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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업종 노동운동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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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4 02: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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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라 |
 [울산노동자신문] 2004년 궤도 공동파업을 돌이켜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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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궤도 공동파업을 돌이켜 보면서
최영익 (미래를 여는 노동자연대 사무국장)
상대적으로 고용은 그럭저럭 지킬 수 있었지만, 그 대신 “높아지는 노동강도와 인력 충원 포기, 비정규직과 외주화 확대”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공공 대기업 노동자들의 반격이 최근 3년 사이의 궤도 투쟁 물결의 핵심이었다. 모든 궤도 노동조합들에서 조합원 대중들은 ‘민주파’를 자임하는 지도자들을 세워냄으로써 투쟁으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전국 궤도 노조들은 ‘공동 교섭, 공동 투쟁, 교섭 타결’을 내건 궤도 공투본을 조직함으로써 ‘공동 투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공동 투쟁은 시작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지하철과 함께 궤도 투쟁의 주축을 구성하는 철도 노조가 공동 파업 투쟁에서 빠져버렸는데, 이것은 공투본 지도부에 의해 용인되고 말았다.
또한 개별 사업장 내부에서나, 전체 지하철 차원에서나 연대 투쟁의 의지를 조합원대중들 속으로 확대하고, 투쟁 정신과 규율을 단호하게 정비하는 사전 준비 작업은 대단히 불충분했다. 교섭은 출발점에서부터 ‘개별 교섭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찌그러들었고, 교섭안 또한 계속 하강했다.
이런 가운데 공동 파업이 선언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의지가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파업의 첫째날과 둘째날
최근의 대공장 파업과는 달리, 궤도 파업은 ‘단일 거점’으로 총집결과 ‘파업 기간 내내 거점 사수’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파업 기간 내내 한 장소에서 숙식을 함께 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파업 프로그램이 배치될 수 있었고, 교섭과 지도부에 대한 통제 또한 충분히 가능했다. 아울러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노동자들이 지축 거점에 함께 있으므로 공동 파업의 정신을 확대하는 것은 대단히 용이했다.
그러나 이 모든 풍부한 가능성들은 파업 돌입 첫날 대부분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파업 현장은 여기저기에 흩어진 술판으로 가득할 정도로 규율이 해체되었고, 집회는 관성화된 문화공연으로 주로 채워져 투쟁정신과 비장한 긴장감은 개화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3사 노동조합의 공동 파업 프로그램은 대단히 협소했고, 조합원들은 서로 섞어 하나로 융합하지 못한 채 단사별로 겉돌았다. ‘파업은 노동자의 전투 학교다’라는 규정은 현실에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파업 2일째 조금씩 반전되기 시작했다. 현장활동가들과 전투적 조합원들이 파업 현장 구석구석을 돌면서 술판을 통제하고, 거점 이탈을 막아내면서 파업 분위기는 점차 정비될 조짐을 보였다. “파업을 할꺼면 진짜 제대로 한번 하고, 대충하다 끝낼거면 차라리 고생하지 말고 쉬고 놀다가 끝내자”고 생각했던 조합원들이 활동가들의 제안에 호응하면서, 뜨거운 햇살이 내려 쬐는 상황에서도 집회는 점차 커지고 규율은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파업 거점에 합류하는 조합원들의 수가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파업이 탄력을 붙이면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파업 3일과 4일
이처럼 아래로부터는 파업이 재조직되고 있음을 감지한 어용들은 초조해했다. 게다가 어용들의 예정된 ‘복귀 촉구 기자회견’, 그리고 ‘지부, 지회별 복귀’ 계획이 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의 반발에 부딪혀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들은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갔다. 바로 집행부의 핵심들이었다.
교섭 성사에만 목을 매다가 힘이 빠진 서울 지하철 허섭 집행부는 어용 지부장, 지회장들의 협박에 심각하게 흔들렸다. 아래(조합원들)를 보지 못하고 위(어용 지부장들)만 보아왔으며, 교섭으로 대충 끝내는 데만 집착해온 집행부로서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허섭 서울 지하철 위원장의 ‘일방적인 복귀 선언’은 조합원들의 저지로 격퇴되었고, 결국 허섭 위원장은 ‘복귀 선언 철회와 위원장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직대로 선출된 김종식 전(前) 역무 지부장이 조합원들의 기대를 다시 한번 배신하고 ‘복귀’를 지시하자 파업전선은 순식간에 붕괴되고 말았다.
두 번째 배신이 가져온 충격을 능히 상쇄하면서 전투를 지속시킬 수 있을 만한 준비된 활동가 층이 대단히 작았다. 결국 서울 지하철 파업은 막을 내렸다.
이제 문제는 도시철도 노동조합이었다. 도시철도 노동조합은 서울지하철 노조가 복귀해버리자 충격 상태에 빠져들었다. 현장 활동가들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했다. 그러나 활동가들의 통제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파업 대오의 약 40%가 도봉기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결국 도시철도 노조는 다음날 저녁에 “패배”를 선언하고, “이후 현장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사수한다”는 결의와 함께 파업을 접게 되었다.
성과와 한계, 그리고 과제들
궤도 투쟁의 물결은 당분간 썰물처럼 빠질 것이지만, 그럼에도 ‘가짜 지도자들’을 명백하게 폭로함으로써 진짜 활동가들이 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다. 조합원 대중은 손에 잡힐 듯이 분명한 투쟁 경험을 바탕으로만 진짜 지도자와 가짜 지도자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비록 소수였지만 새로운 희망들이 파업 파괴를 저지하는 투쟁 속에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상층 지도부에 비해 하층 조합원들의 열망과 의지, 가능성은 훨씬 높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동요와 파업 파괴를 거듭 저지하는 전투성을 보여주었고, 활동가들이 상황에 개입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이 활동가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따라서 교훈은 간단하다.
첫째 조합원들 스스로 노동조합에 대한 통제력과 주도권을 갖추지 않는 한, 상층 소수 지도자들의 배신과 동요로부터 노조와 파업을 지켜낼 방법이 없다.
둘째 대부분의 고참 지도자들은 이미 늙어서 썩어빠져 버렸다. 전투적이고 역동적인 젊은 활동가들이 더 전면에 나서야 하고, 이들이 노동조합의 주요 거점들의 대중적 지도자로 부상해야 한다.
셋째 크고 작은 현장투쟁을 통해 투쟁정신과 규율을 체득한 노동자들만이, 그리고 노동조합의 주체로 단련된 노동자들만이 파업투쟁의 거대한 용광로를 통과할 수 있다.
당분간 궤도의 투쟁 물결은 뒤로 퇴보할 것이다. 패배주의와 수동성이 현장을 휘감을 것이다.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2년여의 고양의 물결은 이후 2년 이상의 퇴보의 물결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조합원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다시 투쟁과 연대의 깃발에 동참할 것이다.
그렇기에 현장활동가들과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들에게 “다음번에 다시 기회가 열릴 때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뼈저린 실패와 오류, 탄식 속에서 보여 준 것, 바로 그것에 약 3년 동안의 궤도 투쟁의 물결이 낳은 가장 소중한 성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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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년 9월 1일 09:16 [울산노동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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