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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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년 노동자 총파업투쟁의 성과와 의의
동덕여대 학보 원고
96-97년 노동자 총파업투쟁은 96년 12월26일, 노동관계법 및 안기부법에 대한 신한국당 단독의 국회 날치기 통과로부터 시작됐다. 12월2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1월2일까지 금속,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지하철까지 가세한 제1단계 총파업, 1월3일부터 1월14일까지 사무전문직까지 가세한 제2단계 총파업, 그리고 1월15일부터 1월18일까지의 공공부문이 포괄된 제3단계 총파업을 일구어냈으며, 2월28일 제4단계 총파업을 시도하였고, 3월 중에 제5단계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총파업투쟁의 성격과 배경
이번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그 성격상, 8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전계되고 있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적인 공세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대항투쟁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는 사회보장적 예산을 대폭삭감하고 자본의 유연화전략(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전략)을 적극 지원하는 제반 국가정책을 통하여 자본의 이윤확보경쟁에 노동자를 원활하게 동원하기 위한 총노동에 대한 공격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투쟁을 불러오게 된 김영삼 정부의 '신노사관계 구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세계적인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소위 '신노사관계 구상'은 자본의 유연화전략을 통한 이윤확보논리에 노동을 철저히 종속시킨 연후의 '참여와 협력'을 의도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사실은 '신노사관계 구상'에 입각하여 청와대 직속으로 설치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의 노동관계법에 관한 개정논의과정과 12월26일 새벽의 '날치기 법개악'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노동관계법 가운데, 노동자들이 지난 87년부터 줄기차게 개정을 요구하였던 '3금'(복수노조 금지, 3자개입금지, 정치활동금지)과 공무원/교사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에 대해서는 법개정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던 반면에, 현시기 자본의 요구를 집약하면서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3제'(변형시간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와 파업시 대체근로허용 및 무노동무임금, 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 직권중재 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극히 적극적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자본측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노개위 역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전략(정부의 '신인력정책')이 필요하고 노동측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노개위 공익위원안'이었음에도, 신한국당은 그보다 더 개악된 법안을 만들어 이를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다. '노개위 공익위원안'에 대해서도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노동계는 그 법안이 통과되었더라도 거부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공익위원안'보다도 더 개악된 '정부안'이 그것도 신한국당 단독의 '날치기'로 통과된 데 대해 극도의 분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총파업투쟁 경과와 전국민/전세계적 지지
노동자들의 이번 총파업투쟁은 국회에서의 신한국당 단독 날치기 노동법 개악에서 시작되었지만, 실은 작년 5월 김영삼 대통령이 제기한 '신노사관계 구상'과 청와대 직속으로 설치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노동관계법 개정논의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투쟁사로 볼 때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계속된 노동법 개정투쟁의 연장선에 위치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실로 50여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단순히 '노동법 개정' 요구에 머물지 않고 전체 국민의 민주주의 투쟁을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선도한 위력적인 투쟁으로 발전하였다. 천주교 및 기독교,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 교수 등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속속 지지성명을 발표하면서 파업투쟁을 옹호하고 나섰으며, '보통주부'라고 명기한 주부들의 지지성명까지 잇따랐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지지연대 성명과 각국에서의 지지투쟁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투쟁양상은 지난 87년 6월 항쟁에 비견되었으며, 천주교 사제단의 표현을 빌면 '정권 불복종운동'이 전국민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87년 항쟁과 몇가지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노동자계급의 중심성이 투쟁을 통하여 증명되었던 점이다. 87년 당시에는 종교계, 시민 등 이른바 중간계급의 민주화투쟁이 전개되면서 그 열린 공간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졌다면, 이번 투쟁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확고한 투쟁 속에서 종교계 및 일반 국민의 투쟁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총파업투쟁의 의의와 투쟁과정에서 제기된 과제
먼저, 이번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이 갖는 의의와 성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노동자들은 자신이 소속한 기업, 업종, 지역, 조직을 뛰어넘어 단일한 계급적 요구하에 하나의 노동자계급으로서 단결을 일구어냈다. 노동자들은 '악법철폐'와 동시에 '신한국당 해체' '김영삼정권 퇴진'을 한목소리로 요구하였으며, 명백히 민주노조운동의 중추인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여 한국노총까지도 투쟁으로 조직하는 놀라운 투쟁력을 발휘하였다.
둘째, 노동자들은 전국민을 실질적인 민주주의 투쟁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 노동자계급의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이 '날치기'라는 형식적민주주의마저 파괴한 지배권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투쟁으로 묶어세운 것이다. 이것은 40년대의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에 의한 총파업투쟁 이후 실로 50여년 만에 총파업을 일구어낸 노동자들의 실질적 민주주의투쟁에서의 중심성을 증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셋째, 이번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우리나라 자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본의 '유연화전략', 전세계 총자본의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의 노동에 대한 공격에 대한 저항의 전형으로 떠올랐다. 세계 각지의 노동자들이 이번 우리나라 노동자 총파업투쟁을 지지하고 국제자유노련(ICFTU), OECD노조자문위원회, 국제 금속노련 등지에서 방문하여 지원투쟁을 벌인 것 등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넷째, 이번 투쟁과정을 통하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의 전국적/조직적/투쟁적 구심으로서 확고하게 그 위상과 지위를 확보해냈다.
이러한 의의 및 성과와 함께, 이번 총파업투쟁과정에서는 수많은 한계와 과제도 제기되었다. 무엇보다도,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하면서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발언을 보수야당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문제가 현실의 커다란 과제로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한 투쟁이 이루어졌지만, 12월23일 총파업투쟁 연기라든지, 1월18일 '수요파업'으로의 전환이라든지 몇몇 중요한 국면에서 이루어진 전술변경에 대하여 '유연한 전술'이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하부의 투쟁동력을 이완 또는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등 전술방침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극복방안도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파업과정에서는 실제 '생산중단'이라고 하는 '파업'의 기본구조가 다소 미진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하고, 개별 사용자와의 투쟁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기업 사용자와 부딪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광범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부분조업을 하면서 일부 조합원이 가두집회와 시위에 참가하는 방식이 취해졌는데,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정치파업'과 '경제파업'의 올바른 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제들은 투쟁의 성과 및 의의를 어떻게 귀결시키느냐와 깊이 관련되어 있는 문제들로서, 이번 총파업투쟁 이후 그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전망을 새롭게 열어가는 데 핵심적인 사항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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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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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년 노동자 총파업투쟁의 성과와 의의
