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1(월)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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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IMF 관리체제하의 한국경제
98년 9월 3일
한국경제는 지난 12월부터 IMF 관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위기와 함께 집권한 김대중 정권은 IMF의 구제금융 '이행조건'에 입각하여 철저히 IMF방식에 의거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량실업사태와 생산현장에서의 노동자계급의 투쟁들은 현시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구조조정'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것이 노동자와 민중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에 대한 저항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우선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은 김대중정권의 노동 및 경제정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IMF의 성격과 본질도 동시에 드러내주고 있다. 그것은 70년대 중후반 이래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지구적(global) 자본운동을 배경으로 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는 2차대전 이후 20여년에 걸친 자본주의의 '황금기'가 종말을 고하고 만성적 불황에 빠져든 시기로서, '황금기' 동안 '위기'를 축적(과잉축적 모순의 심화)해온 세계자본주의가 새로운 축적전략을 모색하는 기간이었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에 걸쳐 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중심부 독점자본은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 정권(레이건, 대처)을 출범시키면서, 축적모순을 극복하고자 해 왔다. 즉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는 중심부 독점자본의 위기탈출 프로젝트로서, 주지하다시피 개방화, 복지삭감, 노조 및 노동운동 약화정책, 민영화(사유화), 작은정부, 시장주의, 탈규제 등을 주요담론으로 하면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활동에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에 대한 공격, 특히 노동자·민중에 대한 공격과 배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80년대 후반의 소련·동구권 해체와 함께 냉전체제가 붕괴함으로써 자본의 지구화(globalization)와 그로 인한 세계시장의 통합력 및 경쟁이 증대·격화되었다. 자본의 지구화를 선도한 초국적 (금융 및 산업) 자본의 무차별적 이윤추구운동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로써 90년대 들어 현대 자본주의는, 한편으로는 상호의존성이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성이 동시적으로 심화된 모순적 운동을 구조화/내부화하고 있다. IMF는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자본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선도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한국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였을 때, IMF가 이행조건으로서 내건 내용은 위와 같은 IMF의 본질과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으로서, 주요하게는 초긴축 재정·금융정책(통화주의에 입각)과 대외개방(자본시장은 물론 상품시장까지), 그리고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로 요약할 수 있다. IMF는 재벌개혁도 요구하였는데, 그 맥락은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자유로이' 혹은 '제한 없이' 이윤추구활동을 가능하게 열어놓으라는 개방요구 및 탈규제 요구와 연계되는 것인데, 그것은 '시장지상주의'에 뿌리를 대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집권한 김대중정권은 대통령 선거 이전에 한국 총자본의 이해에 기반하여 확정된 '위기처방'의 틀, 즉 IMF가 체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틀 내에서 IMF 및 초국적 자본의 지원의 끌어들여 외환부족사태를 우선 해소하고 환율을 방어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축적운동에 걸맞게 한국경제구조를 '조정'("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하는 것을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김대중정권의 정책기조는 IMF나 김영삼정권에 의하여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김대중 정권이 소위 '민주적 시장경제'라고 이야기하는 맥락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정권의 '내부적'인 것이 객관적 상황의 전개와 함께 맞아떨어진 형국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지난 4월 ASEM 정상회담과 6월초의 방미를 전후하여 외환위기의 급한 지경을 벗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위와 같은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IMF 관리체제 6개월의 실체가 비로소 투명하게 현실화되었다. 1998년 상반기 내내 GDP성장률은 당초 IMF와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저하되어 마이너스 폭이 커졌으며, 지난 10월부터 소위 '한계기업'들이라고 자본에 의해 치부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부도사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흑자도산' 사태도 중첩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은 '금융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시작된 9개 부실종금사 폐쇄조치(1~2월)로 인하여 가중되면서 전개되었고, 이러한 요인도 있어서 자본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의 흐름이 막히는 바람에 심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자본·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금융, 기업, 공공부문 등 세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6월18일 55개 기업에 대한 퇴출명령을 필두로 6월29일에는 5개 시중은행 퇴출조치가 발표되었으며,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7월3일 32개 공기업에 대한 제1차 민영화(사유화)·합리화 방안을 시작으로 연달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 그 중에서도 특히 노동자와 민중의 내핍과 희생을 전제로 해서 추진되고 있다. 실질적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의 대량실업사태, 그것을 가속화시키는 생산축소, 게다가 공적 영역(공공부문)에 대한 사유화(민영화)조치로 인한 고용탄력성 저하가 한꺼번에 노동자와 민중을 강타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한 달이 넘게 계속되었던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폐투쟁은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투쟁에서는 노조쪽이 정부여당의 중재안을 수용함으로써 회사쪽과 '잠정합의안'을 타결, 일반 조합원들의 총회인준투표를 통한 최종결정만 남겨두게 되었는데, 지난 9월1일 노조원 총회에서 64%에 가까운 반대로 부결되었다. 그 잠정합의안은,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매스컴에서 야단스럽게 다루었던 식으로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정부는 정리해고제를 관철시켰다는 명분을, 노조는 정리해고 인원을 최소화시켰다는 실리를' 각각 확보한 내용이었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말하면, 명시적 정리해고는 277명, 나머지 1천5백여명은 1년6개월간 무급휴직(1년은 무급휴직, 나머지 6개월은 직업훈련)으로 당초 회사쪽이 정리해고필요인원으로 내놓았던 1천7백여명에 대해 변형된 형태로 사실상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내용상으로 보아 노조가 얻은 것은 결코 '실리'가 아니었던 셈이다. 한 달여에 걸쳐 조합원대중은 정말 치열하게 투쟁하였고, 그 결과치고는 그렇게 투쟁한 조합원들에게 전혀 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서 김대중정권과 자본측은 노동자들과 노조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양면협공작전을 통해 집요하고도 또 집요하게 공략했고, 노사정위원회 사람들과 국민회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서 정부·자본과 노조집행부를 오가며 이른바 '중재안'을 성안시켰다. 개별 사업장에서 개별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협소한 현재의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의 집행부는 그 중재안을 받아들였는데, 그 과정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총회에서의 인준투표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그리고, 노조가 '잠정합의안'에 동의하였을 때, 그 시점에서는 마치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곧 공권력을 동원해서 강제진압할 것처럼 매스컴과 정부당국이 분위기를 몰아갔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으로 강제진압을 당하더라도 더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치열하게 투쟁하였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조합원 총회가 9월1일 열렸고, 조합원들은 그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버렸다. 이와 같이 조합원대중이 그 '잠정안'을 부결시키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이나 집단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결되었다. 63.6%가 '잠정안'을 거부했다. 이것은 일단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조합원대중은 지도부가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런 것을 바라며 투쟁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 조합원대중은 지도부가 우려하는 그런 '낮은 의식수준 혹은 낮은 투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조합원대중은 '잠정안'이 타결되었을 때 매스컴의 인터뷰에 응해 '잘된 일' '성과' 등등이라고 자화자찬한 민주금속연맹 지도부와 민주노총 지도부 및 한국노총 관계자 등 현재의 노조운동 '지도부들'과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고 자신들의 문제를 훨씬 더 전국적이고 계급적인 문제로서 자각하고 있었다는 점. 그래서 현대자동차 투쟁은 9월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밀어부치고 있는 김대중정권은 노동자계급 대중의 완강한 저항의 실체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통하여 새삼 체험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김대중정권 및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절실한 생존권투쟁의 현장에서 계속적으로 그 정당성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정부·자본의 구조조정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한국경제의 현재 상황은 가중되는 물가고와 실업 급증, 그리고 지속적인 생산감소로 특징지워지고 있다.(주1)
<표> 고용 및 물가동향
98년 1/4분기
2/4분기
6월
실 업 률(계절조정)
5.7
4.7
6.9
6.9
7.0
7.7
생활물가지수(동월비)
(전·월세 포함)
13.1
(10.8)
11.8
(9.6)
10.9
(8.8)
자료> 통계청, 7월 31일
경제위기가 생산축소와 수출감소 양상으로 심화되고 실업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와 IMF는 최근 재정적자폭이 다소 확대되더라도 긴축정책을 완화시켜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일부를 수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정부·자본측 내부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자본측은 기업의 연쇄부도와 생산감소에 대해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 수출지원금융 증대 등을 요구했고,(주2) 정부 내에서도 한국은행쪽과 재경부쪽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은쪽은 구조조정의 강력추진을, 재경부쪽은 경기부양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논의를 보면 표면상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이 마치 대립적인 것처럼 비치지만 이것은 실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서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며, 총자본의 입장에서 상호보완적인 정책구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은 철저히 부차화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자본은 그들의 논리와 정책을 '국가경쟁력 강화'를 통한 '한국경제 회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결국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결국 '자본경쟁력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과연 한국경제 '회생'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가 매우 불확실하다.
주된 이유는 세계자본주의의 상황에 있다. 구조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고, 그 와중에서 자본의 경쟁이 유례없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의 과잉축적과 그 모순의 세계화로 인한 1930년대 이후의 '세계 대공황'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속한 나라들은 그 어느나라건 위기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현대 자본주의는 앞서 언급했듯이 구조적 불안정성과 상호의존성으로 인하여 한나라의 위기가 일국 차원에서 진화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일국의 정부가 독자적인 정책수단을 통하여 그 나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는 대폭 축소되어 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논리가 되어 있는 '작은 정부'는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게도 일국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에서의 위기발발 가능성을 높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자들은 97년 7월 태국에서부터 발생하여 한국까지 번진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 그리고 일본 경제의 만성적인 디플레성 위기에다가 지난 8월17일 러시아까지 모라토리움(대외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경제위기를 표면화시키자 이것이 바야흐로 대공황의 전개과정이 아닌지를 관측하고 있다. 현재 "가장 안전한 투자처는 미국 뿐"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것은 특히 러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중남미 지역의 경제가 재차 흔들리고 있으며, 러시아에의 최대 투자국인 독일을 위시해서 유럽 주식시장도 불안정한 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지역 위기와 일본 및 중국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이제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게 된 국제적인 유동성 투기자본들이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는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국만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위기로부터의 '안전지대'로 존재하고 있지만, 국제투기자본의 미국유입경향은 미국 국채(재무성발행 30년 만기 채권의 경우) 수익률을 미국 국내금리보다도 떨어지게 만들어 미국은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제위기와 위기여파로 인한 불안정성을 미국경제가 일정하게 커버하면서 세계적 위기폭발가능성을 흡수하고 있던 것이 점차 한계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관측자들은 미국경제가 딜렘마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자본주의의 상황은 70년대 후반이래 자본이 채택한 위기극복전략, 즉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자본주의의 과잉축적 경향으로 인한 위기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심화시킴으로써 파산에 직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경제 위기는 그러한 위기의 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위기를 김대중정권과 자본측은 위와 같이 벌써 세계적 차원에서 파탄난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여기에 한국경제 회생전망의 불투명함과 불확실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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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
1) 통계청이 발표한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산업활동동향'(7월 31일)에 의하면 6월중 산업생산은 자동차, 기계장비 등 투자관련 업종의 내수부진으로 전년동월비 -13.3% 감소했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내수부진에 따른 조업단축 등으로 66.5%의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6월중 국내기계수주도 전년동월비 43.6% 감소하여 설비투자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2) 전경련은 6월 14일 "주요 업종별 수출현황 및 전망"이라는 설문조사 보고서를 통해, 수출지원 부진의 원인을 동남아 등 주요 수입국의 수요 위축(43.9%). 수출단가하락(27.0%) 수출입 금융애로 등 금융경색(15.4%) 수입원자재수급차질 및 협력사로부터의 부품조달난(9.5%) 등으로 제시하고, 정책과제로 금리인하(27.7%), 수출입 금융지원 확대(18.0%) 금융시장 기능회복(11.1%) 수출입 금융시스템 정상화(6.6%)를 요구하였다. 그러면서 자본측은 수출부진, 화폐핍박을 핑계로 은행에 제출하여야 하는 재무구조개선안 마련을 늦추는 등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을 사보타지하고 있다. 은행 역시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해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강력히 집행하지 않았다.(한노정연 정세분석실, 격월간 노동동향, 1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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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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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9/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IMF 관리체제하의 한국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