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회복지
참여복지의 현황과 문제점
이정면 / 민중복지연대 사무차장
1. 참여복지의 과제 :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화
참여정부 출범 당시 ‘참여복지’의 독해법은 ①사회복지
공급주체로서의 국가역할 강화 ②국가복지의 대상을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전 국민으로 ③정책결정과정과 복지의
분배·소비영역에서 이해관계인의 참여보장이었다.* 이 글은
2005년 여름 빈민현장활동 자료집에 실린 글을 부분적으로
수정하였다.
김연명, “노무현 당선자의 ‘참여복지’ 독해법”,
『한겨레』, 2003.1.18.
이상과 같은 거시적 계획하의 참여복지 구상은 썩 괜찮은 구실을
할 것 같다는 국민적 기대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를
막 지난 시점에서 드러난 참여복지의 초상은 과연 그러한가?
물론 보다 정확한 평가는 참여정부 집권기가 끝난 후에
가능하겠지만 현 시점에서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적 과제로 한
축을 형성한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화는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상의
삶 속에서 먼저 그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그 실태를 몇 가지 객관적 측면에서 확인하고자 한다.
먼저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화가 어떠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양극화는 특히 고용 및 임금구조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① 비상용근로자 비중, 중소기업 고용 비중, 신규 일자리 중
상·하위층 비중이 확대되는 등 고용구조의 양극화 심화.
- 비상용근로자(임시직+일용직)의 비중 : 1996년 43.2% →
2003년 49.5%
- 1993~2002년 중 보수수준을 기준으로 상위 30%와 하위 30%의
직업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반면 중위권인 40~70%의
직업에서는 일자리 증가가 거의 정체.
<그림 1> 일자리 10분위별 증감 추이
(전체 취업자 기준, 1993~2002년)
자료 : 한국노동연구원(2003), 일자리 양극화 경향과 빈곤정책의
방향.
② 상용직과 비상용직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근로자간 임금격차 확대.
- 상용직 대비 비상용직의 임금비율 : 2002년 49% → 2003년
46%
- 5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대비 10~29인 사업체 근로자의
임금비율 : 2000년 67.2% → 2002년 64.4%
- 수출기업 근로자 대비 내수기업 근로자 임금비율 : 2002년
84.6% → 2003년 83.5%
둘째, 소득의 양극화와 빈곤층이 확대되었다.
- 외환위기 이후 지니계수, 소득5분위배율, 소득5분위배율이란
소득분포상 상위20%계층의 평균소득을 하위20%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하며, 그 값이 커질수록
상위소득층으로 소득분배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층비중 상승 등 소득불평등도 심화.
<그림 2> 지니계수 및 소득5분위 배율 추이
자료 : 통계청, 『도시가계연보』 각 년도.
<표 1> 소득분포 상대층별 비중추이 (단위: %)
주: 소득분포 중간값을 기준으로 소득이 150% 이상 해당 계층은
상류층, 50% 이하 해당 계층은 빈곤층, 70~150% 및 50~70% 해당
계층은 각각 중간층과 중하층으로 분류. 자료 :
유경준·김대일(2002)
- 통계청이 전국 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가계수지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이 776만원으로 최하위
10%의 42만원보다 18배 이상 많았다. 작년 4분기(16배)보다 소득
불균형이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이 분야의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 한편 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추산해 온 빈곤층 규모(460만 명)를 훨씬 넘어 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13만 6,000원)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최소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 그리고 소득은 없는데도 재산이나
부양가족이 있어 기초생활보호대상에서 제외된 비수급빈곤층을
합친 빈곤층이 전체 인구(4,830만 명)의 10%에 해당된다.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분배와 연대, 계층통합을
강조해왔고 그것을 참여복지로 정책화했다. 그러나 위의 몇 가지
지표를 통해서 확인한 바와 같이 그 실상은 전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통계가 현실을 100% 반영한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옛 말처럼 가난을 나라가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복지와 분배의 최적화를 꾀한다며
내놓은 취업ㆍ보육ㆍ노인ㆍ빈곤층 지원대책의 결과가 이처럼
황망하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특정결과를
초래하는 해당과정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밝혀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결국 참여복지에
대한 평가는 이런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천 가지 문제에
천 가지 대안’을 제출하고 있는 현 정부의 대응이 지표상의
성과와는 다르게 양극화와 빈곤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심화시키거나 적절히 관리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 평가에 앞서 :
‘참여복지 5개년 계획(2004~2008)’[사회보장기본법에
의거하여 김대중 정부의 제1차 사회보장발전 5개년
계획(1999~2003)에 이어 발표된 제2차 사회보장발전 5개년
계획(2004~2008)의 별칭이다.] 바로알기
참여복지는 생산적 복지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구체적인 사업과 조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산을 통해서 집행되는 분명한 실체를 가진 정책이다.
그 청사진인 ‘참여복지 5개년 계획(안)’은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다.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복지서비스 제공, 상대빈곤
완화, 풍요로운 삶의 질 구현”이라는 3가지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과제로서 △사회보장제도
내실화 : 기초보장체계의 정비, 복지서비스 선진화, 사회보험의
성숙화, △복지인프라 구축 : 복지전달체계구축, 복지재정의
확충, 민간자원의 활성화 △복지서비스 확대 : 문화기본권 신장,
정보격차해소, 저소득층 주거복지 확충을 들고 있다. 따라서
참여복지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책목표와 추진원리
그리고 사업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주요사업을 통해서 엿보는 방법을
취해보자.
1) 기초보장체계의 정비 : 국가책임이 전제되지 않는 개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재 유일한 공공부조제도이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안)'은 기존 기초생활보장의 문제점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및 최저생계비 기준 등 선전기준의 불합리성,
소득환산율의 설정논리의 자의성, 급여의 불충분함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①합리적인
최저생계비의 설정 ②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 ③재산의 소득환산
보완 ④주거급여의 현실화 ⑤복지행정정보시스템의 개선
⑥모니터링 및 평가체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 3> '참여복지 5개년 계획(안)' 개념도
자료: 보건복지부, 참여복지 5개년 계획(안)의 주요내용
그렇다면 최저생계비는 과연 합리적으로 책정되었는가?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2004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36만8천원, 4인 가구 105만6천원이며 현금으로 지급되는
최고금액은 1인 가구 32만4천원, 4인 가구 92만8천원이다.
책정으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최저생계비 설정은 참여복지의
주요한 사업으로, 2004년 5년 만에 이루어진 최저생계비
실계측을 앞두고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현실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제 체험사례를 비롯한 각종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였으나 결국 예산부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의 복지역할 강화라는 실행원리가 지켜지기 위한 제일
과제는 절대적 빈곤의 해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이러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한편 과도하게 엄격한 수급권자 선정기준으로 인해 많은
저소득가구가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저소득 가족 내에서 세대간·가족간
빈곤의 확대재생산이 초래되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저소득가구의 25.7%가 기초생활보장 자격조건에서
탈락(보건사회연구원의 2003년 ‘부양의무조사’ 결과
보고서)되었으며, 기초생활보장 자격조건 탈락가구 중 60.8%가
가족으로부터 부양받고 있지
못하다(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평가단의 2000년 조사).
부양의무자 축소로 대표되는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이 역시
주요한 사업이었으나 과도하게 낮게 설정된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별 기준으로 저소득가구에 부양의무가 여전히
강제되었다. 빈곤의 책임을 국가가 지고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국민의 권리를 명시한 법에서 빈곤의 1차적 책임을
가족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은 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즉
부양의무자 기준은 개선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한다.
2) 복지전달체계의 구축 :
정책학습의 부족과 조급함이 성과를 재촉하다?
‘통합적’사회복지전달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참여복지계획의 핵심은 시·군·구의 복지행정 구실을 강화하는
것이며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과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이
주요사업으로 그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현재 9개 지역에서
2004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시범사업은 시·군·구의
복지전담기구로서 복지업무를 효율화·전문화하고
기초생활보장을 비롯한 노인, 장애인, 아동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내실 있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단순히 전달하는
구실만 해왔던 시·군·구 단위의 복지행정이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개발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무소가
실시하는 서비스가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기존 민간의
복지서비스와 중첩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현장성과 접근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군·구와 읍·면·동 사이에 지역특성을 고려한 기능분담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 또한 전국 시·군·구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7월 말까지 협의체 구성을
끝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역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는 ‘오래된’
목적에 비해 ‘성급한’ 실행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상호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대안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주도보다는 상호이해와 갈등의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부족한 일정에 쫓긴
관이 주도하여 구성하거나 그 반대로 관의 일방적 주도를 우려한
민간조직에서 협의체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그
내용은 제쳐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협의체가 성급하게 구성된다면
애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은 물론 지역정치의 혼란함
속에서 좌초될 수도 있다.
3) 저소득층 주거복지 확충 : 시장대응력 없는 잔여적
주거대책
정부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를 확충할 목적으로 각종
제도시행을 계획했지만 실제로 의료·주거·자활지원으로
대표되는 홈리스(무주택자) 대책에서 제대로 시행된 것은 없다.
만약 현실적으로 주거급여를 통해 주거비지원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주거급여를 생계급여로부터
분리하여 그 수준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주거급여제도를
별도로 분리하여 저소득층 주택정책과의 연계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강동진
외(2004),「‘참여복지 5개년 계획’ 비판과
과제」,『사회복지와 노동』, 통권 8호, 현장에서 미래를.
현재와 같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자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기초법의 통합급여체계에서 막연히 주거급여의
수준만을 상향조정하겠다는 것은 제도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된
자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일 뿐이다.
한편 정부는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최저주거기준을 정책지표로 제도화하여 주거실태 조사를 통한
쪽방, 지하셋방, 비닐하우스 거주자 등에 대한 전월세 자금지원
확대 및 주거여건 개선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2004년
6월8일, 건설교통부는 ‘서민 주거복지 확대방안’을 발표하여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주거환경개선지구 내 원주민의 재정착을 유도하며, 거주주민의
경제적 능력과 소득을 감안하지 않은 기존의 철거·재건축
위주의 정책을 수정할 것을 공포하였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언론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철거가
진행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2003년 영등포구에서
녹지조성을 빌미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쪽방에 대한 철거는
서울역을 비롯한 서울시내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절대빈곤층이 부담 가능한 영구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1.5%에 불과하여 6만여 명의 대기자가 빈집이 발생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많은 빈민들은 열악한 환경의
숙소(쪽방, 여인숙, 고시원 등)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경우 2003년 현재 3년 전에 비해 1,271개가 증가한 4,247개의
쪽방이 형성되었고 전국적으로는 9,030개에 이르며, 고시원은
이미 ‘빈민 아파트’라 불릴 만큼 용도가 변경된 지 오래다.
‘2004년 여름 빈민현장활동’ 긴급 기자회견 보도자료(2004)
이렇게 쪽방은 저소득·불안정 계층, 주민등록 말소자 등
다양한 인구학적 특징을 지닌 빈곤계층에게 있어 ‘최후의
주거지’이다. 따라서 쪽방 지역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있어 지불가능한 주거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들이 선택할 곳은 거리뿐이다. 진정으로 이런 정책을 실시할
의사가 있다면 당장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의 거처인 쪽방을
비롯한 불량무허가주거와 비정상밀집지역에서의 철거와
용도전환을 일시적으로 금지시키는 ‘긴급조치’를 전면
시행하는 대책부터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3. 참여복지의 실체와 전망
1) 국가역할 강화와 지방재정 분권화의 모순
참여정부는 중앙정부의 국고보조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사회복지서비스를 지방사업으로 이양하고 해당 국고보조금
사업예산을 지방교부세로 이전하는 지방재정 분권화를
제시하였다. ‘분권과 책임’의 원칙은 강조되었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급격한 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확보는 중앙정부의 책임이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전반적인
사회복지서비스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간 재정불균등이고, 지방세
비중을 높인다고 재정불균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지방세 비중의
확대는 오히려 지역간 재정불균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도 자칫하면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위주의 정책실행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복지재정 축소는 벌써 일부 현실로 드러났다. 지방에 넘어간
67개 복지사업의 2005년도 총 소요예산은 1조 3,290억이었지만
2005월 4월 현재 확보된 예산은 1조 1,371억(85.6%)으로
1,919억원이 부족한 상태이다. 지방이양사업 중에는 2004년에
비해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 사업도 28개나 된다. 16개
시·도별로는 경북이 총 소요예산 886억 중 629억을 확보하여
71.1%의 가장 낮은 예산확보율을 보였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좋은 서울시(95%)는 총 소요예산 2,729억의 99.3%에 해당되는
2,711억을 확보해서 가장 나은 성적표를 보였다.『한겨레』,
2005.4.18.
여기에 더해 향후 총액인건비 지원제도가 추진되면, 지방정부는
더욱 더 공공복지인력 확충에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담공무원보다 담당공무원제 선호, 행정직의 권한 강화,
비전문가에 의한 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되며 지방행정과
토호와의 권력블럭 강화 및 부패구조를 형성해 복지보다는
개발에 예산이 편중될 것이다. 지역간 균형발전과 분권화는
지향해야 할 정책방향이지만 그것이 예산과 결합되었을 때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성장이데올로기의 지방화’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지역에서도 ‘선성장 후분배’라는 철지난 담론이
분권화노선을 따라 부활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지역으로
이양되는 복지예산을 지역차원에서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부터 분리시켜서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규제와 지역운동단체들의 감시와 견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2) 미래의 복지 불평등 : 광범위한 사각지대
현재 국민연금은 노령으로 인한 소득상실에 대비한 노후
소득보장정책으로써 전 국민을 강제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을 강제가입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공적제도로서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즉 국민연금 제도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다소
완화하기 위한 소득재분배적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미래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만약 다수의
저소득층이 제도로부터 배제되어 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 제도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표 2>에서 보여주듯이, 현재 18세~60세 인구 중 적용
제외자(전업주부, 특수직역공무원, 군인, 학생 등)를 제외한
전체 가입대상자 1700만 명 중 절반인 950만 명 가량이
지역가입자이며, 이들 지역가입자 중 절반수준인 470만 명
가량이 실업, 질병, 휴가, 사업중단 등으로 인한 납부예외자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소득신고자 470만 명 중
납부자와 체납 · 미납자 비중은 각각 50%로 제도는 상당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이렇게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제도적 모순에 봉착하고 있다.
왜 강제가입이라는 법적조항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국민연금이
명시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험의
성격상 소득활동을 하는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가입자의 경우 약 300만 명만이 실제 자영자이며,
나머지 650만은 소규모 사업장의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조차 힘든 이들에게 미래의
노후를 위한 보험료율 9%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즉 원천적인 제도적 배제와 과도한 규정으로 인한 제도적
회피가 결합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정부는 연기금의 장기적 안정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나머지
“보험료율의 인상과 급여율의 하락”이라는 단기적 처방을
내어놓았다. 이러한 처방은 제도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켜 현재의
불평등이 미래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표 2> 국민연금 납부예외자 현황(단위: 천명, %)
자료 : 국민연금관리공단 내부자료.
<그림 4>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현황(2003. 12 현재)
3) 사회적 빈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문제는 과거의 기준이었던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적 빈곤” 문제를 넘어 빈곤으로 인한
불평등 개념을 강조한 ‘상대적 빈곤’ 문제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사회적 의제로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신빈곤’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으나 잦은 실직과 낮은 소득
때문에 일하더라도 빈곤상태에서 못 벗어나는 계층을 가리켜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라는 용어 역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신빈곤-근로빈곤층’ 이라는 개념은 급격한 계층하락, 즉
중산층의 몰락으로 대표되는 상황과 그런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경제위기로 인한 ‘신빈곤’
대책은 마련되었지만 이미 지적했던 바와 같이 빈곤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화되지 못하고 더욱 확대되어 소득분배는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논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빈곤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로부터 양산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복지제도 그 자체가 가진 장치 때문에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빈곤’론(論)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즉 대규모
근로빈곤층의 출현이나 상대적 빈곤의 심화라는 현상에 주목할
뿐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하고 사회보장제도로부터도 배제되는
빈곤양산 메커니즘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사회적 빈곤’은 삶의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사회를
양극화시키는 이윤중심의 시장주의 사회로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인해 절대적 빈곤뿐만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 사회 전방위에서
일상화되고 보편화되는, 사회화된 빈곤이다.『사회복지와
노동』포럼팀(2004), “사회적 빈곤의 실상, 원인, 성격 그리고
대책에 대한 비판”,『사회복지와 노동』, 통권 8호, 현장에서
미래를.
사회적 빈곤은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빈곤을 지속적으로
양산한다.
❐ 은폐되는 빈곤 : ‘사회적 빈곤’의 실상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는데 그것의 은폐된 형태는 노동자가구의 자산
감소와 가계 빚으로 나타난다. <표 3>은 모든 소득계층에서
근로소득은 감소추세에 있지만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재산소득과
자산 감소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반대로
사업·부업소득과 부채는 고소득계층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지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저소득계층은
신용을 매개로 한 가계대출보다는 주로 과거의 저축분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고소득계층은 과거의 저축분을
감소시키기보다는 주로 신용을 매개로 한 가계대출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격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가계는 소비를 줄이지만 여전히
어떠한 방식으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소비지출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경우 내핍생활과 사전 및
공적이전으로 인한 소득보충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면 가계 빚을
얻는 수밖에 없다. 2003년 현재 GNP의 75%에 육박하고 가계당
3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에 대해 정부 또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
<표 3> 적자가구(도시근로자 가구)의 총수입항목 구성비의
증감추이(단위: %)
주 : 적자가구는 가계수지(=소득+자산감소-부채감소-가계가구)가
음(-)인 가구를 말함.
자료 : 통계청,「도시가계연보」원자료 ; 홍석표 외(2003 :
78)에서 재구성, 「사회복지와 노동」(2004) 재인용
❐ 관리되는 빈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은 구조적
현상이기 때문에 국가의 ‘빈곤관리’는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이겠지만 문제는 그 동기와 의도이다.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시장의 원리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구조화되어 있다. 즉 기초생활보장 급여의
지급기준인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사이의 간격은 적절히
유지됨으로써 노동능력자를 노동시장으로 내모는 효과와
기초생활보장의 수급을 억제하는 효과가 유지된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확대되고 있으며
2004년의 격차는 1999년 격차의 5.8배에 달하고
있다.『사회복지와 노동』포럼팀(2004), “사회적 빈곤의 실상,
원인, 성격 그리고 대책에 대한 비판”,『사회복지와 노동』,
통권 8호, 현장에서 미래를.
여전히 빈곤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노동유인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되고 있다.
❐ 방치되는 빈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빈곤에 대한
관리는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소수에게 기본적 소득만을
보장해주는 한편 더욱 확대되고 여타의 사회적 관계로부터
배제되는 빈곤을 양산·방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방치되는 빈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턱 바로 위에 있는
차상위계층이다.
<그림 5>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정부는
차상위층(최저생계비의 120% 이하)까지의
근로빈곤층(근로능력자)의 규모를 약 132만 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중 취업자는 45만 명이며 실직자는 87만 명으로
추계(실업자 11만 명, 비경제활동인구 76만 명)된다.
<그림 5> 한국사회 근로빈곤층 규모
자료 : 보건복지부(2004)
현재 근로빈곤층은 사회보험 적용률이 매우 낮고 공공부조제도
또한 그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회보험의 경우, 근로빈곤층의 가입률이 연금은 23%,
산재보험은 42%, 고용보험은 18%에 불과하여 비빈곤층의
가입률에 비해 크게 낮고 박능후 외(2003),『탈빈곤정책의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소득보장정책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03-1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능후 외, 2003) 공공부조의 경우 조건이 까다롭고 소득
이외에 재산 및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는데 따른 사각지대가
커서 근로빈곤층 보호의 실효성이 낮은 형편이다.
과거 공공부조인 생활보호제도에서는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게는 생계급여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과 함께 근로능력 유무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모든 빈곤층에게 생계급여를 제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모든 빈곤층에게 생계급여를 제공하지만
이들을 조건부 수급자로 지정하여 노동을 유인하는 자활사업에
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부양의무자 유무나 주거면적,
자동차 등 자산기준을 부가함으로써 실제로는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빈곤층이 다수 존재한다. 생활보호법이
기초생활보장법으로 개정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인식되었던 근로능력유무와 상관없는 최저생활의 보호는 억압적
기제로 작동하는 기초법 내 조건부수급조항인 자활사업의 배치로
인해 미완의 과제로 남고 말았다. 조건부수급조항은 기본적
생활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마련되지 못하고 실업과 비정규직의
창출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로의 재진입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여 빈곤의
탈출이 아닌 빈곤을 재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비수급빈곤층이나 차상위층에게 자활사업과 의료, 교육급여가
부분적으로 제공되나 규모가 매우 적어 효과는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140여만명(전국민
4% 수준)에게 생계비,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여
기초생활을 보장하나 기초생활수급자 외에는 지원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의료급여는 기초수급자 이외에 차상위 계층
22천명(희귀난치성 및 만성 질환자) 보호 중(전국민의 3.6%)이고
교육급여(수업료)는 전체 고교생의 17.5%(기초수급자 포함)에게
지원 중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빈곤인구 중 약 140만 명의 운 좋게
수급권자로 선정된 사람들 ― 물론 수급권자의 수급액이나
보장수준 또한 몹시 제한적이긴 하지만 ― 외에는 누구도 고용
및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복지혜택이 절실한 이들이 무엇인가를 요구하려 하면
노동능력이 있으면서 노동의지가 없는 게으른 사람으로 간주하고
오히려 이들에 대한 방치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빈곤의 연쇄는 불평등의 악순환을 확대 심화시켰다. 비정규직
문제로 대표되는 차별과 배제는 계급 내의 빈곤현상이며, 일자리
자체가 중요하지 양호한(decent) 일자리는 그 다음이라는 편견과
차별의 용인은 여성의 빈곤화를 가져온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장애인의 빈곤화를 심화시키며, 이주노동자의 빈곤은
인종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또 다른 표현이다. 신용팽창을 통해
소비수준이 유지됨으로써 소득감소가 은폐되고 청년실업,
비정규직, 여성의 빈곤화를 통해 빈곤연쇄가 확대 재생산된다.
더 나아가 국가는 빈곤을 관리하고 방치하면서
사회수호기계로서의 작동을 멈추었고, 대신 사회전방위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회파괴기계로서 등장하였다.『사회복지와
노동』포럼팀(2004), “사회적 빈곤의 실상, 원인, 성격 그리고
대책에 대한 비판”,『사회복지와 노동』, 통권 8호, 현장에서
미래를.
4. 맺으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자·민중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죄어오는 ‘사회적 빈곤’에 대항하는 민중복지적 대안은
무엇인가? 노동자 민중에겐 ‘신빈곤-최저생활의 보장’이 아닌
‘사회적 빈곤에 저항하는 기본생활의 보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기존의 획일적인 소득중심 개념을 탈피하여 다양한
주체(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미혼모 등)별로 다른
욕구(need)가 삶의 제반영역(교육, 주거, 보육, 의료 등)에서
권리로서 보장되는 ‘기본생활권’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권리적 차원의 보편적 급여와 서비스라는 맥락에서 빈곤에
대한 국가에 의한 보장과 지원이 중시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회복지적 접근과 요구는 항상 앞의 전제를 염두해 두어야만
한다. 각종 사회적 위험(노령, 실업, 질병 등)에 노출되었을
때는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과 의료, 주거, 교육 등 필수적인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일정한 빈곤선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근로능력 유무와 상관없는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보편적 급여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