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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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남아의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
<경성대신문 원고> 1997.11.29
최근 한국경제는 원화 가치의 대폭락과 주가폭락, 외환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금융지원을 가운데 놓고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야단이다. 현재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신경제5개년 계획'을 내놓은 시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그 이전부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의 파산을 반영하는 우르과이라운드(UR) 협정이 7년을 끌다가 1993년에 타결되고 이어 같은 해에 WTO체제가 성립함으로써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운동이 범지구적으로 전개되는 한 가운데서 나온 것으로, 김영삼 정부는 이러한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체제의 재편에 적극적으로 편입해 들어가는 방향을 취했던 것이다.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계획'은 제출 당시부터 '작지만 강력한 정부' '규제완화'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적 전략을 명시하고, 이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것은 우선, 거대한 초국적 자본에 의해 주도된 세계시장의 통합의 한 가운데로 나가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 자본 중에서도 대규모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서는 필연적으로 중소영세기업을 포함한 전체 국민경제의 출혈적 구조조정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독점자본의 이해에 맞게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상품시장과 금융시장까지 총체적으로 재편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80년대까지의 구조조정은 세계의 초국적 자본에게까지는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들어, 특히 1990년대도 후반기인 현재의 시점에서는 위정자들과 자본측이 즐겨 쓰듯이 '무한경쟁' 상황, 국경과 국적이 무의미해진 초국적 자본의 운동이 거세어지고, 그것이 전 지구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자본의 운동을 보여주었던 것이 UR협정에 다름 아니며, 그것을 전세계적으로 제도화한 것이 WTO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전개된 1990년대의 구조조정은 '무제한적'인 것으로 전개할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연말연초의 노동자 총파업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출혈적 구조조정의 전개를 노동자계급이 일정하게는 막아낼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연말연초의 총파업투쟁이 세계적인 이목을 끌어모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서 태국의 바트화가 대폭락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부터 외환위기가 시작되고 급기야 한국으로 상륙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동안 노동자계급의 저항에 의해 주춤하고 있던 국내외 독점자본의 '출혈적' 구조조정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호기가 조장되었다고 보아야 할 지도 모른다. 이것은 80년대 이래 초고속성장을 계속해온(이것은 다시 말하면 초국적 자본의 운동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아시아 경제의 소위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으로 표현되는 세계자본운동의 구조조정의 칼날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가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적 투기자본의 거대한 이동으로 표면화된 현재의 한국과 동남아시아 외환위기는 세계적인 시장통합과 초국적 자본의 이윤운동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요소(특히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스탠바이 방식으로 금융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IMF는 한국정부에 성장률을 2.5%로 하향조정할 것, 초긴축정책, 더욱 적극적인 금융 및 산업의 구조조정, 국공기업의 민영화, 대외개방 적극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내용들이 의미하는 바는 국제 자본에게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여 한국시장에의 외국자본 진입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그들이 마음껏 들어와서 마음껏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노동시장을 완전히 유연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초긴축 재정운용과 함께 한계산업뿐만 아니라 성장산업에 대해서도 '피나는'(출혈적) 구조조정(망할 데는 망하게 내버려 두라는 '시장원리'에 의한 구조조정) 요구이다. 이를테면 90년대 들어 평균 7.6% 정도씩 성장해온 한국경제에게 2.5%로 하향조정하라는 요구는 엄청난 속도와 범위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누가 피를 흘리는가는 자명하다. 간단한 하나의 예를 들면, 그러한 출혈적 구조조정은 노동시장에서 일차적으로 엄청난 실업률을 동반하게 된다. IMF와 초국적 자본, 그리고 정부와 독점자본은 내핍 차원이 아니라 국민(절대 다수인 노동자와 민중)의 '출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은 늘어난다. 그래서 자동차, 조선, 섬유 등은 엄청난 환차익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경련은 '근로기준법을 폐지하고 시장원리에 맡기는 근로계약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2년유예 입법된 정리해고제를 즉시 도입하라는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인하여 유보되어온 근로자파견제 등 노동시장과 관련된 모든 자본측의 '유연화' 요구를 대폭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는 부문은 금융 계통 노동자들이지만, 금융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산업에 동시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총파업투쟁 1년만에 또다시 한국의 노동자계급과 민중은 세계적인 자본의 공격 앞에 정면으로 마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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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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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 한국·동남아의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