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23:55
◎ 조회:1 회
평가:
한국경제위기와 극심한 기업부도 현황
외대학보사 원고1998.3.21.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지표상으로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두 가지는 실업률과 기업부도율이다. 노동자와 민중이 직접 부닥치고 있는 문제도 바로 이 두 가지에서 연유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실직과 부도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현시기에 가장 급격하고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지금이 한국에서 공황기이며, 소위 '구조조정'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는 자본의 폭력적인 과잉축적자본의 폐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가 주기적인 자본의 폐기를 거쳐 이윤율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황은 그러한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이 급격하게 폭발하는 현상이며, 그런 점에서 공황은 자본주의에서는 필요악처럼 자신의 유지를 위해 자신을 파괴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해결된 것은 제1, 2차 세계대전이며, 그러한 대규모 전쟁을 통과하면서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는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고성장과 완전고용의 시대, 이른바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들어서 세계자본주의는 본질적 모순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다시 불황의 긴 터널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자본주의가 작은 경기순환의 파동들을 거치면서도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던 60년대에 세계자본주의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면서 국제적인 분업체계에 편입되고 70년대에 세계자본주의의 모순이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던 시기에 중화학공업화를 통해 자본을 육성하면서 '고성장'의 틀을 형성했으며(이른바 개발도상국), 따라서 선진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던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의 표출은 그당시에 순수한 형태로 드러날 수 없는 생산력 수준에 있었던 것이다. 90년대 들어 한국경제는 소위 '선진국에의 꿈'을 OECD 가입(1995년)을 통하여 실현시킬 수가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은 바로 세계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지위를 의미한다. 더욱이 70년대 이래의 세계적인 자본축적의 위기상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간 경쟁의 격화와 세계자본주의의 불안정성 강화를 한편으로 하고(이른바 '무한경쟁'),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자본주의의 통합성 강화로 귀결되었기 때문에(WTO체제의 성립), 한국의 '선진국진입'의 환상적인 꿈은 불과 1년만에 국민소득 1만달러의 11대 경제국가에서 그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추락하게 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시기의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의 본질은 이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경제적인 모순이 하필 97년초부터 표출된 것, 그리고 97년 하반기부터 금융·외환위기로 공황이 찾아온 것은 하나의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여하간에 97년초부터 한보, 삼미, 기아 등 대규모 자본의 부도가 연달아 한국의 금융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게 되었다. 더욱이 여름을 넘기면서부터는 태국의 바트화 가치 폭락을 도화선으로 한 동남아시아의 통화위기가 확대되면서 한국의 '자체적인 금융위기'는 일국적 수준에서 숨기고 짜맞춘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었다. 대기업의 연쇄도산은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했으며,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실물생산부문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연쇄악순환고리를 강화시키고, 실물생산부문의 위축과 가동률 저하는 국제경쟁 격화의 와중에서 수출부진과 국제수지 악화로 귀결되고, 주가하락과 환율급등이 이어지면서 외채상환압력 가중에다가 외환보유고 고갈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도업체수는 97년 1/4분기에 3,443개, 2/4분기에 3,790개, 3/4분기에 3,834개를 기록하면서 매분기별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철강, 자동차를 포함하여 전산업 전업종에 걸친 부도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97년 한해동안 상장사 부도와 회사정리 직접공시 건수는 193건으로서 96년에 비해 무려 672%나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택건설업체의 경우 IMF가 시작된 97년 12월3일부터 3월3일까지 석달 동안 166개가 부도를 내서 96년도 1년동안(179개 부도)의 부도업체수를 육박했다. 이러한 부도사태는 유통업계(대형백화점 포함), 출판업계, 가전업계, 리스사 등을 막론하고 전 업종으로 확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부도 사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한 폭력적인 '자본폐기'에 다름 아니며, 이것은 IMF의 재정 및 금융긴축 정책 요구(통화주의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정책)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정부측의 '구조조정' 정책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즉 기업의 부도사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서 필연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부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현 경제위기의 원인이 '국내의 경제구조'에 있다고 파악하고 이를 '구조조정'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IMF의 요구가 계속 이어지는 한 피할 수 없는 사태이다.
|
|
|
이은숙
65
4
3
1998.3/ 한국경제위기와 극심한 기업부도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