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세미나_자동차업종노동운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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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9 09:50:46

토라

[자료]현자비정규직 투쟁(3)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한 현자비정규노조 7월 1일 독자파업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한 현자비정규노조 7월 1일 독자파업

울산 노동자 신문 양준석
(기고해주신 울산 노동자 신문에 감사드립니다. 미래연대)

7월 1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안기호)은 노조설립 이후 최초로 '비정규직 독자파업'을 시도했다. 물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 시절로부터 노조를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투쟁을 벌여 왔다. 각 업체별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이 수없이 있었고 일정한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대량 계약해지(정리해고)에 맞선 투쟁, 활동가 해고에 맞선 투쟁들을 겪으며 감격적인 승리와 쓰라린 패배가 교차하기도 했다. 열사투쟁을 비롯한 연대투쟁에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많은 구속자와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한 투쟁의 과정들 속에서 부분적으로 라인이 끊어지는 경험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계획과 준비 속에서 전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독자적인 파업투쟁을 시도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열기가 실제 파업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7월 1일 비정규직 독자파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전 공장을 통틀어 노조간부 및 활동가 50여명이 참여하는 선에서 그친 것이다. 어떤 사업부에서는 파업에 나선 노조간부들이 현장 안으로 진입하는 것조차 원하청 관리자들에게 가로막혔다. 현장순회가 이루어진 사업부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파업 대오로 이끌고 나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중파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간부파업 플러스 알파'의 수준에서 그쳐버린 '실패한 파업'이었다.
이보다 앞서 6월 24~25일, 양일간에 걸쳐 현자비정규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찬반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조합원 가입 의사 표시로 간주하기로 하고, 기존의 조합원만이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에게 권리가 부여되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대박'이었다. 2,25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2,105명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기는 실제 파업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현자비정규노조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현장 속에서 구축해 온 성과, 그러나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노조 설립 이후 현자비정규노조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자본이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노조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에 있듯이, 비정규직 노조 가운데서도 특히 사내하청 노조들은 이제까지 노조 설립 이후 얼마 못가서 무너지거나 현장 안에 근거를 상실당하면서 무력화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와 달리 현자비정규노조는 현장으로부터 밀려나지 않고 현장의 비정규직 대중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며 노조로서의 지도력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그렇게 현자비정규노조가 무력화되지 않고 1년여 동안 비정규직 대중 속에서 착실하게 뿌리를 내려온 결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2천명이 넘는 비정규직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자비정규노조가 일정한 성과를 축적해 오긴 했지만, 아직 그 한계는 뚜렷했다. 노조간부 및 활동가들의 숫자도 적고 그들의 활동력 수준도 많이 부족했다. 대중 속에 형성된 신뢰와 지도력 또한 아직 많은 한계가 있고, 조합원의 활성화 수준도 아직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여전히 노조 조직률은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바로 그러한 점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비정규직 독자파업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였다.

원하청 공동투쟁의 난조와 7월 1일 파업

한편 현자비정규노조가 7월 1일 독자파업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원하청 공동투쟁의 난조'라는 문제가 그 배경에 놓여 있다.
현자비정규노조는 '정규직 통상임금의 80% 쟁취' '불법파견 정규직화' '2·3차 동일적용' '노조인정' '해고자 복직' 등을 주요 요구로 내걸고 원하청 자본을 상대로 2004년 임단협 투쟁에 임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조가 그렇듯이, 현자비정규노조 또한 노조설립 이후 아직까지 원하청 자본을 상대로 단 하나의 단체협약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동안 업체별 노동조건 개선 투쟁이나 해고 저지 투쟁 등에서 많은 합의서가 도출되기도 했지만 노조로서 단체협약을 쟁취하지는 못했다.
노조의 힘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원청 자본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하청업체 사장들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며 실질적인 교섭을 회피해 오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현자비정규노조가 갖고 있는 힘의 한계가 아직 분명한 만큼, 2004년 임단투에서 정규직 현자노조와의 원하청 공동투쟁은 당위적 원칙을 넘어 대단히 중요한 현실적 과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이 점은 역으로 현자비정규노조의 투쟁 흐름에 다양한 혼선을 야기했다.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원하청 공동투쟁

원하청 공동투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파업)투쟁-공동타결"의 전체 흐름이 원하청 노동자 상호간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 속에서 물 흐르듯 전개되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4년 현대자동차에서 원하청 노동자들간의 공동투쟁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갔는가?.

원하청 공동투쟁의 첫 단계인 '공동요구의 정식화'부터 살펴보자.
현자노조는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도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 요구를 임협의 별도 요구안으로 가져가면서, '정규직 통상임금의 80%'라는 현자비정규노조와 동일한 요구를 정식화하였다.그러나 현자노조는 임금 외 현자비정규노조가 내건 단협 및 기타 요구들에 대해서는 자기요구로 정식화하지 않았다.

'공동교섭'의 문제를 보자.
현자비정규노조는 원하청자본을 한축으로 하고 원하청노조를 한축으로 하는 4자 교섭을 제안하였지만, 현자노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관련한 교섭은 임금에 대해서는 원청노사의 임협 구조 속에서 진행되는 반면, 단협 및 기타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섭틀이 열리지 않는 상태로 전개되었다.
현자비정규노조는 독자적으로 6월 중순까지 원하청자본을 상대로 9차에 걸친 교섭을 시도하였지만, 원청자본은 역시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비들의 폭력까지 동원하며) 거부하고, 하청자본은 교섭방식 등을 핑계삼아 거부하면서 단 한 차례도 교섭을 갖지 못했다.

'공동(파업)투쟁'은 어떻게 되었는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언제 할 것인지, 파업전술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등등 구체적인 투쟁전술과 관련하여 현자노조는 현자비정규노조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 "굵고 짧게" 끝낸다는 자기 기조에 따라 일방적으로 투쟁의 흐름을 배치해 나갔을 뿐이다. 현자노조의 투쟁계획 속에 현자비정규노조와의 공동투쟁이라는 문제의식은 거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공동타결'은 어땠을까?
앞서의 과정으로부터 공동타결의 가능성은 애초에 사라지고 없었다. 임금을 제외한 단협 및 기타 요구들을 홀로 떠맡은 현자비정규노조가 미처 교섭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자노조의 임협은 7월 1일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잠정합의 내용 가운데 사내하청 임금 문제가 포함되었지만, 애초 '정규직 통상임금의 80% 수준 쟁취'라는 요구안과 달리 '정규직 인상분의 80%'라는 전혀 엉뚱한 결과가 일방적으로 원청 노사에 의해 도출되었다. '2·3차 하청 동일 적용'도 일방적으로 포기되었다.
그러나 2004년 투쟁에서 현자노조에게 원하청 공동투쟁의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6월 14일 열린 현자노조 81차 임시대의원대회는 "현자비정규노조 조합원 확대를 전폭 지원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지난해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비정규노조 집단가입을 정규직노조가 지원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1년여의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늦게나마 대단히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6월 7일 비정규노조의 천막설치 투쟁에는 다수의 정규직 활동가들, 특히 상집 간부들까지 결합하여 경비들의 폭력에 맞서 함께 싸웠고 결국 천막을 설치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외에도 각 사업부별로 비정규노조의 현장활동에 정규직 현장활동가들이 적극 결합하고 지원한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부분적인 원하청 공동투쟁은 나름대로 의미있게 전개되었지만, 2004년 투쟁 전체를 꿰뚫는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파업)투쟁-공동타결 수준에서의 공동투쟁은 거의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7월 1일 파업돌입의 결정과 전개 과정

원하청 공동투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현자비정규노조는 불법파견 문제를 중심으로 상당한 정도의 관심과 동력을 비정규직 대중 속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지만,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은 현장을 압도했고 비정규직 대중의 관심도 일차적으로는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에 맞추어져 있었다.
5월 27일 현자비정규노조가 금속연맹과 함께 불법파견 집단진정을 제기한 이후, 불법파견 문제는 현장의 비정규직 대중 속에서 상당한 관심을 이끌어 냈다. 비정규노조는 독자적으로 불법파견 설명회를 업체별로 진행했는데, 대부분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대단히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그러나 불법파견 문제를 중심으로 현자비정규노조가 비정규직 대중 속에서 투쟁동력을 형성해 나가는 속도에 비해서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은 훨씬 빨리 전개되었다. 원하청 공동투쟁의 난조로 현자비정규노조는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에 사실상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었고, 현자노조의 쟁의행위 수순이 시작된 6월 중순에 이르렀을 때 현자비정규노조가 처한 딜레마는 극점으로 치달았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등 주요 요구를 위한 투쟁을 독자적으로 전개해야 하는 현자비정규노조가 독자적으로 형성해 가고 있던 대중동력은 아직 파업 등 본격적인 대중투쟁을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자비정규노조의 임금 요구가 포함된)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은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현자노조의 임투는 파업을 거쳐 조만간 타결로 나아갈 것인데, 현자비정규노조의 주요 요구들을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 안에서 그나마라도 쟁점화하기 위해서는 현자비정규노조 또한 적극적인 대중투쟁을 시도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 앞에서, 현자비정규노조는 내부의 상당한 논란을 거친 끝에 6월 19일 "6월 24~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25일부터 무기한 간부파업, 7월 1일 대중파업"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렇듯 7월 1일 대중파업의 실패 가능성은 애초 파업돌입 결정 자체로부터 상당하게 내재되어 있었다. '7월 1일 파업돌입'은 불법파견 문제를 중심으로 형성해 오고 있었던 대중동력이 아직 파업으로 나설 만큼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자비정규노조의 전반적인 역량을 고려할 때) 분명 '무리하게' 설정된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의 난조로 딜레마에 빠진 현자비정규노조가 그나마 현자노조의 임투 흐름 안에서 최대한의 적극성을 발휘해 보고자 했던 '과감한' 시도였다.
6월 24~25일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예상외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데에는 각 사업부마다 정규직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1년여 동안 현자비정규노조가 현장에 뿌리내리며 구축해 온 성과의 표현이고, 불법파견을 중심으로 형성해 온 대중동력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을 넘어 2천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찬반투표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정규직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직후에 정규직 활동가 다수의 적극적 지원 속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진행됨에 따라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돌입의 실제 부담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던점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쟁의행위 찬반투표 이후 7월 1일 파업 돌입까지 현자비정규노조의 파업 준비는 현자노조의 파업 일정에 의해 철저하게 방해(?)받았다. 6월 26~27일 주말 휴일을 지난 후, 28일 6시간 부분파업, 29~30일 전면파업의 일정이 진행되면서, 파업 돌입 이전 5일 동안 현자비정규노조의 간부 및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대중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은 단 2시간뿐이었다. (현자노조의 부분파업 시 하청업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퇴근시켰고, 전면파업 시에는 아예 출근을 시키지 않았다.)
7월 1일 오후 4시간 부분파업으로현자노조의 파업 수위가 조절되면서, 현자비정규노조는 겨우(?) 파업을 시도해 볼 시간을 얻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역량에 비해 무리한 계획이었던 데다가 준비기간을 공쳐버린 상태에서 파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현자비정규노조의 파업은 노조간부 및 활동가의 소수 파업으로 끝났다. 그리고 파업을 시도하는 현자비정규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이 관리자들에게 둘러싸여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던 그 시간에 현자노조는 사측과 잠정합의를 도출해 냈다.

한계와 난관을 돌파하며 앞으로 앞으로

현자노조의 임투가 마무리되면서, 현장의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불법파견 정규직화' '2·3차 동일적용' '노조 인정' '해고자 복직' 등 대부분의 주요 요구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현자비정규노조로서는 다시금 대중동력을 조직하여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자노조의 임투 마무리 이후에 독자적인 투쟁을 벌려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자비정규노조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투쟁을 만들어 나가려고 분투하고 있다. "비정규노조 집단가입 지원"이라는 현자노조 임시대의원대회 결의를 실천에 옮겨내기 위해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7월 1일 파업시도는 현자비정규노조가 현 시점에서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또한 원하청 공동투쟁에 임하는 현자노조의 긍정적 변화와 여전한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어쨌든 현자비정규노조는 지금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더욱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그 가능성은 분명 희망적이다. 현자비정규노조 활동가들의 모습 속에서 스스로가 가진 한계를 솔직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더욱 맹렬하게 활동해 나가려는 열정들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자료] '기금요구', 독인가 약인가 - 2004년 완성차노조 임단투 평가 -	토라	2004/08/19

[펌] '굵고 짧은 임투'는 누구를 버리고 갔는가

토라

200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