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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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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20:2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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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us |
 1997.9/ 왜 산별노조 건설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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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5:47
◎ 조회:3 회
왜 산별노조 건설인가?
성대학보사 원고 1997.9.6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이 가장 큰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 두 가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산업별 노조 건설이다. 물론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도 대과제에 속하지만, 광범위한 미조직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하기 위한 조직적 주체는 역시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현재의 노조운동 자체가 조직적으로 강화되고 활성화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별 노조 건설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민주노조운동'이 노조운동의 큰 흐름으로서 발전되어 나오면서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결성되고부터라고 볼 수 있다. 전노협은 기업별 단위 노조들이 기업의 장벽을 넘어 지역별/업종별로 상급조직을 건설하면서 기업별노조체계하의 개별 단위노조가 가질 수밖에 없는 노조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전노협은 출범시부터 자신의 '조직발전' 전망을 산업별 단일노조로 설정하면서 조직발전논의를 전개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조는 기업별 체계로 조직되어 있다. 기업별 노조는 하나의 기업(또는 하나의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만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그 기업(사업장)의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에 대한 노사간의 집단적 협약을 체결한다. 원리적으로는 한 사업장(기업)에 속하는 사용자그룹을 제외하고 모든 '종업원'이 조직대상이지만, 일반적으로 상용고(일시고, 일용직, 파트타이머 등의 비정규직을 제외한 정규직)만을 조직하고 있으며, 제조업의 경우에는 생산직 위주로 조직되고 있다. 기업별노조체계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특유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체계하의 노조는 각 단위노조마다 독자적인 규약과 재정을 운영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키, 각 단위노조들은 산업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기업별 노조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데, 노조의 기본 단위가 기업노조이기 때문에 산업별 또는 업종별, 나아가 전국적인 상급단체를 구성하여도 협의체로서의 성격 이상을 넘어서기 어렵다. 또한 기업별 노조는 기본적으로 노사간의 집단적 관계가 그 기업(또는 사업장)에서의 고용관계에 기초하기 때문에 '회사의 운명은 나의 운명'이 되어 애사주의적(혹은 기업주의적) 경향을 갖게 되고,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관철시키는 독자성 보다는 회사노조(Company Union)로서 회사측의 노무관리 기관으로 전락하게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업별 단위노조는 민주적 운영과 회사로부터의 독자성이 확보될 경우, 그리고 조합원으로부터의 신뢰가 강할 경우, 기업별 벽을 넘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노협을 결성해낸 노조들이 바로 그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력도 총자본의 공격이 집중적으로 가해져서, 이를테면 산업구조조정 대상 산업이거나 혹은 부실경영으로 인한 부도가 발생하였을 경우 결정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고 노조로서의 존립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 즉 기업별 노조의 최대 약점은 기업이 사라지면 노조도 사라진다는 점인 것이다. 최근의 '기아그룹 부도(유예)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노조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단체협약을 쟁취하고 있고 지난 총파업과정에서도 활발한 활동력을 보여주었던 기아자동차노조도 회사가 부도사태에 직면하자 절대적 곤경에 빠지는 바로 그러한 점이 기업별 노조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산업별 노조는 직종이나 직업, 사업장에 관계 없이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을 조직원리로 하고 있다. 산업별 노조는 대량생산체제가 일반화되면서, 미숙련/반숙련 노동자의 광범위한 조직화를 통하여 성립한다. 산업별 노조는 기본적으로 전국적 단일노조이며, 전국 1산업 1노조의 체계이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산업별 노조체계로 전환하거나 혹은 새로이 산업별 노조를 건설하거나 한다면, 현재의 단위노조들은 그 새로 건설되는 산별노조의 지부 혹은 분회가 되는 단위이다. 전국 1산업에 1 단위노조로 조직되기 때문에 그 산업에 속하는 전국의 모든 노동자가 조직대상이 되며, 그 산업노조가 체결하는 단체협약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산업별 노조는 특정기업에 속하여 근로하고 있지 않아도 조직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정규직/비정규직(심지어 실업상태에 있는 노동자까지도)에 관계 없이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산업별 노조의 단체협약 상대는 그 산업의 사용자단체가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노조의 교섭대상은 자동차산업 사용자들의 협의체(이를테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자동차공업협회가 있는데)의 장이 될 것이다.
어떤 형태이든지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대중조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계급조직적인 성격을 띠지만 그 자체가 정치조직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형태 가운데서는 기업별 노조보다는 산업별 노조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이해를 보다 잘 표현하고 대변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별 노조 역시 정치조직이 아니고 노동조합 조직인 만큼 산업별 노조 건설이 노동운동의 최대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이 1차적으로 조직되는 것이 노동조합이고, 그래서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생존과 노동조건의 보장을 위해 투쟁한다.
우리나라에서 산업별 노조건설이 당위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는 지난 87년 이래의 노동자 투쟁과정이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별 노조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취약점인 '회사가 없어지면 노조도 없어'져야만 하는 그러한 현실이 수없이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기업별 노조의 협의체로는 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공격을 방어할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연말연초의 총파업과정과 87년 이래의 노동법개정투쟁의 과정, 그리고 지난 3월의 개정노동법을 보면 우리나라 노조운동이 처한 고통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대변할 수 있을 만큼 정치세력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공격, 실업위협 등에 대처하기에는 기업별 노조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점, 요즘 같은 경기침체시기에는 노조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먼저 살려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것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정리해고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임금인상을 하지 말아야 되고 등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노조가 대체 무엇인지를 의문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별 노조 건설은 이와 같은 현재의 상황 속에서 보다 시급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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