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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번 : [14호/알림-소식] 통신노조운동과 산별노조 |
글쓴이: 김세균 |
등록: 1996-08-20 00:00:00 |
조회: 1288 |
자 료
통신노조운동과 산별노조
김 세 균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이 글은 김세균 교수께서 지난 8월 30∼31일 양일간 있었던
‘정보통신노동조합협의회 준비위원회’를 위한 모임에서 강의한
내용을 직접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발제를 통해 본인은 오늘날 산업구조 상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통신산업 부문 노조운동의 과제와 발전전망을
매우 일반적인 수준에서 구명해 보려고 한다. 이 발제가 이제 그
출범의 닻을 올린 ‘정보통신노조협의회(준)’의 운동노선
정립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이 발제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될 것이다.
1. ‘공공재’로서의 통신산업과 ‘공공재’의 계급적 성격
통신노조운동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점은, 통신산업이 전기,
수도, 철도, 교육, 의료 등과 마찬가지로 - 자동차나 팔목시계
등과 같은 일반적인 개별 상품들과는 달리 - 사회적 생산과 소비
전체를 연결시키고 사회구성원 모두의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형적인 ‘하부구조 산업’(infrastructural
industry)에 속한다는 점, 또한 그렇기 때문에 통신 서비스는
‘비상품’으로서 이른바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의 원칙에 입각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주어져야 하는 ‘공공재’(public goods)에 속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신산업은 그간 일반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하부구조 산업’의 하나로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그 혜택이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비상품적인 ‘공공재’로 간주되어
왔으며, 이 사실이 지금도 크게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통신산업이 비록 공공재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사회의 발전이 자본운동에 의해 기본적으로
규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상품으로서 공급되어야 할
‘공공재’가 사회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민중의 진정한 이익에 합치하는, 말 그대로의
공공재로서 공급되기 보다는, 일차적으로는 그러한 공공재의
공급을 요구하는 자본의 요구에 대응하여 공급되며,
노동자․민중의 요구는 자본의 요구가 기본적으로 관철되는
한계 내에서 충족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산은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개별자본들의 생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유지,재생산에 요구되는 재화들의 생산이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그러한 개별자본의 생산에 의해 모두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생산의 목표가 이윤 창출에 있는
자본주의적 생산체제 하에서도 ‘총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자본주의적 이윤생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적합한 이윤을
창출하거나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개별자본이 그 공급을
떠맡을 수 없는 부문’이 많든 적든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부문을 우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문은 개별자본에 의해 창출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문은
총자본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가에 의해 직접 창출되거나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창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때, 국가에 의해 직접
창출되거나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창출되는 이러한 부문은
이윤생산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생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창출되어진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에 속하는 부문은 일반적으로 그 부문이 하부구조산업에
속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 뒤에서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보겠지만 - 사회적 생산의 특정부문이 항상
고정불변하게 그러한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에 의해, 또는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창출되어야 할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이 무엇인가는 자본주의의
발전수준과 발전국면에 의해 항상 변화하는 자본의 요구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결정되어진다.
다른 한편, 그 부문은 일반적으로 하부구조 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단지 총자본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든
적든 국민 모두에게도 혜택이 주어지는 ‘공공재’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게 된다. 이로 인해 국가와 자본은 그 부문을 자본의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이익을 안겨주는
‘공공재’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공급하게 되는데, 국가와
자본이 앞세우는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그냥 받아들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되는 ‘공공재’가 지닌 계급적 성격, 즉 공공재가
일차적으로는 그 개념의 진정한 의미에 합당한 공공재 그 자체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에 속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망각하게 된다.
그런데 국가에 의해 또는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창출되는 그러한
‘공공재’가 일차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에 속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고
할지라도, 그 부문이 얼마만큼 노동자대중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개념의 진정한 의미에
합당한 ‘공공재’의 성격을 아울러 더 많이 가지게 되는가는
기본적으로 계급 간의 힘관계 내지 그 부문을 ‘공공재’라는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면서도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으로 최대한 한정시키려는 자본과
그 부문에 공공재적 성격을 더 많이 각인시키려는
노동자․민중 간의 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2.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통신산업
위에서 우리는 사회적 생산의 특정 부문이 국가에 의해, 또는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창출되어야 할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으로 공급되는 기본적인
매카니즘과, 그러한 부문이 동시에 ‘공공재’로서도 기능하게
되는 매카니즘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 이후 세계자본주의 체제는 그 전도를 알
수 없는 심대한 구조적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 위기로부터
탈출하려는 자본의 노력은 한편으로는 극소 전자기술의 발전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과학기술혁명의 성과를 생산과정에
대폭적으로 도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른바 탈규제화,
자유화, 유연화, 지구화, 개방화 등의 용어로 표현되는 바의
‘신자유주의적’ 내지 ‘신보주의적’ 재편을
전사회적․전지구적 수준에서 적극 추진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그간 ‘공공재’로서 공급되어 온
통신산업의 많은 부문은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부터는
생산과정에서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의 성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문으로서 개별자본들에게 가장 높은 이윤 창출의
기회를 안겨주는 ‘최첨단 산업’으로 일각 부각되어진다. 이와
더불어 통신산업의 민영화나 탈규제화를 요구하는 민간자본들의
요구 역시 거세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간 통신산업의 민영화, 탈규제화가 폭넓게
진척되어 왔다.
그런데 미국의 사례는 통신산업 부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이
가장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또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에
노동이 가장 무력하게 대응한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
점에서 미국의 사례를 분석하면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재편이
몰고 올 결과에 대한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오늘날 국가와 자본이 미국의 사례를 모범으로 하여 통신산업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일어난
통신산업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과 그것이 노동자계급과
노조운동에 미치고 있는 영향 및 미국 통신노조들의 대응 내용
등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통신노조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여기서는 미국의 사례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자동차, 철강 등이 포드주의적 대량생산체제의 핵심적인
산업부문으로 기능한 그간의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신산업은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공재’의 하나로서 간주되어 왔다.
통신산업의 핵심을 이룬 전화산업이 처음부터 국가소유의
독점체로서 발전한 유럽과 일본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
통신산업은 이른바 ‘자연적 독점’ 과정을 거쳐 22개의 지방
전화회사들이 하나의 연합체를 이루면서 ‘미국 전화전신
회사’(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 Co.: AT&T)에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하나의 독점체를 이룬, 이른바 ‘벨
시스템’(Bell-System)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 독점체는 한 때는
미국 전화통화의 85%를 담당했으며 그외 수직적으로 통합된 다른
중요한 회사로서는 ‘일반 전화전기회사(General Telephone and
Electric:GTE)’ 등이 있다.
, 통신분야의 생산과 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설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 Commision : FCC)가
전화요금을 규제하고 전화망과 설비장치를 인가하는 것과 같은
법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전화 독점체에 공적 통제를
가했는데, 이러한 공적 통제체제의 근간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발효된 1934년의 ‘통신법’에 의해 마련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체제는 전화통신 산업과 같이 공적 규제를 받는
부문과 라디오, 영화, 텔레비젼 등의 다른 커뮤니케이션
산업부문과 같이 사적 경쟁에 내맡겨진 부문 간의 엄격한 구분에
입각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과는 달리 전화통신
분야에서의 미국정부의 역할은 사적인 전화독점의 감독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전화통신 산업에 대한 국가적 규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약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벨 시스템은
(전화네트망의 포괄적인 자동화, 전국적인 단일 전화요금체계의
구축, 전화서비스 요금의 지속적인 인하 등을 통해) 신뢰할 만한
값싸고 보편적인 통신하부구조를 구축하고 ‘보편적인
서비스’의 원칙을 최대한 관철시킴으로써, 자동차, 철강 산업
중심의 미국의 ‘포드주의적 대량생산체제’의 원할한 작동에
기여하는 ‘미국자본주의의 일반적인 물질적 조건’으로서
훌륭하게 기능하는 동시에 국민 모두에게도 보편적인 혜택을
안겨주는 데에 비교적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통신산업의 구조를 반영해 미국의 통신노조 역시 고도로
집중화된 산별노조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리하여 전화노동자
노조인 ‘미국 커뮤니케이션노동자 노조’(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 CWA)는 1970년대에 근 1백만 명에 이르는
전화산업 피고용인의 약 50%를 포괄했으며, 전국적 수준의
단체협상을 행할 수 있었다. 그외 주요한 전화산업 노조로서는
‘국제 전기노동자 우애조합’(International Brotherhood of
Electorical Workers:IBEW)이 있다.
다른 한편, 이 시기의 미국 통신노조는 대체로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 체제에 안주하는 가운데 자본종속적인 지위로부터
벗어나려는 어떠한 진지한 시도도 행하지 않았다. 이 로 인해
통신노조는, 전화산업의 성장을 통해 자동화로 인한 취업기회의
상실이 보전된다는 이유를 들어 ‘자동화를 환영’했고,
생산성임금제를 받아들였으며, 통신산업에 대한 공적 규제를
확대․심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대안을 마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또한 이 노조 체제 하에서 기업현장에서의
노조의 힘은 매우 취약하였다.
1970년대에 이르면 AT&T 독점체제는 통신장치와 서비스의 새로운
공급자가 되기 위해 극소전자 통신기술 분야에서 새롭게 출현한
다른 회사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기 시작한다. 특히 하드웨어
산업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데이터․음성통신체제가 생산되기 시작되면서 AT&T회사와
다른 회사들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었다. 그런데 1976년 AT&T는
노조의 지원을 받아 기존의 전화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개혁법안’(Consumer
Communications Reform Act')을 통과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음에 불구하고 법안 통과에 실패했는데, 이로 인해 AT&T는
최초로 심대한 패배를 맛보았다. 그러다가 1984년 레이건
행정부시대에 이르러 최종적으로 22개의 지방 회사들이
AT&T로부터 분리되고, 이 22개의 회사들이 다시 7개의
지방회사로 통합되었다 (이 7개의 회사를 ‘빅 벨’(Big Bell)로
불리우게 된 AT&T와 구분하여 ‘베이비 벨’(Baby Be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로써 이전에는 경쟁의 논리가 침투해서는
안된다고 간주된 미국의 통신산업 부문은 AT&T와 7개의 베이비
벨 및 다른 사적 회사들 간의 경쟁체제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경쟁체제가 구축됨으로써 오늘날 미국의 통신산업
부문에서는 생산규범과 사용기준을 확립하는 데에 있어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하고 있으며, 적합한 통제의 수준과 규범의
확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
시기 미국정부의 통신정책이 안고 있는 최대의 딜레마는 전국적
통신독점의 해체가 통신옵션의 엄청난 다양화를 초래함으로
말미암아 통신 하부구조의 재통합이 절실히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통신 하부구조를 재통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러한 재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통신산업 부문에 대한 ‘산업정책의 부재’를
가져오고 있으며, 국가는 물론 어떤 사기업체도 자본축적과
하부구조 발전에 적합한 통신산업의 안정된 규범과 기준을
마련할 능력을 지니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새로운
무질서’의 도래). 통신산업 재통합의 결여는 동시에
국제시장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우위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장거리 전화사용 요금은 일정하게 인하되었지만, 지방에서의
전화사용 요금은 대체로 25∼50% 상승했고, 알라스카의 경우에는
80%나 상승했다. 이로 인해 이전의 공적 통제가 훼손됨으로써
‘대기업체 전화 사용자’에게 유리한 형태로 비용의 대규모적인
재분배가 일어나고 있으며, 탈규제화로 인한
재정적․사회적 부담이 개인 사용자와 소규모 상인 사용자
및 노동자에게로 넘겨지고 있다. 그리고 사적 개인 사용자들의
경우 중상층 소득자들은 장거리요금의 인하와 신용카드 사용
호출, 홈 벵킹, 자료통신봉사 등과 같은 보다 발달된
통신서비스의 제공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혜택을 입고 있는 반면,
연금생활자나 복지수용자 또는 도시와 농촌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지역 전화사용자들은 지방의 전화요금
인상으로 말미암아 큰 손해를 입고 있다.
통신산업의 고용이 극적으로 감소되었다. 1984∼86년 사이에
954,000개의 전화 직업 중 80,000개가 없어졌으며, 특히 AT&T의
경우 1984년에 371,000여명이었던 피고용인의 수가 1989년에는
283,000여명으로 감축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고용 감축은
조기은퇴, 재훈련, 재배치와 같은 노조의 ‘기업협조적’
보조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이었다. 통신산업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 통신산업 노동자 수는 1981년
1백2십3만명이던 것이 1986년에는 1백만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이처럼 벨 시스템의 종료는 통신사업에서 고용의 상대적인
안정성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동시에 노동현장에서는 먼거리
통제센터에 의해 통신네트워트 감독이 집중화되고, 악명높은
‘서비스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이른바 노동강도와 노동의 질에
대한 통제가 극도로 강화되었다. 그리고 ‘소비자를 위한’
인센티브제로서 프레미엄 임금제와 보너스체제가 대량으로
도입되었으며, 고용과 해고의 유연화 등이 도입되었다.
이러한 노동과정의 재구조화와 유연화는 임금체계와 노조
대표성의 제도적 틀을 심대하게 훼손했는데, 1986년에 CWA의
(준비가 부족했던) 21일간의 파업이 패배함과 더불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동시에 한 때 고도로 조직화되었던
통신산업에서 탈노조화의 경향이 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MCI, Sprint, Northern Telecom과 같은, 무노조
통신회사들이 증대하고 있으며, AT&T와 다른 합동회사들이
무노조회사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CWA 등의 노조들은 노조대표의 증대하는 파편화 경향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이른바 기업단위의 노조에서는 노동자의
회사로의 종속을 촉구하기 위해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복지의
질적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Quality of Welfare-programm)등에
협조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조의 동원 및 조직 전략을 변경시켰다.
그리하여 1987년에 CWA는 무노조기업에서 새로운 조합원을
확보하는 것을 노조의 제 1과제로 천명하였으며, 1989년의
단체협상 때에는 정보교류와 현장활동를 활발히 추진해 동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크게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주로
개별기업 수준의 운동으로 한정되고 있으며, 노조운동의
전산업적인 전망을 창출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989년에 이르러 뉴욕과 뉴잉글랜드의 지방전화 독점체인
NYNEX에서 60,000명의 노동자들이 100일 간에 걸친 파업을
단행했는데, 이 파업은 전후에 성립된 통신산업에서의 이른바
‘사회협약’이 훼손된 데에 대한 통신노동자들의 가장 극렬한
저항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기업단위
수준의 노조운동의 한계를 일정하게 극복하였는데, 그러한
극복이 가능했던 것은 NYNEX의 전화요금 인상책에 반대하는
광범한 연대적 투쟁을 조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연대투쟁은 고용 정책의 재정립과 통신회사들에 대한 공적
통제의 확대를 위한 요구까지는 제출하지 못했다.
미국의 통신노조들은 통신산업이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통해
커다란 구조변화를 경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구조변화를
대체로 정치적 요구 제출을 억제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단지 ‘이전과 같은 일상적인 노조활동’의 수준에서
대처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CWA는 1984년의 탈규제화조치 이후 처음에는 소위 ‘베이비 벨
회사’들에 대한 재정적 완화조치를 통해 전화서비스의 남아있는
규제를 지키려고 했지만, 이후에는 기업간의 경쟁 강화를 통해
‘경기필드의 평준화’를 기한다는 명분으로 탈규제화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노조들은 탈규제화와
통제받지 않는 기업합동과 통합이 미치는 광범한
사회적․경제적 영향 및 그러한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문제 등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표시하고
있다.
3. 한국의 통신노조운동의 방향
지금까지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지하는 통신산업의
일반적인 성격을 파악하는 기초 위에서 현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산업 부문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내용을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이러한 파악에 기초하여
지금부터는 한국노조운동의 과제와 바람직한 운동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앞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른바 ‘공공재’란
기본적으로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공급되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노동자계급은 그러한 공공재가 단지 자본의
요구에 기초하여 공급되는 한계를 돌파해야 하며, 또한 현시기에
공급되는 공공재에 더 많은 공공재적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
투쟁해야 할 과제를 지닌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운동 진영은
무엇보다 단지 현 시기에 특정 산업이 ‘법적 소유권’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공공부문 산업을 분류하고 파악하는 관점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상품생산사회인 자본주의사회에서도
우선적으로 비상품적인 공공재로서 공급되어야 할 재화가
무엇인가를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설령 현재는
공공재가 아니더라도 공공재로서 공급되어야 할 부문에 대해서는
그것이 공공재로서 공급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현 시기에 대두되고 있는 ‘공공부문
산별노조’의 건설 문제에 대해 노동자계급이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원칙은 그 산별조직을 현재 법적 소유권의 측면에서
공공부문인 산업들만을 포괄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서는 안되며,
법적으로 공기업이든, 아니면 민간기업이든 공공적 성격을 지닌
모든 부문의 노조를 하나의 단일한 ‘공공부문 (및 공공서비스)
노조’로 발전시킨다는 전망을 가지고 조직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점은 한국의 경우 통신, 철도, 방송, 언론,
병원, 학교 등등이 법적 소유권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과, 현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
탈규제화와 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말미암아 과거에
법적으로 공공부문이었던 부문 중 많은 부분이 민영화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 커다란 중요성을 지닌다. 이와는 달리
국가와 자본이 법적으로 나누고 있는 분할선에 따라 노조가
별도로 조직한다면, 같은 성격의 산업에 별개의 노조들이
성립됨으로써 노조운동은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려는 국가와
자본의 전략을 극복할 적극적인 방도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아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 정보통신
관련노조들이 법적으로 그은 경계선을 넘어
‘통신노조협의회(준)’을 결성시킨 것은 커다란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움직임이 타 부문에도 확산되어
최종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지닌 모든 노조들이 하나의 단일한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이 크게 진척될 수 있기를 바란다.
위에서 말한 것과 관련하여, 노동운동은 기본적으로
‘비상품적인 공공재 공급을 확대하고 그 축소에 반대하는
투쟁’, 즉 ‘시장에 대항하는 정치(politics against
market)‘를 전개해야 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공공재’는 일차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으로 기능하고
자본주의적 이윤생산의 율동에 기본적으로 종속되는 가운데
창출되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이윤생산 체제가 폐기되지 않는 한
그 부문이 말 그대로 공공재의 성격만을 온전히 지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그러한 한계 속에서도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인 물질적․비물질적 조건’이
공공재의 성격을 더 많이 지니도록 투쟁하고, 이미 확보한
공공재 생산 영역을 축소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서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
공공부문 노조들의 가장 중요한 전국적 수준의 운동과제는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경제적 요구를 대변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총자본에 대항하여 자본이 파악하는 바의
‘공익’의 계급적 한계를 폭로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
노동자계급과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인 공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운동은 무엇보다 공공부문
산업으로 ‘상품논리’와 ‘이윤논리’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공공영역과 그러한 영역에 대한 공적․민주적 통제를
확대시켜 나가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통신노조들 간의 연대와 통일을 위한
노력은 오늘날 통신산업이 산업구조 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국민 전체의 생활 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또한 그러한 노력은, 통신산업이 오늘날 자본이
이윤논리를 침투시키려는 핵심적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논리의 침투가 통신노동자들을 극도로 분열시키고
파편화시키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나아가
통신산업이 오늘날 최첨단산업으로서 노동자를 기업내적으로
포섭하려는 자본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산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아서도 매우 절실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의 하나인
통신산업에서 노조가 그 공세를 이겨낼 힘을 키워나가지 못하면,
그 결과는 일부 상층노동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노동자 및 국민
전체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의 통신노조운동은 ‘개방화’와 ‘국가의 관료적 규제’와
같은, 미국의 경우와는 구분되는 별도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통신산업의 대외적 종속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한국의 통신노조 운동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투쟁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통신산업에 대한 ‘국가의 관료적 통제’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대안은 ‘(자유주의적인) 탈규제화’가
아니라 ‘노동자적․민주적 통제체제의 수립’이어야 하며,
‘전문경영인제’의 도입이 아니라 ‘노동자적․민주적
통제체제’의 수립에 기초한 ‘전문성과 민주성의 결합’이어야
한다.
‘정보통신노조협의회(준)’가 노동자들의 기초적인 요구를
충실히 대변하면서도 노동운동의 원대한 장기적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한 부분으로
굳건히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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