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세미나_자동차업종노동운동연구

14784

2004-08-19 10:22:17

토라

[연대와실천] 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2)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3월호.

<200403>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2)
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2)

이상호 / 독일 브레멘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

*<연대와실천> 2004년 1월호에 이 글의 앞부분(1)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독일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실체와 쟁점

  우리는 지난 호에서 독일노사관계의 역사와 기본체계를 자동차산업을 사례로 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독일노사관계의 체계일관성과 실천적 유연성을 노동시간의 조절과 고용안정문제와 관련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분석되고 있는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우 노동조합의 임단협정책이 지닌 연대성원리와 공동결정정책이 추구하는 노동형성전략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된 대표적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용자의 노동시간유연화와 고용압박에 대해 독일노동조합이 어떤 원칙 하에 어떻게 대응하였는가를 역사적 시기에 따라 추적하고 있는 이 글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전개하고 있는 노동시간단축과 고용안정투쟁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1) 금속산업에서 협약노동시간의 단축

가. 1960년대 주간 40노동시간의 도입과정

  2차대전이 끝나고 48년 통화개혁이 이루어지고 난 후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주간노동시간은 2차대전 전의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1950년부터 1956년까지 주간노동시간은 평균 47.5시간에서 48.9시간으로 증가하였다. 한편 전후 초기에 독일사회경제에 대한 근본적 재편성을 시도했던 노조의 노력이 무산되고 난 후, 노동시간은 임금문제와 함께 노동조합의 중심적인 요구사항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1955년 4월 독일노총 지도부가 주간 40노동시간의 도입을 요구하면서 본격화된다. 당시에 노조는 일일 노동8시간에 완전한 임금보전이 되는 주 5일 근무제를 요구안으로 제시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장기적인 노동은 노동자에게 신체적, 혹은 정신적 문제를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여가활동을 비롯한 올바른 가정생활을 해친다.
  즉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의미 외에, 자유시간을 노동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주 40시간 5일제 근무가 그전의 주당 48노동시간 보다 더 나은 경제적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노동시간의 단축은 노동자의 노동의욕을 고양시키고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조의 요구는 56년 노동절 구호가 "토요일은 아빠를 가정으로"라고 정해진 데서도 확인된다(Schneider 1984, 157쪽).

  이러한 노조의 요구에 대해 독일사용자연합(BDA)의 대표인 한스-콘스탄틴 파울센(Hans-Constantin Paulssen)은 원칙적으로 노동시간의 단축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시간의 단축이 생산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민총생산을 줄이게 되면, 국민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의 평균 기업가동률 보다 낮은 수준의 가동률을 초래할 수 있는 노동시간단축은 분명히 반대하지만, 생산축소와 제조단가인상을 초래하지 않는 개별기업차원에서의 노동시간변동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에 사용자연합은 노조와의 노동시간단축문제에 대한 논의를 일단 수용함으로써, 기존의 안정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생산성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인 노동시간단축을 시행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은 노동시간의 단축에 대해 건강보호나 여가시간의 중요성과 같은 점을 주로 강조한 반면, 사용자의 경우 노동시간단축이 초래할 수 있는 생산축소문제나 국민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주로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노동시간단축을 원칙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이유는 50년대 중반 이미 독일경제가 전후 경제부흥의 도약기에 서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물적 기초가 존재했다는 측면 외에, 노동쟁의의 발생은 안정적인 경제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용자들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55년 연방차원에서 이루어진 노조대표와 사용자대표간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협상은 결렬되었다.
  사용자측은 노동시간단축에 상응하는 임금인하와 생산성보전방안을 요구하였고, 노조는 생산성향상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제 하에 임금인하 없는 노동시간의 단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연방차원의 노사교섭은 결렬되고, 이 문제는 각 산업별 단체협상의 주제로 넘어가게 되었다(Schneider 1984, 160쪽).

  한편 주당 40노동시간에 대한 단체교섭은 금속산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56년 6월 11일 금속노조(IG Metall)와 금속사용자연합(Gesamtmetall)의 노사대표는 수 차례의 교섭을 통해 당해 10월 1일부터 독일 전역에서 임금보전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주당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5시간으로 줄이는 소위 "브레멘 합의(Bremer Abkommen)"에 이르게 된다. 당시에 협약임금상승률을 8%로 합의하는데, 여기에 임금보전을 위한 부분이 6.5%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1.5% 이었다. 브레멘 합의 2년 후 1958년 8월 28일 "소데너 합의(Sodener Abkommen)"를 통해 1959년 1월 1일부터 주당노동시간을 44시간으로 줄이게 된다. 그리고 1960년 7월 8일 "바터홈부르거 합의(Bad Homburger Ankommen)"를 통해 단계적으로 주당 40노동시간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이 합의문에는 전후 최대규모의 파업을 촉발시키게 되는 조항 또한 포함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노사 중 어느 한 쪽이 예정된 단축계획 3개월 전에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합의된 노동시간단축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서로 협의해야 하지만, 노사가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 기존의 단축안을 그대로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62년 10월 금속사용자연합은 이미 연말로 예정된 단체교섭에 앞서 임금인상률동결, 근로시간단축의 연기, 중앙교섭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연장, 조정위원회의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사대립의 결정적인 계기는 64년으로 예정된 2차 노동시간단축안을 연기하는 것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사용자연합의 입장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임금인상안부터 협상할 것을 사용자연합에 권유하면서 협상테이블로의 복귀를 계속 요구하였지만, 사용자연합은 이를 거부하였다. 4월 초반까지 노사간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게 되자, 금속노조는 바덴비텐베르크지역에서 조합원파업찬반투표를 4월 18일 실시하게 된다. 조합원들은 87%가 파업에 찬성하지만, 사용자연합은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경우 직장폐쇄를 단행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이러한 가운데 파업예정일이 일주일 이상 미루어지고, 그 사이에 노사간 대표자회의가 열리게 된다. 그 자리에서 금속노조가 임금인상률을 8%에서 6%로 줄이는 등의 양보안을 제시하지만, 사용자연합이 노동시간의 단축을 몇 년 후로 연기하자는 요구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4월 28일 노조조직률이 높고 자동차산업 관련 사업장들이 집중되어 있던 만하임과 슈투트가르트에서 파업이 시작되었다. 그 지역 총 1118개 사업장 중 145개 사업장 약 13만 명이 참가한 금속노조의 "중점파업(Schwerpunktstreik)"에 대해 4월 29일 그 지역 사용자연합은 1000명 이상 사업장 전체에 직장폐쇄(Aussperrung)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인해 5월 2일에는 420개 사업장 약 27만 명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 직장폐쇄의 엄청난 파급효과로 인해 연방경제부장관 루드비히 에어하르트가 직접 중재에 나서게 되고, 5월 7일 결국 임금인상률은 5%, 64년 4월 1일부터 2%가 더 추가되는 것에 노사가 합의하게 된다.
  그리고 노동시간의 2차 단축안은 예정대로 64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발휘하는 것에 합의하지만, 이후에 진행된 노사간 협의과정을 통해 노동시간의 단축에 대한 3차 계획은 연기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금속산업에서 주 40노동시간의 도입은 바트 홈부르거 합의안에 명기된 65년 7월에서 1년 6개월이 연기된 67년 1월 1일에야 비로소 실현된다(Schneider 1984, 165쪽).

나. 노동시간단축의 경제적 효과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부흥기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60년대까지 노조의 노동시간단축요구는 임금인상과 더불어 순조롭게 달성될 수 있었다. 또한 사용자의 주장과 달리, 당시의 노동시간의 단축은 노동생산성은 물론, 고용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58년 독일노총 경제사회과학연구소(WSI)의 조사에 따르면, 50년부터 57년까지 생산량은 104% 증가하고, 고용량은 42% 증가하였다. 노동시간의 단축정도는 7%인데 반해, 노동생산성의 증가는 55%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노동시간의 단축이 생산축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조직의 합리화와 노동자의 동기유발로 인해 생산성향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친사용자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뮌헨의 경제연구소(Ifo)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33% 이상이 주간노동시간의 단축 이후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하였고, 이에 부정적인 답변을 한 기업은 1.8%에 불과하였다. 또한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필요인력을 새로 고용한 경우가 35%이었고, 초과노동을 통해 필요노동량을 보충한 경우가 24%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노동시간단축 이후 나타난 생산성증가를 노동자의 생산성향상노력에 의한 효과이기보다는 기업의 합리화투자효과로 해석하였다. 실제로 경기변동, 노동시간과 생산성과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노동시간단축의 고용효과를 확인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또한 사용자가 주장하듯이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노동력부족현상이 초래되었다는 주장은 60년대 이미 이주노동자의 유입과 여성취업률의 증가가 본격화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7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필요인력을 줄이는 경영합리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고, 이는 당시에 서서히 표면화되는 실업률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노동시간의 단축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에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다. 70년대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노사간 대립

  60년대 중반 금속산업을 필두로 시작된 주간 40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투쟁은 70년대에 독일경제의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당시에 여전히 노동시간단축은 계속적으로 노조의 중요한 목표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보다 공동결정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노사간 대립, 그리고 기업의 경영합리화에 대한 대안으로서 노동의 인간화가 금속노조의 입장에서 볼 때, 더 중요한 이슈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금속노조는 노동시간문제를 단순히 노동시간의 절대치의 축소라는 측면으로 협소화 하지 않고, 노동생활의 인간화, 그리고 고용안정을 위한 핵심적인 전제조건으로 그 위상을 규정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70년대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는 먼저 장시간노동과 불안정한 노동생활을 극복하고, 노동의 인간화를 생산현장에서 실현한다는 목표에 맞추어지게 된다.
  다른 한편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사양산업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70년대 중반이 되면서 노동시간단축문제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다. 특히 당시에 구조적 불황에 빠져있던 탄광 및 철강산업에서 금속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한 대안으로서 연간 휴가일 6주와 주간 35근로시간의 도입을 강력하게 제기한다. 이러한 노동시간단축안은 1977년 9월 뒤셀도르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80년 베를린 노조총회에서 공식화된다. 하지만 주간 40노동시간의 도입 때와 달리 사용자연합은 노조의 주간 35노동시간에 대한 도입요구를 즉각적으로 거부한다. 그들은 주간 35노동시간의 도입은 기업이 감내하기 힘든 비용부담을 안게 만들고, 독일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더 나아가 실업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1976년부터 1982년까지 평균 실업률이 이미 4.9%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주장처럼 노동시간단축이 고용창출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2.4%에 머물러 있던 경제성장률은 사용자로 하여금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노사간 대립은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겪고 나서야 합의에 이르게 된다(Schneider 1984, 177쪽).

2) 노동시간에 대한 금속산업의 단체협약

가. 협약의 내용과 쟁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간 35노동시간의 도입을 위한 금속노조의 노력은 탄광 및 철강부문을 예외로 한다면, 1984년 단체협약을 통해서 비로소 그 결실을 보게 된다. 당시에 금속산업의 노사는 1985년 4월 1일부터 기존의 주간 40노동시간에서 1.5시간을 단축한 38.5시간을 협약화한다. 협약화된 주간노동시간은 1987년 37.5시간으로, 그리고 1989년에는 3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더 나아가 1990년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1992년에 36시간, 1995년부터는 35시간을 협약주간노동시간으로 규정할 것을 합의한다. 이러한 주간 35노동시간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물론 구동독지역 금속사업장의 경우 아직도 주당 38노동시간의 적용을 받고, 폭스바겐(주당 28.8노동시간)을 비롯한 몇 몇 사업장의 경우 특별단체협약으로 예외적인 적용을 받고 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협약노동시간의 단계적 축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80년대 이후 독일금속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고용위기에 대한 노사간의 대안모색과 관련되어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노동시간의 단축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일정정도 수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90년 노동시간에 대한 단체협약은 협약주간노동시간을 36시간으로 확정하고 6%라는 높은 임금인상률을 사용자가 수용하는 대신에, 각 사업장에서 생산직의 13%, 사무직의 18%까지 주당 40노동시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조가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창출효과와 노동자들의 소득보전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 초과노동에 대한 보전을 금전적 보상과 자유시간으로의 대체를 혼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주당 36노동시간을 초과하는 2시간에 대해서는 금전으로 소득보전을 허용하지만, 그 이후 2시간에 대해서는 자유시간으로 대체함으로써, 개별사업장에서 노동자간 초과노동에 대한 경쟁 및 반목을 사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한편 단체협약을 통해 주간노동시간의 길이와 변동폭, 조절기간과 유연화조항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을 정하고 있지만, 기업 내 구체적인 적용방식은 단위기업의 사업장평의회와 사용자간의 교섭사항이 된다. 물론 사업장 내 노동시간의 편성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노사간 공동결정사항으로 의무화되어 있다(Hamanda 1999, 194쪽).

  한편 이러한 주간노동시간의 단축과정에서 쟁점이 된 내용은 과연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이 실질적인 고용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에 모아졌다. 금속사용자연합은 그 효과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임금보전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노동시간의 단축은 비용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즉 노동비용의 증가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격감시킬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생산설비의 가동률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이는 결국 고정자본의 단위비용을 상승시키게 된다. 이러한 비용요인으로 인해서 조업은 단축되고 이는 다시 필요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게 만든다.
  이와 달리 노동시간의 단축정도가 생산성 증가분을 초과하지 않고, 단위임금비용을 증가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진다면, 노동시간의 단축조치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노동조합은 주장하였다. 또한 노동시간과 가동시간을 분리시키면 한계자본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자본집약적인 사업영역에서 가동시간의 연장을 부분적으로 노동조합이 수용하게 된다. 즉 생산성의 향상을 전제로 한 노동시간의 단축이 구매력으로 대표되는 총수요측면에서의 긍정적인 고용효과를 동반시킬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에 대응하는 기업의 노동력관리방식에 있었다. 만일 기업이 필요노동량을 초과노동으로 보충한다거나, 합리화조치를 통해 필요노동력을 줄이게 되는 경우 노동시간의 단축이 실질적인 고용증가에 기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Z hlke-Robinet 1997, 27쪽).

나. 협약에 대한 분석과 평가

  프롬베르크와 트린체크(Promberger & Trinczek, 1993, 107쪽)에 따르면, 금속산업의 경우 1985년 주간 38.5노동시간의 협약화 이후 예상되던 노동시간의 유연화, 특히 개별노동시간의 탄력적 적용사례가 15%에 머물러 있고, 4%의 금속산업 노동자만이 정규노동시간에 대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985년의 주당 38.5노동시간의 협약화에 대해 기업들은 8시간의 정규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노동자개인의 휴일을 늘리는 방식으로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상황에 대응했다.
  하지만 1988년의 주 37.5노동시간제의 도입과 동시에 이러한 대응양상은 변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일일노동시간을 줄이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협약에 보장된 2개월 내지 6개월의 조절기간(Ausgleichzeitraum)을 이용하여 개별적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용사례가 늘어간다. 하지만 기업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이러한 유연화규정은 당시에도 여전히 예외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주간노동시간의 단축과 교환된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가 금속사업장에 급격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노동조합의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1990년 체결된 노동시간에 대한 새로운 협약이 기업에 적용되는 과정을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Promberger & Trinczek 1993, 113쪽).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사업장의 약 절반 이상에서 노사간에 합의된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가 실질적으로 적용된 노동자들의 비중은 약 7%에서 18%에 불과하다.
  특히 금속산업의 경우 노동시간의 유연화규정이 적용된 비중은 전체노동자의 7.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1985년부터 1991년까지 많은 기업들은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즉 80년대 말까지 노동시간의 조절에 있어 유연화와 차별화를 확산할 수 있는 협약조항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 노동시간의 실제적인 편성에는 그렇게 큰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았다(Promberger & Trinczek 1993, 128).

3) 90년대 독일자동차산업에서 노동시간의 조절메카니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자의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요구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이 추구한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90년대 들어 노동시간에 대한 새로운 조절기제들을 형성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특히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우 80년대 후반 이후 쟁점화되었던 고용안정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노사간 타협의 산물로 노동시간의 새로운 조절메카니즘이 다른 어떤 산업 보다 먼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하에서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유연화라는 상반되는 이해관계 속에서 노사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갔는지를 독일완성차업체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가. 노동시간과 가동시간의 분리

  1980년대 독일자동차산업에서 진행된 노동시간의 점진적인 축소는 기업으로 하여금 협약노동시간으로부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동시간체계를 모색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가동시간의 확장노력은 일차적으로 주간노동시간의 단축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공된 노동시간의 유연화조항에 의해서 어느 정도 그 실현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서 새로운 노동시간의 편성요구가 요구되고 있었다.
  첫째, 자동차산업의 체계적인 합리화를 위해서는 노동시간과 가동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리전략이 필요하였다. 특히 자동차산업과 같은 연관생산체계에서는 개별사업장의 가동시간과 노동시간의 변화가 부품조달망, 그리고 기업망을 통해서 연관된 다른 사업장으로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간조절메카니즘은 보다 통합적인 측면에서 구성되어야 했다. 또한 적기생산을 비롯한 새로운 조달방식의 발전은 개별기업들로 하여금 생산설비의 유연한 가동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노동시간제도를 요구하였다.
  둘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이해와 요구가 다양화하고 이질화되고 있었다. 기존의 정규노동시간방식, 즉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3-4시에 퇴근하는 방식에 조응하지 못하는 노동자계층들이 증가하고 있었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증가, 직업훈련 및 숙련재교육의 필요, 개별생활조건의 차별화, 야간 및 주말근무에 대한 거부감 등과 관련되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간의 결정과 편성에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법제도적 규정력과 노사간의 세력관계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었다. 원론적으로 초기업적인 차원의 법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 보편적 적용력을 지니고 있는가가 기업 내 노동시간의 조절기제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기업단위에서 노동자의 이해대변조직이 어느 정도 현장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가도 노동시간의 유연화정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의 새로운 편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사간 이해조정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주권의식"이 어느 정도인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Bosch & Lehndorff 1993, 39쪽).

  일반적으로 개별기업에서 가동시간의 연장은 연장근무, 추가적인 야간 및 주말근무, 교대제의 변형, 전일근무와 파트타임의 조합, 탄력적 근무시간, 휴식시간의 조절 등과 병행되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경기호황에 따른 급격한 수요증가, 생산의 지구화로 인해 가열되고 있는 비용절감압력은 기업의 가동시간연장을 추동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동시간의 연장조치들은 설비이용시간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합리화조치들(생산의 표준화, 유연적 생산기술, 숙련향상, 간접부서의 외주화, 설비재배치시간의 축소 등)과 결합되어 생산단위비용과 자본설비의 고정비용을 경감시키고, 추가적인 노동비용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동시에 발휘한다. 하지만 연장근무수당이나 부대비용의 증가에 따른 한계노동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다변화된 시장요구에 따라 요구되는 생산유연성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가동시간의 연장이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가동시간의 연장은 오히려 비경제적이다.
  그래서 기업이 가동시간의 연장유무를 결정하는데 기준으로 삼는 것은 바로 비용측면에서 발생하는 이중효과의 상대적 크기이다. 즉 일반적으로 가동시간의 연장은 고정자본의 단위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한편으로 가동시간의 연장이 바로 초과노동을 통한 연장근무로 이어진다면 이는 단위노동비용의 증가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반되는 비용효과에 기초해 볼 때, 대표적인 자본집중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경우 노동비용의 증가요인을 줄일 수 있다면, 가동시간의 연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자본합리적이다. 하지만 노동집약적인 조립라인의 경우 프레스부문과 달리 단위노동비용의 증가가 연장가동을 통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기업입장에서 보더라도 가동률의 연장에 대한 유인이 약화된다(Bosch & Lehndorff 1993, 48쪽).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은 경기변동에 따른 가동률의 조절가능성을 일단 기업측에 열어주고, 노동시간의 축소, 실질임금의 보전, 일자리의 공유, 노동시간의 결정력 등을 보장하는 근무형태와 노동시간제도를 구성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나. 교대제근무와 주말근무

  독일자동차산업에서 교대제근무형태의 변화는 87년에서부터 92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Bosch & Lehndorff 1993, 57쪽 이하). 먼저 대부분의 완성차조립공장에서 주간 2교대제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90년 당시에 벤츠의 진델핑엔(Sindelfingen)공장,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Wolfsburg)공장, 포드의 쾰른(K ln)공장, 오펠의 러셀스하임(R sselsheim)공장이 2교대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2교대제를 유지하면서 생산의 유연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노동시간체계상의 변화가 발생한다.
  단체협약 상의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제약된 가동시간의 축소를 보완하기 위해서 완성차업체들은 일간노동시간(8시간)의 직접적인 축소보다는 협약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시간을 휴일이나 휴가를 통해 보전해주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협약노동시간을 지키면서 목표생산량에 필요한 가동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토요일 오전특근과 자유의사에 따른 비번제가 주로 채택되는데, 이는 남성노동자에게 특근수당을 통한 임금보전이라는 이점을 주는 동시에, 여성노동자의 경우 특히 자유시간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2교대제는 자동차산업의 생산과정, 즉 자동차의 생산 및 조립과정상 요구되는 기술적 제약조건에 조응하는 교대제형태였다. 오래된 조립공장의 대부분에 적용되고 있는 이러한 2교대제는 당시의 생산과정의 특성에도 맞았고,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 수용력도 컸다. 하지만 2교대제근무형태는 이미 80년대 말부터 노동시간의 단축이라는 조건 하에 필요가동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둘째, 80년대 후반부터 3교대제의 도입이 완성차업체 각 사업장별로 편차를 보이면서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 볼 때, 야간근무를 필연적으로 포함하는 3교대제의 도입에 대해 노동자들의 저항은 상당히 컸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생산유연성의 향상 및 비용경쟁력의 확보라는 취지에 맞추어 3교대제의 도입이 확산된다. 90년대 구 동독지역에 새워진 신생공장들(Opel Eisenach, VW Sachsen)은 설립될 때부터 3교대제근무형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각 완성차업체들(Audi, Opel, VW, Ford)에서 신차나 신모델의 생산라인에서도 3교대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증가한다.
  경영자들은 생산능력의 제약이라는 조건 하에서 신 모델에 대한 주문량의 증가에 조응하기 위해서는 가동률의 증가 외에 대안이 없다는 논리로 노동자들을 설득한다. 특히 3교대제는 각 사업장에서 자본집중도가 크고 자동화정도가 높은 프레스나 차체사업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90년대 중반 이후 주당 협약노동시간의 축소에 따라 개인 당 일일근무시간이 8시간 이하로 줄어들면서 1시간 정도의 연장근무를 정상적인 근무형태로 상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즉 초과노동이 가동시간의 연장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연장근무는 주당 협약노동시간이 35시간으로 줄어들면서 3조 2교대나 4조 3교대형태와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한편 노동시간의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사간의 쟁점 중에 흥미로운 것은 주말근무에 대한 것이다. 특히 주간 35노동시간에 3조 2교대제가 시행되는 경우 토요일오전근무가 정상근무시간으로 포함되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그 전에도 토요일 특근형태로 오전근무가 존재했지만, 현재의 주말근무가 기존의 토요일특근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내용은 바로 근무형태의 조절방식에 있다.
  일반적으로 주말근무의 결정은 단체교섭사항이 아니라, 기업 내 노사간 기업협정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주말근무 그 자체가 예전에도 그리 드물지 않았던 토요일특근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직접생산부서에서 주말근무는 예전에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했고, 특근수당이 의무적으로 부가되었다. 즉 토요일근무자의 배치와 선정을 사업장평의회가 협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약으로 연장근무수당이나 특근수당을 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토요일근무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자동차산업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말근무는 생산부서는 물론, 교대제의 변화와 결합되어 정규적인 근무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사무직의 경우 바로 이러한 주말근무가 불규칙하게 배치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근무는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사항인 동시에, 수당률은 단체협약의 한 형태인 기본협약을 통해 정하고 있다. 폭스바겐에 적용되는 기본협약에 의하면, 2002년 현재 토요일근무의 경우 30%의 수당률이 적용되고, 일요일의 경우 50%, 그리고 국경일의 경우 100%이 지급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협약노동시간의 축소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가동시간의 연장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이는 특히 교대제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즉 협약상 주간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변화할 때, 그리고 다시 35시간으로 줄어들 때 교대제근무형태의 변화가 뚜렷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주간 협약노동시간의 단축만이 직접적으로 교대제의 변화를 추동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적으로 교대제의 변화를 통해 가동시간을 연장시키고자하는 사용자의 노력이 노동시간의 단축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사간 교섭과정에서 관철된 측면이 강하다.

다. 초과노동과 연장근무

  초과노동은 실제노동시간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출케로비넷(Z hlke-Robinet 1997, 76쪽)에 따르면, 초과노동은 기업입장에서 볼 때 시장수요와 주문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동시에, 추가적인 고용 없이 필요노동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칫 기업이 초과노동을 과도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 노동시간법(Arbeitszeitgesetz)에 의해 초과노동을 제한하고 있다. 1994년도 개정된 노동시간법에 따르면, 주당 6일, 일일 8시간으로 계산된 주당 48시간을 정규노동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 일일 2시간, 일년 30일까지 초과노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6개월 동안의 평균치가 주당 48시간을 넘지 않는 조건 하에 이러한 정규근로시간은 하루 10시간까지 허용된다. 즉 예외적이긴 하지만 주당 최대 60시간까지 정규노동시간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법적 규정력의 약화는 노동시간에 대한 노사간 단체협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속산업의 경우 97년 현재 협약으로 주당 최대 10시간 초과노동을 할 수 있고, 일일 최대 10시간노동에 주당 총노동시간이 47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달 기준으로 16시간을 넘어서는 초과노동분은 수당지급이 금지되고 자유시간으로 대체되도록 단체협약이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초과노동이 자유시간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초과노동에 대한 유인이 약해지고, 이는 다시 필요인력을 신규채용하도록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독일자동차산업에서 초과노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렌도르프와 하이페트(Lehndorff & Haipeter 2002, 36쪽)에 따르면, 폭스바겐을 제외하고 다른 완성차업체들에서 수당이 지급되는 초과노동량은 전체산업의 평균치(연간 63시간)보다 더 적다. 아우디 네카줄름(Neckarsulm)공장은 46시간, 베엠베 뮌헨 (M nchen)공장의 경우 18시간, 다임러-크라이슬러 라스타트(Rasttat)공장은 12시간, 오펠 러셀스하임(R sselsheim)공장은 약 30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낮은 수치는 자동차산업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발전한 노동시간계좌제도의 영향으로 자유시간으로 대체되는 초과노동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과노동에 대한 보상을 금전적으로 하는가, 아니면 자유시간으로 대체시키는 가는 기업의 경영전략과 사업장평의회의 노동시간정책에 따라 사업장 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폭스바겐의 사례를 통해 초과노동에 대한 협약규정과 수당률을 알아보자. 폭스바겐의 정규노동시간은 단체협약을 통해 주당 28.8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연 생산계획 및 근무시간계획에 따라 이러한 정규노동시간을 기업 내 노사가 기업협정을 통해 일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물론 단체협약으로 일일 8시간, 주당 38.8시간 이상은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고용안정에 대한 단체협약을 통해 초과노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년 내에 자유시간으로 상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주당 35노동시간을 넘어서는 초과노동분에 대해서만 30%의 수당이 지급된다. 또한 주당 10시간 이상, 한 달에 20시간 이상의 초과노동은 금지하고 있다. 1999년 노동시간에 대한 기업협정에 따르면, 생산물량의 변동에 따라 초과노동이 필요한 경우 사업장평의회의 동의에 의해서 시행가능하며, 이러한 노동시간조정계획이 개별노동자에게 늦어도 1주일 전에 공지되어야 한다.

라. 탄력적 근무시간과 노동시간계좌제도

  독일자동차산업의 노동시간체계에서 중요한 조절기제로 기능하는 또 하나의 제도는 바로 탄력적 근무시간과 관련되어 운영되는 노동시간계좌(Arbeitszeitkonto)이다.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시간의 시작과 끝을 기업 내 노사가 결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협약내용은 기업 내 탄력적 근무시간제도와 노동시간계좌제도를 도입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러한 탄력적 근무시간제도는 개인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시간주권(Zeitsourv nit t)"를 강화하는 측면이 존재하는 반면, 협약화된 정규노동시간이 기업 내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통해 오용될 소지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장평의회는 자신에게 부여된 기업기본법 87조 규정에 따라 탄력적 노동시간의 도입, 형성 및 조정에 대해 공동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렌도르프와 하이페터(Lehndorff & Haipeter 2002, 39쪽)의 조사에 따르면, 아우디  네카줄름공장의 경우 각 노동자 평균노동시간계좌의 잔액이 20시간에 불과하고, 베엠베 뮌헨공장의 경우 이 보다 훨씬 많은 99시간이다. 두 완성차업체 간의 이러한 차이는 아우디의 경우 시간잔액의 상쇄기간이 짧고 잔액의 상한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아우디와 베엠베와 달리, 오펠 러셀스하임공장의 경우 현재 노동시간계좌의 잔고가 음(26시간)이다. 즉 매출부진과 생산단축 때문에 노동자들은 현재 일을 하지 않지만, 향후에 경기가 회복될 경우 무보수로 계좌잔고 만큼의 노동시간을 일해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연구개발부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평균 일인당 53시간이 잔액으로 적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740명의 사무직들은 100시간이라는 잔액상한선을 넘어섰다. 결국 부족한 시간과 자원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고급기술분야라는 특성과 경영상의 위기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인력보충을 기피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결합되어 기존 연구개발인력들의 업무를 과부하시키고 있다.
  노동시간계좌의 잔액누락을 피하기 위해서 현재 독일완성차업체들은 초과된 노동시간잔액을 연장근무와 마찬가지로 바로 수당으로 보상하거나, 신호등규칙을 만들어 노동자에게 미리 계좌잔액관리를 하도록 만든다. 혹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우처럼 잔액적립기간을 확대하여 노동시간의 연장을 일시적으로 용인한다. 잔액적립기간의 연장은 사업장평의회로 하여금 생산능력의 조절과정에 개입할 개연성을 만들고, 누적된 계좌잔액을 조기퇴직제도와 연결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Lehndorff & Haipeter 2002, 43쪽).

  이와 같이 독일자동차산업은 그 발전과정에서 지속적인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노동시간의 조절기제들을 개발해왔다.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나눈다는 사회적 연대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양보한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들이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노동자의 공동결정권을 통해 일정정도 상쇄시킬 수 있었다. 흔히 노동시간의 주권강화라는 모토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 내 노동시간의 조절과정에서 폭넓게 개입할 수 있는 권리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독일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에게 존재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가동시간의 연장과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었다. 그 외에 노동시간의 다양한 조절기제들에 대한 노사간 합의와 추진은 단위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다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현재 독일완성차업체에서 실현되고 있는 노동시간의 조절을 위한 조절기제들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표 11> 독일완성차업체의 노동시간조절기제(1998년 조립공정 기준)
출전: Steffen Lehndorff, 2001, 표 종합

4) 고용보장을 위한 노동시간의 단축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은 일자리나누기를 통해 고용안정을 이룬 성공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의 사례는 기업의 비용경쟁력을 급격한 인력감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시간단축과 이에 조응하는 노동시간의 조절기제를 통해 회복가능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절에서는 폭스바겐에 도입된 주 4일 28.8 노동시간제도의 내용과 그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가. 노동시간단축모델의 내용 및 경과

  당시 세계 4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던 폭스바겐은 90년대 초반부터 세계자동차산업의 경기불황으로 인한 급격한 매출감소를 대비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일본완성차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폭스바겐은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계획하게 되는데, 92년 가을 현재 12만 명의 인원을 94년 초반까지 10만 명으로 줄이는 동시에, 경기불황의 지속을 예견한 상태에서 95년 말까지 추가적으로 약 3만 명의 인력을 더 감축하는 내용이었다(Hasse & Kuhn 1995, 265쪽).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러한 인력감축계획안을 포기하고, 국제경쟁력의 회복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한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즉 노동자는 노동시간단축정도에 해당하는 임금보전을 일정한 기간동안 포기하고, 사용자는 고용보장 및 숙련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노동시간모델의 구체적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방안으로 구성된다. 먼저 폭스바겐 산하 사업장의 종사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주 4일제근무이다(Promberger 1996, 42쪽). 당시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 대량해고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해고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되어야 하는 "사회적 계획(Sozialplan)"의 비용부담을 정부에 전가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단축노동을 통한 고용조정방식은 일시적으로 고용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고용안정책이라고 볼 수 없었다.
  결국 유일한 대안으로 임금보전이 완전하게 되지 않는 노동시간의 단축안이 제시된다. 일단 노사간에 임금보전이 부분적으로 가능한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소득손실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고용을 안정화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게 된다. 2주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후에 합의된 내용은 주당노동시간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20%를 줄이는 대신, 일정한 소득감소를 노동자가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노동자개인의 연 총소득은 축소되지만, 월소득은 그대로 유지시키는 방안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휴가비와 연말특별상여금에 해당하는 기업비용을 노동자 개인의 월임금소득으로 재분배하고, 향후 협약임금의 인상분을 몇 년동안 소급적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득보전방식을 통해 폭스바겐은 연간 16억 마르크의 인건비를 절감하게 되고, 노동자들은 연간 약 11 내지 12%의 소득감소만을 감내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일괄적인 주 28.8 시간으로의 노동시간단축 외에, 각 사업장의 상황을 고려한 추가적인 주간노동시간의 유연화모델들이 뒤따르게 된다. 이 때 각 모델들의 선택기준으로 가동시간, 주문량 및 예상판매량 등이 고려된다.

  둘째, 위에서 살펴 본 노동시간단축모델 외에, 소위 "블록시간(Blockzeit)"이라고 불리는 3개월에서 6개월에 걸친 직업재교육조치가 인건비의 절감과 전환배치를 위해서 실시되었다(Promberger 1996, 47쪽). 정부의 지원 하에 추진된 이 조치는 주로 미혼인 청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안정책이었다. 미혼노동자들이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훈련기간 중 소득감소나 직무이동에 대한 위협이 가족을 가진 기혼노동자에게는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업재교육은 지역노동청의 재정적인 지원 하에 독자적인 훈련회사(VW-Coachinggesellschaft)가 담당하였다. 이러한 직업훈련회사는 폭스바겐 소속의 노동자의 숙련향상과 재교육 외에, 그 지역의 고용안정을 위한 노동자교육훈련기능을 동시에 수행하였다.

  셋째, 흔히 "다단계모델(Staffetes Zeitmodell)"이라고 불리는 생애노동시간의 조절방식이다(Promberger 1996, 45쪽). 청년노동자의 노동시간은 근속년수가 늘어나면서 증가하고, 고령노동자의 경우 퇴직기간에 맞추어 노동시간이 차츰 줄어들게 함으로써, 노동시간의 단축에 따른 충격을 연령에 맞게 최소화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전통적으로 견습공을 3년 반이라는 견습기간이 지나면 주당 36시간이라는 전일제고용으로 전원 채용시키던 관례를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계단식모델에 따르면, 초기 2년 동안 주당 20시간, 그 이후 18개월은 24시간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줄어든 노동시간에 상응하는 소득감소를 견습공은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견습기간을 거친 후 주당 28.8 시간 노동시간을 적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단계적인 노동시간조절방식은 고령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었다. 56세까지 주당 28.8 시간, 59세까지는 주당 24시간 일을 하고, 62세 정년이 될 때까지 20 시간 일을 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이러한 주당노동시간의 축소방식 외에, 주당노동시간 28.8시간을 유지한 상태에서 56세에서 59세까지 연간 10개월, 60세에서 62세까지 연간 8.3개월만 일하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계단식모델은 고령노동자의 건강, 가정 및 노후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청년노동자에게 그 일자리를 뒤이어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자 "세대간 연대"라는 새로운 모범을 제시해주었다(Hasse & Kuhn 1995, 283쪽).

  이와 같이 폭스바겐의 주 28.8시간 모델은 생산성향상을 전제로 한 비용중립적 노동시간단축모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중립적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보전을 완전히 하지 않는 효과, 전체노동시간을 여러 노동자에게 나누면서 추가적 노동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효과, 노동시간의 유연화와 가동시간의 연장을 통한 노동비용상쇄효과 등을 동시에 달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와 폭스바겐 사업장평의회는 대량실업사태를 막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해 유발되는 노동자의 불이익을 "노동시간의 주권"과 "참여적 형성전략"을 통해 최소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게 된다. 당시에 주 4일제, 28.8시간노동제의 실시에 대해서는 노사가 빠른 합의를 하지만, 임금감소와 초과노동수당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다. 하지만 사용자측이 소득손실분에 대한 일정한 보상을 약속함으로써 2주일간의 교섭은 마무리된다.

나. 폭스바겐모델에 대한 평가와 영향

  이러한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은 노사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진의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노동시간단축모델을 통해서 기업의 부담을 노사가 공히 나누게 되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실현시킨 모범적인 사례였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그 이후 몇 차례의 단기적 경기침체에 폭스바겐이 능동적으로 고용문제를 대처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 이러한 평가는 사업장평의회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그들은 93년 말 체결된 고용안정협약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병행된 소득감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회복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영측의 요구로 수용된 다양한 형태의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들이 초래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악화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공동결정권을 통해 저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프롬베르크(Promberger 1997, 37쪽 이하)의 실증조사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에 대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업가능성, 노동자의 개별특성, 대안적 노동시간모델의 내용, 임금보전의 형태에 따라 그 만족도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노동자 개인이 노동시간의 결정에 있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지게 되는지, 줄어든 노동시간에 상응하는 노동강도의 강화가 어느 정도인지, 평균소득의 변동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그 만족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Z hlke-Robinet 1997, 90쪽). 한편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이 다른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 지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로 먼저 폭스바겐의 경우 다른 기업 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부분적인 임금감소에 대해 수용이 가능했다.
  또한 폭스바겐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숙련공이기 때문에, 고용조정에 있어 질적이고 기능적 유연화가 가능했지만, 다른 기업들의 경우 이 보다는 수량적 고용조정을 기업이 선호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경우 기업위기상황이 예상과 달리,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었기 때문에, 노동시간단축모델이 유지가능했다. 장기적인 구조적 불황에 빠지게 되는 경우 이러한 해결책이 시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존재한다(조돈문 1999, 192쪽). 한편 위에서 살펴 본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은 90년대 금속산업전체에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고용보장이라는 새로운 단체협약을 일반화시키게 만든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표와 같다.

<표> 고용안정을 위한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단체협약
출전: Promberger 1996, 162쪽과 Z hlke-Robinet 1997, 91쪽

  이와 같이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은 경기불황이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대량해고가 아닌 노사간 고통분담에 의한 혁신적인 일자리나누기모델로 극복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폭스바겐의 "주4일제근무모델"은 기업의 책임주체로서 노사가 공히 위험과 부담을 나눔으로써, 비용절감과 고용안정이라는 두 가지 기업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5) 고용안정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과 타협

  폭스바겐의 노동시간단축모델에서도 확인되듯이 이미 오래 전부터 노동자의 고용안정문제는 노동조합의 정책목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아래에서는 고용안정문제를 둘러싼 독일완성차업체의 노사간 쟁점과 이에 대한 타협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가. 폭스바겐의 생산거점이전과 노동조합의 대응전략

  폭스바겐은 이미 80년대에 생산지향적인 다국적기업으로서 생산거점의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국제화전략을 채택하고 있었다. 한편 이러한 생산국제화전략은 소형차를 중심으로 하는 판매전략 때문에 여전히 대량생산체계와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비용을 절감시키는데 그 중심이 놓여 있었다.
  한편 이러한 폭스바겐의 생산국제화전략은 독일 국내의 생산거점에서 생산합리화조치로 구체화되었다.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폭스바겐의 사업장평의회는 이러한 기업의 합리화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식으로 공동결정제도의 활용을 통한 소위 "노동형성전략"을 채택하고 있었다(Haipeter 2000, 201쪽).
  하지만 생산현장에서 공동결정권의 강화라는 노동형성전략만으로 생산거점의 이전에 대응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의 사업장평의회는 생산거점간 경쟁이 파생시키는 각 국 노동자들의 경쟁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적 대안으로 유럽사업장평의회(Europ ischer Konzernbetriebsrat)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의 국제화는 비용절감을 위주로 한 폭스바겐의 생산국제화로부터 독일 내 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의 안정을 보장받기 위한 독일노동조합의 대안이었다(Haipeter 2000, 258쪽). 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 생산거점간 경쟁문제가 노사간 갈등으로 전화되는 계기는 소형차 폴로(Polo)의 일부 생산을 스페인 제아트(SEAT)공장으로 옮기려는 경영측의 시도였다. 당시에 독일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한 모델을 다른 유럽의 생산거점에서 제조한다는 것은 폭스바겐의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스페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생산거점의 이전은 비용절감을 위한 내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폭스바겐의 사업장평의회는 초기에 생산 및 고용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수동적인 대응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장평의회의 방어적인 대응은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이미 폭스바겐의 사업장평의회는 물론, 일반노동자들도 이러한 수동적인 대응으로 생산거점의 안정적 유지가 불가능하고, 경기변동에 따라 언젠가는 고용위기로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해대변조직의 국제화가 노동형성전략과 함께, 고용안정을 위한 혁신적인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즉 생산거점간 경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 폭스바겐 노동자의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선택하게 되었다(Haipeter 2000, 260쪽).
  생산물량을 둘러싼 경쟁이 독일과 스페인의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촉발시키게 되자, 폭스바겐의 총사업장평의회는 생산거점과 고용안정을 위한 원칙으로서 "연대적인 고용균형확보"를 채택하게 된다(Mertens 1994, 164쪽). 이 원칙은 기존의 독일 생산거점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능력, 고용량, 그리고 개발능력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생산증가분을 양국 생산거점간에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물론 이러한 생산거점간 경쟁을 막기 위한 기본원칙에는 판매량의 부진으로 인해 생산축소가 필요한 경우 각 생산거점들이 부담과 위험을 적절하게 나누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다행히 80년대 후반 소형차시장의 경기호황은 사업장평의회의 이러한 연대원칙을 성공적으로 받쳐주는 시장조건으로 작용하였다(Haipeter 2000, 262쪽).
이러한 성공적인 연대경험은 88년에 들어서면서 폭스바겐 산하 사업장에 존재하는 노동자이해대변의 국제적 협력을 위한 조직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게 된다. 90년 폭스바겐의 총사업장평의회는 폭스바겐 산하 유럽의 각 국 사업장들의 정보교환, 문제논의와 이견조정을 위한 유럽사업장평의회를 건설하게 된다(Mertens 1994, 335쪽). 이렇게 됨으로써, 국제화된 기업조직형태에 상응하는 노동자이해대변구조의 제도적 장치가 비로소 마련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의 강화를 의미하는 유럽사업장평의회의 건설과정에 대해 폭스바겐의 경영측이 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영측의 호의적 태도는 92년 1월에 기업최고경영진과 유럽사업장평의회가 체결하게 되는 합의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Haipeter 2000, 264쪽). 이 합의문은 유럽사업장평의회의 조직구성에 대한 내용 외에,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경영측의 정보보고 및 협의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90년에 폭스바겐의 경영진과 총사업장평의회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업협정을 체결한다. "고용 및 생산거점의 안정을 위한 협정"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노사간 합의는 구 동독의 작센지역에 신 공장을 짓고, 체코에 현지공장(Skoda)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총사업장평의회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제기되었다.
  물론 총사업장평의회가 요구한 포괄적인 고용보장 및 생산거점의 유지를 모두 다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성장전략이 고용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한 상태에서 기존의 국내 생산능력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을 합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먼저 향후에 독일 국내 공장의 생산능력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동시에, 생산라인을 현대화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두 번째, 생산거점 및 고용안정과 관련된 내용이다. 기존 인력의 고용안정을 가능한 한 보장하고, 생산거점의 이전으로 인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영진이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내에서 생산능력의 가동률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 외에, 비용절감과 생산성향상을 위해 노사가 노력한다는 것을 합의한다.
  세 번째, 향후에 폭스바겐의 생산거점들에서 추진되는 인력, 제품 및 사업계획에 대한 정보를 경영진이 총사업장평의회에 제공하고 이에 대해 노사가 협의하는 것을 합의한다. 폭스바겐의 고용안정협정은 생산거점의 이전문제에 대해 노사가 서로 타협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하고, 이에 대한 기업정책의 결정 또한 고용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90년 고용안정협정의 체결을 통해 기업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정책의 결정 및 실현과정에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가를 유도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생산 및 판매량의 증가로 인해 요구되는 생산거점의 확장을 노사가 어떤 원칙과 방식으로 구체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였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고용안정협정은 생산거점의 확장이 추진되는 기업성장시기에 해당하는 고용안정방식에 해당하였다. 그래서 기업경영이 어렵게 될 경우에 대한 대비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93년 경기불황이 본격화되고 난 후 새로운 노사간 쟁점으로 부각되게 된다(Haipter 2000, 270쪽).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일의 노동조합과 사업장평의회는 생산기지의 국제화, 특히 해외이전에 대해 전면적인 거부보다는 적극적인 개입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즉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어떤 목적 하에서 추진되느냐가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에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생산기지의 확산 및 이전이 저임금전략에 기초한 비용절감적 구조조정에 맞추어져 있는 경우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판매망과의 결합,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생산의 국제화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며, 이러한 생산기지의 현지화가 국내 산업입지의 개선조치들과 병행될 시 이를 수용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로서 독일금속노조는 경영진과의 큰 마찰 없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베엠베의 미국현지공장, 그리고 폭스바겐의 중국현지공장계획을 수용하였던 반면, 동구유럽으로의 생산기지이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나. 기업구조조정과 노동자의 고용안정

ⅰ) 완성차업체의 "경쟁력과 고용안정을 위한 협정"

  고용안정과 기업경쟁력에 대한 노사간 협약이 독일완성차업체에 일반화되기 시작하는 90년대 중반 경기불황이 가시적으로 극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완성차업체들은 여전히 과잉생산능력, 후발주자의 추격에 따른 비용절감요구, 국제경쟁력의 확보 등과 같은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었다. 특히 완성차업체 내 생산과 투자를 둘러싼 내부경쟁은 성과비교라는 벤치마킹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고용관계에 대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기업의 일상적 구조조정의 압력을 강화시키는 이러한 구조환경적 조건변화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화하고 기업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기업합리화과정에 노동자들의 이해대변조직, 즉 사업장평의회와 노조가 직간접적으로 참가하는 공동조정기제를 구성하도록 만들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고용협정"이다(Seifert 2001, 187쪽).

  제반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추진된 구조조정전략은 93년 폭스바겐의 경우와 같이 심각한 경영난에 의해서 요구되던지, 혹은 예상되는 판매부진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조치로서 추진되던지, 아니면 완성차업체 내 생산거점간 성과비교과정에서 개별사업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추진되었다. 물론 독일의 경우 이미 60년대부터 합리화의 역효과를 막기 위해서 이루어진 협약은 존재했지만, 초국적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화시키는 이러한 고용협정은 새로운 것이었다.
  고용에 대한 교섭이나 협정이 실제로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고, 노동자의 참여는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가는 최종적으로 경영참가에 대한 사용자의 허용범위와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의 역량에 달려 있다. 특히 구조조정사항에 대한 노사간 교섭수용여부는 해당기업의 기존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협력적인 분위기로 전개되었는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위협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노사관계의 불신으로 인해서 보다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사용자 또한 노동자와의 교섭 그 자체를 구조조정의 장애요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노사간 신뢰와 고통분담에 대한 합의가 구조조정의 추진에 필수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다(Zagelmeyer 2001, 155쪽).

  한편 구조조정사항에 대한 노사간 협상은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 그리고 추가적인 투자에 대한 반대급부로 노동자들의 일정한 양보가 서로 교환되는 형태를 취한다. 고실업의 상태에서 기업 내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은 일자리보장이라는 조건이 충족될 수만 있다면 다른 교섭사항에 대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양보하는게 현실이다(Seifert 2001, 192쪽; Zagelmeyer 2001, 167쪽).
  그래서 고용협정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고용보장과 일자리보호를 포함하고, 어떤 경우는 추가적인 투자와 생산설비의 현대화를 규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영측의 약속에 대해 노조나 사업장평의회는 노동시간의 유연화, 노동비용의 축소, 노동조직의 재편, 생산성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측의 제안을 수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포드의 독일 쾰른(K ln)공장의 경우 이미 1995년 생산기지보장을 위한 협정(Standortsicherungsvereinbarung)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은 협약임금을 넘어서는 부가급을 줄이는 대신에 제품개발부서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94년과 96년 두 차례에 걸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노사가 합의한다. 그리고 1997년 포드 독일의 노사대표는 5개 포드 독일공장에 대한 신규투자를 경영측이 약속하는 대가로, 보너스를 비롯한 부가급여를 줄이는 동시에, 야간근무수당률을 낮추고 토요일근무를 포함하는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를 수용한다.
  이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약 1억 2천만 달러의 노동비용을 절감하게 되었다(Zagelmeyer 2001, 156쪽).
  한편 다임러벤츠의 경우 97년 2월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고 13만 소속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용협정(Besch ftigungspakt)을 체결한다.
  이 협정은 먼저 투자확대, 생산라인의 개선, 노동시간의 유연화, 임금인상의 자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임금문제와 관련하여 2000년 12월 말까지 협약임금 이상의 추가적인 임금상승을 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또한 교대제와 토요일근무에 대한 수당지급을 유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가로 경영측은 다임러벤츠 내 휴직자들을 재취업시키고 견습생들을 전원 고용하는 것을 약속한다(Zagelmeyer 2001, 161쪽).
  한편 고용협정이 체결되는 것과 동시에, 사업장평의회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사항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즉 사업장평의회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공동관리자(Co-Management)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기업차원에서의 고용협정이 이전에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되던 임금 및 노동조건과 관련된 내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표> 독일완성차업체들의 고용안정협약
출전: 조돈문 외, 구조조정의 정치, 1999 참고.

  위의 표에서 본 바와 같이 독일완성차업체의 고용안정협정은 고용안정을 기업측에서 보장하고 노동자들이 임금감소 및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양보하는 내용으로 수렴되고 있다. 고용보장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은 일정기간 정리해고를 금지하고, 고령노동자들의 조기퇴직 및 부분퇴직제를 통해 퇴출압력을 줄이는 동시에, 견습생들의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한편 고용안정을 위한 간접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 신규투자를 약속받고, 외주화계획을 연기한다던지, 부품내주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고용안정책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임금삭감이 시행되는데, 이는 협약임금인상률을 넘어서는 부상임금을 억제한다던지, 수당의 할증률이나 보너스액수를 줄이는 방식이 채택되기도 한다. 또한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다양한 형태의 교대제근무, 노동시간계좌제도를 이용한 탄력적 근무시간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조돈문 1999, 201쪽).

ⅱ) 고용협정과 노사관계

  고용정책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고용협정의 일자리보존에 대한 효과에 대해 일반적이고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이는 분석기간의 제한성, 효과분석을 유추하기 힘들게 만드는 다양한 연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료와 정보 하에 얻을 수 있는 잠정적인 결론은 한케(Hanke 2000, 50쪽)의 연구결과에서와 같이, 기업 내 고용협정이 일정기간동안 소속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 없이 기업차원에서 체결되는 고용협정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방어적인" 고용정책이며, 이미 고용되어 있는 내부노동자들의 고용유지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이러한 고용협정은 기업경영위기에 대한 노사간 공동대응의 한 산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차원의 고용협정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해고를 피할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고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일금속노조는 "생산기지보장 및 고용안정을 위한 기업협정"에서 고용보장이라는 단순한 문구보다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실질적으로 유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국내 생산기지에 대한 완성차업체의 재투자와 신규모델의 생산라인설치를 노사간에 합의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편 기업 내 실제적인 고용안정화는 단지 이러한 고용협정의 효과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향요인들로 구성되는 기업특성변수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경쟁력의 향상이라는 기업전략적 목표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압력은 각 국의 노사관계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동비용의 절감 및 성과에 대한 노동자들의 책임의식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고용협정에서도 기업특화적인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체들의 노동 및 인사정책이 기업핵심라인에서 일반적으로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업 간 고용조정의 패턴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기업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각 국 현지공장에서 고용조정방식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포드나 지엠의 경우 그 유사성이 훨씬 약하다. 그래서 고용협정의 경우에도 내용상으로 유사성이 증가하지만, 각 완성차업체에 따라 차별적인 형태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90년대 독일자동차산업에 일반화되고 있는 이러한 고용협정에 대해서 양보교섭의 한 변형태로 파악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존재한다. 독일자동차산업의 고용협정은 기업경쟁력을 지향하는데 있어 노사가 게임의 규칙을 서로 공유한 상태에서 각자의 요구사항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90년대 미국의 "사회적 계약(Walton & Mckersie 1994)"과 유사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고용안정에 대한 대가로 노조가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를 자제한다는 점에서 양보교섭의 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양보교섭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경영측이 노조배제 및 고립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노사가 공동으로 참가하고 있는 동시에, 기업경쟁력의 향상시키기 위한 문제해결과정에 노동자가 강력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Seifert 2001, 194쪽).
  경영측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동반자관계의 발전을 통해서 기업의 문제해결은 물론, 생산성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노조 또한 고용협정을 불안정한 구조환경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노사합의방식으로 인식함으로써, 고용보장은 물론 이 협정을 경쟁력향상과 투자확대를 위한 전략적 기제로 이용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 또한 존재한다. 고용협정을 통한 노조의 양보는 결국 연쇄적인 노동조건의 후퇴 및 생산기지간의 경쟁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초국적기업의 성격을 지닌 완성차업체는 일국적 상황에 머물러있는 노동자의 조직화약점을 이용하여 노동자간 이해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릭(Streeck 1998, 15쪽)이 강조하고 있듯이 고용협정은 그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쟁력향상이라는 대명제 하에 기업 내 노사간 갈등관계가 희석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기업의 고용협정이 노사간 "평화서약"으로 왜곡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노동자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6) 소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자동차산업의 노사는 협약노동시간의 단축과 기업 내 노동시간의 유연화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비용경쟁력의 강화, 삶의 질 향상, 고용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노력하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산별차원에서의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이 개별기업의 경쟁력약화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부담을 가동시간 및 노동시간의 조절기제들을 통해 상쇄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독일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실업문제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고용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해야한다는 점이 노사간 협상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한편 노동조합은 이 문제에 대해서 협약노동시간의 단축이 개별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고용조정에 대한 압력을 완화시킨다는 점, 기업 내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는 노동자의 경영참가권을 통해 조절가능하다는 점, 실업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일자리나누기가 노동자의 연대의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전략적 판단 하에 고려하였다.
  특히 독일자동차산업에서 노동시간유연화의 범위와 수준은 지난 80년대 말 이후 급속하게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의 경우와 달리 노동조건의 급격한 악화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문제에 대한 강력한 공동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노동강도의 직접적인 강화를 초래하기보다는 노동시간의 주권강화 및 근무시간의 선택가능성확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독일의 노동조합은 노동시간의 유연화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어떤 노동조합보다도 적극적이다. 이는 그들의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리고 적어도 독일의 노동자들은 초과노동에 한해서는 절제력과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초과노동에 대한 집착이 결국은 동료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조합원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이 제시한 초과노동에 대한 제약조치를 조합원들이 동의하였기 때문에, 노조는 사용자와의 협상에서 초과노동의 축소를 통한 일자리나누기방안을 관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독일자동차산업의 해외이전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은 노동자의 고용안정, 신규투자의 유지 및 국내 생산기지의 현대화를 사용자가 약속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해소될 수 있었다.
  노동조합과 사업장평의회는 독일자동차산업이 봉착하고 있는 문제점에 경영진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산거점의 국제화가 지닌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거점의 이전과 이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개별기업의 사용자와 사업장평의회는 법적 기준 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노동자공동결정이 가능한 고용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러한 고용협정은 비용절감과 신규투자를 위한 부대조치가 병행됨으로써, 국내 산업입지의 경쟁력강화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다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고용안정에 기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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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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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

200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