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정세칼럼 정세칼럼

1811
2006-02-01 13:35:35
박종성
‘인권NAP’에 자본진영 강력 반발, 자본진영이 주장하는 자유와 현실성은 기업 경영의 자유와 이윤 추구의 현실성
‘인권NAP’에 자본진영 강력 반발, 자본진영이 주장하는 자유와 현실성은 기업 경영의 자유와 이윤 추구의 현실성

노동권 강화 담은 인권위의 ‘인권NAP’ 에 대한 자본진영과 보수 신문의 강력한 반발    
노동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인권위의 권고안 발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제5단체는 인권위가 9일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약어 ‘인권NAP’) 권고안에 대해 인권위는 노사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며 반발했고 나아가 이수영 경총 회장은 인권위의 해산과 재구성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인권위 권고안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고, 민주노총은 사용자단체들의 인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우려했다.
인권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10일, 일부 신문들은 권고안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정치적 비난의 수준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일부 신문들의 이러한 공세는 단지 인식의 오류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다. 정치적 공세의 이면에는 이후 진행될 노동문제를 인권위 권고안이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진영의 정치적 공세와 이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선봉에 자리한 신문들의 반응은 자본진영이 노동현안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자 하는 현실적 조건의 필연적인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인권위 ‘인권NAP’를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보자면, 이러한 자본진영과 보수 신문의 반응은 당연한 귀결이다. 인권위 NAP권고안이 기간제 사유제한, 동일노동 동일처우, 직권중재 폐지, 공무원 교사 정치활동 범위 확대 등 노동부문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NAP’는 노동권 영역에서 모두 ‘노동권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해 사용자의 고용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정규직 노동자와 임금격차가 심화되었다고 분석하였다. 이는 유엔의 ‘세계인권선언’과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유엔사회권규약)의 취지인,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동등한 노동에 동등한 보수를 받을 권리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개별적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일할 권리 보장, 공정한 노동조건 보장, 행정구제 강화 등을 통해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드맵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고 2월 입법예고를 계획하고 있는 당정의 입장에서는 ‘인권NAP’이 그리 반갑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인권NAP’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견해에서 드러난다. 또한 1월17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이 인권위의 권고안에 들어있는 사항들 가운데 현실적으로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며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선별해서 받아들이자는 발언에서도 드러나듯이 자본진영의 입장이 정부의 ‘인권NAP’ 수립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진영이 주장하는 자유와 현실성은 기업 경영의 자유와 이윤 추구의 현실성
자본진영과 이를 수호하는 첨병 노릇인 보수언론을 보면 참으로 괴상한 논리가 보인다.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인권NAP’에 대한 자본진영과 보수언론의 목소리는 자본의 보편성, 즉 자본의 세계화를 주장할 때와는 너무도 상반된다. 왜냐하면 이들의 주장은 자본의 세계화는 역사의 필연적 과정이라며 인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도 인권의 세계화라는 이번 ‘인권NAP’에 대해서는 온 힘을 다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현실에서 인간의 기본권은 자본의 이윤추구에 철저히 종속적인 관계로 전개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정부와 자본진영이 인권NAP에 대한 평가 가운데 공통적인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NAP은 한 나라의 중장기 인권정책 청사진으로서 국가가 인권 보호 증진을 위해 수립하는 종합적인 계획이다. 따라서 인권NAP의 내용은 미래지향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현재 실현되고 있지 못하는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와 자본진영의 비판에서 드러나듯이 이들이 비판하는 잣대는 ‘현실성’이다. 그런데 그들의 현실성에서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현실성은 찾을 수 없다. 오직 현실성의 잣대의 중심에 이윤의 추구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잣대에 어긋나는 모든 것은 그들에게 ‘비현실적인 것’이다. 그러나 기본권을 향유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자본과 정부가 말하는 ‘현실성’이 ‘비현실적인 것’이고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성이다.

인권 정책까지도 시장의 원리로 포섭하려는 자본진영 공세  
사실 자본진영이 인권NAP안 발표 직후 정치적인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인권NAP안 발표에 따른 여론 형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 노ㆍ사ㆍ정이 비정규법안 처리를 앞두고 갈등 상황에 있을 때, 비정규법안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법안 협상 과정에서 노동진영으로 하여금 인권위의 권고안(동일노동에 동일임금 규정 도입, 기간제 근로 사용시 사유제한 규정 도입 등)을 최저수준으로 받아들이게 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권위의 사회적 여론형성의 효과를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인권위 안에 대해 단세포적이라며 반발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본진영은 인권위가 더 이상 노사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자본진영과 인권위의 충돌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자본 진영은 인권위의 권고안이 자유민주주주의란 질서를 흔들어 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때 자본진영이 사용하고 있는 자유개념은 기업 경영의 무제한적 자유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문제를 포괄하는 사회권적 기본권을 강조하는 인권위와의 대립은 불가피한 것이다.
‘인권NAP’에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당장 앞으로 5년 간 집중해야 하는 분야 △긴급 구제가 필요한 분야 △당사자 스스로는 의제설정이 어려운 분야라는 기준을 통하여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ㆍ난민, 여성, 아동ㆍ청소년, 노인, 병력자, 군인/전ㆍ의경, 시설생활인, 성적소수자, 새터민(탈북자) 등 모두 11개 부문이 선정돼 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 △성전환 수술비에 국민건강보험 적용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 △집회와 시위의 자유 확대 △국가보안법의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정 등이다.
이렇듯 ‘인권NAP’에는 노동권을 포함해 인권 전반에 관한 문제를 담고 있다. 문제는 노동영역을 넘어서는 인권 전반에 걸친 문제까지도 자본 진영이 전면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자본진영이 인권 의식의 저조함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자본 진영의 공세는 인권위 권고안에 대한 잘못된 해석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자본진영이 노동 현안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일반 문제에서까지 정치적 공세를 가하며 인권위 해체와 재구성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적 정책까지도 경제의 하위에 두고 전개할 수 있는 권력 또한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본진영의 힘의 진리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진영은 힘의 진리성을 통하여 전혀 다른 관점, 즉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인권의 관점을 기업 경영의 자유라는 시장의 관점으로 통일한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본의 현실성이 아니라 인간의 현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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