기조를 볼 때 그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③ 단시간 근로제 : 근로기준법 제19조의 3과 22조의 2를 통하여 ‘단시간 근로자’의 정의와 노동조건 규정을 신설하였다. ‘단시간 근로자’는 “1주간의 소정 근로시간이 당해 사업장의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로 정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당해 사업장의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정하였고, “소정근로시간이 현저히 짧은 단시간 근로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의 보호조항이 일부 적용제외될 수 있게 되어 있다.
2) 노동조합활동 관련 조항
: 단결권의 일부 확장, 그러나 노조활동 제약 조항의 대폭 도입
지난 90년 전노협 창립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끊임 없이 노동자의 단결권 침해(특히 ILO 87호 조약 및 95호 조약 저촉) 조항이라고 비판 받아온 대표적인 독소조항들 중 일부가 개정(‘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 삭제’)되고, 조합비 상한선 규정이 삭제되어 일부 개정된 측면이 있지만,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특수하게 노조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대폭 명문화되었다.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①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제한 강화 : 기존법에서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하였던 것을 새 노동법에서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때까지만 인정하도록 명문화[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3. 라(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함으로써 해고제한 규정을 완화했다.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해고와 징계는 노조활동에 대한 기업의 가장 ‘흔한’ 방해수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해고제한 규정의 완화는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②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 이것은 기본적으로 기업별 노조 체계로 되어 있는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체계와 독특한 노사관계정책의 역사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별 노조는 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며, 독자적인 규약과 재정을 가지고 있고, 해당 기업 사용자(기업주)와 단체협약을 맺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동정책과 노동관련 법/제도들은 노조가 재정적 자립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해왔다. 직접적으로는 조합비 상한선 규정과 노조의 기금 모금 규제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대단히 취약하다. 이러한 노조재정독립에 대한 제약과 함께 노조활동에 대한 억압적 통제가 심하였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파업기금은커녕 노조전임자 임금이나 조합원 후생복지비도 조성할 수 없었다.
개정된 노동관계법은 조합비 상한선 규정을 철폐하면서 전임자 임금 지급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였다. 조합비 상한선 규정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일견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노조가 재정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주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특히 중소 사업장 노조들의 경우, 조합원수가 300인 이하일 경우 노조의 기반 자체가 취약하여 노조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우려만은 될 수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조합의 80% 이상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다. 그에 비해 5000명 이상 사업장에는 0.5%만이 조직사업장이다.
③ 쟁의기간 중 임금요구 금지(‘무노동 무임금’)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의 ‘쟁의행위 기간 중의 임금지급 요구의 금지’ 조항을 신설,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에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②노동조합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였다. 이 법에서 ‘쟁의행위’라는 것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4호)고 되어 있기 때문에 파업 뿐 아니라 태업까지도 ‘무노무임’ 적용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조항은 노동자의 집단적인 ‘쟁의행위’를 사실상 원천봉쇄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④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 구법에서는 ‘사용자는 쟁의기간 중 쟁의에 관계 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하여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를 불허해왔다. 새 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대체근로를 ‘당해 사업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사용자의 채용제한) ①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②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노동자의 교섭력은 단체행동권의 행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조항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사용자들의 대응력을 높여주었다.
⑤ ‘공익사업’ 범위와 ‘직권중재’ 및 ‘쟁의제한’ 규정 : 공익사업 및 필수공익사업은 쟁의행위시 직권중재 대상이기 때문에 단체행동권이 원천적으로 제한된다. 특히 ‘긴급조정’과 관련해서는 구법에서는 강제적인 쟁의중지기간이 조정결정 공표일로부터 20일간이었던 것을 개정법에서는 30일로 연장([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7조)하여 쟁의제한을 더욱 강화하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는, ‘공익사업’으로서 정기노선여객운수사업, 수도·전기·가스 및 석유정제·공급사업,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은행 및 조폐사업, 방송·통신 사업을 들고, ‘필수공익사업’으로는 △철도(도시철도 포함) 및 시내버스(특별시 및 광역시에 한정) 운송사업 △수도·전기·가스 및 석유정제·공급사업 △의료사업 △은행사업 △통신사업 등을 지정하였다. 그 중 시내버스 운송사업과 한국은행을 제외한 은행사업에 대해서는 이 법적용을 200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다[부칙 제2조(적용시한)]. 따라서 구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과 한국은행, 철도, 방송통신은 여전히 필수공익사업 및 공익사업으로 남게 됐다.
⑥ 한편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결정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제37조(쟁의행위의 기본원칙) ②]을 신설했는데, 이 조항은 wild cats 파업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노조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활성화를 저해하고 노조의 관료주의적 관행을 형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조항은 노조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활성화를 저해할 소지를 가지고 있다. 노조가 결정하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요구하고 투쟁할 가능성을 봉쇄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관료주의적 관행을 형성시킬 수 있으며, 노조 집행부가 회사측과 의기투합하여 조합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업을 집행할 경우에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조항이다.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기존집행부의 휴면상태를 깨고 조합원들이 자발적인 투쟁을 통하여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는 노조민주화운동이 하나의 큰 바탕이 되었다. 신설노조도 많았지만 노민추 활동을 통한 새로운 집행부 구성과 노조의 민주적 운영은 노조운동을 내부로부터 살찌우고 활성화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이 37조 2항은 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 전통에 대한 명백한 차단조항일 수 있다. 이것은 향후 노조운동 활성화와 민주적 관행 형성에 심대한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때문에 앞으로 크게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⑦ ‘교섭권·체결권 단일화’ 문제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에서는 ①항으로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여 구법에서 교섭권만을 명시했던 것을 ‘체결권’까지 부여하였다. 이 조항은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축적해온, ‘조합원 총회를 통해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최종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결정하는’ 민주적 관행을 부인하는 입법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 조항은 위 ‘쟁의원칙’ 조항과 함께 대표적인 민주노조운동의 민주적 관행의 파괴입법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7년 이후 노조운동이 활성화하면서 우리의 노사관계 관행으로는 노조대표단이 사용자측과 열심히 교섭해서 협약안을 만들어 와서 총회를 소집하여 조합원 전체에게 의사를 물어 협약 체결여부를 결정해왔다. 때로는 총회에서 통과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부결되어 다시 교섭하게 되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하여 노동조합운동은 자신의 민주적 관행을 차곡차곡 정착시켜냈던 것이다. ‘직권조인’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조합원에게 묻지도 않고 노조대표가 사용자측과 ‘도장을 찍는’ 협약체결을 빗댔던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에 대해 자본측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번 개정노동법에 들어가게 되었다.
⑧ ‘3자개입’ 관련 조항 : 87년 이래 대표적 악법조항으로 노동법개정투쟁의 핵심쟁점을 이루어온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이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노동관계의 지원)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①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다음 각호의 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총연합단체 2. 당해 사용자가 가입한 사용자단체 3. 당해 노동조합 또는 당해 사용자가 지원을 받기 위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한 자 4. 기타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 ②제1항 각호 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에서 명칭변경과 함께 완화된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구법과 달라진 것은 사용자단체 관련 항목 추가와,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한 자’를 3자개입금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정한 데 있다. 새 노동법하에서는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 연맹이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위 1항1호에 의해 지원과 개입이 보장된다. 그러나 노사가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한 자’ 이외에는 여전히 ‘3자개입’으로 간주하여 금지함으로써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자본측은 지난 3월18일의 전경련 건의서에서 “법외단체 뿐만 아니라 직접 관련이 없는 상급단체도 금지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외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제출하였는데, 이는 자본측이 여전히 ‘법내 노조’내에서도 지원과 연대를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쟁의기간 중 임금 목적 쟁의행위 금지’(무노무임)와 ‘쟁의기간 중 대체고용 허용’은 단체행동권 행사를 이중삼중으로 차단한다. 단적으로 말하여 ‘파업하면 임금 없다, 파업하면 다른 노동자 쓴다’가 된다. 여기에 ‘정리해고’ 가 결합되고, 또 여기에 ‘변형근로’가 가미되고, 또 여기에 ‘직권중재’가 사중오중으로 둘러싸고 있다.
노동관계법은 법정신으로 보아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단체행동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이러한 조항들이 다른 법도 아닌 노동법에 명기되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4. 개정 노동법 이후 노동자 상태 : 고용, 노동시간, 임금 동향 중심 이하 각주(2) 및 각주(11)과 같음.
노동법 개정을 전후하여 정부는 경기순환에서의 침체 지표들을 사용하여 ‘경제위기론’을 펴면서 한계기업 정리를 동반하는 산업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독점대자본 가운데서도 상위 대기업들이 잇달아 부도를 내면서 쓰러지자 이러한 정부의 ‘경제위기론’이 객관적 근거를 가진 것처럼 일반에 비쳐졌다. 정부의 각종 통계들이 국민 일반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1997년 들어 실업률은 1/4분기에 3.1%(계절조정치 2.6%)를 기록하는 등 93년 1/4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공식적인 순실업자수가 64만6천명으로 급증하였으며, 2/4분기에는 2.5%로 다소 감소하였지만 96년 2/4분기(1.9%)에 비해 0.6%P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고, 정부 사이드에서는 올해의 실업률이 예년의 2% 수준보다 훨씬 높은 2.7~2.9%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실업에 대한 불안감은 잠재적으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불안감은,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반실업자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임시직 노동자의 증대로 불완전 고용이 늘어나고 직업안정성은 떨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노동법 개정에서는 ‘정리해고제’가 도입되어 노동자들의 직업에 대한 불안감은 엄청나게 높아져 있다. 지난 연말 총파업투쟁에서도 가장 핫 이슈는 ‘정리해고제’ 였다.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으로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한국에서는 ‘급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를 정당한 것으로 규정하는 정리해고제 및 변형노동시간제 도입과 노조활동에서의 새로운 제약 등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서 투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제는 2년 유예 단서조항을 붙여 입법화되었고, 노동자들의 실직에 대한 불안감은 임금 인상 등 기타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조활동의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올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 투쟁을 맞아 무교섭 타결 및 임금동결선언 사업장이 잇달아 발생하였다. 정부는 올해 6월 현재 422개 사업장에서 임금을 동결하였고 186개 사업장에서 무교섭타결(백지위임 포함)이 이루어졌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동결 139개, 무교섭타결 33개에 비하여 각각 무려 560%, 300%가 증가한 것 ｢새 노동법 시행 100일 산업현장, 어떻게 달라졌나｣, 노동부 노정과, 97.6.23.이라고 한껏 고무되어 이를 노동법 개정의 성과로 보고 있다.
1) 고용 실태 고용관련 통계수치들은 다음을 참고하였다. ｢최근의 고용동향 분석과 전망｣, 한국노동연구원, 1997.5.13, ｢1997년 2/4분기 고용동향｣, 통계청, 1997.8.13.
최근에 고용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점은 실업률 증가, 상용고 감소, 비정규직/일용고 증가, 그리고 제조업 취업자수 감소이다.
97년 1/4분기의 경제활동인구는 2천1백11만2천명, 2/4분기 2천1백86만8천명으로서 각각 전년 동기대비 3.4%, 2.5%의 증가를 보였다. 특히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각각 전년동기대비 5.8%, 3.5% 증가를 기록(남자는 1.8%, 1.2% 증가),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를 여성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취업자수는 1/4분기, 2/4분기 각각 전년동기대비 2.5%, 1.8% 증가에 그쳐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분에 공히 미치지 못했다(2/4분기 성별 취업자 증가율은 남자 0.7%, 여자 3.5%).
이에 따라 실업률은 1/4분기의 경우 93년 1/4분기 이래 최고치인 3.1%를 나타내 96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나 증가하였으며, 2/4분기에도 96년 같은 기간보다 33.2%가 늘어난 2.5%를 기록하였다.
산업별 취업자 추이를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추세(97년 2/4분기 4백49만1천명으로 96년 같은 기간 대비 4.4% 감소. 1/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2.9% 감소)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부문의 취업자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97년도 2/4분기에는 전체 취업자 증가의 80% 이상을 차지).
한편 상용노동자의 감소와 임시직 및 일용직 노동자의 증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97년 1/4분기와 2/4분기 각각 전년 동기대비 상용노동자는 -0.9%, -2.0%이며, 임시직노동자는 +5.6%, +7.3%이고, 일용노동자는 +8.9%, +6.8%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8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가 1/4분기, 2/4분기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9%, 33.5%나 증가하여 불완전 취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표 3> 비농전산업 고용현황과 추이(단위: 천명, %)
연도전산업 경제활동인구취업자
비농전산업
실업추이전국비농전산업
상시고일시고(임시+일용)전체전체실업자실업률제조업여여19638,2307,5632,6916011,10627158017352416.3197512,19311,6926,1812,1753,2588817681924346.6198014,43113,6838,5752,9554,7281,4769322996937.5198515,59214,97011,1653,5046,3972,0531,1805415804.9199018,53918,08514,6294,9118,7633,0831,6558584332.9199520,79720,37717,5874,77310,5733,8711,6727414042.2199621,18820,76418,1024,67710,8864,0481,6797464132.219971/421,11220,4674,5547,3015,7316253.32/421,86821,3194,4917,2626,0585342.8
* 1963~1996년은 1997년 KLI 노동통계(한국노동연구원), 1997년은 ｢1997년 2/4분기 고용동향｣(통계청, 1997.8.)을 참조하여 재구성.
참고로 한국의 전체 임금노동자 13,032천명(1997년 1/4분기 현재) 중 44%인 5,731천명이 일용+임시직 노동자이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중 36시간 미만 노동자 비율은 8.5%에 해당하는 1,738천명이다. 불완전취업자의 증가와 고용안정성 저하는 개정노동법에 의하여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됨으로써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 노동시간과 임금
<노동시간>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한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8시간이었고, 실질노동시간은 전산업 52시간대, 제조업의 경우는 54시간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87년 이래 노동자들의 노동법 개정투쟁에 힘입어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 1989년 3월29일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주44시간제 규정은 다음과 같이 경과규정을 두어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91년 10월1일부터 44시간제 규정을 적용받게 되었다. “제42조(근로시간) (1)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할 수 있다. 부칙제3조(근로시간에 관한 경과조치) (1) 제42조 1항의 규정에 의한 주당 근로시간 44시간은 300인 미만의 사업 또는 사업장 중 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업종에 대하여는 1991년 9월30일까지, 그 이외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1990년 9월30일까지 46시간으로 한다.”으로 주당 44시간 노동제가 성립하면서 실질노동시간도 점차로 단축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도 법정노동시간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에 있다.
<표 4> 한국의 주당 실질노동시간 추이
년도비농 전산업제조업총시간소정초과총시간소정초과198751.944.07.854.044.79.6199048.241.76.549.841.97.9199147.941.76.249.341.67.7199247.541.66.048.741.37.4199347.541.75.848.941.67.2199447.441.65.848.741.67.2199547.741.76.049.241.67.6199647.341.75.748.441.37.01996. 1/446.447.51997. 1/445.546.5
자료 : 한국노동연구원, 1997년 KLI 노동통계 / 노동부, ｢97년 1/4분기 임금, 근로시간 및 상용고용 동향｣(1997.6)에서 재구성.
실질노동시간이 이렇게 소폭으로 단축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은 초과노동시간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노동시간에 기준하여 마련되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소정노동시간’(=정상근로시간)은 노동조합운동의 활성화에 따라 줄어들고 있지만 소정노동시간 단축분이 거의 그대로 초과노동시간으로 편입되면서 실질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표 4> 참조).
한편 1997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의해 89년 당시 폐지되었던 변형근로시간제가 2주간 단위 혹은 1개월 단위로 실시될 수 있게 부활되었다. 2주간 단위 변형시간제는 1일 8시간, 1주 44시간을 초과하여 주48시간 범위 내에서, 그리고 1개월 단위 변형시간제는 1주 56시간 한도내에서 변형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1997년 3월 개정 근로기준법의 변형근로시간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42조의2(탄력적 근로시간제) ①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2주간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제42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특정주에 제42조 제1항의 근로시간, 특정일에 제42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하여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정한 때에는 제2호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제42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특정주에 제42조 제1항의 근로시간, 특정일에 제42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주의 근로시간은 56시간을, 특정일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 대상 근로자의 범위 2. 단위기간(1월 이내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하여야 한다) 3. 단위기간에 있어서의 근로일 및 당해 근로일별 근로시간 4.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은 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와 임신중인 여자근로자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④ 사용자는 제1항 및 제2항 규정에 의하여 당해 근로자를 근로시킬 경우에는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아니하도록 임금보전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⑤ 사용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2항의 서면합의 내용을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벌칙] 500만원 이하의 벌금.
<임금>
1980년대 중반까지 내내 한국노동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한자리수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87년 대투쟁’을 거치면서 임금이 수직상승하기 시작하여, 특히 제조업의 경우는 88년부터 90년까지 3년 연속 실질임금 상승률 두자리수를 기록하였다(<표 5> 참조).
<표 5> 임금 상승률 추이(단위 : %)
비농전산업제조업명목임금상승률실질임금상승률명목임금상승률실질임금상승률1980
81
82
83
84
1985
86
87
88
89
1990
91
92
93
94
1995
9623.4
20.7
15.8
11.0
8.7
9.2
8.2
10.1
15.5
21.1
18.8
17.5
15.2
12.2
12.7
11.2
11.9-4.2
-0.6
8.1
7.4
6.2
6.7
5.3
6.9
7.8
14.5
9.4
7.5
8.4
7.0
6.1
6.4
6.622.7
20.1
14.7
12.2
8.1
9.9
9.2
11.6
19.6
25.1
20.2
16.9
15.7
10.9
15.5
9.9
12.2-4.7
-1.1
7.1
8.5
5.7
7.4
6.3
8.3
11.6
18.3
10.7
6.9
8.9
5.8
8.7
5.2
6.9
주 : 1.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가 조사대상인 사업체조사
2. 실질임금 = 명목임금÷소비자물가지수×100
자료 : 한국노동연구원, ｢1997년 KLI 노동통계｣ ; ｢분기별 노동동향분석 각호｣
이와 같은 임금상승률 추이는 임금 액수를 보여주는 아래 <표 5>에서 나타나듯이 한국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80년대 중반까지도 잔업과 특근, 철야를 하지 않으면 10만원대의 임금을 받았고, 특히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는 그 이하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87년 대투쟁 이후 90년까지의 대폭적인 임금인상은 투쟁 결과 얻어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당연한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1987년 현재 387천원이었던 1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임금총액은 1997년 1/4분기에 평균 143만원(제조업은 329천원 -> 1,287천원)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6> 참조). 87년 당시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의지는 대단한 것이었으며, 1987년의 경우 전체 3,749건의 노동쟁의 가운데 2,629건이 임금인상 관련 쟁의였던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1987년부터 1989년까지의 원인별 쟁의발생 건수는 다음과 같다.
계 임금체불 임금인상 휴폐업 및 조업단축 해고 부당노동행위 근로조건 개선 기타
1987 3,749 45 2,629 11 51 65 566 382
1988 1,873 59 946 20 110 59 136 543
1989 1,616 59 742 30 81 10 21 673
* 자료 : 한국노동연구원, 1991년도 임금관련 통계자료집
<표 6> 노동자의 임금총액과 그 내역별/특성별 추이(단위 : 천원/월)
비농전산업제조업총액정액초과특별총액정액초과특별남자여자생산직관리
사무직1980
81
82
83
84
1985
86
87
88
89
1990
91
92
93
94
1995
96176
212
246
273
297
324
351
387
446
541
642
755
869
975
1,099
1,222
1,368129
155
181
200
218
239
257
277
316
375
444
522
597
670
746
828
92526
29
32
36
38
39
44
49
53
60
70
78
86
91
99
111
11721
28
33
38
41
46
50
61
77
105
128
155
186
214
254
283
326147
176
202
227
245
270
294
329
393
492
591
690
799
885
1,022
1,124
1,261107
128
148
163
177
195
209
227
267
326
389
458
528
586
668
731
81825
29
32
37
40
42
48
55
60
70
84
95
105
111
123
142
15015
19
22
27
29
33
37
47
65
96
118
137
166
188
232
251
293196
234
267
296
317
347
375
413
491
609
726
843
964
1,056
1,207
1,315
1,46388
106
121
137
150
163
182
208
250
307
364
428
497
551
639
711
796119
145
166
187
205
226
250
283
343
434
526
612
712
794
913
1,020
1,157253
296
333
363
377
406
431
471
538
643
744
852
965
1,055
1,175
1,311
1,438
주 : 1. 10인 이상 사업체를 조사대상으로 하는 10인 이상 사업체 조사
2. 정액급여 = 기본급 + 통상적 수당 + 기타수당
3. 초과급여 = 연장수당 + 야간수당 + 휴일근로수당 +....
4. 특별급여 = 상여금 + 기말수당 + 3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산정지급하는 수당 등의 임금( * 매년 임금인상 소급분은 특별급여에 포함시키고 있음)
자료 : KLI 노동통계(1997)
한편 전산업 임금 대비 제조업 임금 수준 및 제조업 노동자간 직종별 임금격차는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성별 임금격차 개선은 대단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표 7> 성별·직종별 임금격차(단위 : %)
전산업 : 제조업제조업의
사무직 : 생산직제조업의
남 : 여198083.547.044.9198583.355.747.0199092.170.750.1199592.077.854.1199692.280.554.4
자료 : 노동부, 매월노동통계조사보고서, 각호를 통하여 재구성
1980년에 제조업 임금수준은 전산업의 83.5%에 그치고 있었지만 1990년부터는 92%대를 넘어서고 있다. 가장 괄목할 만한 개선은 제조업의 생산직/사무직간 임금격차에 관한 것으로서, 80년에는 47%였다가 90년에는 70%를 넘게 되었고 96년에는 80%를 넘어섰다. 그러나 남녀간의 격차는 아직까지도 심각하다. 특히 제조업에서 여자의 임금은 80년에 남자의 절반도 안되는 44.9%였는데 9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남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을 뿐이다.
5. 노동자 총파업투쟁의 역사적 의의와 향후 노동운동의 과제
1) 노동자 총파업투쟁의 역사적 의의
1996년 12월16일 새벽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 사건은 즉각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을 필두로 한 노동자들은 이미 12월 초부터 그러한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총파업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천명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당 단독의 새벽 ‘날치기’는 노동자들의 투쟁의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12월16일부터 2월까지 3단계에 걸쳐 수행된 총파업투쟁에는 528개 노조 40만 3,179명이 한번 이상 파업에 참가하여 파업의 누적규모는 3,206개 노조 359만명, 집회참가 연인원은 110만명에 달했다. 총회준비팀, ｢노동자 총파업투쟁과 97년 노동운동의 과제｣, 현장에서 미래를 1997년 2월호, pp.44,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자 총파업투쟁은 기본적으로 자본측의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조배제전략에 대항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국회에서의 절차를 무시한 ‘날치기’ 사건까지 겹쳐 전국민이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엄호하여 온 나라가 정부의 처사를 비난하는 국민적인 투쟁으로 확대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최대 규모의 이번 총파업투쟁은, 자본측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정면으로 저항하여 정치적 파업투쟁을 수행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 연말연초의 총파업투쟁은 ‘87 대투쟁’ 이후 실로 10년만에 자신들의 전국적 중앙조직을 갖고 조직적으로 “｢정치적 파업투쟁｣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을 ｢정치적 주체｣로 우뚝 세워낸 것이다.……‘노동악법 완전 무효화’라는 정치적 요구를 중심으로 전노동자계급의 이해와 개인별, 지역별, 업종별, 산업별 이해를 일치시킴으로써,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하는 데 성공”하였다(총회토론회 준비팀, ｢노동자 총파업투쟁과 97년 노동운동의 과제｣, 현장에서 미래를 1997년 2월호, pp.38,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실질적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투쟁을 선도하였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 노동자의 ｢인간선언｣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전후 45년간 계속된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탄압 속에서 그 계급적·정치적 성장이 억압되어 왔던 노동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파업으로 떨쳐 일어나 새로운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어용노조를 민주화시켰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철폐’를 요구하였던 노동자의 ‘인간선언’이었다.이었다면, 96년 12월 노동자 총파업투쟁은 노동자는 하나의 계급이라는 ｢정치선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역사적 총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조건｣, 현장에서 미래를 특별호, pp.29, 1997.1.15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의를 갖는 총파업투쟁은, ‘실질적 민주주의(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요구 + 정치적 민주주의 요구’를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투쟁’으로서 현단계 세계 자본주의의 새로운 축적전략으로서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공세(복지지출 삭감, 유연화/규제완화, 노동에 대한 공격)에 대항하는 성격 상동, pp. 41~43.을 지니고 있었다.
총파업투쟁을 통하여 노동자들은 자신의 투쟁력을 재확인하고, 계급적 단결과 정치적 자각을 높여냈다. 또한 민주노총의 사회적·정치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가 활성화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2) 노동운동의 과제
그러나 총파업투쟁은 자본측의 신자유주의 공세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세계적인 규모에서 가해지고 있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국내 총자본의 구조조정미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다기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소자본의 부침현상은 만성화되어 있는데다가, 올들어서는 한보철강, 삼미특수강, 그리고 기아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까지 자본간 경쟁의 와중에서 더 이상 안전지대일수 없음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와 민중이다. 특히 노동자는 실업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앞에서도 강조하였듯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축으로 하는 노동법 개정 이후 실업이 업종과 지역과 기업규모를 막론하고 현실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실업률 증대, 다른 한편으로는 불완전취업자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는 ‘고용의 불안정성’은 또한 노조 조직률의 전반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별 노조체계에서 정규직 노동자를 주요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었던 노동조합운동은 기업별 단위노조체계로 대응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각종 현안들에 직면하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 건설로 제출되어 있는 노동운동의 대과제는 이제 더욱 구체적인 내용성을 가지면서 절실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선, 노동운동은 90%에 육박하는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와 모든 종류의 노동자간 차별 철폐를 이루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졸고, “97 임단투는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현장에서 미래를 1997년 9월호, 80-84쪽. 자본측이 요구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노동자간 구직경쟁을 격화시키고 결국 노동조건의 저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서 자본은 정규직/비정규직, 외국인/내국인, 남/녀, 고졸/대졸, 젊은층/고령자 등등으로 산재되어 있는 노동자들을 차별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가변자본(노동력)을 ‘절약’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앞에서 말한 현재의 ‘고용실태’로서 나타나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일체의 차별을 극복해야 하며, 주로 비정규직과 외국인, 소규모 사업장 등에 종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차별철폐의 지름길에 해당한다. 그것을 위한 하나의 유력한 방안이 산별노조 건설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산별노조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체의 차별철폐와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할 더 나은 방안을 찾아내는 것 역시 노동운동의 중대한 과제이다. 지난 87년 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전국노동조합협의회는 기업별 노조의 지역협의체이다. 산별노조 건설이 구체적으로 일정에 오르고 있는 현재, 우리는 해방공간에서의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와 90년 건설된 전노협의 경험 속에서 노동조합 민주주의와 강력한 통일성, 투쟁력을 배워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정치세력화 문제로서, 올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동운동 진영에서도 정치활동에 대단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세력화 문제 역시 총파업투쟁 이후 더욱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노동조합의 내부 민주주의적 관행을 형성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또하나의 중대 과제이다. 87년 이후 소위 ‘법외노조’로서 모든 것을 투쟁으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상황을 돌파해온 우리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 건설과 지난 총파업투쟁을 거치면서 상호 모순적인 활동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합법성’ 획득의 문제를 둘러싸고 나타난 현상이다. 만일 노동조합운동이 조직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활동목표를 수정 또는 변경한다거나, 밑으로부터의 조합원 및 일반 노동자 대중의 목소리를 누르려 한다면 그것은 본말의 전도가 될 것이다. 지난번 노동법 개정투쟁과정에서 올해와 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했다. 노동조합의 ‘합법성 획득’ 문제는 어디까지나 노자간 힘관계의 문제이지 정치적 타협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노조운동이 합법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조직적 과제 뿐만 아니라 노동자 전체, 나아가서는 민중 일반의 이해에 기반하여 적극적인 활동이 전제되어야 하며, 설립필증을 받는다는 자체는 그 연장선에서 정부와 자본측이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겨울의 총파업투쟁을 거치면서 사실상 ‘민중으로부터의 합법성’을 획득하였지만, 정부와 자본은 지금도 민주노총에게 설립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법개정투쟁에서 ‘합법성 쟁취’ 요구는 그래서 공염불 일 수도 있는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성 획득’ 문제와 ‘정리해고제’ 등을 필두로 한 노동자계급 전체의 생존권을 옭죄는 소위 ‘개별적 노사관계법’을 놓고 바터교환 방식의 논리로 나온 자본측의 논리의 연장선에 혹여 노동운동 진영의 사고가 놓여있지 않았는지를 검토해 볼 일이다. 총파업투쟁의 기본 동력은 노동자계급 대중의 ‘고용불안 유발 법안들’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었다.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자본측의 요구들이 대부분 그대로 수용된 법개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큼 노동자들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없다. 이것은 ‘정세의 역규정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졸고, “97 임단투는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25호, 1997년 9월호, 67쪽. 이른바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이라고 하는 ‘당근조항’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총파업 이후 노동운동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 상반기 노동운동 평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미래를 제25호(1997년 9월호) 특집 ｢노동법 개악, 그 이후 6개월 - 상반기 평가·하반기 정세와 자본의 공격을 중심으로｣를 참조할 것.는 것은 이러한 사정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제 새로운 세기, 2000년대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운동은 위와 같은 대과제를 짊어지고 다시 전진해야 하는 시기를 경과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각 조직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건설) 작업이 한창인 현재, 조직노동자 뿐만 아니라 미조직노동자까지를 포괄한 노동자 전체의 운동으로 새롭게 정비하는 것은 정치세력화의 첫단추가 될 것이다.(199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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