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운동하자
박선봉
모든 게 웰빙으로 통하는 시대다. 건강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어느 방송이건 시청률이 높고, 웬만한 신문에 웰빙에 대한
꼭지가 없는 신문이 없을 것이다. 건강하게 살자는데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걸 일도 없고, 당연히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건강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 몰라라 하는 집단이
있으니 이름하여 운동권이다.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민중들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위태하고, 갈수록 피폐화, 파편화 되고 있고,
빈부격차, 사회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마당에 그 무슨
한가하게 건강타령이냐고, 배부른 소리 말라고, 물쩡 모르는
소리 그만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 언제는 운동이 힘들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상황이
엄중하지 않은 때가 있었는가? 세상을 바꾸는 운동, 쉼 없는
혁명투쟁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고, 한 쪽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한 시도 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권투경기와 같다. 그래서
한시라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운동 상황이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우리네 인생사가
불로초가 발명되지 않는 한 유한한 세상살이고, 누가 대신 해 줄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한 번 나빠진 건강이 어떤
계기가 있다고 해서 바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내 친한 친구 중에 한 명은 거의 매일, 일주일 내내,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술을 먹는 놈이 하나있다. 그래도 몸이
괜찮은지, 어떻게 버티는지 참 궁금하다. 보통의 사람은 그
정도면 치사량이고, 많이 먹고 나면 다음날은 괴로워서 술
자체가 보기도 싫어진다. 그런데 그 인간은 밤을 새우면서 술을
퍼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술을 찾는다. 안주도 변변하게
먹는 꼴을 못 봤다. 밥도 잘 안 먹는다. 주변에서 걱정을 해도
만사태평이다. 맨날 하는 얘기라는 것이,
“간을 알코올에 넣었다 뺐다 하면 더 상한다. 쭉 알코올에 담가
놓는 것이 훨씬 낫다. 속 쓰릴 때는 밥보다 술이 낫다. 술은
빈속에 먹을 때가 제대로다. 일년 열두 달 단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나는 이 인간 초상집에서 고스톱 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어디 이런 경우가 이 친구에게만 해당 되는 얘기겠는가? 내
주변에 그런 비슷한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술하고
원수가 졌는지, 누구 위장이 더 센지, 누구 간이 더 싱싱한지
내기라도 하듯 들이 붓는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하루 종일 숙취로
고생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디 술만 그런가? 담배는 또 어떤가? 폐암에 그렇게 좋다는
담배를 입에다 물고 놓지를 않는다. 이래서 한 대 저래서 한 대,
다른 돈은 없어도 담배 살 돈은 안 떨어지나 보다. 그래 다
좋다. 지가 지 돈 내고 담배 사서 지 혼자 피우는데. 그런데 왜
남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냐 이 말이다. 술이야 취하면 지가
힘들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주정을 부려서 남들을 약간 귀찮게
하는 정도이겠지만 담배는 사정이 다르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충분히 의학적으로 밝혀진 만큼, 아니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더라도 비흡연자가 담배연기를 맡으면 당장에도 너무 괴롭다.
토할 것 같고, 머리가 빙빙돌며 어지럽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고. 그런데도 용감한 건지, 아니면 무식한 건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대는 인간들이 있으니 참
환장할 노릇이다. 도대체 동지애가 있는 것인지, 나 혼자 일찍
죽기는 억울하니까 같이 일찍 죽자는 심본지, 그렇게 눈치를
줘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워대는 인간들, 미안해
하지도 않고, 이해를 안 해준다고 짜증까지 내 가면서.
요새 와서 더 걱정 되는 건 운동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이다. 과중한 업무, 빈약한 생계, 정치적 입장
때문에, 정파적 갈등 때문에 더더욱 스트레스가 늘어가고 있는
게 우리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주변에 종종 볼 수 있고, 건강검진에서 우울증이라고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는 이제 가십거리도 안 된다. 주변에 약간만 눈을
돌려봐도 우울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동지들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 운동이 항상 치열하게 원칙을
지켜나가야 하는, 항상 긴장이 걸리는 그런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직업보다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여유가 너무 없어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유 있게, 길게 보는 게 아니라, 당장의
현실에 너무 얽매이고, 집중하고, 치중하고, 올인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나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고, 꿈에도 그리는 혁명이 당장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길게
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에이,
어차피 우리 세대에는 성공하지 못할 건데 그냥 대충하고 말지
뭐. 술도 맘대로 먹고, 담배도 맘대로 피고. 그러다가 가는 거지
뭐.’ 그래서는 될 일이 아니다. 당장에 어려우면 긴 걸음으로,
긴 호흡으로 천천히 가야지. 지레 포기해서 맘대로, 될 대로
되라고 하는 것은 운동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다.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면서, 천천히, 길게, 가야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자.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