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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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려 있는 '실업대책'
명지대 학보(1998.5.21)
정부의 실업대책은 크게 세 축으로 돼 있다. 실직자 생계대책, 재취업대책(직업훈련), 고용창출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업급여를 축으로 하는 생계대책은, 수혜자범위를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이것은 잘한 일이건만 실내용이 문제다)했지만 절차와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실질 수혜자는 극소수이고, 실업급여 수혜자의 평균 수급액이 표준생계비의 1/3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직업훈련제도는 산업생산이 줄어들고 부도사태가 나고 있는 현재의 상태에서 실효성이 없다. 고용창출책은 공공고용창출과 벤처기업 육성 등이 제시됐는데, 전자는 IMF관리하에서의 긴축재정책으로 인해, 후자는 일자리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역시 아무런 대책도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전에 직장을 가지고 있다가 실업한 사람을 의미하는 '전직 실업자'에게는 이런 대책이라도 나오지만 구멍뚫린 한 구석이 있다. 바로 신규실업자에 대한 대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기껏 고려되고 있는 부분은 '직업훈련제도'에서 훈련대상에 포함시킨 것 뿐이다. 그런데, 이것조차 고졸신규진입 노동자에게는 어떨까 몰라도 대졸 이상의 '고학력 실업'에 대해서는 대책이 나와 있지 않다.
신규실업자는 노동시장에 아직 진입하고 있지 않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실업급여 수급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어서 '생계대책'에서도 빠져 있는 실정이다.
고학력 실업자의 양산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만, 특히 반체제/반정부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대안은 다른 데서 찾아져야 한다. IMF재협상을 통한 긴축기조의 대폭 수정과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책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그런데, 노동시간의 단축은 법정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과 잔업금지 조치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임금삭감이 있어서는 안된다. 만일 임금삭감과 잔업시간유지를 인정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면 그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적 과잉인구를 어느정도 흡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만일 100% 흡수한다면 현재의 전산업 평균 노동시간의 절반 수준, 주당 약 25시간이면 될 것인바, 적어도 주당 35시간 이하로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자본측 주장대로 단축되는 시간 만큼 임금을 삭감시킨다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며 생활보장은 전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다시 또다른 일거리를 찾아 두세개씩의 직업을 가지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간단축 이전의 상태처럼 상대적 과잉인구가 발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법정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은 임금삭감금지 및 잔업철폐와 동시병행적으로 되어야 실업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용창출로 발생하는 전사회적인 추가임금(자본측으로보면 추가인건비)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자본이 기금을 조성하여 담당하는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현재도 생계비에 미달하는 평균임금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갹출하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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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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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5/ 뻥 뚫려 있는 '실업대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